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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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변동성과 투기성 논쟁을 출발점으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과 화폐 패권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 비트코인 사이클(80% 폭락 후 저점이 이전 평단 대비 5~10배 위)을 주장하며, CBDC 등장이 암호화폐 몰락을 뜻하지 않고 블록체인 생태계가 서플라이 체인을 포섭할 것이라 봄. 달러 패권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 중립적 예측 발언 없음.
다듬은 글
비트코인 변동성과 CBDC에 대한 오해
비트코인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분과 대화하던 중 "변동성이 없으면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에서 비트코인을 투기적 자산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충격이었고, 아직도 계몽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14년에 저를 비공식적으로 혼내셨던 그분이 2017년에 전화를 주셔서 설명을 부탁하셨습니다.
그분이 어디서 막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비트코인 얘기 대신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잘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한국 지식 사회에 구멍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입니다. 비트코인은 80% 폭락했지만, 그 전에 몇 배 올랐다가 떨어진 것입니다. 그러니 폭락 이후 저점과 폭락 전 평균 단가 사이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짚지 않으면 비트코인이 다른 알트코인처럼 올랐다가 0으로 가는 자산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비트코인은 3~4년 주기로 폭락과 폭등을 반복해 왔고, 폭등 전 평균 단가보다 최소 다섯 배에서 많게는 열 배까지 올라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것은 본질이 아닙니다. CBDC가 나오고 전자화폐가 나오면 암호화폐는 몰락한다는 논리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입니다. 중국의 CBDC가 과연 잘되고 있는지는 언론만 봐서는 알 수 없고, 제가 듣는 이야기는 언론 보도와 전혀 다릅니다. 중국 정부가 금지했지만 중국인들이 여전히 비트코인을 거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또한 중국이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위안화로 모든 인민의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블록체인 지식으로 보면 전혀 엉뚱한 부작용이 생길 것이고, 이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불리하지만 블록체인 생태계에는 매우 이로운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후추와 십자군 전쟁이 보여주는 서플라이 체인
저는 후추를 좋아합니다. 맛보다는 그냥 흐뭇해서 좋아하고, 라면에도 후추를 쳐 먹습니다. 중세 후추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쌌습니다. 공작 부인과 백작 부인도 쉽게 먹지 못했던 후추를 지금은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먹을 때마다 "나는 공작 부인과 백작 부인보다 더 부유하다"라고 자기 만족을 하게 됩니다.
후추가 왜 그렇게 비쌌냐는 질문은 십자군 전쟁이 왜 일어났냐는 질문과 같습니다. 실크로드와 지중해, 중동으로 이어지는 동서 교역로가 있었는데, 이슬람 세력이 한 손에 코란, 한 손에 칼을 들고 지중해 동부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동서 교역로가 차단되었습니다. 이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기에 전쟁이 될 수밖에 없었고, 십자군 전쟁은 서로마 몰락 이후 지중해 패권을 잃었던 서유럽이 회복하기까지 천 년 동안 이어진 투쟁의 한 과정입니다.
이 문제는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대양으로 나가면서 해소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 많은 지역을 굳이 지나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레반트 지역과 중동은 쇠락했고, 이후 검은 액체, 석유 시대가 오면서 다시 그곳이 서플라이 체인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달러 패권과 위안화권이라는 착각
달러 패권과 위안화권이라는 구도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몰락한다고 쉽게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한 대표적인 오류입니다. 1945년 이후 체제는 화폐 체계에서도 매우 독특합니다. 대영제국 시절 영국이 그런 지위를 누리지 못했던 것처럼, 당시에도 경합하는 화폐들이 있었고 파운드가 괜찮았던 것은 금을 잘 태환해 줬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과 은이라는 민중의 돈이 있었습니다.
서플라이 체인은 사슬이고, 그 사슬의 연결점은 직렬 회로입니다. 한두 개가 끊어지면 전체가 작살납니다. 그런데 그 연결 지점의 모든 주체가 나에게 호의적인 집단은 아닙니다. 호의적이지 않은 집단과도 협력해야 하는 것이 서플라이 체인이고, 그 적대적인 상대까지도 받아주는 것이 바로 화폐입니다. 그것이 세계 화폐입니다.
포스트 1945 체제에서 달러는 독특합니다. 미국은 제국처럼 자기 영토 안에서 달러를 발행하는데, 이는 금이 아닌 강제 통용 가짜 돈입니다. 그러나 포스트 1945 체제가 전 세계를 완전히 미국 패권 아래 두지는 못했습니다. 냉전이 대부분이었고 냉전 이후 잠깐 그랬을 뿐이며,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 체제가 끝나가는 중이고, 무엇이 이를 대체할지를 두고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
달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해군이 유라시아 대륙의 주요 해상로를 순찰하며 항행의 자유를 지켜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행세 없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국의 역사이자 전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육지를 점령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제국과 거의 같습니다. 라인강의 폭력 집단들이 쇠문을 걸어두고 통행세를 받다가 통합되면서 그 장벽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을 전부 지배하지 않으면서도 통행세 없는 바닷길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영국, 프랑스 해군이 전멸한 뒤 미 해군이 독보적인 무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부터 동아시아까지 항행의 자유를 지켜줄 원양 해군을 갖고 있냐고 묻습니다. 중국은 대양으로 나갈 수조차 없습니다. 남쪽은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 동쪽은 일본에 막혀 있습니다. 오히려 일본이 미국이 두려워할 만한 원양 해군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화폐 문제가 아니라, 제국의 역사에서 통상을 확보하는 힘의 문제입니다. 달러권은 하나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이것을 오해하게 만드는 주장이 많습니다.
블록체인과 CBDC, 그리고 시장의 지능
더 큰 문제는 제게 전화하셨던 분이 한 시간 동안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 즉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블록체인은 서플라이 체인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하나의 화폐 시스템으로 포섭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이라고 말씀드립니다. 비트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이 하나의 생태계로 디지털화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CBDC가 나온다고 해서 블록체인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IMF, 호주, 그리고 여러 중앙은행이 CBDC 보고서를 냈고, 중국도 CBDC를 발행했습니다. 중국 CBDC가 블록체인을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암호 기술을 사용하느냐입니다. 암호 기술을 쓰면 블록체인 서플라이 체인을 포섭하는 시스템에 흡수될 수밖에 없습니다. 흡수되는 정도가 아니라, 달러를 잠가 버리고 쪼개서 토큰화해 버립니다. 주식도 잠가서 잘라 버리고, 그림도 음악도 잠가서 나눕니다. 이것이 NFT입니다. 디지털 머니를 잘라서 유통시키면, 국가가 인증한 지갑 간에만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그 흐름은 완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회장도 오너도 전체를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안을 들여다볼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각 부분은 자기 부분을 잘 알겠지만, 서플라이 체인은 그런 구조입니다. 우리는 결국 아웃풋을 보고 시장이 그것을 조정하는 것을 봅니다. 시장 자체가 서플라이 체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체는 블랙박스이고 그 전체를 이해하는 존재는 없습니다. AI와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이에크가 강조했듯이 시장은 하나의 지능입니다. 시장이 우월한 것은 바로 그 지능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은 가격을 없애고 모든 것을 수치로 계획하려 했지만, 구두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가죽과 그 하위 공급망까지 계획해야 하는데, 그런 지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장입니다.
그러니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디지털 머니를 만들면 그것이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해입니다. 국가 만능론이고, 국가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는 모릅니다. 고리가 끊어집니다. SDR(특별인출권)이 방코르 같은 아이디어로 등장했지만, SDR은 민중이 쓰는 돈이 아닙니다. 여기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에는 실체가 없습니다. 화폐를 생산하는 주체는 민초이고, 민초가 받아줘야 합니다. 신뢰가 쌓이고 관성이 생기면 국가가 시키는 대로 민초가 받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초가 받아주기 때문에 국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원인과 결과가 뒤집혀 보이는 것입니다. SDR은 민초가 받아주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들이 조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달러보다 특별히 우수한 점도 없습니다. 달러도 정치 시스템에 의해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SDR은 국가의 이해관계를 더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관료적이고 투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안정화되기보다 무력화될 것입니다.
경제에서 화폐는 임의의 상수값이고, 그 기본 단위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까지 가야 합니다. 결국 자기 시간을 녹여 만든 것이 돈이기 때문에, 정부가 하락시킨다고 해서 돈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화폐는 결과이고, 그 이전에 무력이 있습니다. 그 무력이 투사되는 것이 제국의 번역이며, 그 무력이 완벽하게 투사되고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타당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정보는 없고 무력도 완벽하게 투사되지 않습니다. 서플라이 체인의 수많은 고리 가운데 어떤 고리가 끊어지고 이어지는지는 그 고리의 주체들이 받아줘야 결정되며, 받아주지 않으면 화폐 기능은 사라집니다.
그러니 보편성이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중간에 있는 기관이 보편적인 것이 아닙니다. 주요 국가들이 모여 법령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권위가 있어 보이지만, 오히려 가장 원초적인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아주 미시적인 개인에게서 나옵니다. 우리는 그 개인의 행태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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