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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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코스피 상승은 마이크론 실적 효과가 30분 만에 약화된 뒤 연기금이 3,688억 원 매수 후 2시 반 고점에서 한 시간 만에 전량 매도하며 -25억 순매도로 끝난 결과라고 주장. 국민연금 초과 보유 주식 50~140조 원 매도 필요성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이며, 외국인 120조 원 순매도·신용융자 39조 원 등으로 채권금리(국고10년 2.7→4.1%)·환율(1541원) 상승, 소비·투자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 실물 경제 부양과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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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종훈입니다. 오늘 6월 25일인데요. 오늘 코스피가 마이크론 실적 때문에 올랐다, 이렇게 결말만 보면 단순하게 단정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에 연기금의 엄청난 활약이 있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연기금이 날이면 날마다 이런 활약을 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6월 25일 같은 날이 몇 달 동안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여러분이 꼭 알고 계셔야 앞으로 증시의 향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오늘 중요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마이크론에서 아주 좋은 실적이 나오니까 당연히 코스피가 갭 상승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전 9시 반에 잘 오르던 코스피가 갑자기 하락했습니다. 그러자 연기금이 3조 원 넘는 엄청난 물량을 순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기금이 사들이니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죠. 더 놀라운 건 2시 반, 고점을 딱 찍었을 때 연기금이 그때까지 3,688억 원을 순매수하고 있었는데, 단 한 시간 만에 이 주식을 다 팔았다는 겁니다. 결국 연기금은 -25억 원 순매도로 장을 끝냈습니다.
지금 국민연금은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작년 연말 기준 대비 초과로 들고 있는 주식이 최대 260조 원인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팔아야 합니다. 가장 작게 보면 50조 원, 가장 크게 보면 140조 원 정도입니다. 이 수치는 여러 언론에서 나왔는데, 출입 기자들에게 국민연금 측이 얘기해 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저도 기자 출신이라 이런 보도가 나오면 연금 측이 흘린 게 아닌가 하고 짐작하게 됩니다.
대량으로 주식을 팔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국민연금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동안 국민연금이 주식을 판다는 소식만 들려와도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그러니 오늘처럼 주식을 3조 원 넘게 샀다가 종가에 정리하고 나가면서 지수를 끌어올리는 겁니다. 더 비싸게 팔 기회를 국민연금이나 연기금이 스스로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죠. 문제는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 반복될 거라는 겁니다. 50조에서 14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팔려면 주가를 더 띄우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 시장을 받쳐줘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국민 자산을 불려야 하니 비싸게 팔고 나가고 싶어 하겠지만, 그 과정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변동성을 키우고, 앞으로 이 변동성은 점점 더 커질 겁니다.
지금 우리 경제에는 아주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세 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빠르게 오른 적은 처음입니다. 명목 GDP도 10.5% 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나쁩니다.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4만 명이 줄었고, 이는 17개월 만에 처음 꺾인 것입니다. 경제가 좋아 보이는 건 HBM 수출과 부양책으로 주가가 오른 덕분이지, 체감 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소비, 투자, 생산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양극화죠.
이건 경제학 교과서와 정반대입니다. 교과서대로라면 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부자가 됐다고 느껴 소비를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주가가 세 배로 올랐는데도 소비지수는 3.6% 줄었고, 투자도 3.6% 줄었습니다.
여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원래는 주식을 판 돈이 소비로 쓰이거나 채권으로 흘러들어가 금리를 낮추고, 그러면 투자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외국인만 계속 팔고 나갔습니다. 개인과 기관은 계속 샀고요. 외국인이 판 현금을 달러로 바꿔 빠져나가니 한국 금융시장에 구멍이 생겼고, 돈이 밖으로 빠져나간 겁니다.
남은 돈은 댐에 고여 있습니다. 논과 밭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증시에 고여 있는 거죠. 사람들은 돈만 생기면 주식에 때려 넣습니다. 예전 같으면 냉장고나 세탁기, 자동차를 바꿨을 돈을 지금은 한 푼이라도 아껴 주식을 삽니다. 그러니 소비가 막혔습니다. 주가는 오르는데 실물이 나빠진 이유입니다.
외국인이 빼 간 금액은 최근 기사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120조 원을 훌쩍 넘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국인이 한 해 동안 43조 원을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빠진 자리는 한국 돈이 메웠습니다. 외국인이 판 물량을 국내 개인과 기관이 받아낸 겁니다. 게다가 많은 투자자가 빚을 내서 투자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어제 신용융자 잔고가 39조 4,000억 원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증시로 돈이 몰리면 다른 시장은 무너집니다. 금융시장의 자금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채권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채권 금리가 올라갑니다. 작년 5월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7%였는데, 오늘 종가 기준으로 4.1%를 넘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작년 5월 4.4%였고 오늘도 4.4%입니다. 미국 금리는 그대로인데 한국 금리만 1.4%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보통은 미국과 같이 오르고 같이 내리는데, 이번에는 한국만 올랐습니다. 증시로 돈이 빠져나가 국채를 사줄 돈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한국은 적자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했는데, 그걸 사줄 돈은 증시로 가 버렸으니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기업은 투자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우량 기업은 아직 금리가 4% 수준이지만, 한계 기업의 금리는 10%를 돌파했습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한계 기업부터 어려움에 처하고, 나중에는 멀쩡한 기업까지 잠식합니다. 돈을 빌린 분들은 원리금 부담이 엄청날 겁니다. 이를 막으려면 증시에 쏠린 돈을 채권 시장으로 빼내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환율도 문제입니다. 원화 환율은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합니다. 오늘은 1,541원까지 갔다가 1,549원까지 올랐습니다. 국민연금이 외환 시장에 개입해서 끌어내리고 있다고 하는데도 1,541원 근처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해외 패시브 펀드는 국가별 비중을 정해 놓고 기계적으로 조정합니다. 한국 주가가 세 배 올라 비중이 15%가 되면, 기계적으로 팔 수밖에 없습니다. 분기마다 조정하면서 외국계 자금은 계속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고, 환율은 계속 뜁니다. 바클레이즈도 이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물가가 오릅니다.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수입 물가 상승으로 기업 마진이 줄어 투자도 줄입니다. 고환율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과거에 고환율이 수출에 도움이 됐던 때는 일본과 가격 경쟁을 할 때였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저가 제품을 대체했기 때문에, 한국 수출은 HBM처럼 한국만 가진 기술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가격 경쟁이 아니므로 환율이 올라도 수출 물량은 늘지 않습니다. 결국 환율 상승은 물가를 올려 소비를 갉아먹을 뿐입니다.
답은 분명합니다. 증시 호황을 경제 호황으로 바꿔야 합니다. 주식을 팔아 채권을 사는 매수 세력이 생기면 금리가 안정됩니다. 한국 가계는 빚이 많아 원리금을 갚느라 소득의 상당 부분을 씁니다. 금리가 안정되면 쓸 수 있는 소득이 늘고, 그러면 소비도 늘어납니다. 자금이 주식 시장에 갇혀 있지 말고 채권 시장 등 다른 시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금리가 낮아지고, 경제가 활성화되고, 기업이 버텨내면서 증시도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열립니다.
그런데 지금 돈은 좀처럼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엄청난 변동성 속에서 사람들이 마력에 홀려 버렸기 때문입니다. 기관이든 개인이든 일단 주식에 들어오면 돈이 나가지 않습니다. 그럼 누가 돈을 채권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개인들은 빚으로 투자하고 있고, 하루에 10%씩 오르내리는 시장에서 재미없는 채권 시장으로 돈을 옮길 개인은 없습니다. 증시를 완전히 롤러코스터로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외국인이 채권을 대량으로 사줄까요? 환율이 계속 오르는 나라의 채권을 외국인이 쉽게 사지는 않습니다. 개인도, 기관도, 외국인도 안 된다면 남은 건 국민연금뿐입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대비 초과 보유 주식이 260조 원입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잘 팔고 나와 채권 시장을 떠받쳐 준다면, 그것이 실물 경제를 살리는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될 겁니다.
예전에는 리밸런싱이 국민연금 문제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주식을 워낙 안 팔아서 주가가 9,000선까지 올라버렸습니다. 이제 국민연금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물 경제가 살아날 수도 있고, 하반기까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해졌습니다.
원래 1월 회의에서는 6월 말까지 리밸런싱을 유예한다고 했습니다.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주식을 잘 팔지 않겠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6월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연금도 깨달은 것이겠죠. 모든 경제 주체가 증시에만 들어가 있으면 채권은 누가 사줍니까?
6월 22일 갑자기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시작했고,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조 원은 사실 별것 아닙니다. 초과 보유분 260조 원 가운데 최대 140조 원은 팔아야 리밸런싱이 끝나는데, 1조 원은 그 일부도 안 됩니다. 그런데도 이 기사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습니다. 코스피가 9.99% 떨어진 겁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높은 하락률입니다. 1위부터 4위까지는 3월 전쟁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모두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 23일 9.99% 하락은 뚜렷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여러 원인을 따져봤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이유는 6월 22일 쏟아진 리밸런싱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원래부터 조금씩 리밸런싱을 했더라면, 채권 시장으로 돈이 충분히 흘러가 금리는 낮게 유지됐을 겁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주식을 계속 쥐고 있으니 주가가 크게 올랐고, 채권 시장에 있어야 할 개인과 기관 자금까지 증시로 몰렸습니다. 이제 급하게 리밸런싱을 시작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증시가 흔들린다는 겁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답답할 겁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결과만 보면 코스피는 5% 넘게 올랐고, 금융투자가 2조 4,000억 원어치를 샀습니다. 이는 ETF 매수와 관련된 부분이 굉장히 큽니다. 특히 5월 말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생긴 뒤로, 그 상품을 산 사람들에 의해 프로그램 매수가 계속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때문에 코스피가 5% 오르거나 떨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됐습니다.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가 자주 발동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국민연금과 레버리지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워 놓았습니다.
연기금은 장 마감 기준으로는 25억 원어치를 판 것처럼 나옵니다. 하지만 장중에는 3,688억 원어치를 샀다가 팔았습니다. 그것도 한 시간 만에 예술적으로 팔았습니다. 연기금의 주식 사고파는 기술이 이제 예술의 경지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연기금은 리밸런싱을 하고 싶어 하지만, 1조 원어치만 팔았다는 소식만 들려와도 주가가 10%씩 떨어지니 조심조심 팔아야 합니다. 아니면 주가를 한참 끌어올린 뒤에 팔아 버리면 됩니다. 변동성은 훨씬 커지겠지만 주식을 훨씬 비싸게 팔 수 있겠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마이크론 효과로 주가가 갭 상승한 건 맞지만, 그 효과가 30분 만에 약해지면서 주가가 다시 급락했습니다. 그러자 연기금이 들어와 3,688억 원어치를 샀습니다. 그 뒤 10시부터 금융투자의 대규모 순매수가 나왔습니다. ETF 투자자와 레버리지 투자자가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레버리지 자금은 한 1조 원만 들어와도 2조 원어치 주식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9시 반부터 연기금이 대량으로 주식을 사니 방향성이 바뀌었고, 이를 추종하는 알고리즘 매수가 따라붙으면서 주가가 올라간 겁니다. 2시 반에 9,000선을 넘었고, 그 뒤 3,688억 원보다 더 팔아 -25억 원 순매도로 마감했습니다. 이것이 6월 25일 증시 상승의 비밀입니다.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기금 운용자의 첫째 목적은 국민 자산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비싸게 팔려고 합니다. 개인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운용 성과가 좋으면 연기금 운용자의 평판도 올라가니까요. 국민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도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파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나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변동성을 더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빠질 때 확 들어와 알고리즘 매수의 방향을 바꿔 놓으면, 지수를 끌어올려 비싸게 팔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끝낼 때까지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겁니다. 코스피는 엄청난 변동성을 겪을 겁니다. 국민연금이 방향성만 잡으면 어마어마한 돈이 레버리지로 들어와서 증시가 오르내리는 폭이 훨씬 커질 수 있는 시장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이제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연금이 비싸게 파는 것 자체는 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판돈으로 채권 시장을 떠받쳐야 한국 시장이 안정될 테니까요. 그런데 국민연금이 비싸게 팔려고 하면 6월 25일 같은 일이 반복되고, 한국 코스피의 변동성은 더 커집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계속 주식을 팔지 않으면, 채권 시장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옳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비싸게 파는 것이 목적이더라도, 변동성을 키우면서 비싸게 팔면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그 변동성에 속아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기사에 따르면 주가가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반대매매를 당해 개인들이 1조 원 넘게 날렸다고 합니다. 변동성이 커지면 반대매매로 퇴출되는 사람이 늘고, 그러면 증시를 떠받칠 자금은 줄어듭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라는 방패 하나로 모든 전선을 막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을 팔지 않아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금리는 엄청 올랐습니다. 금리를 잡으려면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그러면 증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환율은 날마다 치솟아 국민연금이 외환 시장에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주식, 채권, 환율을 국민연금이라는 방패 하나로 모두 막을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증시 부양책이 정교하게 설계돼 시스템적으로 주가를 올린 경우, 혹은 경제가 실제로 좋아져서 주가가 따라 오른 경우라면, 주가는 계속 오르거나 지속적으로 상승합니다. 그런데 숫자만 떠받치는 부양책은 대개 폭락으로 끝났습니다. 대표적으로 2015년 중국 정부가 나서서 주가를 직접 끌어올리려 했지만, 결국 참담하게 끝났습니다. 주가가 62% 떨어졌습니다. 일본도 1990년대에 공적 자금으로 주가를 떠받쳤습니다. 한국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니케이를 떠받쳤다가 주가가 대폭락했고, 고점 회복까지 34년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기금도 큰 손실을 입어 일본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증시 부양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실물을 살려서, 실물 덕분에 주가가 올라가야 합니다. 실물은 망가졌는데 돈을 쏟아부어 주가만 올리면, 결국 주가는 실물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올라 있을 때 실물을 살려야 하는데, 실물을 살리지 못한 채 주가만 몇 달 유지되면 결국 주가가 실물에 따라 떨어집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마이크론 실적이 잘 나왔으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질서 있는 정상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잃으면 안 됩니다. 국민연금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리밸런싱에 성공해야 합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빼내 채권 시장에 넣고, 투자의 저변을 넓혀서 돈이 실물 경제로 흘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건 국민연금만 할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리밸런싱에 성공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각 부처가 거시 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자꾸 증시 부양책을 내놓는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을 움직이려 하고, 금융당국은 개별 종목 레버리지를 만들어서 엄청난 변동폭을 불러왔습니다. 변동성을 줄여야 하는데 고용노동부가 또 부양책을 내놓았습니다. 실시간 ETF 거래 같은 것을 내놓고 기금을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부처마다 이런 식으로 증시 부양책을 내놓으면 결과적으로 증시의 변동폭이 커집니다. 누군가 사령탑을 만들어, 부처 간 경쟁이 아니라 거시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성을 함께 보면서 정책을 조율해야 합니다.
주가가 오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책 목표가 정말 코스피를 1만, 1만 2,000으로 올리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코스피만 높이면 한국 경제가 살아날까요? 최근 상반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코스피 부양이 아니라 실물 부양, 그리고 환율과 금리의 안정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코스피를 살리는 것이 목표가 되면 안 됩니다. 실물을 살려서 한국 경제가 튼튼해지고 경제가 잘 나가서 주가도 같이 오르는 상황이 돼야 합니다. 코스피만 살리려고 하면 실물이 죽고, 나중에는 코스피도 죽습니다. 선후 관계는 분명합니다. 경제를 먼저 살리고, 그다음에 코스피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지, 코스피의 기세가 실물 경제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길을 만들 때가 됐다고 봅니다. 외국인만 비싸게 팔고 나갔다면, 이번 코스피 부양책이 사실상 성공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 코스피에서의 놀라운 부양책이 실물 경제로 쫙 뻗어 나가도록 정책의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기회가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 그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거든요.
이 짧은 기간을 잘 활용해서 슬기롭게 펼쳐 나가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 이제 박종훈의 지식한방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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