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형수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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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사이클은 2022년 11월 ChatGPT 공개 이후 시작돼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가능하다고 봄.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동맹은 독점 기술로 쉽게 깨지지 않으며, HBM4는 SK하이닉스 주도 예상(삼성은 베이스 다이 문제로 부진). 이후 전력→네트워크(광통신·스위치)→빅데이터 순으로 수요 확산 전망. 국내 증시는 미국 AI 인프라와 디커플링되어 프록시가 애매하나, 내년 온디바이스 AI 킬러앱이 나오면 재커플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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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신하고 싶을 거예요. 삼각 동맹이라고 하지만 누가 강제로 조약으로 묶은 것도 아니고, 대체재가 있으면 배신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서로 독점적이고 핵심적인 기술을 쥐고 있어서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엔비디아는 실적이 계속 잘 나오고 있지만, 성장 측면에서는 피크아웃했을 거라고 많은 사람이 봤어요. 그런데 사이클이 더 지속됐죠. 다 틀렸죠. 틀렸습니다.
저는 이형수라고 하고, IT 산업을 분석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책 두 권을 쓴 작가입니다. 엔비디아가 2년간 정말 많이 성장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까요? 사실 올해 굉장히 난이도 높은 질문이었어요.
보통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이클은 10년 정도 지속되거나, 대개 5년쯤 지나면 피크아웃해서 투자 매력이 별로 없어집니다. 가장 가까운 지난 2010년대의 모바일 혁명을 보면, 스마트폰 관련주가 가장 세게 올랐던 건 2010년대 초반이었고, 2014~2015년부터는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AI 혁명도 대부분 10년짜리 사이클로 많이 봤습니다. 투자 시계열로 보면 일단 5년 안에는 기회가 있을 거예요. 2022년 11월에 오픈AI가 챗GPT 서비스를 공개한 시점을 AI 혁명의 시작으로 보고 있으니, 지금이 딱 2년 정도 된 셈이죠.
문제는 이겁니다. 과거 인터넷 혁명이나 모바일 혁명에서는 인프라 사이클이 딱 2년 정도 가다가 꺾였어요. 인터넷 혁명 때 시스코 같은 회사들이 스위치나 라우터를 막 납품하다가, 2년이 지나면서 확 꺾였죠.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고 많은 사람이 전망했습니다. 엔비디아 실적은 계속 잘 나오지만 성장 측면에서는 피크아웃했을 거라는 거였죠. 그런데 사이클이 더 지속됐어요. 틀렸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저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인프라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충분히 지속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연관된 핵심 기업들, 대만의 TSMC나 국내 SK하이닉스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거예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서로 배신하고 싶겠죠. 엔비디아는 TSMC의 파운드리 갑질이 워낙 심해서 삼성 파운드리도 찾아가 보고 인텔도 찾아갔습니다. 결론은 아시다시피 안 됐어요. 결국 TSMC가 요구하는 가격을 다 맞춰 줬고, 분기마다 선단 공정 가격을 3~8%씩 올렸습니다. AI 가속기는 주상복합 구조로 만들어지는데, 이를 2.5D 어드밴스드 패키징으로 구현하고 이걸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라고 부릅니다. 최근 이 비용을 20% 올린 뒤에야 추가 증설을 해 줬죠.
HBM도 마찬가지입니다. SK하이닉스가 HBM3를 독점했고, HBM3부터는 마이크론이 진입했어요.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될 것 같아요. 그러나 SK하이닉스를 대체해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곳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내년까지는 SK하이닉스가 HBM3까지 주도권을 쥐고, 협상력도 위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최태원 회장이 젠슨 황과 미팅한 뒤 이런 얘기를 했죠. 젠슨 황이 차세대 HBM4를 6개월 빨리 달라고 했다고요. 엔비디아가 이렇게 진행한다면, HBM4에서도 경쟁사들이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TSMC 입장에서도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싶지만, 지금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위협할 업체가 없어요. AMD가 기껏해야 5~8% 정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내년부터 HBM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고 하는데, 눈 씻고 볼 기업이 있을까요? 기존과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HBM4부터 판을 뒤집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요.
HBM4는 기술적으로 많이 바뀝니다. 대역폭을 높이려면 입출력 단자 수를 늘려야 하는데, HBM3까지는 입출력 수가 1024개였던 것이 HBM4부터는 2048개로 두 배가 늘어요. 입출력 단자의 밀도가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거죠. 또 HBM은 메모리를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는데, 가장 아래층에는 베이스 다이라는 로직 칩이 들어갑니다. 이 베이스 다이는 고객별로 커스텀되는 부분이라서, 사실상 메모리 파운드리화에 가까운 비즈니스예요. 그래서 베이스 다이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도 있고 메모리도 있으니 턴키로 잘해 보겠다고 했는데, 이게 오판이었어요. 잘 못하니까 결국 베이스 다이를 TSMC와 협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원래 SK하이닉스도 TSMC와 베이스 다이를 협력해 왔고, HBM4에서도 SK하이닉스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 같아요.
HBM4는 16단이 메인이 될 것 같습니다. HBM3는 8단과 12단이 메인이었는데, 최근 SK하이닉스가 16단을 깜짝 공개하긴 했어요. 문제는 높이입니다. 12단과 16단의 두께가 비슷해야 하니, 칩 한 장 한 장이 굉장히 얇아져야 해요. 원래는 하이브리드 본딩이라는 공정을 쓰려고 했습니다. 칩과 칩을 직접 붙이는 방식인데, 너무 어렵고 너무 비쌉니다. HBM4E 정도는 돼야 일부 레이어에 하이브리드 본딩이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하이브리드 본딩 관련 기업들이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BESI나 국내의 한미반도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 같은 회사들이죠. 또 하이브리드 본딩은 편면 처리 쪽에 관련 기업이 많아요. CMP(화학적 기계적 연마) 공정에서는 케이스텍, 소재 쪽은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같은 회사들도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구리와 구리를 붙이고 유전체도 함께 붙여야 하는데, 여기서 어닐링 기술이 필요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저온으로 어닐링할 수 있는 공정을 가진 PSK 같은 회사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보통 혁명이라고 하는 사이클은 단순하게 말하면 '쇼티지' 키워드만 따라가면 됩니다. 준비된 혁명은 없어요.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일어나죠. 준비가 안 돼 있으니 수요가 급하게 생기고, 그쪽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 업체가 수혜를 봅니다.
가장 먼저 급등한 건 AI 가속기죠. 엔비디아, 그리고 엔비디아의 친구들이라 불리는 TSMC, SK하이닉스, 장비 쪽에서는 일본의 디스코, 네덜란드의 BESI, 국내의 한미반도체 같은 기업들이 쇼티지의 수혜를 톡톡히 받았습니다. 이 사이클이 약 2년 이어졌고, 여전히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효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정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충분히 상승 모멘텀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올 초만 해도 H100 같은 AI 가속기를 주문하면 40~50주, 거의 열 달을 기다려야 했어요. 공급 부족이 굉장히 심각했죠. 이게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데이터센터를 엄청나게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빅테크들이 지금 AI 군비 경쟁을 하고 있잖아요. 그 경쟁은 결국 컴퓨팅 파워를 누가 더 많이 구축하느냐의 싸움이고, 그 핵심이 데이터센터입니다. 아마존은 단일 프로젝트로 1500억 달러 규모를 진행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1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오라클이나 테슬라 같은 업체들도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을 가진 브로드컴이나 마벨 테크놀로지 같은 회사들이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중 열 개 중 네 개는 미국에 지어지고 있고, 특히 AI 서버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미국에 있어요. 이것이 전기 수요를 폭발시켰습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전기 수요가 99% 늘었는데, 향후 20년 동안은 38% 더 폭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후화된 그리드망과 에너지 생산이 문제가 되고 있죠. 당장은 유틸리티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봅니다. 컨스텔레이션 에너지나 넥스트에라 같은 회사, 그리고 IPP 쪽의 플러스에너지 같은 기업들이죠. 중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쓸 수밖에 없어서, 소형모듈원전(SMR) 쪽의 뉴스케일파워 같은 회사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 인프라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다음 병목은 어디서 생길까요? AI 가속기는 엄청난 연산을 하고, 서버 자체에서도 많은 연산을 하죠. 서버끼리는 병렬로 연결해야 하는데, 거기서 병목이 생깁니다. 기존에는 서버와 서버, 반도체와 반도체 사이의 통신을 구리 기반 선으로 했는데, 너무 느려요. 여기에 광통신이 들어갑니다. 이것이 실리콘 포토닉스 컨셉이에요. 네트워크 쪽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핵심 기술을 가진 브로드컴이나 마벨 테크놀로지 같은 회사들이 또 수혜를 봅니다. 전환이 본격화되면 코히런트 같은 회사들도 수혜를 보게 되죠. 서버 간 통신에는 중간에 스위치가 필요한데, AI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용량이 워낙 크고 대량으로 오가기 때문에 스위치 용량도 굉장히 커져야 합니다. 아리스타 네트웍스나 셀레스티카 같은 회사들이 세를 보게 되는 거죠.
그동안 AI 발전 모델에서는 컴퓨팅 파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게 데이터 부족이에요. 빅데이터가 당장 내년부터 쇼티지가 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컴퓨팅 파워가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줄 몰랐고, 학습할 데이터 수요가 이렇게 폭증할 줄도 몰랐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퍼블릭 데이터는 이미 AI가 학습해 버렸습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빅데이터 쇼티지가 날 수 있어요. 그러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툴을 가진 회사들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고, 최근 오라클 같은 회사들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생성하는 회사들도 수혜를 보겠죠. 애플이나 테슬라는 사용자에 대한 프라이빗 빅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고, SNS 제국을 구축한 메타도 주목할 만합니다. 최근에는 미국 커뮤니티 플랫폼인 레딧처럼 좋은 빅데이터를 가진 회사들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제가 생각한 순서는 이렇지만, 이 단계들이 중첩되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AI 산업은 특성상 굉장히 빨리 일어나요. 전력 인프라가 해결되고 네트워크 인프라로 가겠구나 했는데, 이게 거의 동시에 왔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회사들 중에서 직접 공부해 보고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곳을 장기 투자한다면, 사이클 초반에는 타이밍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면 똑같습니다. 구글, 아마존, 애플 같은 회사를 2000년대 초반에 투자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2001년에 투자했든 2002년에 투자했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죠. AI 관련 투자를 하기에 늦지 않았을까요? 올 상반기까지는 국내 증시가 거의 미국과 동행했습니다. AI 가속기가 핵심이었을 때는 HBM이 핵심 부품이었고, 그래서 한미반도체 같은 회사가 거의 20배 가까이 올랐죠. 그런데 이번 사이클은 미국에서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어요. 여기서 우리나라에서 프록시로 삼을 만한 주식은 애매합니다. HBM처럼 우리나라가 핵심 역할을 하는 게 없어요. 디커플링이 일어나는 거죠. 올 하반기부터 그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커플링될 기회는 언제 올까요? 온디바이스 AI가 내려올 때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실 AI 스마트폰이나 AI PC가 제대로 되지 못했고,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나오지 못했어요. 그런데 내년에는 기대해 볼 만합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일럿 플러스 같은 서비스가 쓸 만하게 나오고 하드웨어 수요를 촉발시킨다면, 우리 테크 시장이 다시 한번 움직일 수 있어요. 가능성의 영역이고,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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