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규환대표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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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저는 단순 금리차가 아닌 제조업 경쟁력 약화, 해외 공장 이전으로 인한 해외수익 미환류, 디지털 적자 등 구조적 요인이 핵심이라고 주장. 금리차 약 30%, 구조 약 70%로 봄. 엔/원 환율은 840원대로 하락, 일본 국채금리 급등과 재정 부담이 위험 요인. 단기 반등은 가능하나 추세 반전은 어렵고 엔저가 한동안 이어진다고 전제. 한국도 수출 대기업 달러 미환류, 내수 취약 등 일본의 10년 뒤 거울이라고 경고. 엔화 매수보다는 엔저를 활용한 일본 여행·수입 비즈니스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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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현상, 금리 뉴스가 아니라 일본 경제의 건강검진 결과입니다
일본은 금리만 올리면 해결될 일시적 현상으로 보면 계속 틀립니다. 최근에도 두 차례나 올렸는데, 지금 환율을 보면 놀랍습니다. 어제 기준 100엔당 845원 수준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100엔=1,000원보다 15% 이상 더 떨어졌습니다. 저는 일본 비즈니스를 2014~2015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엔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그래서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저는 경제학자나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 실물 경제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엔저는 금리 뉴스가 아니라 일본 경제의 건강검진 결과로 봐야 합니다.
금리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론대로라면 금리를 올린 나라의 통화는 올라야 합니다. 밖에 있던 돈이 수익을 찾아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9월 18일 기준금리를 1.25%로 올려 3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엔화는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7월 말에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일본 정부는 한 달간 역대 최대인 15조 엔을 썼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다시 달러당 160엔대로 밀렸습니다. 30년 넘게 세계 1위 순채권국인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 막대한 돈을 써도 힘을 못 쓴다는 것은, 외환이 들어오지 않고 자본이 계속 빠져나가는 구조적 균열이 있다는 뜻입니다.
제조업 경쟁력의 약화
1980년대 말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일본 기업이 차지했고, 소니와 파나소닉은 사실상 글로벌 기준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손에 있는 스마트폰 중 일본 브랜드는 거의 없고, 일본 사람들조차 삼성이나 아이폰을 많이 씁니다. 저는 일본이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잘해서 바꾸지 못했다고 봅니다. 정해진 도면대로 품질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20세기 제조업에서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세계 최강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과 AI 시대에는 완벽하지 않아도 빨리 내놓고 반응을 보며 수십 번 고치는 속도전이 이깁니다. 성공 경험이 너무 강했던 탓에 설비, 채용 기준, 결재 절차, 계열사 공급망까지 옛 공식에 굳어 있었고, 바꾸자고 하면 그 방식으로 성과를 낸 임원들을 부정하는 일이 되니 미루고 미루다 AI라는 파도를 정면으로 맞았습니다.
해외에서 번 돈이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
일본 기업은 여전히 돈을 잘 법니다. 문제는 그 돈이 일본 땅을 밟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10년 전후 달러당 70엔대의 초고엔고 시절, 일본에서 만들어 수출하면 이익이 남지 않아 대기업들이 미국, 동남아, 중국 등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에서 만들어 현지에서 파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도요타가 미국에서 번 달러는 미국 법인에 쌓여 미국 공장에 재투자되니, 엔화로 바꿔 일본에 가져올 필요가 없습니다. 장부상 해외 소득은 많은데 엔화를 사는 수요는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외화가 들어오는 문은 좁아지고, 해외 투자로 나가는 문은 활짝 열린 셈입니다.
디지털 무역 적자라는 새로운 구멍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 집계로 2025년 디지털 적자는 6조 엔을 넘을 전망입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해외 빅테크로 나가는 돈이 훨씬 많습니다. 서버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계는 윈도우와 iOS, 광고비는 구글과 메타, 생성형 AI 구독료까지 모두 달러로 나갑니다. 이는 경기와 상관없이 매달 나가는 고정비입니다. 디지털화를 열심히 할수록 달러가 더 빠져나가는 역설이 생긴 것이고, 이미 독에 구멍이 있는데 새 구멍이 하나 더 뚫린 셈입니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재정 확대의 방향과 위험
다카이치 정부는 2026회계연도 예산을 역대 최대인 122조 엔으로 짰고 식료품 소비세 감세도 추진 중입니다. 구마모토 TSMC 공장 유치와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지원처럼 30년간 돈만 쌓아두던 나라가 다시 투자를 시작한다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방향은 맞지만 시점과 순서가 위험합니다. 일본 10년 국채 금리는 9월 25일 3.1%를 넘어 약 30년 만에 최고를 찍었고, 정권 출범 때 1.6%였던 것을 생각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국가부채가 GDP의 두 배를 넘는 나라에서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납니다. 게다가 노후 불안으로 국민은 지갑을 닫고 있어 풀린 돈이 소비로 가지 못하고 엔화만 약하게 만들어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 연설에서 '시장'이라는 단어를 여덟 번이나 언급하며 달래는 것도 재정 확대와 엔화 안정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종합: 구조가 약 70%, 금리차가 약 30%
제가 보기에 엔저의 원인은 일본 경제 구조가 약 70%, 금리차가 약 30%입니다. 금리차는 불을 붙인 성냥이고, 구조는 그 아래 쌓여 있던 장작입니다. 성냥을 치워도 장작이 다 타기 전에는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현재 엔화는 ①제조업 경쟁력 악화와 해외 공장 이전 ②해외에서 번 돈의 미환류 ③저금리에 따른 엔 캐리 자본 유출 ④디지털 적자와 재정 부담이라는 고리가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제조업이 약하니 공장이 나가고, 외화가 안 들어오니 엔화가 약해지며, 엔화가 약하니 금리를 함부로 올리지 못합니다. 금리차만의 문제였다면 31년 만의 금리 인상 뒤 엔화가 회복됐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달러당 155~160엔대입니다. 일본이 산업 체질을 바꾸기 전까지 100~110엔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당장은 어렵다고 봅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위험과 기회
일본은 어쩌면 한국의 10년 뒤 거울일 수 있습니다. 위험 측면에서 첫째, 원화와 엔화는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엔화가 약해지면 원화도 약해집니다. 수출 대기업이 번 달러를 해외에 쌓아두면서 원화가 흔들린 적이 많았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오른 것도 일본 초기 모습과 비슷합니다. 둘째, 한국 내수 시장은 일본의 절반도 안 되어 한 번 흔들리면 충격이 더 큽니다. 자영업자들이 모두 힘들다고 하고, 중국발 저가 상품 때문에 온라인 셀러들도 어려움이 큽니다. 셋째, 엔저로 돈을 번 일본 기업이 AI와 반도체에 재투자하면 자동차와 기계처럼 겹치는 업종에서 우리가 밀릴 수 있습니다. 기회도 분명히 있습니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역대급으로 늘어난 이유가 바로 엔저입니다. 일본 정품을 싸게 들여올 수 있는 창이 열려 있어, 일본 구매대행 등을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팔 수 있는 시기입니다. 결국 우리 기업이 번 달러가 국내로 돌아오게 하고, 일본이 놓친 디지털 전환을 빨리 끝내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엔화 반등 가능성
단기 반등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추세 반전은 어렵다고 봅니다. 시장은 12월이나 내년 초 엔화가 한 번 더 155엔 수준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엔화가 잠깐 강해지는 장면은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벽이 세 개 있습니다. 첫째, 미국도 9월에 3년여 만에 금리를 다시 올렸고 추가 인상을 예고해 금리차가 쉽게 줄지 않습니다. 둘째, 일본 정부 빚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국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본은행이 과감하게 올리기 어렵습니다. 셋째, 앞서 말한 구조적 고리입니다. 금리는 성냥을 치우는 일이지 장작을 치우는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엔화가 곧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고 큰 금액을 사두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엔저가 한동안 이어진다는 전제 위에서 일본 여행이나 일본 상품 수입, 일본 시장을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계획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소상공인이나 직장인도 이런 흐름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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