저자: 이현철소장 · 한국인
요약 보기
서울 아파트 상승은 지역 순환 장세로 에너지가 약하며, 2020~21년과 달리 전체 시장 분위기는 약해졌다. 현재 부동산은 하락장 초입으로 판단하며, 하락 국면은 최소 5년 이상 볼 수 있다는 견해. 금리 인상은 한국 부동산에서 전세·선분양·투기 역사·강한 규제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단순 상관이 약하다고 주장. 전세 대체관계로 매매가 밀려 올라간 구조와 정책 우선순위(투기 잡기 우선)도 언급. 부동산 분석이 주된 내용이며 개별 종목 예측은 없음.
다듬은 글
저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봤을 때 부동산이 하락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락장 초입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이 다른 자산보다 어려운 이유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는 데 있습니다. 주식이나 금은 우리가 볼 때 짧게 움직이죠. 하락장에서 시작해 상승하고 다시 하락으로 돌아와 한 바퀴 도는 과정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소 15년 걸립니다. 저는 아파트 사이클 연구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지금까지 책을 네 권 썼습니다. 첫 번째는 『전세가를 알면 부동산 투자가 보인다』, 두 번째는 『부동산 폭등장이 온다』, 세 번째는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입니다. 부동산 소설 『강철멘탈』도 썼고요. 이번에 책을 또 내게 되어 구독자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역대 최장 기간 오르고 있지만, 지금 분위기는 역사적으로 크게 뭐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과거를 훑어보면, 원래 선호되는 똘똘한 집,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좋은 집은 많이 올랐고, 위치가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지역은 오르지 않았죠.
강남, 서초, 송파, 강동 같은 지역이 시장의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이나 금천, 구로, 관악 같은 곳은 거의 시장이 죽어 있는 느낌이었죠. 그러다 규제가 생기면서 강남 3구가 위축됐고, 상대적으로 덜 올랐거나 많이 떨어졌던 지역이 풍선 효과로 지금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 서울 시장의 모습을 보면, 강남 쪽 똘똘한 한 채로 불리던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 올랐던 지역 위주로 올라가는데, 이것들도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강동구 옆의 송파구가 먼저 움직였고, 그다음에 노도강이 움직였습니다. 지금은 노도강이 약간 죽었고, 서남권인 구로, 금천, 관악 쪽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당위"가 들어가 있습니다. 시장에는 당위가 없습니다. 시장 분석을 할 때는 당위나 감정을 넣으면 안 되고, 그냥 분석해서 대응할지 말지를 봐야 합니다.
지표로 보면 서울 시장이 역대급으로 오르고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에너지"라고 표현하는 시장의 힘은 양상이 다릅니다. 에너지가 크냐 작냐에 따라 지속성과 강도에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에너지는 지표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간단하게 분위기와 에너지를 파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수요와 공급은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지켜보면 됩니다. 주변 분위기가 뜨거운지 차가운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2020~2021년의 부동산 상황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벼락거지"라는 말이 있었고, "기승전 부동산"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둘 이상만 모이면 처음엔 각자 다른 주제로 얘기를 시작하다가도, 결국 대화가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우리 집 사야 되나?"로 끝나곤 했습니다. 지금은 모이면 주식, 건강, 자녀 등 각자 관심사로 나뉘어 있습니다. 부동산 관심도가 그때와 비교해 많이 멀어졌다는 뜻입니다.
수요는 사전적으로 구매력을 가지고 사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돈이 많아도 사고 싶은 의지가 없으면 돈은 부동산으로 가지 않습니다. 주식, 사업, 금, 다른 부동산으로 흘러갈 수 있죠. 그리고 그 의지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바뀝니다.
의지는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의지는 생기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누군가 계속 얘기하면 관심이 생기고, 그게 구매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사회적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2026년 초 주식 시장에 랠리가 나서 사람들의 관심이 주식으로 쏠렸을 때, 주식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도 주변에서 돈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계좌를 트고 삼성전자를 사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주택자는 "나만 벼락거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에 집을 사고, 집이 있는 사람은 한 채 더 사고 하면서 수요가 늘어납니다. 지금은 그 관심이 많이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2020~2021년과 지금의 시장 분위기는 천지 차이에 가깝습니다. 시장 에너지가 지금은 굉장히 약합니다. 그때는 서울, 경기, 인천, 심지어 전국이 함께 뛰었습니다. 서로 분위기를 주고받았죠. 지금은 한 지역이 오르면 다른 곳은 조용하고, 지역별로 돌아가며 오르는 지역 순환 장세입니다.
사이클상 지금 시장이 어디쯤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 가장 부담스럽고 어려운 부분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하락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이고, 하락장 초입 부분입니다.
부동산은 다른 자산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입니다. 하락장에서 시작해 상승, 다시 하락으로 한 바퀴 도는 데 최소 15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지표만 보고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내가 보는 지역이나 아파트에서는 아무 변화도 안 보이는 때도 있습니다.
상승장 때도 전체 시장은 올랐어도 우리 아파트는 왜 안 오르는지 의아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시장은 완전히 같이 움직이지 않고 시차를 두거나 지역별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체감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지금 하락장 아니냐고 하고, 어떤 사람은 상승장이라고 합니다.
지금 노도강이나 서남권이 오르고 있지만, 이 지역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승장이라는 느낌이 약할 수 있습니다. 2020~2021년 최고점을 아직 못 넘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산 사람들은 지금 올라오는 구간에서 원금 손해를 조금 메꾸고 있는 정도입니다. 전고점을 넘어야 비로소 상승장이라고 느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죠.
앞으로 벌어질 하락 기간을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패턴과 과정을 보는 방식을 씁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의 하락장을 참고합니다. 전문가마다 하락 기간을 다르게 보는데, 시장에는 굴곡이 있어서 짧게 나눠보면 하락과 상승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고, 길게 보면 7~8년처럼 보입니다.
또 어디서부터 하락으로 봤느냐에 따라 기간이 달라집니다. 2007년에 시작했다고 보느냐 2010년에 시작했다고 보느냐에 따라 3년 차이가 납니다. 오름세도 언제부터 올랐다고 보느냐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지표상으로 보면 매매 가격은 2014년 중반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2007년 말부터 2014년 중반까지가 하락 기간이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금도 최소 5년 이상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은 사람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상식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는 흔히 금리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금리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시장이 움직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부동산 시장을 연구하면서 금리와 시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잘못된 전제를 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돛단배가 떠 있고, 물결이 전혀 없다고 해보죠. 여기에 바람이 불면 배는 바람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금리를 상식적으로 보면 이 원리입니다. 시장이 가만히 있다는 전제 아래 금리라는 바람이 불면 시장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잔잔한 호수가 아니라 세게 흐르는 강물입니다. 돛단배가 강물 위에 떠 있는데, 반대 방향에서 바람이 분다고 해보죠. 배는 강물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강물의 힘이 바람보다 훨씬 세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관찰해 보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한 번도 잔잔한 호수에 놓인 적이 없었습니다. 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도 다른 요인이 작용해서 항상 강하게 흐르는 강물 위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더 센 강물은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나라만의 구조적 요인이라고 봅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강한 구조가 있습니다. 첫째는 전세 제도입니다. 금리 같은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시장에 큰 영향을 줍니다. 둘째는 선분양 제도입니다. 집을 다 짓기 전에 먼저 파는 방식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합니다. 셋째는 역사적 투기의 경험입니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의 역사를 거쳐 왔습니다.
투기의 역사가 있다 보니 정부는 급격하게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에 강한 정책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미국과 비교하며 세금이 왜 이렇게 센지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나라마다 부동산 시장의 역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미친 듯이 오르는데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잡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규제를 내야 하고, 약하게 넣으면 막히지 않습니다. 세게 흐르는 강물을 막으려면 어마어마하게 강한 댐이 필요합니다.
결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습니다. 수요를 억제해야 하는데, 수요는 구매력과 의지로 나뉩니다. 즉 돈줄과 심리를 죄야 합니다. 돈줄을 죄는 가장 확실한 카드는 대출 규제입니다. 심리와 구매력을 함께 잡으려면 세금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금 중과 같은 강한 정책이 나오는 것입니다.
교과서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비싸서 덜 사고, 공급자는 많이 팔려고 하면서 자동으로 조절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다릅니다.
첫째, 수요가 줄지 않고 늘어납니다. 집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더 사려고 합니다. 오를 것 같으니까요. 그러니 가격 안정이 생기기는커녕 더 과열됩니다.
둘째, 공급을 쉽게 늘릴 수 없습니다. 부동산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명백한 상품입니다. 시장이 과열돼 수요가 늘어도 공급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에는 자동 조절 능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규제라는 억지 수단으로 잡아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정책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은 금리와 함께 작동합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돈이 풀리고 그 돈이 부동산으로 간다는 과정을 생각하지만, 이 과정이 생략될 수 있습니다. 금리를 낮췄는데 정부가 대출을 강제로 막아 버리면 금리 인하 효과는 나지 않습니다.
금리 인하는 집값이 자동으로 오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금리 부담을 덜 느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집을 살 수 있고, 대출도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수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출을 줄이고, 시세 차익에 세금을 더 때려 버리면 벌어봤자 소용없으니 수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금리보다 더 강한 정책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투기적 성향이 굉장히 강하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이 오를 때 김치프리미엄이 생겼고, 금이 오를 때도 김치프리미엄이 생겼습니다. 주식도 미친 듯이 오르내렸습니다. 대중심리의 기본 성향 자체가 투기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입니다.
일상에서도 느리게, 적당히 하는 것이 드뭅니다. 빨리빨리 문화가 바로 투기적 성향과 연결됩니다. 이렇게 역사, 정책, 제도, 그리고 대중심리가 서로 맞물려 시장을 형성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어떤 변화 요인보다 그 힘이 어마어마하게 셉니다.
박근혜 정부 때 전세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매매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침체였습니다. 그때 경제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했던 말이 유명합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자꾸 임차로 가면서 전세가가 미친 듯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는 대체재 시장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한쪽이 과열되면 수요가 다른 쪽으로 옮겨가 시장이 안정되는 원리입니다. 전세로 수요가 옮겨가면 매매 쪽 수요가 빠지면서 안정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전세가 폭등하며 전세난이 오히려 매매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역설이 있었습니다.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전세 자체가 매매 수요를 밀어내지 못하고 함께 끌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결국 전세난은 매매 시장에도 파장을 주었고, 이후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
정리하면, 제가 보기에 지금 서울 부동산은 상승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고, 사이클상 하락장 초입 부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강남 똘똘한 한 채는 조정받고, 지역 순환 장세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2년 뒤를 생각한다면, 단기 등락에 흔들리기보다 사이클의 큰 흐름과 사람들의 관심, 정책, 전세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영상에서 이어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래서 대체 시장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주택 시장에서 대체 관계는 뭘까요? 주택 시장에는 대체 상품이 없습니다. 없어요.
필수재이긴 하지만, 필수재라고 해서 대체 상품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필수재는 의식주잖아요. 옷은 어떨까요? 대체 상품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옷은 너무 많아요. 생산하기도 쉽습니다. 지금 저는 양복을 입고 있지만 맨투맨을 입을 수도 있고 추리닝을 입을 수도 있죠. 대체 상품이 너무 많아서, 옷은 필수품이지만 우리가 정말 중요한 상품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체 상품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먹을 것도 생각해 보면 대체 상품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쌀, 라면, 고기, 생선, 과일도 너무 많아요.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산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쌀이 좀 귀해지면 다른 걸로 가면 되죠. 그러니까 식도 필수품이고 정말 중요하지만, 마음속으로 절실하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택은 다릅니다. 주택은 필수품이고 대체가 없어요.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 어떤 상품이 있죠?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단독주택, 다가구 정도예요. 몇 개 안 됩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거의 같이 움직이는 성향이 있어요. 아파트 시장이 난리가 나면 빌라 같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침체해 있다가 옮겨 가기도 하지만, 안 옮겨 가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갈 곳이 없어요. 대체 상품이 없습니다.
그럼 대체 관계가 아예 없냐? 그렇진 않습니다. 시장 안에 있어요. 바로 매매와 임대입니다. 이 관계가 대체 상품이에요.
수요자가 한 명 있다고 해 보죠. 이 사람이 집을 사려고 하면 매매 수요가 생기고, 대신 임차 수요는 없어집니다. 서로 대체 관계예요. 그래서 당시 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했던 겁니다. 임대차 시장은 난리가 나 있는데 매매 시장은 침체돼 있었으니까요. 국가 입장에서는 수요가 한쪽으로 너무 쏠려 있으니, 매매 쪽으로 좀 옮겨 가면 균형이 맞을 거라고 본 거죠. 그래서 혜택을 줬습니다.
그때 정부가 어떻게 했냐면, 집값의 70~80%까지 대출을 해 주고 금리도 2%대였어요. 지금 같으면 그런 조건이면 사람들이 미친 듯이 집을 샀겠죠. 그런데 그때는 정부가 이렇게 혜택을 줘도 사람들이 집을 안 샀습니다. 점점 "빚내서 집 사라, 대출 많이 해 줄 테니 제발 사세요, 돈 없는 거 알아, 저금리로 해 주면 부담도 없잖아"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임차로 갔어요. 매매 시장은 침체되어 있고 전세 시장은 난리가 난 겁니다.
결국 어떻게 됐을까요? 매매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전세 가격은 계속 올라가서 두 선이 만나게 되죠. 이걸 골든 크로스라고 하는데, 골든 크로스가 일어날까요? 안 일어납니다. 시장의 원리와 상품의 원리를 잘 이해하면 알 수 있는 건데,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거의 없었어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원리나 흐름을 잘 모르고 그냥 얘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골든 크로스는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왜일까요? 우리나라 전세는 보증금이에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 주는 거죠. 무이자로 빌려 주고, 그 대가로 집의 사용권을 얻는 겁니다.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고, 세입자는 사용권을 돌려주는 맞교환이 이루어지죠.
그런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돈을 빌려 줬는데 저 사람이 안 돌려주면 어떡하지?" 여러분은 당연히 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계약 관계상 안 돌려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세 시장이 자리 잡던 초기에는 이런 상황이 많았어요. 집주인이 전세 사기를 치고 도망가거나, 보증금을 떼먹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임대차 보호법이에요. 역사를 알면 이해가 되는데, 지금 젊은 친구들은 그 역사를 모르니까 그냥 당연히 존재하는 제도라고 생각하죠.
예전에는 이런 일이 많았습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들여 놓고 모르는 사람에게 집을 팔면서 집값을 다 받아 가는 거예요. 원래라면 집을 팔 때 전세금을 떠안는 조건으로 팔아야 하는데, 집주인이 전세금 존재를 숨기고 다 받아 가 버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죠. 집값이 10억이고 전세금이 5억인데, 집주인이 새 주인 B에게 10억을 받고 팔아 버립니다. 그러면 B 입장에서는 집을 10억 주고 샀는데 임차인이 있는 거예요. "너 나가라, 내가 집 샀다"고 하면, 세입자는 "보증금 주세요" 하겠죠. 그럼 B는 "무슨 소리야, 나는 집주인한테 돈 다 줬어. 너는 원래 A한테 빌려 준 돈이지 나한테 빌려 준 게 아니잖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맞을까요? 원래 법적으로는 이게 맞는 얘기예요.
돈 거래에 비유해 볼게요. A가 B에게 5천만 원을 빌려줬는데, B가 그 채권을 C에게 넘겼다고 해 보죠. 그러면 A는 C에게 5천만 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A는 B에게 빌려 준 거지 C에게 빌려 준 게 아니니까요. 그 채권이 증서나 약속으로 정확히 남아 있지 않으면, A가 C에게 돈을 달라고 할 근거가 없습니다.
과거의 전세는 이런 채권 관계였어요. 채권은 개인 간의 문제라서, 제3자와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입자는 원래 집주인에게만 돈을 받을 수 있고, 새 집주인에게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던 거예요. 그러면 세입자는 법원에 가도 패소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날리는 건 아니에요. 원래 집주인에게 청구할 권리는 남아 있죠. 그런데 그 사람이 멀리 이사 가 버리면 찾을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임대차 보호법이 생겼고, 그 핵심 원리가 확정일자입니다. 전세 계약할 때 확정일자를 받으면, 집을 누구에게 팔든 새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권리가 생기는 거예요.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임대차 제도가 왜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3억인데 전세금을 3억 5천만 원으로 올려 달라고 한다고 해 봅시다. 지금 분위기는 3억 5천을 줘도 되는 분위기예요. 그런데 이 세입자는 계약을 안 하겠죠. 왜일까요? 3억 5천을 주고 계약했는데 집주인이 돈을 못 돌려주면 어떻게 받아낼까요?
확정일자가 있으면 집주인이 돈을 안 돌려줄 때 그 집을 경매에 넣을 수 있습니다. 낙찰 금액으로 보증금을 받아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확정일자는 내 보증금을 지키는 안전한 경로를 확보해 주는 장치예요.
그런데 집값이 3억인데 전세금을 3억 5천으로 계약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경매에 넣어도 낙찰가는 3억보다 낮을 수 있어요. 그러면 그 돈만 받고 나머지는 떨어져 나갑니다. 확정일자는 집값 범위 안에서만 보증금을 지켜 주는 거예요. 모든 자산을 지켜 주는 게 아니에요. 보통 전세가가 매매가의 70~80% 정도까지가 안전한 구간이라고 봅니다. 그 구간을 넘으면 확정일자로도 돈을 지키기 어렵고, 그 손실은 세입자가 감당해야 합니다.
매매가를 넘어서는 전세 계약도 이루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 계약을 하는 세입자는 시장 원리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그런 사람은 아무도 지켜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기본적인 판단은 할 줄 알아야 하죠. 그걸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 정부가 지켜 주려고 하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서 감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적당히 본인을 지킬 수 있어야 해요.
이렇게 임차인이 스스로 지키는 선이 있기 때문에, 전세 계약이 매매 가격을 뛰어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골든 크로스가 일어나지 않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전세가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립니다.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리는 거죠.
이걸 설명하려면 훨씬 길어지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거나 제 책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전세 시장이 매매 시장보다 먼저 움직여 매매 가격을 끌어올리고, 그 뒤에도 전세 가격은 계속 올라갑니다.
그러면 이후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고,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하시는데, 과정을 잘 모르셔서 그런 겁니다. 박근혜 정부 때 전세난이 시작되면서 매매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그게 문재인 정부의 매매 시장으로 이어진 거예요. 그냥 이어진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재수가 더럽게 없었던 정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IMF를 겪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미친 듯이 풀었어요. 그게 누적되어 부동산 시장으로 에너지가 쏠렸습니다. 그러니까 노무현 정부가 정권을 이어받을 때 이미 부동산 시장이 과열로 가고 있었어요. 노무현 정부가 뭔가를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가만히 있었으면 더 큰 일이 났을 상황을 잡으려고 미친 듯이 노력하다가 끝난 거예요.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을 잡으려고 정말 노력했지만 결국 다 잡지 못하고 욕만 바가지로 먹고 끝났죠. 어떻게 보면 참 불쌍한 정부예요.
그 과정에서 시장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썼다면 효과가 더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의학 드라마를 생각해 보세요. 주인공 옆에 보조 의사가 있고, 그 의사가 오진을 해서 잘못된 처방을 내리죠. 그 사람은 자기가 배운 대로 적용했을 뿐인데, 숨겨진 병명이나 새로운 상황을 몰랐던 겁니다. 그러면 환자는 위험해지고, 주인공이 나타나서 숨은 병을 찾아 적절한 처방을 하죠. 정부도 마찬가지예요. 시장을 정확히 알고 처방을 하면 병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지만, 오진을 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리면 병이 더 커지거나 시간이 길어집니다. 제가 볼 때 이 부분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봅니다.
요즘 전월세가 오른다는 얘기가 많은데, 지금 전월세 시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이걸 제대로 분석하려면 매매와 전세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합니다. 메커니즘을 모른 채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면, 아주 작은 것을 크게 확대하는 일반화의 오류가 생기기 쉬워요. 상품의 원리를 파악해야 합니다.
매매와 전세의 관계는 앞서 말씀드렸듯 대체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종속 관계도 있습니다. 정확히 분류하면, 시장 수요와 공급에서는 대체 관계이고, 가격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종속 관계예요. 전세는 상품의 특성상 스스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파생 상품이에요. 원물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매매를 통해 소유자가 정해져야 그 소유자가 집을 임대로 내놓을 수 있죠. 소유자가 없는 빈집은 아무도 임대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전세는 파생 상품이고, 항상 원물인 매매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집값이 10억이고 전세가가 5억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매매 시장이 올라 집값이 20억이 됐어요. 이때 전세가는 얼마가 될까요? 대체 관계만 보면 전세가는 떨어져야 합니다. 매매가가 올랐다는 건 수요자가 매매 시장으로 옮겨 갔다는 뜻이니, 임차 시장의 수요가 줄어든 거니까요. 그런데 지금까지 시장을 봐 온 과정을 보면 전세가는 떨어지지 않아요. 왜일까요? 대체 관계이긴 하지만 종속 관계 때문에 막힌 겁니다.
임차인은 싸게 살고 싶고, 임대인은 조금이라도 비싸게 받고 싶습니다. 서로 상반된 생각을 하고, 협상을 통해 가격이 정해지죠. 그런데 종속 관계가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매매가가 20억이 되면, 집주인은 전세가율 50%를 적용해 10억을 받고 싶어 하겠죠. 원래 전세가율이 50%였으니까요. 임차인은 원래 5억에 살았으니 5억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매매가가 20억이라는 걸 보고 "혹시 10억 정도가 적당한 가격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전세가를 매매가의 몇 퍼센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임차인도 그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는 거죠.
절대 가격으로 보면 10억은 너무 비싸죠. 그런데 만약 관계없는 새로운 수요자가 와서 20억짜리 집을 10억 전세로 보면 "적당하네" 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장에 수요자가 둘이 있을 때, 가격은 어디에 형성될까요? 5억에 형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10억 가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 임차인이 5억에 계속 살겠다고 하면, 임대인은 "그럼 나가세요"라고 할 수 있어요. 10억 내고 들어올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존 임차인도 어느 정도 상황을 이해하고 협상합니다. 집주인이 10억을 요구하면 세입자는 "그건 너무합니다, 어떻게 5억 살다가 두 배를 줍니까" 하고 반발하겠죠. 그런데 집값은 10억에서 20억으로 올랐는데 5억을 주장하는 건 전세가율이 25%밖에 안 된다는 뜻이라, 세입자 본인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7억 정도 합시다" 하고 타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인도 기존 임차인이 깨끗하게 살았다면 새 임차인 받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7억에 계약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전세가율은 떨어졌어요. 20억에 7억이면 35%입니다. 하지만 절대 가격은 5억에서 7억으로 40%나 올랐죠. 이게 종속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시장 원리 때문에 올랐다기보다는, 종속 관계 때문에 사람들이 그 흐름을 인정하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가 생기는 거예요. 대체 관계이면서 종속 관계인 인과관계를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전세 시장은 올라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전세가가 오르는 건 세입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고 열받고 안타까운 상황인 게 맞습니다. 그건 감정적인 부분이고요. 시장 원리로 보면, 우리나라 전세가는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특수한 상황에서만 전세가가 떨어지는데, 그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하겠습니다.
지금 임대차 시장 상황을 두고 언론에서는 "전세난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솔직히 저는 그렇게 쓰는 건 기자의 본분을 잊은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기자들이 공부를 좀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전세난은 가격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상황을 얘기하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전세난이라고 했죠. 지금과 박근혜 정부 때 임대차 시장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셔야 하는데, 단어 자체는 완전히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수요와 공급이 아예 어긋나 있었어요. 세입자가 정말 필수품인 집을 못 구하는 상황이었죠. 서울 전 지역, 경기도 전 지역에서 아파트든 주택이든 전세 매물이 한두 개밖에 없었어요. 세입자는 많았으니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한 집을 두고 열 명이 보러 다니고, 집을 안 보고 돈부터 넣는 사람이 계약을 가져가는 일도 있었어요.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이기는 구조였던 거죠.
그럼 지금도 그런 상황일까요? 아닙니다. 지금은 매물이 많이 줄어 있고, 가격은 조금씩 오르고 있어요. 이걸 가지고 전세난은 아니라고 하는데, 여기서 빠진 게 있습니다. 임차 수요가 많아야 하는데, 지금은 임차인끼리 집을 서로 구하려고 미친 듯이 싸우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건 임차인도 줄었다는 뜻이에요.
집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가격이 오르는 것과 집이 부족한 것은 완전히 일치하는 상관관계가 아니에요. 연관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지금 노숙하는 사람이 있나요? 없죠. 그렇다면 집이 왜 부족하겠습니까?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가격이 올라가는 거예요. 그런데 사려고 하는 사람이 모두 그 집에 살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집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건 비약이에요.
살고자 하는 집은 오히려 넘쳐나고 있습니다. 서울에만 빈집이 100만 채가 넘어요. 임대차 시장은 결국 사람이 살 곳을 얘기하는 건데, 임대차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아주 어긋난 상황은 아닙니다. 매물도 줄었지만 시장이 그렇게 요동치지는 않아요. 가격은 올라가고 있지만요.
시장 원리를 설명드렸던 것처럼, 수요와 공급이 1대 1이 되면 우리는 가격이 제자리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세 시장은 절대 제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올라가요. 이건 협상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세 시장은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집값과 전세가가 올라가는 건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서 생기는 원리가 아니라는 거죠.
진짜 수요와 공급이 어긋난 전세난은 박근혜 정부 때처럼 상황 자체가 달랐던 때입니다. 지금 상황이 그렇냐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비약이 심한 얘기는 조심해야 하는데, 그걸 구분하지 못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나 결과만 비슷하다고 갖다 쓰면 안 돼요. 언론은 파급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모르는 세입자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냥 일만 하고 있는데, 계약 기간이 다가오고 언론에서 전세난이라고 떠들면 어떻게 될까요? 불안해지죠. 가격이 올라가는 건 그에 대비하면 되는데, 전세난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격과 별개로 집을 못 구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생깁니다.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예요.
실거주 중심의 정부 정책이 전월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게 현실화되면 시장에 영향이 있겠지만, 현실화되려다 멈췄잖아요.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꾼처럼 몰아 기존 혜택이나 제도를 바꾸려고 했는데, 강한 반발에 부딪혀 드라이브를 미루거나 없던 일로 했죠. 현실화되지 않았으니 임대차 시장에 미칠 영향을 굳이 분석할 필요는 일단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정을 해 볼 수는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를 규제하면 전월세 시장이 요동칠까요? 그 과정을 알아야 하죠. 왜 요동친다고 생각하냐면, 비거주 1주택자를 규제하면 그들은 자기 집에 들어가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기존에 살던 세입자는 쫓겨나야 하고, 그 세입자가 밖으로 나와 수요자가 됩니다. 그 튀어나온 수요 때문에 임차 수요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메커니즘을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기 집에 들어가는 집주인은 원래 어디에 살고 있었을까요? 임차로 살고 있었겠죠. 그 사람이 자기 집으로 들어가면, 그 집은 임대 공급이 나옵니다. 기존 세입자는 사라지니 수요는 0이 되고, 공급은 +1이 되죠. 그리고 그 사람이 살던 임차 주택이 비면서 그 사람은 임차 수요로 바뀝니다. 그러면 임차 수요는 +1이 되는 거죠. 결국 공급 +1, 임차 수요 +1로 1대 1이 됩니다. 메커니즘으로 보면 합계가 0인 제로섬이에요.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임차 수요가 늘어난다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안 돼요, 맞죠? 제가 틀린 얘기로 여러분을 현혹하려는 게 아니고 정확하게 얘기한 겁니다. 그러면 임대차 시장에는 변화가 없을까요? 아닙니다. 왜 있느냐면 심리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기존에 그 집에 살던 임차인이 있는데, 집주인이 "나 이 집에 들어가서 살 거니까 당신은 나가세요"라고 하면 그 집은 빈집이 되죠. 그럼 집주인의 심리는 불안할까요, 여유 있을까요? 좀 불안하겠죠. 한편 쫓겨나는 임차인은 어떨까요? 당연히 불안하겠죠. 그럼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불안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차이가 있습니다. 누가 더 불안할까요? 임차인이 더 불안합니다. 임대인에게는 그냥 빈집이 생기는 것이고, 냉정하게 따지면 약간의 경제적 불안감입니다. 하지만 임차인에게는 경제적 불안감에 더해 생존 불안감도 있습니다. 집은 필수품이라 내가 집을 구해야만 하는데, 시기가 안 맞으면 노숙을 해야 할 수도 있어요. 이건 차원이 다른 불안감입니다. 그래서 임차인의 불안감이 더 셉니다.
메커니즘으로 따지면 전세가가 올라갈 확률이 조금 더 높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서가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의 상대적 차이 때문에, 임차인이 더 적극적으로 집을 구하게 되니까요. 집값이 좀 높아도 기꺼이 그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올라갈 여지가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정부입니다. 저는 비거주 1주택을 건드리는 것은 정말 잘못된 정책이라고 봅니다. 정책을 낼 때는 시장에 미칠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효과와 부작용의 크기를 비교해야 하죠. 어떤 정책은 내가 바라는 효과가 훨씬 크거나, 적어도 51% 이상일 때 써야 합니다.
비거주 1주택자를 규제하는 목적은 시장 안정, 매매 시장의 안정입니다. 그런데 부작용은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고, 그 불안이 매매 시장으로 튈 여지도 있습니다. 냉정하게 따져 보면 시장 안정이라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큰 경우예요. 그러니 이런 정책은 쓰지 않는 게 낫습니다. 무조건 규제한다고 시장이 안정되지는 않아요.
정부가 반발에 부딪히자 바로 접었다는 점도 짚고 싶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반발이 생기자 바로 거둬들였죠. 처음에는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작을 거라 판단했는데, 막상 해 보니 생각보다 부작용이 커서 다시 살펴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더 컸다는 뜻입니다. 거둬들인 건 잘한 일이지만, 정책은 아예 안 쓴 상태와 쓰려다 거둬들인 상태가 똑같지 않습니다. 시장에 자극만 주기 때문이죠. 가장 멍청한 방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정책은 신중해야 합니다. 효과가 어떻게 날지 정확히 판단하고, 반드시 써야 한다고 확신할 때 써야 해요. 그런데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급하니까 쓰고, 부작용과 반발이 생기니까 거둬들이면 시장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극을 받아 더 과열되고, 내가 막으려던 상황과 반대의 결과가 벌어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투기에 대한 인식입니다. 투기는 보통 시세 차익을 노리고 자산을 사는 행위로 규정됩니다. 여기서 목적(시세 차익)과 행위(매수)가 들어가죠.
그런데 정부가 왜 투기를 잡으려고 할까요? 투기가 나쁜 것이어서가 아니라, 시장이 과열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과열되지 않았다면 정부는 투기를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때에 투기꾼이 집을 열 채 사려 해도 정부는 막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는 시장에 도움이 되니까요.
그러니 정부의 궁극적 목적은 투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잡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의 과열은 투기꾼 때문에 일어날까요? 이것이 착각입니다. 실거주자만 있으면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에요. 시장의 과열은 목적과 상관이 없습니다. 투자 목적이든 실거주 목적이든 많은 사람이 집을 사고, 그 행위가 빈번해지면서 과열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정부는 목적으로 규정하려고 하니 잘못된 겁니다.
정부의 가장 큰 모순은 투기는 잡으면서 실거주자는 도와주려 한다는 점입니다. 둘 중 하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저는 투기 시장을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실거주자 우대 정책은 일시적으로 내려놓을 필요도 있습니다. 시장이 안정되면 사람들이 굳이 집을 사지 않고, 필요한 사람만 사는 상황이 되니까요. 지금처럼 집값이 오를 것 같아 불안하니 "나만 뒤처지면 안 되냐"며 청년과 신혼부부가 정부에 도와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집값이 안정되면 도와달라고 할 이유도 줄어듭니다. 두 정책을 병행하면 효과가 훨씬 약해집니다. 정부는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을 어디서, 어떻게 살지는 어떤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제 책은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내가 집을 사는 목적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비하라는 얘기입니다.
많은 분이 "나는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다"고 확신하지만,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을 사는 행위는 하나지만, 그 행위로 얻으려는 목적은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밖에 말할 때는 대개 하나의 목적만 내세웁니다. 그런데 목적이 여러 개라는 건 우선순위가 있다는 뜻이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걸 정하지 못하는 것이 결정 장애입니다.
일상에서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짜장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정하지 못해 잘못 골랐더라도 약간의 불편함이나 시간 지연이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자산 시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실패하면 인생이 나락으로 갈 수 있는 큰 결정이에요. 목적을 착각하거나 구별하지 못한 채 행동하면 그 결과는 심각합니다.
이 점을 유튜브에 비유해 볼게요.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목적을 물으면 대개 "취미"나 "좋아서"라고 답합니다. 돈을 벌려고 한다고 솔직히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돈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면 속물처럼 보이고, 시장도 모르면서 한다는 핀잔을 듣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포장하기 좋은 목적을 내세웁니다. 문제는 그 포장을 자기 자신도 진짜라고 믿게 된다는 겁니다.
목적이 돈이라면 기획부터 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브이로그는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수익을 내는 브이로그 채널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이미 성장한 뒤 연예인 효과로 조회수가 나온 경우입니다. 일반인이 올리면 조회수가 거의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브이로그는 편집에 시간이 많이 드는 어려운 콘텐츠입니다. 취미로 시작했다가 편집 시간이 취미의 범위를 넘으면 그건 일이 됩니다. 그리고 일은 돈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돈이 목적이라면 수익이 나지 않을 때 빨리 판단해야 합니다. 기획을 잘못 잡았다면 손절해야 하고,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나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그 기간을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취미로 시작한 사람은 이런 계산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기 때문이에요. 죽으라고 열심히 하다가 1, 2년 뒤에 "왜 조회수도 돈도 안 생기지?"라며 현타가 옵니다. 취미라고 했지만 사실 원하던 건 돈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목적을 정확히 인지하고, 계획을 세우고, 반대 상황이 생겼을 때 버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돈이 목적이었고, 유튜브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그래서 비용을 최소화했습니다. 편집을 배우려고 프리미어 프로 같은 프로그램을 공부했지만 따라갈 수 없었어요. 그때 초창기에는 편집의 질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부루라는 상품을 찾아 편집을 아주 쉽게 맡겼습니다. 주제는 원테크로 정하고, 촬영은 핸드폰으로 했습니다. 마이크는 만 원짜리 유선 핀 마이크를 썼는데, 제가 유일하게 돈을 쓴 것이 그 만 원이었습니다. 썸네일은 PPT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비용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2년을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제 영상을 보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의사가 올린 영상을 보내주면서, 화면 전환이 좋고 화질도 훌륭하며 집중도가 높아서 자기는 그 영상을 보면 잠이 온다고요. 그 의사는 아마 전문 편집자를 썼을 겁니다. 편집자를 쓰면 한 달에 수천만 원이 들어갑니다. 저는 그걸 알고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습니다. 화질이 안 좋아서 구독자가 안 늘어난다면, 저는 그 부분을 포기하기로 한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버텨야 했으니까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수익이 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상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회사나 소속사의 도움을 받아 편집을 맡기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셔야 합니다. 집을 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실거주로 산다"는 말은 어찌 보면 포장된 말입니다. 실제로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농담으로 투기꾼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체면과 사회적 시선 때문이죠. 그래서 실거주라고 말하는 것이 편하고 포장도 잘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말하다 보면 자기 자신도 속이게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수천 명을 상담하며 느낀 것도 같습니다. 대부분은 100% 실거주라고 말하지만, 결국 시세 차익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세 차익이 생길 것 같지 않으면 집을 사지 않았고, 위험하더라도 차익이 생길 것 같으면 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실거주 관점에 맞는 집을 추천했는데, 상담자가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실거주라면서 왜 가격 상승 얘기를 하는지 저도 난감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목적이 여럿이고, 그중 가장 중요한 목적을 빼놓고 얘기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목적에 따른 비용과 시장 상황, 정책 변화까지 분석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대비가 돼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천지 차이입니다.
아주 쉬운 얘기인데 너무 당연시되어 있어서 이렇게 길게 설명해야 했습니다. 정부도, 여러분도 이걸 당연하게 여기지만 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필요한 얘기입니다. 정부가 꼭 읽었으면 좋겠고, 집을 사려는 분들도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정부에도 꼭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