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세익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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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랠리는 아직 유효하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을 경계하고 사이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 과거 2022~23년 재고조정 시 메모리 매출의 상당 부분이 손실이었고, 2019년 반도체는 약 30% 이상 역성장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 빅테크 설비투자가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로 전환되거나 투자 축소 조짐이 나타나면 도망쳐야 하며, 현재까지는 그런 조짐이 없다고 봄. 다만 3등 기업 도태 후 투자 단절과 반도체 겨울 가능성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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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 is different)"입니다. 존 템플턴 경이 남긴 말이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흔히 '뉴 노멀'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항상 가격이 평균으로 수렴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균보다 너무 많이 올라가면 다시 떨어지고, 너무 많이 내려가 있을 때 살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평균으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2년 전 반도체 분위기가 험악했을 때도 3년 사이클로 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결국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밑에서 물려 계신 분들은 계속 보유하셔도 됩니다.
이번 AI 슈퍼사이클에서는 조정이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과도한 투자가 있으면 반드시 과잉 투자에 따른 재고 조정이 옵니다. 2022~2023년에 재고가 너무 많이 쌓였고, 범용 반도체 가격이 너무 낮게 거래되면서 당시 매출의 약 80%가 손해였습니다. 지금은 거의 80%가 이익으로 잡히지만, 가격이 낮으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국면이 3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2016~2018년에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장기 슈퍼 울트라 사이클로 이어진다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반도체는 1년 내내 30% 이상 역성장했습니다. 큰 사이클이 오는 것은 맞더라도 짧은 조정 사이클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AI 랠리 이후에는 실적보다 가이던스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체크합니다. 블룸버그에는 다음 분기 매출, 이익, EPS, 설비투자(CAPEX)에 대한 컨센서스가 나와 있는데, 회사가 이보다 높게 가이던스를 주느냐 낮게 주느냐에 따라 주가가 크게 빠지기도 하고 오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사가는 곳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같은 기업들입니다. 최근에는 구글 같은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잉여현금흐름(FCF)을 봐야 합니다. 영업으로 번 돈보다 투자하는 금액이 많아지면 FCF는 마이너스가 되고, 결국 빌려서 투자하게 됩니다. 빌린 돈으로 투자한 만큼 이익이 따라오면 괜찮지만, 이익이 그만큼 따라오지 않으면 언젠가는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단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투자를 줄인다는 신호가 나오면 우리는 빠르게 빠져나와야 합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빅테크 기업들은 컨센서스보다 높게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꺾이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꺾임의 조짐은 대개 기업의 분식회계 이슈에서 시작합니다. "이렇게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분식으로 돈을 버는 척했다"는 믿음이 깨지면 주가가 무너집니다. 닷컴 버블 때 월드컴과 엔론 같은 거대 기업이 망했고, 이를 잡아내지 못한 앤더슨 컨설팅이라는 세계 3대 회계법인도 무너졌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돈이 몰리자 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시스코 장비를 사재기했지만 돈을 벌지 못했고, 결국 기업들이 와르르 망했습니다. 2000~2002년 사이 실업률은 3.4%에서 6%까지 올라갔습니다. 저는 이런 균열의 징후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 하나 참고할 점은 닷컴 시절 1등은 야후였고 우리나라는 다음이었지만, 2002년 상장한 네이버와 나중에 1등이 된 구글이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1등이 드러나면 다른 기업들은 도태되면서 시장이 슬림해집니다.
지금은 AI 분야에 제미나이, 오픈AI, 앤트로픽 등 많은 기업이 있고 중국 기업과 테슬라의 xAI도 있어 누가 1등인지 아직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3등이 되는 순간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현대·기아, 쌍용차, 삼성차, 대우차가 그랬던 것처럼요. 결국 3등 기업들이 지쳐 도태되면서 그동안 수요를 만들어 주던 투자가 갑자기 끊기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때 1, 2등 기업조차 투자를 멈추고 기존 인프라로 돈을 벌려고 할 것이고, 그때가 우리나라 반도체의 겨울이 찾아오는 시점일 수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올 수 있으니 그때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다름을 믿기보다는 사이클로 보고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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