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시동 · 한국인
요약 보기
8월 CPI·PPI 및 PCE 물가 발표 후 금리 인상 압박이 커졌으나 유가 하락으로 확신은 어렵다. 목요일 금통위는 인상·동결이 반반이며 평론가는 인상론에 다소 무게를 둔다. 엔비디아 실적은 매출 105% 증가, 내년 70% 증가 가이드로 서프라이즈이며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삼성·하이닉스 주주환원은 하이닉스 40조 자사주 소각 대비 삼성 실망감이 크고 자사주 소각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진단이다.
다듬은 글
이번 주는 굵직한 일정이 몰려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물가 지표부터 보죠. 헤드라인 기준으로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고, 근원 기준으로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소비자물가(CPI)가 잘 나왔고 생산자물가(PPI)도 좋게 나오면서, 중동 불안을 제외하면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은 다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시장도 조금 안도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걸리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PPI가 전년 대비 3.7%, 근원 PPI는 전년 대비 3.3%, 전월 대비 0.2%로 나왔는데요.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0.1%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CPI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연준이 금리를 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라서, 이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 그간 낮게 나왔던 다른 지표들을 상쇄할 정도라는 점에서 시장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전망도 기존 36%에서 8%포인트 오른 44%까지 올라가면서 압박이 강화된 자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유가가 3일 연속 하락해서 80달러 초반까지 내려왔고, WTI는 현재 81달러 수준입니다. 이 수치만으로 연준이 당장 매파적으로 돌아선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서, 시장이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하는 지표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또 PPI 조사 방식이 9월부터 달라진다고 하니, 7월치가 수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지켜봐야 할 상황입니다.
물가 지표가 나온 가운데 오늘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립니다. 인상과 동결이 거의 반반인 분위기입니다. 여러 전문가 인터뷰와 협회 자료를 봐도 모든 지표가 팽팽하게 나뉘어 있어서, 양측 어느 의견을 따르더라도 근거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먼저 인상론의 근거를 보겠습니다. 경기가 매우 좋습니다. 반도체 수출을 비롯해 무역과 경제 성장 지표가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고요. 반도체 중심의 무역 흑자가 아직 전국적으로 온기가 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숫자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경기 과열을 예상해도 될 정도입니다. 경제 성장률도 3%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OECD 등 어디에 내놔도 우리가 가장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오는 것이 물가 상승이고요. 특히 식료품과 외식 등 소비자가 부담스러워하는 물가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인상을 통해 선제적으로 물가와 경기를 관리하자는 선제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또 시중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두 번, 세 번까지 반영해도 될 만큼 높게 형성돼 있어서, 지금 올려도 시장 충격이 없다는 안정론도 있습니다.
인상론에서 특히 중요한 대목은 금리 경로입니다. 지금 금리 경로가 인하냐 동결이냐 인상이냐라고 물으면 누구나 인상 경로라고 답할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관심은 언제, 몇 번 올리고 멈출 것이냐입니다. 이번에 인상하지 않으면 다음에 올릴지, 연내에 한두 번 올릴지, 연초까지 두세 번 올릴지 등 시장에 불확실성과 노이즈만 남기게 됩니다. 오히려 시장이 수용할 수 있을 때 올리는 것이 연내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확실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반면 동결론의 근거도 분명합니다. 그간 인상 신호를 키웠다고 하더라도 백투백, 즉 연달아 올린 적은 없습니다. 내릴 때야 이유가 있더라도, 올릴 때 이렇게 급하게 연속으로 올리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과열이나 심각한 상황에서나 나올 정책적 고려인데, 지금이 비상 상황이냐는 것입니다. 또 이번에 오랜 기간의 인하 및 동결 경로를 처음으로 바꾼 만큼, 그 효과가 시장에 퍼지는지 확인하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효과도 확인하기 전에 벌써 올리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 미국이 아직 인상을 점치지 않고 있다는 국제적 비교론도 있습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리딩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상론에 조금 힘을 싣고 싶습니다. 시중 금리가 너무 높이 떠 있어서, 기준금리가 시중 금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준금리와 실제 시장금리의 차이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정책 조절 기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동결이든 인상이든 시장의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포커스는 향후 노이즈를 줄여줄 가이드, 즉 기자회견과 통화정책방향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에 맞춰질 겁니다. 일본도 인상을 언급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미국도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있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발표에서는 소수 의견이 얼마나, 어떻게 제시되느냐가 포인트라고 하니 함께 챙겨보겠습니다.
금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엔비디아죠. 좋은 실적과 함께 1, 2년 만에 실적 발표 후 강세를 기록했습니다. 전반적인 총평을 하자면, 저희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모두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젠슨 황 CEO는 다변이면서 달변가라서, 걱정하던 부분들을 자기가 다 해소해 주겠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나 그 기대대로였습니다.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발표였다고 봅니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주춤했습니다. 7거래일 연속 하락하기도 했고, 어제 2.9% 반등하기는 했지만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발표 이후 주가는 시원치 않았습니다. 실적이 예상 수준이었고, 사전에 호재로 많이 반영돼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애프터마켓 흐름을 보면, 오랜만에 시장이 예상보다 더 기분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엔비디아 실적은 분석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재무적인 분석도 어렵고, 반도체 기술과 사양 등 다룰 내용이 너무 많아서 전문가들도 세 시간은 다뤄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도 모든 것을 종합하면 결국 시장이 평가합니다. 지금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말해주듯 시장이 반가워하고 있다는 것이 한 줄 평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메모리 관련 언급도 있었고, 순환금융 문제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 줬습니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점들에 대해 충분히 답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실적이 좋은 것보다 대차대조표를 더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메모리를 사고파는 구조를 숫자로 따져보면 과연 좋은 것인지 두드려 봐야 한다는 겁니다.
걱정도 필요하긴 합니다. 좋은 얘기가 너무 많았거든요. 체크해야 할 포인트는 분명 있습니다. 최근 순환금융과 현금 동원력이 그런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앞단에 좋은 내용들, 그걸 감당할 만큼의 충분한 여력이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어서, 맥락을 짚고 가야 합니다.
먼저 놀라운 것은 매출입니다. 지난번 가이던스로 잡았던 910억 달러는 당시에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컨센서스 눈높이는 더 높았고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망치를 4% 이상 웃도는 962억 달러, 원화로 약 133조 원의 매출을 보여줬습니다. 가이던스를 넘어섰으니 좋은 성과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5% 증가했습니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와 같이 평가할 수준이 아니라 전 세계 톱이고, 사실상 문명사적 대전환을 이끄는 핵심 기업입니다. 매출이 100% 넘게 늘었다는 건 굉장한 서프라이즈입니다.
내용도 좋습니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사실상 전부를 끌어올렸다고 할 만큼 좋았습니다. 이게 시장이 제일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AI에 투자한 돈이 실제로 돈이 되느냐는 시장의 의구심에, 돈이 된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준 것이 이쪽 매출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내년도 가이던스도 냈습니다. 매출이 70% 증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100% 넘게 늘어난 것을 보고 놀랐는데, 또 놀랐습니다. 제가 볼 때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를 볼 때도 우리는 지금이 피크인 건 알지만, 이 정도 증가율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겠느냐는 고민이 항상 있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내년에도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고 했고, 100%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70%로 잡았느냐고 물으니, 메모리 가격이 비싸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메모리 가격만 어느 정도 유지된다면 사실상 100% 이상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작년 대비 올해 증가율, 올해 대비 내년 증가율을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자신감입니다.
한편 메모리 가격 압박이 얼마나 심하길래 매출 가이던스를 30%나 낮게 잡았느냐고 물었더니,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메모리 가격 압박이 극단적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의 포인트를 매출 이익률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저는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입장입니다. 영업이익률이 74%냐 75%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 74~75%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다음 분기 영업이익률은 4분기에 71.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그 뒤 다시 회복돼 72.3%로 보고 있습니다. 어느 선을 보더라도 7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낸다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건 다음 분기에 극단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원인은 메모리입니다. 엔비디아가 메모리 가격 인상을 한 번 더 극단적으로 감수하겠다는 것이고, 장기공급계약으로 묶어두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다음 분기 가격 인상은 확정적이고, 이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이번 분기, 다음 분기 증가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입니다. 2028년에 다시 회복된다는 전망도 있으니 꺾이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애널리스트의 분석보다도 엔비디아가 직접 사고파는 가격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을 텐데, 다음 분기 피크와 내년까지 이상 없음을 보증해 준 셈입니다. 우리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보증 문서가 하나 나온 것이고, 이보다 정확한 확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분이 너무 좋은 발표였습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어려운 반도체를 어떻게 구하느냐는 질문에, 장기로 미리 선매하고 있고 그만큼 줘야 할 돈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존 공급 약정 금액을 1,600억 달러에서 2,700억 달러로 올렸습니다. 기존 900억 달러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증가율만 두 배 이상이니 어마어마한 비용을 잡아둔 겁니다.
정리하면, 메모리 관련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다만 늘어난 장기계약에 따른 매출 부담과 지출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으로 옮겨갑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순환금융입니다. 최근 5천억 달러 관련 금융보증 이슈가 있었고, 현금 동원력도 조금씩 줄고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죠.
젠슨 황 CEO는 이를 두고 두 번의 매출이 생기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신용이나 담보를 제공해서 금융을 창출하는데, 이때 엔비디아의 칩이나 데이터센터 관련 물품을 팔면서 1차 매출이 생긴다는 겁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 신용을 주는 게 아니라, 이미 1차 매출을 올린 상태에서 담보를 제공하는 구조이니, 한 번 돈을 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돈을 번다는 것이 확인되면, 금융이나 신용 제공처가 돈을 잘 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임차료나 수수료를 다시 내게 됩니다. 결국 한 번 더 돈을 버는 구조라는 것이죠. 엄밀히 말하면 두 번 벌 수 있는 구조이고, 기본적인 베이스 말고도 연차별로 보너스가 계속 들어오는 구조라 안 좋게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 구조 자체는 맞습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생태계가 정말 돈을 벌 수 있느냐입니다. 못 벌면 한 번에 무너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매출을 확인했듯이, 시장도 지난 7월부터 이 부분을 꾸준히 확인해 왔습니다. 그래서 순환금융이나 현금 동원력 감소, 지나친 신용 공여 증가 등은 다소 우려할 수 있지만, 의혹을 제기할 수준이라기보다는 체크해야 할 리스크 포인트 정도입니다. 시장도 이미 이렇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목소리와 같은 시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런 시각들을 불식시켜 줄 이야기를 시원하게 해 준 것이 이번 엔비디아 어닝콜이었다고 결론 지을 수 있겠습니다.
국내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 것이냐는 것 때문에 주가가 더딘 모습이었는데, 메모리 가격 흐름에 대해서는 일단 확인이 됐습니다. 이 메모리 가격 상승은 HBM 쪽으로도 번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에서 포인트로 잡혔던 것은 차세대 루빈(Rubin) 관련입니다. 양산 출하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핵심이었는데, 엔비디아는 문제없고 양산을 시작했으며 잘 돌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추가 수요처도 계속 있다고 하니, 차세대 반도체로의 이관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수혜를 볼까요. 결국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원투 펀치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 관련해서는 걱정이 없습니다. 문제는 삼성입니다. HBM에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뼈아픈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루빈은 삼성 입장에서 그동안 놓친 기회를 따라잡을 수 있는 찬스입니다. 실제로 삼성의 도움 없이는 HBM 물량을 다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전체 HBM 세계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올라갈 것입니다. 물론 절대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삼성은 HBM3E에서는 조금 밀렸지만, 단계를 점프해서 HBM4까지 넘어서며 만회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샘플을 출하했고, 세계 최초의 양산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엔비디아와 맞물리면서 삼성에게도 추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의심이 많았습니다. 정말 되는 거냐, 메모리를 구하긴 한 거냐, 팔리는 거 맞냐는 질문들이었는데, 이 모든 것을 확인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숫자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실적에서 의심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고, 그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증명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주주환원 쪽입니다.
삼성전자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이야기했습니다. 90조 원에서 110조 원 정도인데, 상상도 못 할 수준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실망한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하이닉스는 40조 원의 주주환원을 얘기했습니다. 40조 원어치 자사주 매입 소각을 말했고, 추가 보너스로 현금 배당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시장이 선호하는 자사주 소각을 명쾌하게 얘기해 준 것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90조에서 110조 원 사이를 말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올해 평균적으로 봐도 100조 원 이상의 주주환원 대책이 나왔으니, 볼륨으로 보면 하이닉스의 두 배 정도입니다. 양으로는 괜찮은데 시장이 실망했습니다. 이유는 방법입니다. 이번 분기에 30조 원을 현금 배당으로 먼저 하고, 자사주 소각 얘기는 없었습니다. 그럼 나머지 70조 원은 어떻게 할 거냐고 하니, 내년 1월에 다시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시장이 가장 실망한 부분입니다.
볼륨으로 100조 원은 대단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원하는 것은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고점 대비 주가가 많이 빠져 있고, 하이닉스도 300만 원까지 갔다가 지금 많이 빠져 있습니다. 고점 대비 30~40% 이상 떨어진 주가를 방어할 수 있는 응급 처방, 즉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심폐소생술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니즈입니다. 현금 배당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계좌에 현금이 꽂히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시기입니다. 8월은 변동성이 적고 시장이 정중동에서 심심한 상황이었는데, 하방을 확실히 다져주는 매수 주체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때 자사주 소각과 매입이라는 소재가 나온다면 큰 힘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하이닉스는 지금도 하루 적게는 6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 이상을 계속 사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매수 주체가 새로 나온 것입니다. 이것이 하방을 막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효과적인 처방입니다. 삼성 주주들 입장에서도 계좌에 꽂히는 배당보다 주가를 올리는 것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그런 직효 처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이 큰 겁니다. 그 반발과 실망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발표 이후 추가로 나온 얘기는 앞으로 나올 70조 원 정도의 주주환원 대책 중 40조 원은 또다시 현금 배당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사주 소각은 많이 확대해 봐야 30조 원 정도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있습니다. 그마저도 첫째, 기다리는 기간이 깁니다. 1월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니 지금이 8월이라면 5개월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주가가 30~40% 빠진 상황에서 5개월을 더 기다리라고 하니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기다린 끝에 적어도 40조 원 정도의 자사주 소각이 나올지도 시장은 확신하지 못합니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금산분리 원칙상 10%에 거의 다다랐습니다.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올라가면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어서, 자사주 소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40조 원 이하가 될 수도 있습니다. 100조 원을 발표했지만, 30조 원 현금 배당에 앞으로도 40조 원 현금 배당, 그래 봐야 30조 원의 자사주 소각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혹은 그 30조 원도 우선주 소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오늘처럼 엔비디아 호재나 HBM 관련 좋은 소식, 브로드컴의 긍정적인 이야기가 있었는데도 삼성의 파운드리 관련 호재가 계속 이어질 것인데도 주가가 쉽게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도 시장이 원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주주환원 대책을 파격적이고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랍니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보니 시장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준금리 소식입니다.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했고, 두 번 연속 인상했습니다. 연 2.75%에서 3%로 올렸습니다. 충격이 없을 때 올리는 것이 맞다는 판단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다소 선제적이고 조금 빠르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수용성이 가장 클 때 노이즈를 없애주는 것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향후 금리 운용의 여백을 잘 만들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기준금리 인상 이야기와 함께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박시동 경제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