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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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관세와 환율 압박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달러 약세를 위한 플라자합의 2.0 논의가 나오나 1985년식 폭력적 엔화 절상처럼 과도하게 진행되긴 어렵다고 봄. 미국채 100년물 전환 등 채권 구조 변경은 신뢰 문제로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 중국은 미국채 보유를 7,6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였고 추가 축소 가능성 언급. 중국에 대해 시장개방과 내수 부양을 요구하는 리밸런싱 압박이 예상되며, 한국 등 주변국은 급격한 통화 절상 대신 환율·관세 협상의 완충 대응이 필요하다고 봄. 시장 변동성이 커 단일 포커스보다 여러 자산을 나눠 장기적으로 보라는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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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너무 강합니다. 그래서 이 달러를 뒤집어서 달러 약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거기서 나온 말이 플라자 합의 2.0입니다. 그리고 국채도 6개월짜리 대출을 만기로 바꾸고, 채권을 가져오면 100년짜리로 바꿔 준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것이 너무 좋은 일이니 너희도 뭔가 희생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결국 핵심은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단계로 환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입니다. 관세도 환율도 트럼프가 생각하는 굉장히 중요한 수단인 것은 맞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수단'입니다. 목적이 아니고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도구로 관세를 쓰는 것이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도구로 환율 압박도 할 수 있습니다.
관세로 한 번 크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관세로 압박하면 상대국 제품의 수입 가격이 올라가니 수입을 덜 하게 되거나, 그 나라의 생산 설비가 미국으로 들어와 미국 경기가 좋아지는 효과를 기대한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무역적자가 줄지 않으면 환율로 흔들 수 있습니다. 상대국 통화가 절상되고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 가격이 올라가고 수출 가격은 내려가니 수출에 유리해집니다. 무역적자를 메우는 데 환율만큼 좋은 것이 별로 없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관세로 압박하고, 그다음에 환율로 압박하는 순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단계별로 나뉘지 않습니다. 관세 협상을 할 때 환율이 옵션으로 끼어 있습니다. 일본과 할 때도, 우리나라와 할 때도 환율 이야기가 같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시다발이라기보다는 큰 시차 없이 카드로 나올 수 있는 케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플라자 합의 얘기는 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무역 정책을 구성했고, 그 정책의 핵심도 그 사람이 짰습니다. 그의 제자인 제이미슨 그리어(제이슨 그리어)가 지금 USTR 대표입니다. 라이트하이저는 1985년 9월 일본과 플라자 합의를 할 당시 실무자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나서니까 플라자 합의 2.0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다만 플라자 합의 2.0이라고 부르기엔 과합니다. 플라자 합의 때는 환율을 조정했고, 그 충격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주가가 반토막 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다섯 개 선진국이 모여 엔화와 서독 마르크화의 강세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엔화 강세가 엄청났습니다. 1달러에 250엔 하던 것이 불과 1년 만에 120엔까지 떨어졌습니다. 250엔이 있어야 1달러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 120엔만 있어도 1달러를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달러 대비 엔화가 두 배 강해진 것입니다. 이것을 폭력적인 엔화 절상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외환시장이 80년대에 비해 훨씬 커졌습니다. 몇 개 국가가 짜고 원화나 엔화 같은 통화를 두 배씩 절상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아시아 국가 통화들에서 보았듯이, 약간의 기대감을 주면서 일정 수준의 절상을 유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 수준까지 생각하는 것은 과합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일정 수준의 달러 약세를 만들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플라자 합의 같은 방식은 폭력적인 엔화 절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진행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라이트하이저 본인도 지금은 80년대와 달라서 플라자 합의처럼 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국채 이야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다른 나라들이 외환보유고를 쌓으려고 미국 국채를 많이 사기 때문입니다. 국채를 사려면 달러를 사야 하니, 달러 수요가 계속 생겨 달러가 약해지지 않습니다. 원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미국이라면 달러가 약해져야 하는데, 다른 나라들이 계속 달러를 사 주다 보니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좋은 미국 국채를 사 주고 있으니, 너희가 미국 국채를 샀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안 되어 미국이 이렇게 손해를 보고 있지 않느냐, 그럼 보상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관세 같은 얘기가 나오는 배경도 이것입니다. 우방국의 경우 6개월짜리 대출을 100년짜리로 바꿔 주겠다는 구상도 나왔습니다. 만기가 100년이고 금리도 싸면 부채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줄어듭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에도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친구에게 10만 원을 이틀 뒤에 갚겠다고 빌렸는데, 갚지 않고 "100년 뒤에 갚을게"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 친구와는 손절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릴 때도 "100년 뒤에 갚을게"로 들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국채는 돈을 빌리는 것이고, 국가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대출 계약이고 채권채무 관계인데, 이것이 즉흥적으로 바뀌는 구조가 되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집니다. 6개월짜리로 투자하라고 했는데 100년짜리로 보인다면 투자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소탐대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책을 쓰더라도 아마 우방국에게 아주 제한적으로 쓰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브리지워터 출신의 미란(스티븐 미란)이 얼마 전 헤지펀드 투자자들을 만나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는데, 평가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었고, 그래서 자기도 별다른 얘기를 못 하고 물러났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부를 조금 파는 것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계속 줄여 왔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을 동시에 던지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사태 이후 러시아가 가진 달러 외환보유고가 동결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재건 비용으로 쓰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기름을 팔아 번 달러가 묶였으니 짜증이 나겠죠. 당시 재무장관이던 옐런은 자산을 압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국 마음에 안 들면 압류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중국은 어떨까요? 미국과 어떤 갈등이 생길지 알 수 없으니 미국 국채를 너무 많이 가진 것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 달러를 넘었다가 지금은 7,6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앞으로도 조금씩 더 줄여 나가는 모습이 나올 가능성은 열어 둘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중국의 큰 희생"을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실질적인 희생이 무엇이냐고 묻자, 중국에서 미국 물건을 팔 수 있게 해 달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시장을 개방해 달라는 뜻입니다. 베선트 재무장관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물건을 만들고 미국이 사는 구조였고, 그 과정에서 달러가 나가고 무역적자가 쌓였습니다. 이제는 미국이 제조업을 통해 물건을 만들고, 중국의 소비를 키워서 그것을 사 주는 재균형, 리밸런싱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무역적자를 줄이려면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줄이거나, 환율로 달러를 약하게 만들어 다른 나라 제품을 비싸게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상대국이 내 나라 물건을 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달러가 약해 우리 물건이 싸더라도 상대국이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중국이 미국 물건을 사 줘야 무역적자를 되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중국이 시장을 개방해서 미국 물건이나 금융 서비스를 팔 수 있게 해 주고, 내수를 부양해서 다른 나라 물건을 살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이 흐름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리밸런싱, 즉 중국의 시장 개방을 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거 80년대 무역적자가 심했을 때 미국은 일본을 흔들었습니다. 플라자 합의로 엔화를 절상시키고, 그 이후 루브르 합의를 통해 일본의 내수를 강화했습니다. 일본이 내수 중심 경제가 되면서 미국 물건을 사 주었고, 무역적자가 해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버블이 터진 뒤 잃어버린 30년을 겪었습니다.
중국도 이 내용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길을 가려고 하지 않겠죠.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일본처럼 급격하게 가기보다는 굉장히 천천히 이동하려 할 것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위안화를 절상시키고 소비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15억 인구 대국이 수출로만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수요와 내수 성장이 필요합니다. 또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위안화의 신뢰가 높아져야 합니다. 위안화가 강세여야 신뢰가 높아지겠죠. 그러니 중국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안화 강세와 소비 부양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원하는 것은 급격한 위안화 강세와 급격한 소비 강세입니다. 중국은 급격한 것을 빼고 미국과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미국은 마음이 급합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빠르게 해소해야 감세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천천히 가려 하면 그것은 미국이 원하는 방법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줄다리기가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으름장을 놓기도 하면서 불확실성을 계속 안겨 주려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나라는 결국 급격한 통화 절상을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나라보다 내 나라 통화가 확 강해지면 수출이 힘들어집니다. 수출이 힘들어진 만큼 내수를 키워 부양해야 하는데, 이때 내수가 빚더미를 만들 수 있습니다. 빚을 내서 소비하는 구조가 되면 가계부채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같은 방향으로 절상하고 달러 약세를 함께 받아들인다면, 서로 누가 더 많이 나가는지 계속 눈치를 보며 걸어갈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나가면 독박으로 강세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환율 전쟁은 미국과의 환율 전쟁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발을 맞추는지를 보는 환율 전쟁이 될 것입니다. 다차원 환율 전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큽니다.
외환시장을 볼 때 달러 강세만 열려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달러 약세도 함께 열려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변동폭이 굉장히 클 것입니다. 수출 중심 국가에게 환율의 변동폭이 너무 큰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일정 수준의 경기 부양을 통해 내수 성장을 가져가야 내수 소비와 수출이 함께 성장하는 균형을 맞출 수 있고, 그래야 성장률 변동성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습니다.
환율을 볼 때도 원화만 너무 약해지거나 원화만 너무 강해지는 것보다는, 다른 나라, 특히 우리나라 수출 경합국들과 어느 정도 라인을 맞춰 가는 과정을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조금이라도 덜 충격을 주는 쪽으로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요즘 외환시장이 많이 흔들리는데, 매일 뉴스가 쏟아지고 매크로 환경이 확확 바뀝니다. 20년간 못 보던 변동성이나,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하나의 포커스에만 의존하시면 안 됩니다. 여러 개로 나눠 놓고 긴 호흡에서 바라보시는 것이 투자에서 가장 슬기로운 전략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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