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띵똥의경제인사이트진행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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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영풍-고려아연 동업이 경영 철학 차이로 붕괴, MBK·영풍 연합의 적대적 공개매수(주당 66→75→83만원)에 맞서 고려아연이 베인캐피탈과 연합해 89만원 대항 공개매수로 지분 11.26%를 확보해 방어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는 장중 200만원을 돌파했고, 이후 2.5조 유상증자는 철회됐다. 회사 핵심 기술(아연 회수율 98%, 하이니켈 전구체)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기술 유출이 제한된다. 영상은 산업 스토리 전달 목적이며 특정 투자 권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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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간 한지붕 두 가족으로 이어져 온 봉업의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며 전대미문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의 기습 공격과 주당 83만 원으로 치솟은 수조 원대 자본 공세가 제련소를 덮쳤습니다. 경영권 피탈과 핵심 기술 유출이라는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서 결국 단행된 3조 원 규모의 배수진. 시중 유통 주식이 마르며 주가가 장중 200만 원을 돌파했고, 마침내 시가총액 최상위권의 황제주로 우뚝 섰습니다. 뜻밖에도 아연 회수율 98%를 달성한 독보적 복합 제련 공정과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순간 거대 자본의 파상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대한민국 핵심 공급망을 지켜냈습니다. 그 역사의 숨겨진 내막을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949년 황해도 연백 출신의 두 청년이 영풍기업사에 문을 열며 동업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영풍 장병현 창업주와 고려아연 최기호 창업주가 맺은 결의는 75년간 굳건한 동업 신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풍 그룹이라는 거대한 지붕 아래에서 전자와 제련 산업은 서로의 영역을 철저히 존중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의 독보적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두 집안의 협력은 한국 재계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동업 모델로 평가받으며 장기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영풍이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고려아연이 글로벌 제련 시장을 장악하는 완벽한 역할 분담이었습니다.
아연과 연을 비롯한 기초 비철금속 원자재는 국가 기간산업을 지탱하는 거대한 축으로 뿌리내렸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던 이 견고한 동업 체제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며 두 가문 사이의 경영 철학과 신사업 방향성은 서서히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전통 제련업의 한계를 넘어 2차전지 소재와 자원 순환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했습니다. 반면 대주주인 영풍은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기존 체제의 안정과 높은 배당을 통한 이익 공유를 고수했습니다. 수십 년간 침묵 속에 봉합되어 있던 지분 구조의 불균형과 경영권 긴장감은 결국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75년간 굳건했던 두 가문의 신뢰는 대체 어디서부터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 내렸을까요? 잠재되어 있던 갈등은 2024년 임시 주주총회의 무대 위에서 마침내 거친 파열음을 내며 폭발했습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미래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배당금을 축소하자, 영풍 측은 주주 권익 침해라며 맞섰습니다. 신사업 투자 유치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상정된 신주 발행 관련 정관 변경안을 둘러싼 정면 대립이었습니다. 표 대결 결과 배당안은 통과되었으나, 정관 변경안은 영풍에 결집된 반대표에 부딪혀 결국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주총장에서 정면으로 충돌한 두 가문의 갈등은 두 기업의 핵심 유통축인 손자회사 설립 상사로 번졌습니다.
설립 상사는 1984년 설립 이후 양사가 생산한 비철금속의 공동 수출과 해외 영업을 도맡아온 핵심 창구였습니다. 하지만 경영권 갈등이 극에 달하자 고려아연은 이사회 장악을 통해 설립 상사의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수십 년간 전 세계 수출 시장을 하나의 단일 대오로 상대하던 공동 유통망은 그렇게 둘로 쪼개지고 말았습니다. 결별의 여파는 제련소의 심장과도 같은 원료 조달과 핵심 인프라 계약의 전면 중단으로 거침없이 이어졌습니다. 고려아연은 제련 부산물인 황산의 취급 대행 계약을 공식 종료하며 영풍 계열 제련소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아연 정광 공동 구매 계약마저 최종 종료되었습니다. 서울 노량진 영풍빌딩에 나란히 입주해 있던 고려아연 본사마저 사옥을 분리하며 물리적 결별을 마쳤습니다.
같은 산업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며 세계 1위의 신화를 써 내려가던 75년 동업 역사는 이렇게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서로의 기술과 자본을 나누던 형제 기업은 이제 시장에서 서로의 숨통을 조이는 냉혹한 적수로 돌아섰습니다. 원료 수급부터 유통망까지 모든 연결고리가 끊어지며 양측의 대립은 돌이킬 수 없는 전면전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렇다면 75년 동업의 결별 직후 시장에 예상을 뒤엎고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자본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동업의 균열이 가시화되자 자본 시장에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영풍 장영진 고문 측과 손을 잡은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전격적인 참전이었습니다.
2024년 가을,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분을 장악하기 위한 기습 공개매수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국내 기간산업의 핵심축인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을 겨냥한 사상 최대 규모의 적대적 M&A였습니다. MBK 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연합이 처음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 원이었습니다. 이들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소 7%에서 최대 14.6%에 달하는 유통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존 주가를 웃도는 매수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주가가 단숨에 공개매수가를 훌쩍 넘어서며 자본 시장의 수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었습니다.
경영권 장악을 노리는 거대 사모펀드와 이를 저지하려는 고려아연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지분 확보가 불투명해지자 MBK 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75만 원으로 전격 인상했습니다. 그럼에도 장내 주가가 75만 원마저 넘어서자, 최종적으로 주당 83만 원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단기간에 매수가를 두 차례나 끌어올리며 투입되는 자본 규모만 무려 2조 5천억 원대로 불어났습니다. 막대한 현금 유동성을 앞세운 거대 자본의 파상 공세는 고려아연 경영진의 목을 강하게 조여 왔습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지탱해 온 핵심 기업의 지배 구조가 한순간에 뒤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MBK 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주식 매수에 그치지 않고 법원에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습니다. 고려아연이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길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었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배임 행위라며 법적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차 가처분에 이어 2차 가처분 신청까지 모두 기각하며 방어의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숨통은 트였지만, 경영권 피탈의 먹구름은 조금도 걷히지 않았습니다.
MBK 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공개매수를 통해 38%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며 과반을 정조준했습니다. 온산 제련소 현장의 엔지니어들과 노동조합은 약탈적 인수와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해외 자본에 매각될 경우 국가 기간산업의 공급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산업계의 경고도 이어졌습니다. 울산 지역 사회와 정관계까지 나서며 경영권 분쟁은 국가적 핵심 산업의 존폐 문제로 비화되었습니다. 아연과 연, 희소금속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던 제련 기술이 통째로 넘어갈 위기였습니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쥐게 되면 단기 수익 중심의 구조조정과 핵심 공정의 해외 분할 매각 가능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의 거센 자본 공세는 수십 년간 쌓아 온 현장 연구진의 근간마저 뒤흔들었습니다. 최윤범 회장과 경영진은 회사의 명운과 국가 기간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거대 사모펀드의 무차별 공세 앞에서 최윤범 회장은 과연 어떤 카드로 반격의 불씨를 당겼을까요? 상대 진영의 83만 원 공세 앞에 고려아연 경영진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지분 1% 차이로 75년 역사의 경영권과 핵심 제련 기술이 통째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외부 거대 자본의 파상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실탄이 필요했습니다.
최윤범 회장은 회사의 명운을 걸고 글로벌 금융 시장을 상대로 숨 가쁜 우군 확보전에 돌입했습니다. 수십 년간 쌓아 온 글로벌 비철금속 네트워크와 금융권의 신뢰를 총동원한 필사의 사투였습니다. 마침내 고려아연은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강력한 반격 전선을 구축했습니다.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1,8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초대형 투자사와의 전격적인 연합이었습니다. 이들은 경영권 방어와 비철금속 공급망 안정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베인캐피탈의 참전으로 고려아연은 자금력 싸움의 열쇠를 단숨에 쥘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이제 자본 시장의 모든 시선은 고려아연이 어떤 가격으로 반격에 나설 것인가에 집중되었습니다.
침묵을 깨고 나온 고려아연의 공식 발표는 자본 시장 전체를 거대한 충격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 연합이 제시한 대항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9만 원이었습니다. 상대 측이 제시한 최고가를 단숨에 6만 원이나 뛰어넘으며 시장의 기대를 완전히 압도한 배수진이었습니다. 투입되는 총 매수 대금 규모만 무려 3조 1천억 원에 달하는 전대미문의 매수 작전이었습니다. 이 중 고려아연이 투입한 자사주 매입 자금만 약 2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였습니다. 그렇다면 최윤범 회장은 왜 주당 89만 원이라는 전례 없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요?
MBK 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지분 확보를 저지하지 못하면 주총 표 대결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단 한 주라도 더 많은 유통 주식을 끌어모아 상대방의 과반 지분 확보를 막아야 했던 절체절명의 조건이었습니다. 고려아연은 취득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 주주 가치를 높이고 경영권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장의 유통 물량을 흡수하고 상대의 공격 의지를 원천 봉쇄하려는 승부수였습니다. 하지만 상대 진영 역시 주당 89만 원의 대항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법적 총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절차를 중단해 달라며 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주당 89만 원이라는 고가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행위는 회사 재산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양측의 날 선 법리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달으며 폭발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자본 시장과 산업계 전체가 법원의 판단만을 숨죽여 지켜보며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치열한 심리 끝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 측이 제기한 2차 가처분 신청마저 전격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회사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적법한 경영 판단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법적 족쇄가 풀리자 고려아연의 3조 1천억 원 규모 대항 공개매수는 거침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공개매수 마감 결과, 고려아연은 자사주 9.85%를, 베인캐피탈은 1.41%의 지분을 각각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합산 11.26%에 달하는 막대한 지분을 확보하며 상대 연합의 과반 지분 차지를 저지해 낸 것입니다. 적대적 인수를 막아내며 1차 방어선은 구축되었지만, 그 대가로 치른 출혈은 너무나 컸습니다. 고려아연이 매입한 9.85%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곧바로 주총 표 대결의 의결권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영풍·MBK 연합과의 지분 격차는 불과 2%에서 3% 내외의 초박빙 구도로 좁혀지고 말았습니다. 수조 원의 차입금 부담과 여전히 끝나지 않은 주총 표 대결의 불안은 회사의 앞날을 짓눌렀습니다.
적대적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3조 원대 자사주 매입 작전은 왜 주식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전대미문의 폭풍을 불러일으켰을까요? 양측의 처절한 공개매수가 휩쓸고 지나간 자본 시장은 전례 없는 수급 왜곡에 직면했습니다. 고려아연이 사들인 자사주와 영풍·MBK 파트너스가 확보한 주식이 한꺼번에 묶여 버린 것입니다. 시중에 거래되던 유통 주식 물량은 순식간에 말라 버렸고, 주식 시장은 극도의 품귀 현상에 휩싸였습니다. 유통 주식이 급감하자 남아 있는 소수의 주식을 차지하려는 매수세가 거칠게 폭발했습니다. 주가는 상식을 깨부수며 매일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마침내 장중 200만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단기간에 주가가 폭등하며 고려아연은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최상위권의 황제주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200만 원이라는 화려한 숫자 이면에는 감당하기 힘든 재무적 부담과 경영권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3조 원이 넘는 자사주 공개매수 자금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떠안게 된 막대한 단기 차입금이었습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취득의 한계로 인해 영풍·MBK 연합과의 지분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다가올 임시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서 패배할 경우 회사의 지배권은 그대로 사모펀드 연합에 넘어갈 위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최윤범 회장은 지분 열세를 뒤집고 막대한 차입금을 털어내기 위해 어떤 승부수를 던졌을까요?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습적으로 2조 5천억 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신주를 발행해 전체 발행 주식 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상대 측의 지분율을 희석하려는 정밀한 계산이었습니다. 발행 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고,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공모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국민주 기업으로 거듭나 경영권을 지켜내겠다는 필사의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발표 직후 금융당국과 시장에서는 거센 비판과 논란이 일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고가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겠다고 밝힌 직후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것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컸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 등 주관사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하며 부정거래 여부를 집중 조사했습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 역시 경영진의 배임과 주주 가치 침해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칼을 갈았습니다. 시장의 반발과 규제 당국의 강한 압박 속에서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회사는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결국 고려아연 경영진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2조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철회했습니다.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주주들의 우려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최윤범 회장의 공식 입장 발표였습니다. 유상증자 철회로 지분을 추가 확보하려던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지분 격차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수개월 뒤 열릴 주주총회에서 기관 투자자와 소액 주주들의 표를 끌어모으는 정면 승부뿐입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의결권 확보 경쟁이 시작되며 양측의 대립은 주총 표 대결이라는 최종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주가 200만 원이라는 기록적인 폭등과 유상증자 철회라는 격랑 속에서 자본의 전쟁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돈과 지분을 앞세운 머니 게임이 대한민국 대표 제조 기업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본 시장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고려아연이 굴복하지 않고 버텨 낼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따로 있었습니다. 주가 200만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주를 만든 고려아연의 진짜 원천 기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자본 공방 속에서도 고려아연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 낸 뿌리는 온산 제련소에 있었습니다. 울산 온산 국가산업단지 해안가에 자리 잡은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비철금속 제련소입니다. 이곳은 아연과 연, 은, 인을 비롯한 10여 종의 핵심 비철금속을 연간 120만 톤 이상 쏟아내는 심장부입니다. 글로벌 아연 시장 점유율만 8~9%대를 장악하며 전 세계 기초 원자재 공급망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와 전자, 방위 산업 등 첨단 제조업 전체가 이곳의 제련 기술에 깊숙이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거인들조차 넘볼 수 없었던 온산 제련소의 진짜 무기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비철금속 제련 업계의 오랜 한계는 원광석에서 아연을 뽑아내고 남은 잔재를 처리하는 문제였습니다. 광석을 산성 용액에 녹여 전기로 금속을 추출하는 통상적인 습식 전해 방식으로는 원광석에 포함된 아연의 약 80%만을 회수하는 데 그쳤습니다. 나머지 20%의 잔재는 가치 있는 유가 금속을 품은 채 폐기물로 버려지며 막대한 환경 비용과 원가 손실을 낳았습니다. 글로벌 제련 기업들이 잔재 처리의 기술적 장벽 앞에서 막대한 원가 부담으로 휘청이던 순간, 고려아연은 건식 제련과 습식 제련을 하나로 결합한 독보적 복합 공정을 완성했습니다.
원료를 수직 파이프 형태의 반응로에 넣고 초고온으로 녹여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독창적인 TSL 공법을 확립했습니다. 이 수직 계열화 시스템을 통해 고려아연은 통상 80% 수준이던 아연 회수율을 무려 98%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원광석에 존재하는 광물에서 아연을 사실상 남김없이 전량 추출해내는 압도적인 기술 혁신이었습니다. 원광석 1톤당 뽑아낼 수 있는 제품의 양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단가 경쟁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련 부산물 전체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제련 공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속에서 금, 은, 동, 인, 안티몬 등 희소금속을 빠짐없이 회수해 낸 것입니다. 남들이 버리는 산업 폐기물을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는 황금광산으로 완전히 바꿔 놓은 셈입니다.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인듐은 세계 1위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글로벌 공급량에서 독보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잔재를 제로에 가깝게 줄이고 원가를 바닥까지 낮추는 복합 제련 기술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성벽이 되었습니다.
독보적인 제련 원천 기술은 차세대 모빌리티의 핵심인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정련 기술을 고도화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고순도 황산니켈을 자체 생산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결정짓는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까지 완벽하게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던 글로벌 배터리 원소재 공급망의 빈틈을 파고들며 강력한 대체제로 우뚝 섰습니다.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들이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고려아연의 문을 먼저 두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자본 시장의 적대적 인수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에도 이 기술력은 국가적 방어선으로 작용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및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전격 지정했습니다.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기업은 해외로 매각되거나 기술을 이전할 때 정부의 엄격한 승인을 거쳐야 하는 법적 보호를 받게 됩니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쥐더라도 단기 차익을 노려 해외 자본에 회사를 쪼개 팔 수 없도록 법적 빗장이 걸린 셈입니다. 수십 년간 현장 엔지니어들이 피땀을 쏟아 쌓아 올린 원천 기술이 결국 기업의 운명을 지켜낸 최후의 보루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75년 동업의 파국과 수조 원대 자본 전쟁이라는 거대한 격랑을 온몸으로 받아낸 대한민국 대표 제조 기업. 돈의 힘으로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던 거대 자본의 공습 앞에서 기업을 지탱한 것은 타협 없는 기술력이었습니다. 아연 회수율 98%의 기적과 국가 핵심 기술로 무장한 온산의 심장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뜨겁게 박동하고 있습니다. 75년 동업의 파국과 수조 원대 자본 전쟁을 이겨 낸 대한민국 비철금속의 독보적 제련 기술은 앞으로 세계 산업 지형을 어떻게 뒤흔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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