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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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축통화 지위와 인재 유입이라는 두 강점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어 미국 자산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 중국은 디플레와 과도한 저평가로 부양 기대, 인도는 공급망 대안으로 긍정적. 금을 핵심 헤지로 제시하고 코인은 일부(5% 내외) 제한적 비중 권고. 한국은 3저(환율·유가·금리) 호황에도 주주환원 부족으로 PBR 1배 이상 유지가 어렵다고 봄. 코스피 3,000 상단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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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50년 쌓은 가치를 스스로 던지고 있다
미국은 250년 동안 쌓아온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금 던지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이 좋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던 저도 이제는 분산 투자를 말하게 됐습니다. 미국장에 올인하는 건 자신이 없습니다. 이번에 테슬라 주가가 17% 빠지는 것도 봤잖아요. 특정 기업의 경영자가 정치에 그렇게 몰두해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미국 경제를 떠받쳐 온 두 기둥
미국 경제가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두 가지를 모두 발로 차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축통화 패권입니다. IMF 기준 GDP 124%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부채를 짊어지고도 필요할 때마다 국채를 찍어낼 수 있었던 건,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채우려고 미국 국채를 사 주고, 금리도 낮춰 줬습니다. 미국 국채는 안전하다는 생각에 개인 투자자들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관세 협정이니 뭐니 하면서 달러를 약세로 끌고 가겠다, 기축통화 패권을 유지하지 않겠다,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4.5% 전후로 굉장히 높은데, 30년물 금리가 5%면 매력적인 수준입니다. 옛날 같으면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사려고 뛰어갔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달러 약세에 이어 미국 채권 금리까지 계속 고금리로 간다면 이건 정말 큰일입니다.
두 번째는 세계 인재를 끌어모으는 힘입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고, 구글 창업자들은 러시아 출신입니다. 아마존 등 미국을 주름잡는 거대 IT 기업들의 창업자를 따라가 보면 상당수가 해외 출신입니다. 일론 머스크도 남아공 출신이죠. 전 세계의 똑똑한 인재를 미국으로 불러 모아 경쟁시키고, 사업을 잘하는 인재에게 영주권을 주어 미국에서 기업을 키우게 한 것이 미국 혁신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미국 대학생들의 공부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을 뽑아 쓰고 성공하지 않으면 영주권이 나오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버드대 유학생을 쫓아낸다는 건 전형적인 자해행위입니다. 나라를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인재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자국 인재를 해외로 쫓아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입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교수와 학자들을 끌고 가 테러하고 죽이는 일을 벌인 뒤 중국은 아시아 경제에서의 위치가 사라졌고, 덩샤오핑 이후 50년을 기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습니다. 미국은 250년 동안 싸워 쌓아온 가치를 지금 쓰레기통에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미국 대신 중국과 인도
미국이 스스로 무너지는 듯 보이니 투자 대안을 찾게 됩니다. 중국은 전 세계 주요 시장 중에 가장 심하게 빠졌습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테크 기업들의 PBR이 작년 가을 0.5배였습니다. 주당 순자산 가치의 절반 수준에 거래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싸게 거래되는 건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해 그만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중국이 당장 망할 나라는 아닙니다.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에 이르고,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대부분 위안화 표시 채권이라 외국인이 들고 있지 않습니다. 디폴트가 날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중국은 지금 부동산 붕괴로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져 일본의 잃어버린 시기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일본이 했던 것처럼 양적·질적 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중국 인민은행이 주식과 부동산 채권, 심지어 아파트까지 사들이며 돈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을 살리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CATL이 홍콩 상장으로 몇 조 원을 끌어모은 것처럼 부양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도는 1960년대 한국과 비슷합니다. 한국은 한일 국교 정상화로 일본에서 무상과 저금리 자금을 받았고,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GDP의 8% 정도에 이르는 이익을 얻었습니다. 두 가지 행운이 겹치며 한국 경제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인도에는 그런 행운이 왔습니다. 중국은 앞에서 무너지고 있고,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도 나쁩니다. 중국에 투자돼 있던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갈 곳은 미국이 아니라 인도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4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데 누가 미국으로 가겠습니까. 러시아·중국 블록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도까지 흔들리면 미국은 고립될 수 있습니다. 인도가 세계 갈등에서 무게추를 흔들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은 굉장한 행운입니다.
인도의 인프라는 엉망이고, 부패와 카스트 제도가 있으며, 똑똑한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문제도 잘 압니다. 하지만 한국도 과거에 깨끗하고 완벽했던 건 아닙니다. 원조 자금을 잘 쓰고 민주화가 완벽했던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잘 나갔습니다. 인도는 예쁘니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투자하는 것이고, 운이 거기 터졌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에도 인도 ETF가 상장돼 있는데, 예전에는 트래킹 에러 문제가 있었지만 요즘은 경쟁이 붙어 수익률을 꽤 따라갑니다. '인도 ETF'로 검색하면 여러 개가 나오니 거래가 잘 되는 것을 고르시면 됩니다.
금과 코인, 그리고 한국 증시
지금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믿었던 미국에 배신당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경제적 자살행위를 하며 스스로 불구가 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을 뺄 수도 없습니다. 중국은 디플레이션으로 망가지고 있고, 일본은 30년 불황 끝에 회복했다지만 투자할 시장 자체가 작습니다. 유럽은 군사비 증액과 규제 완화로 살려 보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반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군사비를 풀어 돈을 번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해지 수단을 원합니다. 미국 시장이 붕괴할 때 가격이 급등할 자산은 무엇일까요? 몇 개 없습니다. 금이 대표적입니다. 코인은 어떨까요? 미국 나스닥 3배 레버리지 ETF(TQQQ)와 코인 가격은 거의 90% 함께 움직입니다. 주식 레버리지와 같이 간다는 건 코인이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최근 나스닥이 흔들릴 때 코인은 덜 빠졌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달러가 스스로 안전자산의 자리를 걷어찬 덕분에 코인에 기회가 왔다고 봅니다.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자산을 4분법으로 나누는 것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금에 25%를 투자한다면, 코인은 전체의 5%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습니다. 2022년 루나 사태에서 보셨듯 코인은 5분의 1토막, 3분의 1토막이 나곤 합니다. 자산의 큰 부분을 코인에 맡기는 건 너무 큰 리스크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이야기는 나중에 따져볼 문제입니다. 결국 코인은 금과 함께, 금의 일부처럼 투자하는 방식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니 그런 식의 투자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실제로 이런 모델을 바탕으로 정부 규제가 풀리면 상품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한국은 3조 호황이 왔는데 정부의 실수 때문에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드렸습니다. 1985년에 왔던 3저 호황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첫째는 저환율입니다. 플라자합의 이후 주요국 통화가치가 오를 때 원화 환율은 900원대였습니다. 한국의 내재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상태였죠. 지금은 1,360원 정도인데, 외환위기 이후 평균 1,300원보다 200원 이상 높습니다. 둘째는 저유가입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 배럴당 130달러였던 유가는 얼마 전 6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반토막이 났습니다. 셋째는 저금리입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이고 더 내릴 여지가 있습니다. 세 가지 호황이 왔습니다.
그런데 왜 주식시장은 선거 전까지 박살이 났을까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3일의 사건, 헌법재판소 판결, 대법원의 선거법 관련 판결 등 굵직한 일들이 줄줄이 있었습니다. 역사 교과서에 실릴 만한 사건들이었고, 그때마다 투자자들은 떨고 분노하고 흥분했습니다. 그러다 선거를 계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본래 체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 PBR이 1배 정도이고, 지수는 2,950포인트 수준입니다. 충분히 끝까지 갈 수 있고, 과열되면 3,000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PBR 1배 이상을 유지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PBR이 1.7배까지 갔다가 반토막이 났고, 2021년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장세 때도 1.4배까지 갔다가 0.8배까지 빠졌습니다. 1배 이상을 유지하려면 수출이 받쳐 주고 기업 이익이 늘어야 하는데, 3조 호황이 왔으니 기업 이익은 받쳐 줄 것이라고 봅니다. 더 큰 문제는 '슈킹'입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대규모 증자를 발표합니다. 한화나 포스코 같은 기업들이 주가가 오르자마자 3조, 4조씩 증자를 발표했고, 이차전지 주가가 폭락했는데도 증자를 강행했습니다. K뱅크도 상장하면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을 것입니다.
기업들이 어려울 때는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놓고, 구름이 걷히고 주가가 오르거나 실적이 좋아지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보답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이 증자만 합니다. 그러니 투자자들은 단타만 치고, 지금 보시면 개미들이 다 팔고 있습니다. 믿지 않는 겁니다. 이런 장세에서 PBR 1배 이상을 간다고 제가 말씀드려도 쉽게 믿지 않는 것은 결국 신뢰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를 내세우며 잘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상법 개정이 나온다는데, 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시행 사례가 나와야 하고, 소액주주를 해치는 일을 막는 적대적 M&A 같은 장치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되지 않고서 시장이 지속될 것인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2019년 초 잘 다니던 증권사 리서치 팀장을 그만두고 나왔습니다. 임원진이 엄청나게 붙잡았지만 그만뒀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트럼프 정부에서 경제분석의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들 만큼 힘들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좀 벌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집에서 놀다 보니 너무 심심해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잘 되고 유튜브도 시작하면서 다시 바빠졌고, 내 돈 관리가 귀찮아 회사까지 차리게 됐습니다. 스스로 생각해 보면 저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하는 팔자인가 봅니다.
작년 연말 컨퍼런스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뒤 사람들이 2025년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미국 주식은 별로 재미없어 보이고 금을 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몇 달 뒤 신문사 컨퍼런스 담당 기자님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느냐고 물으며 책으로 써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제가 그때 무엇을 싸하게 느꼈는지, 사상 최고치를 향해 가고 금융시장이 미친 듯이 오르던 때 왜 미국을 조심해야 하고 금을 사야 한다고 촉이 왔는지,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 불편함을 풀어 쓴 책입니다. 30년 차 이코노미스트가 '세하다'고 느낄 때 왜 그렇게 느끼고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떠먹여 드리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어도 직접 운용하는 데 자신이 없으시다면, 프리즘에 맡기시라는 말씀을 드리며 오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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