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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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은 엉망이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내년 금리 인하 기대로 버티는 중이다. 미국은 GDP 4.9%와 건설·소비 호조, 집세 등 인플레 구성요소 때문에 2024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보며, 한국은행은 수출 부진과 낮은 경제성장률 때문에 미국보다 먼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은 2023년 반등했으나 PF 리스크와 높은 금리가 부담이고, 신생아 특례 보금자리론 등 정책이 내년 효과를 낼 수 있다. 내년은 금융 장세 기대가 부각될 수 있어 한국 주식 비중확대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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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힘들 것 같습니다. 내년 2024년 상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면 그건 서프라이즈이고, 그렇다면 뭔가 충격이 생긴 거죠. 우리가 알고 있는 인식 범위 밖의 일들, 코로나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것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쇼크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들 누구도 모릅니다. 그래서 외부 충격으로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 두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아는 정보로 볼 때는 내년 상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지난 3분기, 그러니까 7~9월 미국 GDP 성장률이 4.9% 나왔습니다. 이를 뜯어보면 재고가 늘면서 성장률을 올린 부분 1%를 빼더라도 나머지 3~4%는 대부분 경제가 좋아진 데서 나온 것입니다. 특히 소비와 건설투자가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찍고 있는데도 왜 건설 경기가 좋을까요? 살펴보니 건설 경기를 떠받치는 요인들이 있습니다. 민간 투자가 엄청나게 늘었고, 한국 기업들인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지금 미국에 공장을 엄청 짓고 있습니다. 땅값이 싸고 에너지가 싸고 태양광 발전이 쉬운 곳, 즉 벨트와 텍사스 같은 지역으로 공장들이 몰리고 있죠. 이게 금방 사라질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려면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혀야 하는데, 저도 인플레이션이 잡힌다고 봅니다. 그런데 미국 물가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가 바로 집세, 쉘터 프라이스와 렌트 프라이스입니다. 이 렌트 프라이스는 집값과 연동됩니다. 건설 경기가 좋으면 집값이 오르고, 땅값이 오르고, 월세도 따라 오르죠. 그 비중이 미국 소비자물가의 40% 정도 됩니다. 그러니 연준 입장에서는 완전히 꽃놀이입니다. 금리를 올려도 부동산이 안 죽고 집세도 올라가니, 금리를 계속 올려도 되는 상황인 거죠. 얼마 전 미국 국채금리가 5%까지 간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관건은 미국의 부동산 경기인데, 부동산 경기가 쉽게 식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더라도 천천히 떨어지지 급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연준이 주식시장 좋으라고 금리를 인하해 준다는 건 좀 이상하죠. 연준이 언제부터 주식시장을 그렇게 부양하고 싶어 했습니까? 지금도 버블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말이죠.
이것들을 종합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를 올리지만 않아도 고맙다, 그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 뒤에 인하하느냐 마느냐는 지금 시점에서 내년 하반기 경제까지는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습니다. 1년 뒤 미래를 알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부자가 됐을 겁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매번 전망이 틀리는 이유가 뭘까요? 우리가 아는 범위 밖의 일이 터지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게 초반에 대패를 당하고 전쟁이 시작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우크라이나 전쟁도 만 2년이 되어 가는데 러시아 경제가 저렇게 망해 가고 있는 것, 이런 걸 예상한 사람은 전쟁 전문가 중에도 없었습니다. 경제 분석가가 경제를 예측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정치학자와 군사학자도 다 예측하지 못하더군요. 그러니 제 말을 너무 믿으시면 안 되고, 제가 가진 정보 안에서 보면 금리 인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힘들다는 정도입니다.
대신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에는 포워드 가이던스, 즉 점도표를 바꿀 겁니다. 예를 들어 내년 금리 전망을 지금의 5.5%에서 4.75%로 낮춘다면, 지금은 동결이지만 곧 인하한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면 한국은행도 없는 용기를 긁어모아 금리 인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물가도 외부 요인에 좌우되고, 내수는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수출 경기는 몹시 나쁩니다. 그래서 한국은 금리를 내리고 싶은데 미국을 보면서 못 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인하 신호를 주면 우리가 먼저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구나 우리 사정이 미국보다 안 좋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주변국들이 환율을 전부 다 떨어뜨렸고, 둘째, 반도체 가격이 반토막 났고, 셋째, 미국 중앙은행이 고금리 정책을 펼치니 우리의 수출 시장인 미국 경기도 건설 경기 말고는 화끈하지 않습니다. 우리 제품 수출에서 특히 중요한 중국 시장도 경기가 엉망입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우리 경제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은 것입니다.
우리는 수출이 잘될 때는 성장률이 미국보다 굉장히 잘 나오지만, 반대로 수출 말고는 경제 내에 버틸 데가 별로 없는 나라입니다. 수출이 안 되면 성장률이 안 나오는 나라라는 건 인정해야 합니다.
그나마 부동산 시장이 2023년에 반등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겁니다. 작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2021년 9월 고점 대비 30% 정도 빠졌다가 2023년 2월부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이게 안 올랐다면 우리나라는 96년 이후 경기가 더 나쁘니 어쩌니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불황이었을 겁니다. 부동산 시장은 운이 좀 따랐습니다. 정부의 보금자리론이 있었고, 레고랜드 사태도 어떻게든 수습되었습니다. 시장금리가 급등했는데, 미국 금리가 떨어지기 전에 우리 금리가 훨씬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부동산을 부양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 PF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브릿지론이 문제였습니다. 땅을 파기 전에 받은 대출이 문제였죠. 이제부터는 PF, 즉 건물을 짓고 있는 중에 미분양이 날 때 문제가 됩니다. 미분양이 늘면 PF가 터지는데, 이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최근 미분양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좋아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미분양이 다시 늘면 PF 금리가 엄청나게 올라 있기 때문에 지금도 힘들게 버티는 상태입니다. 정부 주도의 여러 노력으로 PF 대출 만기를 이어 가고 있지만, 만약 미분양이 대량으로 발생해 터진다면 그때부터 연쇄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은행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가 더 안 좋으니까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인하하고 싶은 생각이 꽤 많을 겁니다.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요인은 외부 충격이고 내부 요인은 없습니다. 우리가 금리를 올려 인플레를 잡아야 할 정도로 인플레가 심각하지 않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고, 시점은 미연준이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 금리를 확실히 내려 줄 테니 믿어 보라는 식으로 돌아설 때입니다. 그때 한국이 신속하게 금리를 인하한다면 미분양이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간당간당하고 위태로운 건 사실입니다.
저는 집값이 오르기에는 조건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지금의 반등 흐름이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 약발이 다해 가는 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금리입니다. 미국만큼 오르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한때 10년물 국고금리가 4%를 넘었습니다. 고정금리 대출이 대부분이라 보금자리론 같은 금리도 부담입니다. 여기에 올해 수출 경기가 골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은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이게 지속될지에 대한 걱정이 존재합니다. 기업들이 정말 망하는 곳이 나오면 어떡하나, 수출 불안이 길어지면 실업이 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있습니다. 노동시장은 올해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는데, 내년에도 괜찮을지 여기저기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안 빠지기만 해도 저는 대박이라고 봅니다. 잘 버티면 좋은 거지, 오르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오른다면 제가 모르는 요인이 뭔가 터져야 할 텐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유전이 터지거나 천연가스전이 발견되는 것 같은 일입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 국가가 됐는데, 3년 안에 거기서 대박이 났습니다. 자원이 없던 황폐한 나라에 천연가스가 터진 겁니다. 이런 건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아는 정보 내에서는 그런 대박 요인이 없습니다. 그러니 부동산이 안 빠지면 다행이지, 그렇게 크게 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집값이 오르려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는 싸야 하는데, 올해 이미 반등해 버렸으니 싸지 않습니다. 둘째는 금리가 싸야 하는데, 작년보다는 좀 내렸지만 재작년에 비해 금리가 3% 정도 올라 있으니 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셋째는 경기가 좋아 고용이 폭발적으로 늘어 사람들의 구매력이 늘어나야 합니다. 올해 임금 상승률을 보면 변변찮고, 안 잘리기만 해도 다행인 상황입니다. 결국 집값을 올릴 요인은 "내년에 금리가 내려갈 것이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다"라는 먼 미래의 막연한 기대뿐입니다. 당장은 잘 보이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제가 그래도 붕괴는 안 된다고 자꾸 이야기하는 이유는, 버티면 다행이지만 내년에도 부동산 PF가 터지지 않고 미분양이 좀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근거는 정부가 내년 초에 신생아 특별 보금자리론을 시행한다는 점입니다. 두 살 미만 아동을 키우는 가구에 대해서는 5억 원까지 금리 1%를 적용합니다. 소득 제한은 부부 합산 1억 3천만 원 정도 이하이고, 시세 9억 원 이하의 집을 사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총액은 27조에서 30조 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돈이 풀리면 시장이 살아날 수는 있겠지만, 올해 반 이후에 나온 정책이라 크게 수익이 나겠느냐 하면 그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부동산 시장은 별로 재미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저는 금융장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도는 오지 않지만 다들 기다리잖아요. 고도를 기다리듯 금융장세를 기다리는 겁니다. 금융장세란 실적은 꽝인데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희망을 먹고 사는 장세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실적을 보면 엉망입니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이 2,300~2,400에서 버티는 이유는 결국 "금리가 이제 떨어지지 않겠냐"는 기대 하나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말씀드린 대로, 내년 봄 상반기에 한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한다면 한국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금융 정세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부각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한국 주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중 확대를 권합니다. 작년보다 올해가 좋았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은 장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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