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재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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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의 1923년 기원부터 1957년 공식 출범, 인덱스 펀드·파생상품 확산까지의 역사를 설명. 1973~2009년 주요 폭락(오일쇼크 -48%, 블랙먼데이 -33%, 닷컴 -49%, 금융위기 -57%)을 소개하고, 뉴턴·케인즈·버핏·LTCM 등 천재들의 투자 실패 사례로 레버리지·과신·적응력·베팅 크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 특정 자산에 대한 가격 방향 예측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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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재훈의 투자농장 박재훈입니다. 미국 주식 투자를 할 때 가장 먼저 익숙해지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아마 S&P 500 지수일 겁니다. 그런데 S&P 500이 왜 만들어졌고, 지난 100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1923년 S&P 500의 뿌리가 만들어진 시점부터 지금까지 약 100년의 역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후반부에는 뉴턴, 케인즈,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짐 사이먼스처럼 역사적으로 매우 똑똑하고 저명한 인물들도 투자에서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왜 천재들도 시장에서 무너졌는지 그 이유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주식 시장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운전할 때 도로 표지판을 외우는 것과 같습니다. 운전을 잘한다고 비가 안 오는 건 아니죠. 눈도 오고 사고도 나고 길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리 표지판을 알고 있으면 이런 상황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가가 20%, 30%, 50% 떨어지는 일을 처음 겪는 분들은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실 겁니다. 하지만 과거를 공부한 분들은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며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투자에서 큰 결과 차이를 만듭니다.
S&P 500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약 500개의 큰 기업이 들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500개 기업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 경제에서 중요한 기업이 새로 들어오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빠지면서 계속 교체됩니다. 올림픽에 비유하면, 매년 같은 선수 500명이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가장 잘하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매번 새로 구성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S&P 500에 장기 투자한다는 것은 특정 기업 500개를 평생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바뀌는 미국의 대표 기업 집단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수 구성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미국 전체 주식 시장의 약 83%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S&P 500은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S&P 500은 단순한 주가 지수를 넘어 글로벌 투자 산업을 잇는 공통 언어처럼 쓰입니다. 인덱스 펀드, ETF, 선물과 옵션 상품이 모두 이 지수를 기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축구의 공인 규칙을 전 세계 선수들이 공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S&P 500의 출발점은 1923년입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지수가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에 233개 기업의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단순 평균이 아니라 주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해 기업의 몸집(시가총액)을 계산하고, 큰 회사일수록 지수에 더 큰 영향을 주도록 만들었습니다. 1926년에는 9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만들어 매일 계산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1957년 3월 4일 5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오늘날의 형태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름의 유래도 간단합니다. 두 회사, 스탠더드 스태티스틱스와 푸어스 퍼블리싱이 1941년에 합병하면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됐고, 이를 줄여 S&P 500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여기서 '푸어(Poor)'는 가난하다는 뜻이 아니라 창업자 헨리 바넘 푸어의 성입니다. 이름 하나에도 100년 넘는 금융 시장의 역사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당시 구성은 산업 기업 425개, 철도 기업 25개, 공공(유틸리티) 기업 50개였고, 지수는 44.2포인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숫자는 주가가 아니라 기업들의 움직임을 하나로 압축한 점수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44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장기간 얼마나 커졌느냐입니다.
다우지수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다우지수는 S&P 500보다 역사가 더 오래됐지만, 약 30개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S&P 500은 약 500개 기업을 담고 있죠. 계산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다우지수는 주가가 비싼 주식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S&P 500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몸집이 클수록 영향이 크게 반영되도록 설계됐습니다. 초등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알아보려면 30명을 조사하는 것보다 500명을 조사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죠. 그래서 오늘날 기관 투자자들은 미국 대형주 시장 전체를 평가할 때 S&P 500을 대표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처음 주가 지수는 투자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이 올랐는지 내렸는지를 알려 주는 온도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투자자들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주식을 하나하나 골라야 할까, 아니면 시장 전체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개별 종목은 손실 폭이 클 수 있지만 시장 전체는 장기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이 생각이 인덱스 펀드로 이어졌습니다. 1976년 뱅가드는 일반 투자자도 S&P 500을 따라갈 수 있는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하나, 애플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과일 바구니 전체를 사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당시 월가는 이 방식을 우습게 봤습니다. 펀드 매니저의 능력을 중시하는 액티브 펀드가 대세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방법은 세계 투자 산업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1982년 S&P 500 선물이 도입됐고, 1983년에는 옵션이, 1993년에는 S&P 500 ETF인 스파이(SPY)가 상장됐습니다. 지금은 S&P 500을 중심으로 펀드, 선물, 옵션, ETF가 거대한 투자 생태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S&P 500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시대마다 주도 업종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1950~70년대에는 제조업, 석유, 자동차가 중심이었습니다. 80~90년대에는 금융과 소비재 기업이 성장했고, 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과 PC가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2010년대에는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업이, 2020년대에는 AI와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이 크게 커졌습니다. 미국 경제의 중심이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클라우드, AI로 이동하면서 S&P 500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바꿔 왔습니다.
그렇다면 100년 동안 큰 위기는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1973~74년 오일 쇼크 때는 최대 48% 하락했고, 1987년 블랙먼데이 때는 33%, 2000년 닷컴 버블 때는 49%, 2007~09년 금융위기 때는 57%가 빠졌습니다. 블랙먼데이 당시에는 '포트폴리오 보험'이라는 전략이 주가 하락을 키웠습니다. 지수가 떨어지면 선물을 팔아 손실을 막으려는 전략인데, 여러 투자자가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하면서 하락이 더 가팔라졌습니다. 그날 다우지수는 하루에만 22.6% 폭락했습니다.
긴 시간으로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상승, 폭락, 회복, 다시 상승을 반복했습니다. 하락장은 평균적으로 2~3년 정도 이어졌고, 상승장은 평균 6~7년 정도 지속됐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는 80%가 넘게 폭락했고, 2007년 금융위기는 57%, 1937년은 55%, 닷컴 버블 붕괴는 49%였습니다.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 때도 -72%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 고점에서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베어마켓)이라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30% 이상 하락을 베어마켓으로 봅니다. 시장이 감기에 걸린 게 아니라 독감을 심하게 앓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면 주식에서도 돈을 쉽게 벌지 않을까요? 저도 손실을 볼 때마다 "내 머리가 왜 이렇게 나쁜가" 자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를 알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 경제학자, 노벨상 수상자들도 시장에서 큰 손실을 봤습니다.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 수학자입니다. 하지만 1720년 남해회사(사우스시 컴퍼니) 버블에서 실수를 했습니다. 4월에 수익을 내고 주식을 팔았지만,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오르고 주변 사람들이 돈을 벌자 다시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큰 손실을 봤습니다. 뉴턴의 실패는 시장의 광기에 휩쓸린 군중 심리, 즉 포모(FOMO)가 원인이었습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처음에 환율 방향을 맞추려다 큰 실패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투자 방식을 바꿉니다. 경제를 끊임없이 예측하기보다 좋은 기업을 찾아 오래 보유하는 방식으로 옮겨 갔고, 그가 운용한 킹스 칼리지 기금은 연평균 약 16%의 수익률을 기록해 영국 평균 10%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반대로 **어빙 피셔**는 1929년 대공황 직전까지 주가가 영구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가가 폭락한 뒤에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고, 결국 막대한 재산을 잃었습니다. 케인즈와 피셔의 차이는 지능이 아니었습니다. 틀렸다는 증거가 나왔을 때 생각을 바꿀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치 투자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 역시 대공황 때 큰 손실을 겪었고, 이 경험은 그의 철학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가 강조한 개념이 바로 **안전마진**입니다. 물건의 적정 가격이 만 원이라면 9,900원에 사는 것이 아니라 6,000~7,000원 정도로 충분히 싸게 사서, 실수할 여지를 남겨 두라는 뜻입니다. 투자에서도 틀릴 가능성을 미리 감안하라는 것이죠.
**워런 버핏**도 실수를 했습니다. 그는 수십 년간 S&P 500을 웃도는 장기 성과를 냈지만, 신발 회사 덱스터 슈를 좋은 기업이라 판단해 인수했다가 경쟁력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약 35억 달러의 손실을 봤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도 틀린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피터 린치**는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 매니저 중 한 명이 됐습니다. 제 영문 이름이 'Peter'인데, 바로 피터 린치를 존경해서 따온 이름입니다. 그가 운용한 펀드에 1,000달러를 넣었다면 장기적으로 약 2만 8,000달러까지 불어났을 정도로 성과가 뛰어났습니다. 그런 린치도 1987년 블랙먼데이 때 이틀 만에 펀드 가치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천재라도 폭락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로 약 10억 달러를 벌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기에는 수십억 달러의 손실도 경험했습니다. 전설적인 투자자라도 폭락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에드워드 소프**는 수학자입니다. 원래 카지노에서 확률을 계산해 이기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그 방법을 주식 시장에 적용했습니다. 그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내가 맞힐 확률은 얼마인가? 틀릴 확률은 얼마인가? 그렇다면 얼마를 걸어야 하는가?" 포트폴리오 이론에서는 이를 베팅 사이즈라고 합니다. 좋은 종목을 찾았다고 전 재산을 투자하지 않는 것, 틀려도 살아남을 만큼만 투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가 덜 깨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한꺼번에 전 재산을 넣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는 이를 포지션 크기라고 합니다.
**짐 사이먼스**는 워런 버핏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투자했습니다. 버핏이 기업을 깊이 분석했다면, 사이먼스는 수많은 가격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면 다음 날 상승할 확률은 얼마인가?"를 계산한 것입니다. 한 번에 큰돈을 벌려 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확률의 유리함을 수천, 수만 번 반복했습니다. 이것이 퀀트 투자의 기본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LTCM**이라는 헤지펀드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학자들이 모였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도 참여했습니다. 초기에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레버리지였습니다. 레버리지는 빚을 이용해 내 돈보다 크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100만 원으로 3,000만 원어치를 굴리면 수익이 날 때는 크게 벌지만, 손실이 나면 그만큼 크게 잃습니다. LTCM은 한때 자기 돈 1달러당 30달러의 빚을 썼습니다. 1998년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자 한 달 만에 약 44%의 손실을 기록했고, 결국 청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들도 빚의 위험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 투자 방법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실패의 원인은 놀랍도록 비슷했습니다.
첫째는 **레버리지**입니다. 빚은 수익을 키우지만 손실도 키웁니다. 둘째는 **과도한 자신감**입니다. 내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 없이 베팅하면 한 번의 실수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셋째는 **적응력**입니다. 틀렸다는 증거가 나오면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는 **베팅 크기**입니다. 아무리 좋은 투자도 전 재산을 걸면 한 번의 실수로 끝날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의 핵심은 얼마나 똑똑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에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투자 계좌를 한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주가가 오르니까 나만 뒤처질 것 같아서 산 종목은 없나요? 그것이 포모입니다. 내가 산 주식이 틀릴 가능성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빚을 이용해 투자하고 있지는 않나요? 한 종목에 너무 많은 돈을 싣고 있지는 않나요? 좋은 종목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살펴본 투자 대가들의 실패를 보면 종목 선택보다 위험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교훈은 S&P 500의 100년 역사, 그 수많은 폭락과 회복의 과정에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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