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영익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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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기는 작년 10월을 정점으로 수축 국면 초입에 있으며, 제조업 재고 급증과 잠재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 문제가 겹쳐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 무역·기술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피해를 크게 받는다. 미중 갈등은 장기적으로 금융·무력 충돌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시각이 제시된다. 대안으로 아세안·인도 수출 확대가 언급되며, 2차전지와 D램 분야는 한국의 경쟁력 요소로 평가된다.
다듬은 글
단기 사이클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로 경기를 판단하는데요, 경기는 작년 10월이 정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1번의 순환에서 수축 국면은 평균 20개월이었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수축 국면 초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소비도 안 좋고, 수출과 투자도 좋지 않습니다. 특히 제조업 경기가 정말 나빠요. 재고지수를 보면, 지난 1월 통계 기준으로 출하 대비 재고가 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쌓였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노동과 자본,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이 지금 2%에서 1% 후반으로 내려오는 과정이에요. 2030년쯤에는 1%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잠재성장 능력이 구조적으로 약해지는 것이 핵심 문제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 GDP에서 총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입니다. 우리는 자유무역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은 나라 중 하나예요. 수출 비중이 높으니까 세계 경제가 좋으면 수출이 잘 되고, 우리 경제도 성장할 수 있었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 세계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원자재와 중간재를 가장 싸게 조달하고, 가장 싼 임금으로 생산해서 자유무역을 했지요.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미국은 마스크 하나도 자국에서 만들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자기 나라나 중국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이 후퇴하고 있어요.
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8%까지 올라왔습니다. 중국이 이렇게 커지니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어요. 무역 전쟁으로 시작한 갈등이 지금은 기술 전쟁까지 번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원래 자유무역으로 서로 이익을 본 나라입니다. 월마트 진열 상품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라고 하죠.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뒤, 저임금을 바탕으로 세계 상품을 많이 만들어 특히 미국에 공급했습니다. 2001년부터 작년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약 6조 달러에 이릅니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이 싼 상품을 공급해서 좋았고요.
중국은 무역으로 번 돈으로 미국채를 사들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금리가 낮아지고 집값과 주가가 올라서 이익을 봤어요. 자유무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다 같이 이익을 본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너무 커지자 미국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을 가장 빠르게 되돌리고 있습니다. 각종 규제를 하면서 서로 피해를 보고 있어요.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성장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미국은 자국에 투자하라고 요구합니다. 2차전지도, 전기차도, 최근에는 반도체까지 미국에 투자하라고 하지요. 그러니 우리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해야 우리 일자리도 생기고 수출도 늘어납니다. 그런데 미국에 공장이 생기면 우리나라 일자리와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미국의 세계 GDP 비중은 2000년 34%에서 24%로 줄었고, 중국은 2%에서 18%로 늘었습니다. 추세대로라면 2030년 전에 중국 GDP가 미국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도 있어요. 이것이 패권 교체의 본질이고, 미국이 중국에 무역 규제와 기술 견제를 하는 이유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작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약 3,800억 달러였는데, 그 이전 해보다 오히려 늘었다는 겁니다. 규제와 관세를 부과했는데도 말이죠. 제조업 공장은 당장 만든다고 상품을 바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미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대중 적자는 오히려 늘고 있어요. 수출 주도 국가인 우리나라가 이 갈등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패권 교체기에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이 충돌하는 현상을 다룬 책이죠. 무역 전쟁이 금융 전쟁으로 가고, 이어 무력 충돌까지 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레이 달리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고, 앨리슨 교수도 이를 막을 방법은 전쟁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 충돌을 피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대만 침공이 충돌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건 맞습니다. 결국 미국과 중국 밖에서 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유럽을 봐야 하고, 최근 아세안 지역이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미중 패권 경쟁이 이어지면 세계 자본이 중국으로만 가지는 않을 겁니다. 인도를 보세요. 미국 편을 드는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를 싸게 들여오면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지역으로 수출을 크게 늘려야 합니다. 아세안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에서 작년 18.3%까지 올라왔습니다. 5~10년 안에 아세안 비중이 중국 수출 규모를 넘어설 겁니다. 인도까지 합치면 20%를 넘어요.
우리나라는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D램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따라올 나라가 많지 않아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고 공장을 지을지, 보조금 없이 중국과 함께 진출할지는 기업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다만 반도체는 산업의 쌀입니다. 미국도 중국도 반도체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어요. 우리가 반도체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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