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송재경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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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무역합의(관세 15%) 타결 후 국내 증시 반응이 시큰둥했음. 일본 선례로 기대감이 선반영됐고, 관세 인하가 현대차 등 자동차주엔 가격경쟁력 우려를 줘 불리. 하반기엔 관세보다 미국 자동차 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른 내구재 소비 둔화가 더 큰 리스크. 대미투자 3,500억불 규모는 디테일 부족으로 협상 여지가 남아 있고, 조선 투자는 국내 일자리엔 부정적이나 주주 입장에선 장기 기회. 15% 관세는 경쟁국과 동일 조건이라 조선·자동차 등 관세 무풍 섹터도 주도주 역할 지속 전망, 내수 쪽 성과 우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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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드디어 한미 무역 협상 결과가 나왔습니다. 15% 관세율로 타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한국 증시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떨떠름한 모습도 보였고, 이미 이 정도 인하를 예상해서 선반영했다는 인식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삼성전자도 쉬어갔고, 자동차는 낙폭을 키웠고, 철강도 쉬어간 하루였죠. 이런 협상 결과에 따른 시장 반응을 어떻게 보십니까?
송재경: 지난주 월요일에 일본과의 협상이 먼저 발표됐을 때, 우리도 비슷하게 되면 주가가 일본처럼 뛰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가 너무 욕심 부리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동안 너무 못 올랐다는 말씀도 해주셨죠. 결국 그런 식으로 흘러간 것 같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일본이 비슷한 결과를 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주가가 추가로 반응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관세율 인하 자체가 우리 자동차 주식에는 오늘 안 좋게 작용했습니다. 원래 2.5%였던 관세가 15%로 올라가니까, 일본이나 독일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 거죠. 다만 최근 흐름을 보면 현대차 주가는 6월 이후 꽤 좋았습니다. 반면 도요타는 지난주 월요일 미일 관세 타결 이후 급등했다가 다시 밀리는 양상이라, 우리나라 현대차나 기아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관세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니 하반기로 갈수록 더 걱정되는 것은 미국의 소비, 특히 자동차 같은 내구재 소비입니다. 2020년 코로나 전후보다도 지금이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전고점을 뚫고 올라가는 상황입니다. 자동차를 현금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대출을 받아 3년, 길게는 7~8년에 걸쳐 갚습니다. 금리는 높은데 물가 때문에 차값까지 오르다 보니, 세계 1, 2위를 다투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연체율이 많이 오르면 하반기에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 시장에서 비용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앞으로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관세만 바라보지는 말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 관세 부분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협상에서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볼 부분이 무엇인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주 뒤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는데, 투자자들은 이번 합의에서 어떤 포인트를 봐야 하고, 정상회담에서 어떤 체크포인트를 보면서 대응 전략을 짜야 할까요?
송재경: 첫 번째로 다시 확인된 것은 트럼프의 마음속에 있는 관세율이 상호관세 15%로, 평균적으로 그냥 다 받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15%를 낸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트럼프의 마음속에 그 숫자가 있었고, 그전에 25~30%를 얘기한 뒤 15%로 깎아 주면서 더 원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대규모 투자입니다.
제가 보기에 트럼프는 이미 내년 중간선거 캠페인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에 투자가 들어와서 성과가 나려면 규모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얼마만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같은 디테일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를 보면 속도전은 있는데 디테일이 거의 없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투자 펀드 형태의 대규모 투자 금액을 받아내는 것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2주 뒤 갑작스럽게 우리를 미국으로 부른 것도 이해가 됩니다. 나랑 얘기하자는 것이죠. 여기에는 트럼프가 내세우는 제조업 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을 미국의 파트너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이번 투자 분야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으니까요. 트럼프는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 회장들을 세워 놓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좋아하는데, 아마 앞으로 1~2주는 그런 그림을 만드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역으로 보면 디테일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더 유리하게 끌고 올 수 있는 시간과 협상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번 협상 결과물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당초 경제 규모를 고려해 1,00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됐던 투자 규모가 생각보다 너무 커진 것 아니냐, 조선업을 빼고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송재경: 일본과 우리를 비교해 보면, 일본은 처음 4,000억 달러에서 5,000억 달러, 나중에는 5,500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상대국에는 상당히 무리한 금액이고, 자국민에게는 엄청난 쇼업이었죠. 일본은 협상 능력을 크게 자랑했습니다. 일본과 우리의 GDP 규모를 대략 비교하면 우리가 절반 정도이니, 2,500억 달러 정도가 적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정부도 조선 1,500억 달러에 기존 일반 투자 1,000억~2,000억 달러 정도를 가지고 갔을 것 같고, 상대측에서는 여기에 일반 투자 1,000억 달러를 더 얹어 최종적으로 3,500억 달러 정도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디테일이 아니라 총규모이기 때문에, 일반 쪽에 1,000억을 더 얹어 3,500억이 된 것 같습니다.
일본이 앞서 협상에서 불리하게 끌려간 것을 보고, 이번에 김용범 정책실장이 이야기한 내용을 보면 우리는 '비망록' 형태로 대응한 것 같습니다. 협상에서 합의 각서를 쓰지 않으면, 우리가 이해한 내용을 정리해서 상대에게 보내는 방식입니다. 그 안에 우리가 이해한 바를 다 적어서 보냈다고 하니, 일정 부분 안전장치를 확보한 셈입니다. 3,500억 달러라는 규모 자체는 걱정될 수 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 우리 의견을 충분히 낼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진행자: 협상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 1,500억 달러는 미국 내 조선업 재건에, 2,000억 달러는 반도체, 2차전지 같은 양국 간 전략 산업 부흥에 쓰인다고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미국 측은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국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까요?
송재경: 정말 무례한 표현이죠. 외교가에서 이 상황을 설명하기 좋은 표현이 있더라고요. 오늘 생각나서 적어 봤는데,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왔다는 말입니다. 아주 와닿습니다. 다만 미국 상무부 발표 내용을 보면 '리테인(retain)'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더라고요. 90%를 '겟(get)'하겠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남기겠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보면 재투자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투자 금액이 얼마든 투자 효과가 있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거기서 재투자하는 것이 나쁜 결과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렇게 이해했고, 아마 비망록에도 그렇게 써서 보냈을 겁니다. 절대 규모나 수익 분배는 또 다른 이슈이니, 거기에 너무 천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오늘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쪽은 조선이었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약자로, 국내 기업이 미국에 조선소를 건립하고 MRO 서비스를 해주며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한국 조선 산업에 큰 획이 그어지는 것은 맞겠죠?
송재경: 맞습니다.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을 미국에 가서 만들게 되니 상대적으로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죠. 일자리 측면에서는 정부가 걱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반면 조선 주주들 입장에서는 덜 걱정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오늘 Q&A를 보니 우리가 1,500억 달러 이상을 하려고 오히려 역제안까지 했다고 나오더라고요. 미국이 원했다는 점을 보면, 이 투자는 장기적으로 우리 조선 기업과 주주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분리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진행자: 그럼 당분간은 조선이나 원전 같은 업종이 관세 무풍 섹터로서 계속 주도주 역할을 할 거라고 보십니까?
송재경: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15%는 우리 경쟁국과 같은 수준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점유율 싸움에서는 똑같은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15%가 미국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모든 분야의 수요를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무풍지대에 해당하는 내수 쪽은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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