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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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카이스트 출신 스타트업 포인투테크놀로지(플라스틱 관 전파 전송 기술 '이튜브')에 약 1억 원대 직접 투자. AI 데이터센터의 구리 배선 한계로 광통신 전환이 가속, 엔비디아는 광부품사에 대규모 투자하고 GPU-GPU 광연결 로드맵을 앞당김. 광통신 테마주는 급등했으나 2000년 코닝 사례처럼 거품 위험 경고, 장기적으로 HBM(SK하이닉스·삼성) 수요 확대 수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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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기준 시가총액 4,000조 원이 넘는 세계 최강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한국의 한 회사에 처음으로 직접 투자했습니다. 금액은 약 1,000억 원입니다. 그런데 그 돈을 받은 회사는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아니었습니다. 직원이 수십 명 남짓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회사였습니다.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시작된 작은 스타트업, 포인트 테크놀로지입니다.
세계 D램 메모리의 70%를 만드는 삼성과 SK를 옆에 두고, 엔비디아는 왜 하필 직원 수십 명짜리 무명 회사에 사상 첫 직접 투자를 결정했을까요? 게다가 이 회사가 만드는 것은 반도체 칩도 메모리도 아닙니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플라스틱 빨대 안에 전파를 가두는 기술입니다. 구리선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플라스틱을 넣겠다는 것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그리고 이 1,000억 원짜리 결정 뒤에는 지금 전 세계 AI 산업을 통째로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엔비디아가 한국의 작은 연구실 출신 회사에 돈을 넣은 진짜 이유와, 그 뒤에서 벌어지는 수십조 원짜리 판가름의 정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AI에 대한 흔한 오해 하나를 짚고 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AI의 힘이 GPU, 즉 그 비싼 반도체 칩의 성능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칩이 빠르면 AI가 똑똑해진다는 식이죠.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요즘 AI 데이터 센터는 GPU 한 개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수만 개의 GPU를 한꺼번에 묶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두뇌처럼 작동시킵니다. 거대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만 수만 개의 칩이 동시에 계산하고, 그 결과를 끊임없이 주고받습니다. 여기서 진짜 문제가 생깁니다. 칩이 아무리 빨라도 칩과 칩 사이에서 데이터가 제대로 오가지 못하면 전체가 멈춰 버린다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천재 수학자 수만 명을 한 건물에 모아 놨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계산 결과를 주고받는 방법이 종이 쪽지를 손으로 전달하는 것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개개인이 아무리 똑똑해도 전체 작업 속도는 쪽지가 오가는 속도에 묶여 버립니다. AI 데이터 센터에서 GPU를 잇는 선, 즉 배선이 바로 그 쪽지 전달 통로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통로가 AI 발전의 가장 큰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통로 역할을 해 온 것이 구리선입니다. 전기가 잘 통하고 값도 싸고 다루기도 쉬워서 수십 년간 거의 모든 전자 기기의 기본 배선이었습니다. 데이터 센터 안에서 GPU들을 잇는 케이블도 대부분 구리였습니다.
문제는 AI가 요구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구리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입니다. 구리선은 데이터를 빨리 보내려 할수록 신호가 급격히 약해집니다. 특히 차세대 속도에서는 거리가 2미터 안팎만 넘어가도 신호가 크게 약해집니다. 바로 옆자리가 아니라 몇 걸음만 떨어져도 말이 안 들리는 셈입니다.
게다가 억지로 신호를 밀어 넣으면 엄청난 열과 전기를 먹습니다. 데이터 센터 전기 요금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계산이 아니라 이 선들을 식히고 달구는 데 쓰입니다. 규모를 보면 더 분명합니다. 요즘 짓는 대형 AI 데이터 센터 한 곳이 쓰는 전기는 웬만한 중소도시 하나가 쓰는 전력과 맞먹습니다. 그중 상당 부분이 칩을 돌리는 데가 아니라 칩들 사이로 신호를 억지로 흘려보내고, 거기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데 들어갑니다. 쉽게 말해 일은 안 하고 통로 관리에만 돈이 줄줄 새는 구조입니다.
AI를 키울수록 이 낭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문제가 된 것입니다. 수만 개의 GPU를 그렇게 짧은 거리 안에 다 욱여넣을 수는 없으니, 구리의 한계는 곧 AI 확장의 한계이고, 더 나아가 엔비디아 매출의 한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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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 최강 엔비디아가 이 구리의 한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보겠습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수십조 원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엔비디아는 GPU를 더 많이, 더 크게 묶어 쓰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GPU들을 잇는 선이 2미터 안팎에서 막혀 버리면, 아무리 좋은 칩을 만들어도 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결단을 내립니다. 구리를 버리고 빛으로 갈아타기로 한 것입니다. 빛, 즉 광 케이블입니다.
광통신은 데이터를 전기가 아니라 빛으로 보냅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유리 섬유 안으로 빛을 쏘는 방식입니다. 빛은 구리 신호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멀리, 빠르게, 적은 전력으로 갑니다. 인터넷 광랜이 옛날 구리 전화선보다 빠른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구리선이 좁은 동네 골목길이라면, 광은 뻥 뚫린 고속도로인 셈입니다.
엔비디아가 이 전환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를 보면 입이 벌어집니다. 2026년 3월, 엔비디아는 광통신 부품 1위와 2위 기업인 루멘텀과 코히런트에 각각 20억 달러씩, 합쳐서 4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5조 7천억 원입니다. 두 달 뒤인 5월에는 광섬유의 원조격인 미국 코닝의 최대 32억 달러, 우리 돈 약 4조 6천억 원 규모의 투자 권리를 확보합니다. 이 둘만 더해도 광통신 분야에만 10조 원 안팎을 배팅한 것입니다. 웬만한 중견 기업 하나를 통째로 사고도 남는 돈을, 칩이 아니라 칩을 잇는 케이블 기술에 쏟아붓는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그린 로드맵은 더 과감합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GPU 칩 자체에 빛을 통합하는 기술, 어려운 말로 코패키지드 옵틱스는 한참 뒤에나 적용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이 일정을 무려 5년 가까이 앞당겨, 2028년 차세대 칩 루빈 울트라 세대부터 GPU와 GPU를 빛으로 직접 잇겠다고 선언했습니다. 5년을 앞당긴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입니다. 구리의 한계가 먼 미래의 걱정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됐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엔비디아는 그냥 좋은 케이블을 사다 쓰면 될 텐데, 왜 굳이 부품 회사에 직접 투자까지 할까요?
답은 엔비디아가 늘 써 온 전략에 있습니다. 미래의 병목이 될 핵심 기술을 경쟁사가 가로채기 전에 미리 자기 편으로 묶어 두는 것입니다. 사실 엔비디아는 이 수법을 이미 한 번 써먹었습니다. 바로 HBM에서입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를 사실상 핵심 공급처로 끌어안으면서 가장 중요한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만년 2등 소리를 듣던 회사에서 HBM 세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엔비디아가 점찍은 회사가 어떻게 변하는지, 우리는 이미 두 눈으로 본 적이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건 엔비디아 혼자만의 싸움도 아닙니다. AMD, 브로드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까지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이 광 연결 방식의 공통 규격을 만들겠다며 한 테이블에 모였습니다. 규격이 정해지면 그 안에 들어간 부품 회사는 살아남고, 바깥에 남은 회사는 통째로 도태됩니다. 표준을 누가 쥐느냐가 곧 생사를 가르는 전쟁입니다. 엔비디아가 한국의 작은 회사에 미리 1,000억 원을 찔러 넣은 것은, 이 표준 전쟁에서 쓸 카드 한 장을 남보다 먼저 손에 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이 1,000억 원은 단순한 응원이나 자선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배팅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림은 단순합니다. 구리를 버리고 빛으로 간다. 그러니 광케이블, 광부품 회사들이 돈을 번다. 실제로 시장은 정확히 그렇게 반응했습니다. 2026년 봄 한국 증시에서 광통신이라는 단어가 붙은 종목들이 미친 듯이 올랐습니다. 어떤 회사는 1년 만에 주가가 3,500% 넘게 뛰었고, 또 어떤 회사는 미국 데이터 센터에 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냈다는 소식 하나에 그날 바로 상한가를 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광케이블 회사들에 돈을 뿌리는 와중에, 정작 한국에서 처음으로 직접 투자한 포인트 테크놀로지는 광케이블 회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빛으로 가겠다면서 정작 빛을 쓰지 않는 회사에 한국 첫 투자를 넣은 것입니다.
잠깐 멈추고 집중해 주세요. 바로 이 지점에 이번 이야기의 진짜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다들 엔비디아가 구리에서 빛으로 갈아탄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광케이블 주식을 삽니다. 그런데 포인트가 만드는 것은 빛도 구리도 아닙니다. 제3의 길입니다. 전파를 플라스틱 관 속에 가둬서 보내는 기술입니다. 회사는 이것을 이튜브라고 부릅니다.
조금 풀어 보겠습니다. 와이파이나 휴대폰 전파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간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포인트는 그 전파를 공기 중에 흩뿌리는 대신, 가느다란 플라스틱 빨대 같은 관 안에 가둬서 한 방향으로만 보냅니다. 라면 면발보다 얇은 몇 밀리미터 폭의 납작한 플라스틱 관입니다. 그 가느다란 플라스틱 관 안으로 수십에서 수백 기가헤르츠에 이르는 초고주파 전파가 흐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게 왜 대단하냐면, 구리처럼 거리 제약이 없고, 광케이블처럼 비싸고 전기를 많이 먹는 까다로운 부품도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공개한 수치를 보면, 전송 거리는 구리선의 열 배, 무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가볍고, 전력과 비용은 광케이블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신호가 오가는 지연 시간은 광케이블의 10분의 1이라고 합니다. 빛보다 빠른 것은 세상에 없지만, 빛을 전기로 바꾸고 다시 빛으로 바꾸는 변환 과정에서 생기는 시간 낭비를 확 줄였다는 뜻입니다. 구리의 장점인 단순함과 광의 장점인 장거리를, 플라스틱이라는 엉뚱한 재료로 한꺼번에 잡은 것입니다.
그러면 이 기술은 실제 데이터 센터에서 어떻게 쓰일까요? 앞서 천재 수학자 수만 명이 쪽지로 소통한다는 비유를 했습니다. 포인트의 기술은 그 쪽지 전달을, 느린 손배달에서 공기압 관 택배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과 비슷합니다. 옛날 큰 병원이나 은행에서 서류를 캡슐에 넣어 관으로 쏘아 보내던 장치를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칩과 칩 사이에 가느다란 플라스틱 관을 깔고, 그 안으로 데이터를 전파에 실어 순식간에 쏘아 보내는 것입니다. 비싸고 까다로운 광부품 없이도, 구리보다 훨씬 멀리, 훨씬 적은 전기로 말입니다.
수만 개의 칩이 거미줄처럼 얽힌 거대한 AI 데이터 센터에서 이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집니다. 전기는 덜 먹고 칩은 더 멀리, 더 많이 묶을 수 있으니까요. 엔비디아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그림입니다.
그러면 이 회사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드라마입니다.
포인트의 뿌리는 카이스트입니다. 회사를 세운 사람은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배현민 교수입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광통신 장비 회사 피니사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9년 카이스트 교수가 된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좀 특이한 교수입니다. 논문만 쓰는 학자가 아니라, 연구한 기술을 들고 직접 회사를 차리는 일을 반복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세운 회사가 무려 다섯 개입니다. 그중 통신용 반도체를 만들던 한 회사는 소프트뱅크에 투자를 받고 결국 다른 기업에 팔렸습니다. 크게 성공한 회사도 있었고, 끝내 빛을 보지 못한 회사도 있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분을 아예 창업 머신이라고 부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매번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빈틈만 골라 파고들었다는 점입니다. 다들 큰길로 몰려갈 때 혼자 샛길로 들어가 거기서 금맥을 찾아내는 스타일입니다. 교수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걸 하면 의미가 없고,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 다이아몬드처럼 희소성이 생긴다고요. 모두가 구리냐 빛이냐를 두고 싸울 때, 이 사람은 플라스틱 관 속에 전파를 보내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판 것입니다.
2016년 카이스트 동문들과 함께 포인트를 세웠습니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자리 잡았습니다. 초반에는 당연히 무시당했습니다. 구리도 빛도 아닌 어중간한 기술 아니냐는 것이었죠. 직원 수십 명 남짓한 작은 회사가, 그것도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거인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시선이었습니다.
그 무시를 한 방에 뒤집은 것이 바로 엔비디아의 선택입니다. 투자에 까다롭기로 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엔비디아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는 절대 돈을 넣지 않는 회사입니다. 그런 엔비디아의 투자 부문이 미국의 반도체 투자사들과 함께 포인트에 약 1,000억 원을 넣었습니다. 한국 뿌리를 둔 반도체 기업으로는 엔비디아가 처음으로 직접 투자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회사를 이끄는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I의 경쟁력은 결국 칩과 칩을 연결하는 통로, 인터커넥트에서 결정된다고요. 엔비디아도 정확히 같은 곳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소름 돋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서 첫 직접 투자 상대로 고른 것이, 세계 1위 메모리를 만드는 삼성도 SK하이닉스도 아니라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나온 무명 스타트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한국의 진짜 무기는 많이, 잘 만드는 양산 능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 만들어내는 원천 기술에도 있다는 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엔비디아가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투자의 관점으로 가져오면, 우리는 아주 위험한 함정 앞에 서게 됩니다.
엔비디아가 광으로 간다, 포인트가 떴다. 이런 소식이 퍼지자 한국 증시에서 광통신 관련주라는 딱지가 붙은 종목은 죄다 폭등했습니다. 문제는 이 중에 진짜 기름이 도는 차와 번지르르하기만 한 차가 마구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계약과 실적으로 증명한 회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장을 조절하는 특수 부품을 세 번째로 양산 수주한 회사가 있고, 미국의 통신망 투자 확대 흐름을 타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대한광통신은 미국 AI 데이터 센터에 광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실제로 따냈습니다. TMC라는 회사는 5월에 미국 데이터 센터와 110억 원짜리 광케이블 공급 계약을 맺자마자 상한가를 쳤습니다. 적어도 이런 회사들은 손에 진짜 주문서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그 옆에 슬쩍 묻어간 회사들입니다. 계약을 따낸 회사조차 1년 새 주가가 3,500% 넘게 뛰어 이미 과열 경고가 붙은 상태입니다. 어떤 종목은 데이터 센터 매출이나 계약이 뚜렷이 확인되지도 않는데, 사업 목적에 광통신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달 남짓 만에 600% 넘게 폭등했습니다. 다 같이 올랐지만, 실제로 엔진에 기름이 도는 차는 몇 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게 단순한 겁주기로 들린다면 역사를 한번 보겠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때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인터넷이 폭발하면서 광통신이 미래라는 열풍이 불었습니다. 광섬유의 대표 주자 코닝의 주가는 2년 만에 열 배 넘게 폭등해 100달러를 훌쩍 넘겼습니다. 그런데 거품이 꺼지자 어떻게 됐을까요? 90% 넘게 폭락해서 주가가 1달러대까지 추락했습니다.
미래 기술이라는 방향 자체는 맞았습니다. 실제로 지금 우리는 광통신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방향이 맞다고 모든 회사가 살아남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타이밍과 옥석을 잘못 고른 투자자들은 본전을 찾기까지 10여 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풍경도 그때를 닮았습니다. 한 종목이 계약 소식에 상한가를 치면, 다음 날엔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옆 종목까지 따라 오릅니다. 뉴스에서 "광통신 수혜주 TOP" 같은 제목을 보고 뒤늦게 올라탄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폭등의 막바지에 들어간 사람들이, 정작 거품이 빠질 때 가장 크게 다친다는 것입니다. 600% 오른 주식이 반토막 나면, 처음부터 들고 있던 사람은 그래도 이익이지만, 꼭대기 근처에서 산 사람은 원금의 절반을 날립니다. 같은 종목이라도 누가 언제 탔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갈립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고민도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광전환 관련주가 들썩이고, 유럽과 일본의 부품 회사들도 같은 흐름에 올라타려 애쓰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동시에 같은 금맥을 향해 달려가는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입니다.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은 포인트처럼 진짜 기술을 가진 곳은 살아남겠지만, 분위기만 타고 올라간 회사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누가 진짜인지 가려내는 눈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조차 구리가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GPU 칩에 빛을 직접 통합하는 기술이 2030년이 되어도 전체의 일부에만 적용되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한동안 값싸고 전력 효율 좋은 구리가 여전히 주력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시 말해 구리에서 빛으로, 또 플라스틱 전파로 가는 이 전환은 하루아침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납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테마만 쫓아다니면, 한국 증시에서 코닝의 2000년대를 똑같이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전환에서 진짜로 큰 돈이 흐르는 줄기는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가 잘하는 그곳, HBM입니다. HBM은 GPU 옆에 딱 붙어서 데이터를 쏟아붓는 초고속 메모리입니다. 2026년 HBM 시장 규모는 약 85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시장의 절반 가량을 SK하이닉스가, 약 30%를 삼성전자가 쥐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광 전환으로 GPU와 GPU 사이의 길이 넓어지면, GPU는 더 많이, 더 크게 묶입니다. GPU가 늘어나면 그 옆에 붙는 HBM 수요도 함께 폭발합니다. HBM이 GPU 안의 데이터 통로를 넓힌다면, 광 전환은 GPU 사이의 통로를 넓히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쌍둥이 흐름입니다. 광통신 테마주를 직접 사지 않더라도, 삼성과 SK의 주주라면 이미 이 흐름에 한 발 올라타 있는 셈입니다.
결국 엔비디아의 1,000억 원짜리 한국 첫 투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첫째, AI는 칩 싸움이라는 생각은 이제 반쪽짜리입니다. 진짜 전쟁터는 칩과 칩을 잇는 보이지 않는 선으로 옮겨 갔습니다.
둘째, 엔비디아가 점찍었다는 사실 하나가 곧 글로벌 검증 도장이 되는 시대입니다. 다음에 엔비디아가 한국의 어디에 또 손을 대는지가 곧 다음 테마의 예고편이 될 것입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방향이 맞다고 아무 차에나 올라타면 안 됩니다. 엔비디아가 주목한 회사라 해도, 진짜 계약과 기술을 가진 곳인지, 이름만 얹은 곳인지 구분하는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코닝의 10배 폭등과 90% 폭락은 20년 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든 우리 앞에서 반복될 수 있는 거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구리를 버린 엔비디아의 선택이 한국 기업들에게 진짜 기회가 될까요, 아니면 또 한 번의 테마 거품으로 끝날까요? 그리고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나온 작은 회사가 세계 최강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은 이 사건이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분명한 것은 양산 능력만으로 먹고 살던 시대를 넘어, 세상에 없던 기술을 처음 만들어내는 힘이 진짜 무기가 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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