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형수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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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메모리 경쟁력 약화와 관료화된 조직문화로 밸류에이션이 낮게 형성됨. 연말 인사로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아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는 구도이나 재무라인 강화 등 반쪽짜리 인사. HBM 엔비디아 퀄테스트는 아직 미통과, 내년 1~2분기 내 납품 기대. 내년 이익추정치는 1~2월까지 하향 조정 예상되나 주가는 이미 과하게 하락해 추가 하락은 제한적으로 봄. 커스텀 메모리(LLW, VFO 등) 시장에서 리더십 확보 시 기회. 1년 시계열로 보면 저점 매수 기회 구간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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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에 범용(커머디티)이었던 메모리가 스페셜티, 즉 주문형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아이템이 HBM입니다. 앞으로는 후속 제품들이 더 나올 수 있어요. 그래서 커스텀 메모리 라인업이 많아질 텐데, 특히 B2C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커스텀 메모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거기서 삼성전자가 리더십을 가져간다면 기회가 될 수 있죠. 안녕하세요. IT 신인 이수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바로 써먹는 최강의 반도체 투자', '바로 써먹는 최강의 AI 혁명 투자' 책 두 권을 낸 작가입니다.
삼성전자 주가 회복이 더딘 근본 원인은 경쟁력 약화입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압도적 1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삼성이 최근 1~2년 사이 2등 업체인 SK하이닉스에 기술적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AI 혁명이라는 중요한 변곡점인데, 휴대폰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뀔 때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적응하지 못하고 애플이 시장을 장악했던 것만큼 중요한 변화입니다. 메모리 쪽에서도 범용에서 주문형으로 넘어가는 회계모니(패러다임) 변화가 있는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뼈아픈 대목이죠. 이것이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을 계속 낮게 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40년 가까이 되었고, 지난 30년은 매우 성공적인 스토리를 써 왔습니다. 80년대 도쿄 선언으로 반도체 시장에 들어왔을 때는 일본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고 있었는데, 결국 일본을 밀어내고 D램 1등이 됐습니다. 낸드플래시도 원조 도시바를 밀어내고 1등이 됐고, 스마트폰 시대에도 애플보다 늦었지만 빠르게 따라잡아 안드로이드 쪽 1등이 됐죠. 이기는 게임만 하다 보니 관성에 젖었고 새로운 변화에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최근 6~7년 사이 경쟁력이 굉장히 약해졌고, 그것이 모든 사업부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혁명은 교통사고와 같아서 갑자기 일어납니다. AI 혁명이 갑작스럽게 진행됐으니 임기응변과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었고, 전문경영인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도 예전처럼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재무통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기존에 잘하던 것과 비용 절감에 신경을 쓰다 보니, 테크 기업이 빠르게 대응해야 할 시기에 가장 둔감한 시스템을 갖게 된 셈입니다. 운도 없었지만, 그 사이 경쟁력이 많이 망가진 것은 맞습니다.
삼성의 전성기였던 10년 전쯤에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있었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해 성공하면 엄청난 보상을 주고, 실패하면 책임을 지는 신상필벌이 깔끔했죠. 삼성의 인사 시스템을 배우려고 다른 재벌 기업들이 삼성 출신 인력을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반대가 되었습니다. 관료화되어 변화에 둔감해졌고, 도전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싹을 밟아버리는 나쁜 조직 문화가 굳어졌습니다.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기존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들이 이번 연말 삼성 인사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거의 반쪽짜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올 5월 전영현 부회장이 DS 부문장으로 갑자기 취임한 것도 이례적이었는데, 연말 인사에서 전 부회장이 DS 부문장과 메모리 사업부장을 겸직하게 되었고, 예전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도 겸직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전영현 부회장의 미션은 메모리 사업 경쟁력 회복에 명확히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삼성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재무 라인이 너무 강해 엔지니어들이 길을 못 펴는 상황은 이번 인사에서도 해결된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업지원 TF 쪽 재무 라인이 더 강화된 측면이 있어서, 긍정과 부정이 함께 있습니다. 내년에 어떤 결과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투자자와 세간의 평가가 달라질 것입니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것, 즉 퀄(품질 인증) 테스트 통과는 외부 얘기가 아니라 삼성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삼성은 된다고 계속 말해 왔지만 아직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퀄 테스트는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통과했다, 양산품이 얼마나 된다, 숫자가 이렇게 나온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없습니다. 어제 새벽 마이크론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8단 제품이 기존 호퍼(H200) 제품에만 적용되다가 이번에 블랙웰에도 공식 적용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삼성에 기대하는 모습이 바로 이것이죠. HBM3 8단을 B200이나 GB200에 납품했고 내년에 이만큼 매출이 나올 것이라는 구체적인 발표를 원하는데, 테스트 성능이 꽤 좋게 나오고 있다는 정도로는 투자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연내 퀄 테스트 통과와 납품은 지연되는 것 같고, 내년 1분기 늦어도 1분기 안에는 돼야 내년 HBM 사업에 대한 전망이 그려질 것 같습니다.
업황으로 보면 내년에도 삼성전자를 긍정적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내년 이익 추정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고, 제가 보기엔 내년 1~2월까지는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주가는 더 떨어질까요? 주가는 내년 이익 하향보다 훨씬 심하게 조정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추가 하락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삼성전자에 좋은 이야기가 많지 않더라도, 주가는 슬금슬금 오를 수도 있는 이상한 시장이 벌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적 하락도 나쁘지만, 기대감에서 오는 부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실적이 생각보다 조금만 좋아도 기대감이 너무 낮아져 있어 상승 여력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PBR 기준으로 거의 1배도 안 되는 수준이라 밸류에이션상 굉장히 싸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입니다. 기존 범용이었던 메모리가 스페셜티로 바뀐 첫 사례가 HBM이고, 후속 제품들이 더 나올 것입니다. 커스텀 메모리 라인업이 많아지는데, 특히 B2C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커스텀 메모리에서 삼성이 리더십을 가져간다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애플 비전 프로에 들어가는 LPW(로우 레이턴시 와이드 I/O) 메모리가 있는데, 기존 D램과는 다른 제품입니다. 대역폭을 높인 D램, LPDDR을 수직으로 적층 연결해 마일드 HBM이라고 부르는 VFO 같은 제품도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이 점점 더 많이 나와야 하고, 거기서 삼성이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기회입니다.
주가 측면에서 지금보다 더 내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의 시계열로 보면 지금은 충분히 기회가 많은 구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80년대 일본이 D램을 덤핑으로 팔아 삼성의 적자가 굉장히 누적됐습니다. 그런데 PC 시대가 열리면서 가성비 높은 D램을 만든 삼성이 일본을 밀어내고 1등이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도 기술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기존 D램은 웨이퍼에 홈을 파서 회로를 그리는 트렌치 방식이 주류였는데, 삼성이 회로를 수직으로 쌓는 스택 방식을 새로 시도해 성공했습니다. 낸드플래시도 도시바는 플로팅 게이트 방식을 썼는데, 삼성이 2000년대 초반 CTF(차지 트랩 플래시) 방식을 도입해 지금처럼 낸드를 수직으로 쌓는 기술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기술 변곡점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삼성은 기술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기서 새로운 기술 변곡점이 나온다면 판이 뒤집히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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