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시동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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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CPI가 헤드라인 3.4%·근원 2.5%로 시장 예상에 부합해 9월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됐다고 평가. 7월 AI·반도체 우려가 실적으로 해소됐고 금리가 핵심 변수라 주장. 하이닉스는 과도하게 빠졌고 PER 저평가(약 5배)로 역사적 저점이라 진단. 삼성·하이닉스는 현금이 충분한데 주주환원이 부족해 대규모 환원 발표가 필요하다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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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들어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CPI 발표에 힘을 얻은 시장인 것 같습니다. 미국 시장도 그랬고 우리 시장도 그랬습니다. 금리가 건드려지지 않으니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죠. 간밤에 나온 미국 CPI를 어떻게 보셨을까요? 한이 넘었다고 할 정도로 시장 예상치에 딱 맞게 나왔습니다. 전년 대비 3.4%로 6월의 3.55%보다 0.1%포인트 낮아졌고, 시장 전망에도 부합했습니다. 전월 대비 0.1% 상승은 다소 불안하게 볼 수도 있지만 상승폭이 제한적이라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근원 CPI도 전년 대비 2.5%로 6월의 2.6%보다 상승세가 둔화됐습니다. 다만 전월 대비 0.2%포인트 가까이 올라간 부분은 약간의 노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상승세가 완화된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가격입니다. 에너지는 6월 대비 5.7% 떨어졌고, 휘발유도 한 달 새 2.9% 내려갔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시장은 한숨 돌렸다고 평가하고 있고, 9월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한 상방 압력을 줄이는 결정적인 자료가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7월 이전까지 반도체가 너무 좋아서 시장이 쭉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이 반도체가 계속 좋을 수 있느냐는 피크론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AI 생태계는 이상 없느냐는 의문이 겹쳤습니다. AI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케펙스)가 잘 이루어져야 AI 하드웨어 업체들의 수요가 생기고, 그래야 반도체 같은 공급 측 업체들이 성장합니다. 7월에 이 의구심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미국과 한국 모두 주요 종목들이 급락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AI 생태계의 투자가 계속될 수 있는지, 돈은 벌고 있는지, 투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빅테크 회사들의 실적 발표와 관련 업체들의 실적 발표를 보면 AI 관련 생태계는 이상이 없고, 투자 감당이 가능하며, 돈도 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납품하는 하드웨어 업체들도 이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 이제 걱정이 없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결국 AI 투자를 지금은 감당할 수 있고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는지는 금리를 통한 유동성에 달려 있습니다. 7월에 실적으로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메인 테마였다면, 8월부터 9월까지는 금리가 어떤 시나리오를 펼칠지가 시장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모든 것이 금리로 귀결되는 상황입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두 가지 요인은 고용과 물가입니다. 고용은 지난주에 발표됐는데, 시장은 8만 3천 명 정도의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만 건이 나왔습니다. 위아래로 10만 건 정도 차이 나는 충격적인 감소세입니다. 적어도 고용으로 인한 경기 과열 우려, 그에 따른 금리 인상 압박은 줄었습니다. 남은 쟁점은 바로 오늘 나온 CPI입니다. PPI와 PCE도 남아 있지만, 이번 CPI에서 상방 압력이 적절한 수준으로 해소된다면 9월 금리 인상의 근거였던 경기와 인플레이션 두 요소가 모두 상방 압력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론을 해제시키는 퍼즐이 맞춰지는 자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AI 산업의 병목이 무엇이냐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메모리냐, 전력이냐, MLCC냐 여러 가지가 거론됐지만 결국 모두 자금 조달의 문제입니다. 병목의 본질이 자금 조달에 있었기 때문에 금리 이야기를 했고, 이번 CPI가 그것을 풀어 줄 수 있는 자료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7월 이후 메모리주는 무차별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이후 반등세가 나왔지만 52주 신고가 기준으로 보면 마이크론은 -26%, 삼성전자는 -24%입니다. 하이닉스는 현재도 -46%입니다. 하이닉스만 더 많이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도하게 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고, 다른 회사에 비해서도 3, 40% 정도 낙폭이 더 컸습니다.
원인으로는 반도체 피크론을 정면으로 맞았다는 점이 있습니다. 하이닉스의 강점인 HBM 쪽에는 문제가 없지만, 엔비디아와의 납품 계약에서 가격을 인하했다는 불리한 계약설이 돌았습니다. 또 범용 메모리에서는 삼성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고 HBM 비중이 높아서 범용 쪽 가격이 꺾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하이닉스의 지속 가능한 영업이익에 대해 다른 회사보다 타격이 크다는 해석이 지나쳤던 것입니다. 실제로는 엔비디아와의 저가 계약설 등은 부인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드웨어 업체를 부정적으로 봤던 7월이 지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CPI가 안정적으로 나왔다는 것은 금리에 민감한 업종, 예를 들어 바이오나 자금 수요가 큰 업종이 올라야 한다는 의미인데, 미국 주가를 보면 그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반도체 주식이 올랐습니다. 시장은 금리 안정 자체를 직접 수혜주로 찾기보다는, 금리 때문에 눌렸던 회사들을 걷어내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금리로 눌렸던 반도체 수요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은 이제 마침표를 찍었다고 봅니다. 본래 가치로 회귀하면서 충분히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밸류에이션을 보면 마이크론은 PER 12배가 넘고, 하이닉스는 5배 정도입니다. 너무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ADR 상장으로 미국에서 평가받는 새로운 모멘텀을 맞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 수준이라면 역사적 저점 구간이라고 봅니다. 실적이 좋았고 과도하게 떨어졌으며, 눌렀던 피크아웃론 같은 요인이 해소된다면 반등할 때 더 힘차게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주주환원 시기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과거에 적자를 기록한 적이 있어서 주주환원을 보여주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덜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에 치명적인 문제로 새겨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AI 관련 M7이나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현금 흐름은 오히려 적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실제로 돈을 가장 많이 쌓아 두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입니다. 두 회사의 현금이 엔비디아보다도 많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성과급을 떼고도 90조 원입니다. 분기라고 해야 90일이니 하루에 1조 원씩 남는 셈입니다. 하이닉스도 60조 원 정도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을 지정하는 기준은 연매출 5조 원입니다. 삼성전자는 5일마다 대기업 하나씩을 만들고 있고, 하이닉스는 7일마다 하나씩 만드는 수준입니다. 돈이 천문학적으로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장은 당연히 묻습니다. 그 돈을 어떻게 환원할 거냐고요. 회사에 쌓아 두기만 할 것이냐, 투자자들에게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이번 분기 IR에서 양사 모두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삼성은 그나마 시장에 기대를 부흥하는 태도로 IR을 했고, 조만간 특별배당을 포함한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로이터 인터뷰에서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하이닉스는 연말께 한다는 식으로 말해 큰 실망을 줬습니다.
미국 동종업계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마이크론이나 샌디스크 같은 회사들은 실적 발표 때 주주환원 대책을 필수 순서로 발표합니다. 매출, 주당순이익, 다음 분기 가이던스, 그리고 주주환원책을 함께 얘기합니다. 한국 회사들은 이 부분을 비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종 반도체 하드웨어 업체들이 얘기하는 기준을 보면, 이번 분기 영업이익이 대체로 연간 주주환원 규모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하이닉스에 적용하면 최소 60조 원 정도의 주주환원이 나와야 글로벌 표준에 근접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시장의 눈높이는 이미 그만큼 올라가 있는데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으니 실망이 커졌습니다. 하이닉스의 PER이 마이크론보다 절반 수준인 이유도 이런 부분이 쌓인 결과입니다.
빠른 주주환원 발표도 중요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작년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40조 원이 넘었지만, 배당성향으로 보면 5%가 안 됩니다. 2조 원 남짓으로 너무 적습니다. 배당성향 5%는 말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글로벌 수준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하이닉스는 이전에 3개년 단위로 잉여현금의 50%를 환원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목표치일 뿐이지만, 하이닉스가 말한 3개년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그 수준으로 가더라도 올해 영업이익에 여러 항목을 빼고 배당 가능 재원을 계산하면 50%로 잡아도 100조 원 내외까지 가야 합니다. 글로벌 표준에 맞춘 60조 원 수준이든, 회사가 이전에 제시한 배당가능이익의 50% 목표든 시장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의 주주환원책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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