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별별경제진행자미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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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인의 미국 주식 보유가 달러로는 늘었으나 원화 환산 시 약 30조원 감소했다고 지적. 환율이 손익을 크게 좌우했으며, 환노출형과 환해지형 ETF의 성과 차이와 자금 흐름을 설명. 위기 시 환율이 완충 역할을 한 사례(2009년 등)를 들고, S&P500 상위 10개 종목 비중 40% 이상과 케이프 지수 40배대를 근거로 집중 위험과 낮은 기대수익을 경고. 결론은 S&P500 단독 계좌 대신 비중 상한과 리밸런싱 규칙을 정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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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환율이 계좌를 바꾼다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은 달러 기준으로 69억 달러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원화로 환산하면 같은 기간 약 30조 원이 줄었습니다. 주식을 더 샀고 달러 금액도 커졌는데, 원화로 찍힌 계좌 잔고는 오히려 쪼그라든 것이죠.
원인은 환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7월 초 고점에서 3천만 원을 달러로 바꿔 투자했다면, 9월 초에는 달러로 3%를 벌고도 원화로는 338만 원이 줄어든 계산이 나옵니다. 미국 주식에는 주가 말고도 환율이라는 가격표가 하나 더 붙어 있는 셈입니다.
오늘 영상은 그 가격표 세 장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환율, 쏠림, 그리고 지금의 밸류에이션입니다.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환율은 폭락장에서 오히려 계좌를 지켜 준 적도 있습니다. 세 가지를 알고 나면 S&P 500을 계좌에 얼마나 담을지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가격표: 환율
해외 직구를 해 보셨다면 익숙한 장면일 겁니다. 물건 가격은 그대로인데 카드 명세서의 원화 금액은 결제일 환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미국 주식도 같은 구조입니다. 주가가 제자리여도 원화로 바꾸는 순간의 환율이 내 돈의 가치를 다시 결정합니다.
올여름의 변동 폭은 몇천 원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7월 초 1,550원 가까이 올랐다가, 9월 7일에는 1,340원대 초반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두 달 남짓 만에 달러 하나를 원화로 바꿀 때 받는 돈이 그만큼 줄어든 것입니다. 7월 한 달 동안 원화 가치는 약 8% 올랐습니다. 하루 이틀 출렁이다 돌아온 것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인 두 달이었습니다.
이 변화는 실제 계좌에 그대로 찍혔습니다.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다섯 종목은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달러 기준으로 22% 하락했습니다. 원화로 계산하면 손실은 32%를 넘습니다. 주가가 한 번 깎고, 환율이 한 번 더 깎은 셈입니다.
환노출형과 환헤지형
여기서 두 용어를 정리하겠습니다.
- **환노출형**: 환율 변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품 - **환헤지형**: 선물환 계약으로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둔 상품
선물환은 미래의 특정 날짜에 달러를 얼마에 사고팔지 지금 약속해 두는 계약입니다. 국내에 상장된 S&P 500 ETF 중에는 같은 지수를 추종하면서 이 두 방식으로 나뉜 상품들이 나란히 있습니다. 환헤지형은 이름 끝에 별도 표시가 붙습니다. 지금 보유한 S&P 500 상품의 이름 끝에 그 표시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올여름에는 그 표시 하나로 결과가 갈렸습니다.
파이낸셜뉴스가 7월 2일부터 8월 26일까지를 비교했는데, 환노출형인 타이거 미국S&P500은 약 9% 하락했고,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환헤지형은 약 2%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업들을 담았는데도 한쪽은 손실, 한쪽은 수익이 된 것입니다. 같은 기간 환율은 11% 하락했습니다. 환헤지형의 성적은 S&P 500 자체의 움직임에 가깝고, 환노출형은 거기에 환율 하락분이 그대로 얹힌 결과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자금 흐름은 정반대였습니다. 7월 2일부터 8월 26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환노출형인 타이거 미국S&P500을 1조 1,552억 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 미국S&P500 환노출형에도 6,289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반면 환헤지형 두 상품에서는 합쳐서 약 68억 원이 순매도로 빠져나갔습니다. 손실을 막아 준 상품에서는 돈이 빠지고, 손실을 그대로 맞은 상품으로 돈이 몰린 것입니다.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율이 많이 내려왔으니 지금 달러 자산을 사면 싸게 사는 것이고, 나중에 환율이 오르면 그 이익까지 본다는 계산입니다. 틀린 계산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은 환율이 어느 쪽으로 갈지에 거는 판단이지, 환율 위험을 없애는 선택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들어가야 합니다.
환헤지형이 공짜 보험도 아닙니다. 선물환 계약에는 만기가 있어서 계속 롤오버해야 하는데, 이때 두 나라의 금리 차이가 가격에 반영됩니다. 달러 금리가 원화 금리보다 높으면 미래에 달러를 파는 가격이 현재보다 낮게 정해지고, 그 차이만큼이 해마다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이 비용은 운용보수와 별개라서 상품 설명서의 보수 칸에는 잘 드러나지 않고, 수익률 안에서 조용히 차감됩니다. 한국 기준금리는 약 3%, 미국은 그보다 높은 수준이므로, 금리 차이로 따져 보면 헤지 비용은 이론적으로 연 1% 안팎입니다. 환율이 가만히 있어도 환헤지형은 매년 그만큼을 먼저 내고 출발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모두 환헤지형으로 갈아타야 할까요? 그 전에 이 가격표가 거꾸로 움직였던 시기를 봐야 합니다.
환율이 계좌를 지켜 준 날들
환율을 무조건 없애야 할 위험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2007년 10월 고점에서 2009년 3월 저점까지 S&P 500은 달러 기준으로 약 57% 하락했습니다. 절반 넘게 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을 원화로 환산하면 손실은 28% 안팎에서 멈춥니다. 손실의 절반 가까이를 환율이 받아 준 것입니다.
2009년 3월 2일 원·달러 환율은 1,570원 부근에서 장을 마쳤습니다. 미국 주가가 바닥을 향해 가던 바로 그 무렵, 달러의 원화 가치는 치솟고 있었습니다. 위기 직전인 2007년 가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 초반이었습니다. 1년 반 만에 1,500원을 넘었으니 달러 자산의 원화 가치가 그만큼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그때 환율을 고정한 상품을 들고 있었다면 이 몫을 받지 못하고 달러 기준 손실을 거의 그대로 떠안았을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자금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몰리고, 그 대표가 달러입니다. 달러 수요가 몰리면 원화 같은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원·달러 환율은 오릅니다. 즉 환노출형 해외 주식은 폭락장에서 저절로 작동하는 보험을 끼고 있는 셈입니다. 주가가 빠지는 날 환율이 반대편에서 계좌를 받쳐 주는 구조입니다.
다만 보험금은 위기마다 달랐습니다. 코로나 폭락 때 S&P 500은 한 달 만에 달러 기준 약 34% 하락했고, 원화 환산으로도 30% 가까이 빠졌습니다. 환율이 3월 19일 1,285원대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주가가 짧고 가파르게 무너졌기 때문에 완충 효과는 금융위기보다 훨씬 얇았습니다. 2022년처럼 한 해 내내 이어진 하락장은 또 달랐습니다. 달러 기준으로 약 20% 하락했는데 원화로는 약 14% 정도였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던 해라 달러가 강해졌고, 그만큼 손실 일부를 덜어 준 것입니다. 환율은 10월 말 장중 1,440원 부근까지 올라갔습니다. 주가가 한 해 내내 밀리는 동안 환율도 따라 오를 시간이 있었던 셈입니다.
보험금이 이렇게 들쭉날쭉하다는 것은, 이 보험만 믿고 전부를 환노출로 두는 것도 하나의 배팅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질문이 바뀝니다. 환율을 전부 막을지 전부 열어 둘지가 아니라, 얼마만큼 나눠 둘지입니다.
지금 환율은 어디쯤 있을까요? 9월 23일 서울 종가 기준으로 1,350원대입니다. 싼지 비싼지는 어디에 비교하느냐에 따라 답이 갈립니다. 최근 10년 기준으로 보면 가장 낮았던 때는 2018년의 1,000원대 초반대, 가장 높았던 때는 올여름의 1,550원 부근입니다. 최근 3년 평균인 1,400원 안팎보다는 낮고, 10년 평균인 1,250원 안팎보다는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바닥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더 내려간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나눠 둔다는 선택지가 의미를 갖습니다.
두 번째 가격표: 쏠림
두 번째 가격표는 한쪽으로만 커져 왔습니다. S&P 500을 사는 이유를 물으면 흔히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미국 대표 기업 500개에 나눠 투자하니까 안전하다." 절반은 맞는 말입니다.
500개 종목이 담긴 바구니를 샀다고 해 봅시다. 집에 와서 열어 보니 개수는 500개가 맞는데, 무게의 상당 부분을 수박 몇 통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S&P 500이 바로 이런 모양입니다. S&P 500은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라서, 회사의 덩치가 클수록 더 많이 담깁니다.
이를 수치로 보면 이렇습니다. S&P 500에 100만 원을 넣으면 그중 약 39만 원이 상위 10개 종목으로 갑니다. 10개 종목이라고 했지만, 알파벳은 두 종류의 주식이 따로 편입되어 있어서 회사 기준으로는 아홉 곳입니다. 그중 엔비디아 한 곳의 비중이 8%를 넘습니다. 구성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상위 10개 종목 중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론 세 곳이 반도체 회사입니다. 종목 수는 많아도 같은 바람에 함께 흔들리는 회사들이 겹쳐 있다는 뜻입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원래 목적은 시장을 있는 그대로 축소 복제하는 데 있습니다. 누가 종목을 고르지 않아도 되고, 주가가 오르면 비중이 저절로 따라 커지며, 거래 비용도 적습니다. 인덱스 펀드가 낮은 보수로 운용되는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같은 원리가 쏠림도 만든다는 점입니다. 잘나가는 회사일수록 비중이 커지므로, 몇몇 회사가 오래 잘나가면 지수 전체가 그 몇 곳에 기대는 모양이 됩니다. 그 변화는 숫자로 드러납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18~23% 안팎이었는데, 2025년에는 40%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빅테크 일곱 곳(흔히 M7이라고 부르는)만 떼어 보아도 흐름은 같습니다. 2015년에는 지수의 12% 정도였는데, 지금은 35% 가까이로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S&P 500과 나스닥을 함께 들고 있으면 분산이 될까요? 펀드 중복 분석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S&P 500을 따르는 상품과 나스닥 100을 따르는 상품을 나란히 놓으면 보유 비중이 절반 넘게 겹치고, 공통 종목도 여러 개입니다. 두 지수를 산 것이 아니라, 같은 대형 기술주를 두 번 산 것에 가깝습니다.
그럼 쏠림은 나쁜 걸까요? 지난 10년만 보면 오히려 쏠림 덕을 봤습니다. 비교 대상은 동일가중 방식입니다. 동일가중은 500개 회사를 덩치와 상관없이 같은 비율로 담는 방식입니다. 2025년 7월 말 기준으로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시가총액 가중이 약 15%, 동일가중이 약 12%였습니다. 큰 회사가 계속 더 커진 시기였으니 덩치대로 담은 쪽이 이긴 것입니다. 다만 최근 1년만 떼어 보면 두 방식 모두 19% 남짓으로 거의 붙어 있었습니다. 쏠림은 늘 같은 크기로 보상을 주지는 않습니다.
쏠림은 오를 때는 엔진이지만 떨어질 때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대형 기술주 비중이 더 큰 나스닥 100이 이를 보여 줍니다. 2022년 나스닥 100은 약 33% 하락했는데, 이는 S&P 500보다 훨씬 깊은 골이었습니다. 닷컴 버블 때는 더 심했습니다. 나스닥 100은 고점에서 저점까지 83%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고점에서 QQQ를 산 사람이 본전을 되찾은 것은 약 15년 뒤였습니다. 더 긴 시간으로 보면 결론은 같습니다. 닷컴 고점에 사서 배당까지 재투자하며 들고 있었다면, 나스닥 100은 약 7.2배, 2배 레버리지 S&P 500은 여덟 배 정도가 됐습니다. 더 공격적으로 쏠린 쪽이 오히려 더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의 낙폭은 아무나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나스닥 100은 올해 규칙을 바꿨습니다. 새로 상장한 거대 기업을 더 빨리 지수에 넣기로 했고, 그 결과 7월에 스페이스X가 편입되었습니다. 새 거대 기업을 빠르게 담을수록 쏠림은 더 빨리 커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세 번째 가격표: 지금의 밸류에이션
앞서 말씀드린 쏠림이 어떤 모양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몇 개 회사는 지금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을까요? 이것이 세 번째 가격표입니다.
실러 PER은 로버트 실러 교수가 만든 지표입니다. 주가를 지난 10년 평균 이익과 비교한 값입니다. 한 해 이익만 보면 호황과 불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니, 여러 해를 평균 내서 경기의 굴곡을 걸러낸 것입니다. 실러 교수의 데이터로 보면 이 지표의 역대 평균은 17배 안팎입니다. 지금은 그 두 배를 훌쩍 넘는 자리에 있습니다. 한 해 이익이 아니라 10년 치 이익으로 계산했는데도 이만큼 높다는 것은, 반짝 호황 하나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대공황 직전인 1929년 9월에도 실러 PER은 30을 넘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높은 자리에 있습니다. 역대 최고치는 닷컴 버블 꼭대기였습니다. 1999년 12월에 44까지 올랐죠. 지금 40 안팎은 그 꼭대기와 가까운 수준입니다.
지난 1년 이익으로 계산하는 후행 PER로 봐도 지금은 장기 평균인 16배를 한참 넘습니다. 긴 잣대와 짧은 잣대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숫자가 뜻하는 것은 앞으로 기대하는 수익률을 낮춰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싸게 산 자산은 같은 이익이 나더라도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차이는 결국 수익률에서 깎입니다. 인덱스 펀드 운용사 뱅가드도 같은 방향으로 봅니다. 뱅가드는 미국 주식의 향후 10년 연평균 수익률을 약 4.2~6.2%로 전망했습니다. 세금과 비용을 빼기 전 기준이고, 직전 전망보다 낮춘 수치입니다. 전망일 뿐이지만, 지금 가격에서 출발하면 지난 10년 같은 속도를 당연하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같은 보고서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주식을 연 4.5~6.5%로 전망했습니다. 미국보다 조금 높은 범위입니다. 차이는 크지 않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이 다른 선진국을 앞선다고 내다보지는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실러 PER이 언제 떨어질지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체온계는 열이 있다는 것은 알려 줘도, 그 열이 언제 내릴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비싼 상태가 몇 년 더 이어질 수도 있고, 이익이 빠르게 늘어 주가를 따라잡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비싸니까 팔고 기다리라"가 아니라, "비싼 자산 하나에 계좌 전부를 걸지 말라"에 가깝습니다.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비중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짚겠습니다. S&P 500이 늘 1등은 아닙니다. 2025년 S&P 500은 배당을 포함해 약 18% 올랐습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 주식을 모은 MSCI EAFE 지수는 약 31% 올랐습니다. 우리 코스피는 그보다도 훨씬 높은 75% 넘게 올라 주요 20개국과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했습니다. 한 해 성적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미국 대형주가 앞으로도 계속 1등일 것이라는 믿음은 가정일 뿐이라는 걸 보여 줍니다. 그 가정 위에 계좌 전부를 올려두는 것도 또 다른 쏠림입니다.
정리: 비중을 먼저 정하라
세 장의 가격표를 다 보았으니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S&P 500 하나면 충분할까요? 답을 정하기 전에, 같은 질문을 먼저 고민했던 사람들이 남긴 규칙부터 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무엇을 살지보다 얼마까지 담을지를 먼저 정했다는 것입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에서 주식 비중을 25% 아래로도, 75% 위로도 두지 말라고 했습니다. 방어적인 투자자라면 주식과 채권을 절반씩 두고, 주식 비중이 55%를 넘거나 45% 아래로 내려가면 원래 비율로 되돌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정해 둔 비율로 되돌리는 것을 리밸런싱이라고 합니다. 많이 오른 쪽을 덜어 덜 오른 쪽을 채우는 것이므로, 지수 안에서 저절로 생기는 쏠림을 계좌 차원에서 끊어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인덱스 펀드의 아버지 존 보글은 1976년 최초의 개인용 인덱스 펀드를 내놓은 사람입니다. 그는 전부 주식에 넣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채권 비중을 자기 나이만큼 두라고 권했고, 목표와 성향에 맞게 조정하라는 단서도 붙였습니다. 이 규칙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폭락 뒤에 회복을 기다릴 시간이 줄어드니, 흔들림이 적은 자산의 자리를 그만큼 늘리라는 것입니다. 닷컴 고점에서 나스닥 100을 산 사람이 본전까지 기다린 시간을 떠올리면 왜 이 규칙이 나이와 묶여 있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한 일은, 주식의 상한과 안전 자산의 자리를 먼저 정해 둔 것입니다. 오늘 본 세 장의 가격표에 대한 가장 오래된 대비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율이든 쏠림이든 비싼 가격이든, 비중에 선이 있으면 어느 하나가 계좌 전체를 끌고 가지 못합니다. 선이 없으면 반대 일이 벌어집니다. 주식이 오르면 계좌 속 주식 비중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커집니다. 그래서 가만히 둔 계좌일수록 지금처럼 가격이 높은 구간에서 주식에 가장 많이 걸려 있기 쉽습니다. 상한선은 그 흐름을 미리 끊어 두려고 정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 내용을 바탕으로 점검할 기준을 네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투자 권유가 아니라, 내 계좌를 들여다볼 때 쓰는 체크리스트로 생각해 주십시오.
1. **S&P 500은 주식 목록의 중심이지, 전부는 아닙니다.** 2025년처럼 다른 선진국이나 한국 시장이 앞서는 해도 있습니다. 계좌에 미국 대형주 말고 다른 지역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확인해 볼 만합니다. 앞으로 10년의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 나라 대형주에 계좌 전체의 운명을 맡기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2. **나스닥 100을 더한다면 겹치는 부분을 알고 더하십시오.** 두 상품을 합친 금액 중 실제로 같은 회사들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면, 알고 키운 비중인지 모르고 쌓인 쏠림인지 드러납니다.
3. **환율은 나눠 들 수 있습니다.** 장기 투자라면 환노출형을 기본으로 두고, 환헤지형은 환율이 높을 때 일부를 방어용으로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위기 때의 보험은 남겨 두고, 헤지 비용은 방어하고 싶은 만큼만 내는 방식입니다. 환율 방향을 아무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전부 막거나 전부 열어 두는 것보다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4. **비율을 미리 적어 두고, 벗어나면 되돌리십시오.** 시장이 뜨거울 때 비율을 정하면 욕심이 정하고, 폭락장에서 정하면 공포가 정합니다. 평온할 때 적어 둔 숫자가 두 감정을 모두 막아 줍니다. 되돌리는 시점은 1년에 한 번처럼 날짜를 정해 두는 방법도 있고, 그레이엄처럼 비율이 어긋난 폭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도 있습니다. 핵심은 그때그때의 기분이 아니라, 미리 적어 둔 규칙이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것입니다.
적정 비율이 몇 대 몇인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나이와 목표, 돈이 필요한 시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레이엄이 숫자 하나가 아니라 범위를 제시했고, 보글이 단서를 붙인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입니다.
결론
오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모으면 이렇습니다. S&P 500이 틀린 것이 아니라, S&P 500밖에 없는 계좌가 위험합니다.
올여름에는 달러로는 늘었는데 원화로는 줄어든 계좌가 있었습니다. 2009년 봄에는 주가가 무너질 때 환율이 계좌를 받쳐 주었습니다. 지금은 소수 종목으로 돈이 몰려 있고, 역사적으로 높은 가격대에 와 있습니다. 세 장의 가격표는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S&P 500을 계좌의 중심에 두되, 전부를 걸지는 않는 것입니다.
미리 선을 그어 둔 계좌는, 다음 급락장에서 무엇을 할지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영상을 보신 뒤 오늘 본 네 가지 기준을 옆에 두고 계좌를 한번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환율 때문에 계좌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으신가요? 언제였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이번 영상은 S&P 500 시리즈 세 편 가운데 두 번째였습니다. 마지막 3편에서는 어느 계좌에 담을지를 다루겠습니다. 연금저축과 IRP, ISA, 그리고 해외 직접 투자까지요. 같은 S&P 500이라도 어느 계좌에 담느냐에 따라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채워 나가면 좋은지 짚어 보겠습니다.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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