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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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약 1조8천억원 매수해 증시 급락을 방어했다는 평가. 국내주식 비중은 목표 15.4%(약 170조) 대비 현재 약 12%(약 144조)로 미달해 저가 매수는 정상적 리밸런싱 성격으로 해석. 고환율 방어를 위해 한국은행과 약 650억달러 규모 외환 스와프/해지 거래를 했다는 점은 사실이며, 이는 기금 환헤지 원칙 훼손으로 정부 개입 우려가 있다고 비판. 기금 운용은 독립성 확보와 성과보상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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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2조 원가량을 매수하면서 급락하던 증시를 방어했다고 하고, 고환율 방어를 위해서도 연기금이 쓰였다고 합니다. 국민의 대표적인 노후자금인 공적 기금이 이렇게 활용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문제가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국민연금 투자운용 팀장을 지내신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를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달 비상계엄 이후 국내 증시가 흔들릴 때 투입된 연기금이 정확히 얼마였습니까?
1조 8천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2조 원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상계엄 이후 패닉셀에 가까운 공매도가 이어졌을 때, 이 물량을 연기금이 떠받쳐 줬으니 안전판 역할을 해 준 것이죠. 꼭 국민연금 덕분에 반등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종합주가지수가 2,400포인트까지 깨졌던 시기에 연기금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공포 심리를 누그러뜨린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조금 변호를 해보자면,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12%입니다. 그런데 2024년 말 목표 비중은 15.4%였습니다. 약 17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10월 말 보유액은 144조 원이었으니 30조 원가량 밑도는 상황이었습니다. 10월 이후 11, 12월에 빠진 것까지 하면 격차는 더 커졌겠죠.
목표 비중은 15% 정도인데 실제 보유는 12%니까 3%포인트 정도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벌어지면 위에서 조치가 내려옵니다. 제가 팀장으로 있을 때도 운용 전략 부서에서 보고를 올리면 본부장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렇게까지 비중이 차이 나면 운용에 문제가 생기니 한국 주식을 사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구의 지시를 받았다기보다는 정상적인 저가 매수였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포트폴리오상 원래 15% 정도는 사야 하는데 12%밖에 없으니까요.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이 역대 최대라고 하던데, 14% 중반 정도였죠. 그 정도는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발표된 포트폴리오를 시장 대표 지수에 대입해보면 14~18% 사이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금 나온 수치는 잠정치이고, 부동산 등 대체자산의 시가 평가가 어려워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 가격으로 잠정적으로 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에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구원투수를 안 하려 한 것은 아니지만, 안 해도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21년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30조 원가량 팔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국내 주식 매도로 주가가 못 오른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목표 비중 20%에 비해 23%, 22%로 훨씬 많아서 판 것이었습니다. 이후 밴드를 3%포인트로 넓혀줬죠. 그 밴드 안에 들어갔다면 굳이 지금 매수할 필요는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너무 저평가된 상황이고, 과거에 팔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던 만큼 시장이 붕괴되는 시점에 저가 매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환율 방어에 국민연금이 동원됐다는 얘기는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지난해 연말 한국은행이 보도자료를 냈는데, 올해 연말까지 650억 달러 한도로 정부에 외환을 빌려주는 외환 스와프 거래를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12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인 4,000~5,000억 달러 규모를 해외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내년 운용계획을 보면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 투자를 훨씬 더 늘리기로 돼 있습니다. 내년에 해외 투자 비중을 35.9%로 올린다고 합니다.
그 돈이 얼마냐 하면, 60조 원 정도가 됩니다. 이 돈이 해외로 나간다면 400~500억 달러 정도의 달러 수요가 생기는 셈이죠. 지금 환율에서 말이죠. 이미 환율이 계속 올라서 경제가 충격을 받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기금 적립액이 늘어나고 수익을 많이 내고 있으니 그 돈을 해외에 재투자하면 외환시장에서 최소 300억~500억 달러의 달러를 사야 합니다. 작년에 수익을 많이 내면서 연금 운용자산 규모가 훨씬 커졌기 때문에 내년에 필요한 달러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2025년에 달러를 사야 하는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으니 한국은행과 거래를 해서 해지를 건 것입니다.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지 않고 한국은행과 거래하면서 물량이 시장에 직접 충격을 주지 않게 한 것이죠. 좋은 점은 환율이 내려가면 미리 팔아놨으니 평가손실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올라가면 국민연금이 더 많은 수익을 낼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네요. 그러니까 두 가지 면에서 개입이 있었던 셈이군요. 그러면 이걸 잘했다고 판단하시나요?
저는 반대입니다. 2016년 제가 국민연금을 나온 뒤에 환헤지 정책을 폐지했습니다.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때 환헤지를 걸면 비용이 많이 들고 미국 금리도 얽혀서 비용이 엄청나게 드니까, 환헤지를 하지 말고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팔게 하자는 것이었죠. 국민연금 규모가 1,000조 원을 넘어가는데 이걸 외환시장에서 받아줄 주체는 정부밖에 없고, 정부도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2016년에 환헤지를 중단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환율이 올랐다고 다시 환헤지를 하고, 환율이 추가로 오르면 국민연금의 추가 수익 기회는 사라지는 거래를 한 셈입니다. 외환시장에 직접 달러를 사러 나오지 않게 만든 것은 정부 입장은 이해가 됩니다만, 연금의 장기 수익 입장에서 보면 원칙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작년에도 했고 올해도 하겠지만, 급박한 상황이라 예외를 열어둔 것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부가 계속 연금 운용에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면, 헤지를 하느냐 마느냐 같은 계산과 수익 기대가 점점 복잡해집니다. 투명한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개입은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기금을 어떻게 운영합니까?
대부분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아직 완전한 독립 상태가 아니고, 보건복지부 산하 공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벤치마킹하려고 애쓰는 캐나다 연금, CPP(캐나다연금플랜)가 수익률이 가장 좋습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수익률 9.9%를 달성했는데, 우리가 6%도 안 되는 수준임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성과죠.
이렇게 엄청난 성과를 낸 CPP는 별도의 독립 투자 회사를 만들어서 운용을 맡겼습니다. 대부분의 해외 연기금이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같이 있으면 운용에 영향을 받습니다. 둘째,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12%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 증시가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도 안 됩니다. 반면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33%입니다. 국내 시장 비중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영향도 있죠.
다른 연기금들은 본부를 어디에 둡니까?
토론토에도 사무실이 있지만 운용의 대부분은 뉴욕에서 합니다.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독립적으로 경영하게 하고, 공무원 신분이 아니니까 성과가 좋으면 보너스와 인센티브를 많이 줍니다.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는 전문 운용 인력을 스카우트해서, 정말 잘하면 몇백만 달러씩 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장에서는 그런 방식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우리는 2054년 기금이 고갈된다는 논의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지금까지 논의의 초점은 더 내고 덜 받는 개정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률을 캐나다 연금처럼 올리면 고갈 시점이 크게 늦춰질 수 있습니다.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고갈 시기가 5년 정도 늦어집니다. 과거 6% 수익률이 9.9%가 된다면 15년을 늦출 수 있어서 2070년까지 연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개정 논의도 중요하지만, 수익률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끝으로, 국민연금의 역할과 정책 당국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말씀해주세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운용 인력을 독립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운용 인력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규정이 있는데, 운용을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말이 되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공무원이나 공단 신분이라 그런 평가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운용의 측면을 살려서 운용 인력에게 힘을 실어 주고, 해외에서 채용도 더 적극적으로 하며, 글로벌 수익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주는 방향으로 간다면 연금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비난도 줄고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 시간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마감 시간입니다. 성기영의 경제쇼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성기영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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