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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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으로 SK하이닉스가 HBM 독점적 경쟁력(수율 70%, 마진 50%+)을 바탕으로 반사이익을 얻었고, 삼성전자는 HBM 3e 인증 실패로 타격. HBM4에서 삼성 반격 가능성 있음.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2%대로 한국의 약점. 대만·일본이 AI 수혜, 한국은 자본시장·생태계 취약. 2025년까지 SK하이닉스 큰 위기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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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리나라가 레벨업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삼성전자라고 볼 수 있고, 기회를 잡은 곳은 SK하이닉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질로 보면 SK하이닉스가 거의 압도적입니다. HBM 쪽에서 정말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죠. 2000년대 초반에는 마이크론에 헐값에 팔릴 뻔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믿고 投資를 했고, 이 AI 혁명이 발생하면서 여기서 큰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약 6,000억 달러 규모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20~30% 정도를 차지합니다. 메모리 안에서는 D램이 6~7, 낸드 플래시가 3~4 정도의 비중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70%를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메모리를 굉장히 잘하는 나라입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데, 여기서 우리나라는 아주 약합니다. 시장 점유율이 2% 정도에 불과하고, 파운드리까지 포함하면 점유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AI 혁명이 시작되면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한쪽으로 흡수될 수도 있는데, 이 변화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이 삼성전자이고, 기회를 잡은 곳이 SK하이닉스입니다.
PC 시대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CPU, GPU 같은 프로세서와 램, 낸드 플래시는 범용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혁명이 오면서 프로세서가 주문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에는 AP를 쓰기 시작했고, 애플, 퀄컴, 미디어텍 같은 회사가 설계하고 TSMC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 모바일 혁명의 결과로 TSMC는 엄청나게 큰 회사가 되었고, 최근에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메모리에도 점점 파운드리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메모리 파운드리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 지금은 HBM, 즉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HBM은 엔비디아에 최적화되어 설계되고 만들어진 메모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PC 시대에는 CPU를 중심으로 시스템이 구성되었고, 모바일 시대에도 GPU가 게임 등에서 중요하긴 했지만 CPU가 모두 중요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CPU와 GPU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졌습니다. AI 연산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많은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GPU는 원래 화면의 픽셀을 하나하나 계산하는 장치인데, 연산량이 많아지면서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빠르게 보내 줄 필요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DDR이나 LPDDR 같은 범용 메모리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병목이 생기지 않도록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넓은 도로로 보내 주는 메모리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그것이 HBM입니다.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가까울수록 성능이 좋아지는데, 예전에는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단층 주택처럼 떨어져 있었다면 지금은 주상복합 건물처럼 가깝게 붙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TSMC의 CoWoS 같은 2.5D 패키징이 그런 구조입니다. GPU와 HBM 아파트가 지하로 연결된 셈입니다.
기존 D램은 입출력 단자가 보통 32개였습니다. 메모리에서 프로세서로 가는 도로가 32차선인 셈입니다. 반면 HBM은 입출력 단자가 1,024개입니다. 1,024차선의 도로가 생겨 대량의 데이터를 운송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HBM 시장점유율을 보면 SK하이닉스가 50% 정도, 삼성전자가 40%대, 마이크론이 10% 안팎입니다. 하지만 질로 보면 SK하이닉스가 거의 압도적입니다. 지금 가장 앞선 HBM3와 HBM3E는 엔비디아의 호퍼 H100, H200, 블랙웰 등에 들어갑니다. 이 부분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마이크론이 일부를 차지하며, 삼성전자는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 수율은 70% 정도인데도 마진율이 50%를 넘습니다. 그래서 HBM 사업의 이익은 대부분 SK하이닉스가 가져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DS 부문장으로 전영현 부회장이 복귀했는데, 그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HBM 반전이 될 수 있습니다. HBM4가 성공적이었는지 실패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아이템이 HBM4이고, 이를 통해 삼성이 SK하이닉스를 추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HBM4는 HBM3E에 비해 기술적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입출력 단자 수가 1,024개에서 2,048개로 두 배가 되어 공정이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기존에는 마이크로 범프를 사용해 칩을 붙였지만, HBM4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같은 기술이 적용됩니다. 또한 HBM의 맨 아래층인 베이스 다이는 로직 다이로, 시스템 반도체 위에 메모리를 쌓는 구조인데, 이 베이스 다이가 주문형으로 많이 바뀌면서 HBM3 대비 훨씬 많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HBM4 베이스 다이는 메모리 파운드리화를 본격화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최근 삼성은 HBM4 개발에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원래 HBM4 베이스 다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나노 핀펫 공정으로 만들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TSMC의 5나노 핀펫 공정을 쓰기로 했습니다. 메모리 회사에는 5나노 공정이 없기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설계만 하고 제조는 TSMC에 맡긴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서 삼성이 HBM4 베이스 다이를 TSMC 공정으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삼성은 HBM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IMF 외환위기 때 빅딜을 통해 LG반도체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이 떨어져 나와 현대전자가 되었고, 이것이 나중에 매그나칩이 되었습니다. 당시 현대하이닉스는 메모리 전문 회사였는데, 2000년대 초반 재무적 위기가 심해지면서 마이크론에 헐값에 팔릴 뻔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직원들의 반대와 여러 요인으로 매각이 무산되었고, 2010년대 초반 SK그룹에 인수되어 SK하이닉스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SK하이닉스는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D램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였고, 낸드 플래시에서는 4, 5위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인텔의 낸드 사업부인 솔리다임을 인수하면서 낸드에서도 2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재무 상황이 매우 나빠져 큰 적자를 냈고, 솔리다임 인수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나왔습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외화채를 어렵게 발행하며 겨우 버티는 상황이었는데, AI 혁명으로 HBM이 회사를 살려 주었습니다. HBM이 크게 터지면서 지금은 메모리 회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HBM은 원래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었는데, 실제로는 그래픽카드에 많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인텔이나 AMD 등에서 수요는 있었지만 대량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HBM을 계속 살릴지 죽일지 고민이 많았는데, 삼성전자는 축소하는 쪽으로 결정했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믿고 함께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AI 혁명이 오면서 SK하이닉스는 큰 기회를 잡았고, HBM3가 회사를 기사회생시키고 메모리 1위를 넘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HBM3E 역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원래 3분기 안에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SK하이닉스가 더 높은 마진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지금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파운드리화에 가장 앞서 있는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모리의 파운드리화는 HBM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AI가 서버와 클라우드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결국 모든 디바이스로 AI가 확산될 것입니다. 온디바이스 AI가 확산되면 AI를 잘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와 거기에 맞춘 최적화된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이나 PC에도 HBM과 같은 새로운 메모리가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VFO(Vertical Fan-Out)라고 하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LPDDR을 수직으로 적층해 HBM처럼 연결하는 기술로, 주문형 메모리가 많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AI 가속기 시장도 지금은 엔비디아가 90% 가까이 장악하고 있지만, 점점 다변화될 것입니다. 빅테크들이 자체 설계 칩을 만들면 그에 맞춘 HBM이 필요해지고, 그 수요가 SK하이닉스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아쉬운 점은 재무적으로 취약해져 있어 공격적으로 투자할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SK그룹 전체의 자금력도 취약한 상황입니다. 이는 SK온이라는 2차전지 회사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내년까지는 SK하이닉스가 크게 어려워질 요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HBM 비중을 더 높여 갈 것이고, 기술 주도권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온디바이스 AI 시대에도 SK하이닉스가 주문형 메모리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 있지만, 전방 시장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리더십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AI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는 엔비디아이고,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거래처 다변화는 필요하겠지만 가장 검증되고 잘하는 회사가 SK하이닉스입니다. 고객사가 무언가를 원하면 거기에 맞춰 설계를 바꿔야 하는데, 이때 IP 확보가 중요합니다. 좋은 IP를 가진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자금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AI 혁명이 시작되면서 미국 중심의 칩4 동맹 같은 협력 구도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설계 기술의 약 70%, 공정 기술과 장비 기술의 약 50%가 미국에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은 압도적인 반도체 강국입니다. 하지만 제조 측면에서는 TSMC가 압도적입니다. TSMC가 있는 대만은 사실상 미국의 반도체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도 TSMC가 대만을 지켜 줄 것이라는 '실드' 논리를 말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굴기를 통해 TSMC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했지만 결국 TSMC의 주도권은 더 강해졌습니다. 이번 AI 혁명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는 대만이며, 대만의 1인당 GDP는 조만간 우리나라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도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첨단 후공정 기술이 중요해졌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소재, 부품, 장비 기술에서 일본의 디스코, 도쿄일렉트론 같은 회사들이 많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한때 침체되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은 '라피더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미국 IBM의 기술을 이전받아 첨단 공정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TSMC와 손을 잡고 첨단 후공정 기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을 유치하고 합작사를 만들어 기술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수혜를 보긴 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수혜를 봤지만, 삼성전자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메모리는 잘하지만 시스템 반도체가 부족합니다. 메모리 시장도 기존의 커머디티(범용) 중심에서 스페셜티(맞춤형)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에 맞춘 조직 대응이 유연하지 못합니다. 또한 IP나 디자인 하우스 같은 생태계가 취약합니다.
HBM에서는 주도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주문형 메모리 시장이 커지면 거기에서도 잘해야 합니다. 선단 공정 경쟁력도 중요합니다. 현재 D램은 1x, 1y, 1z, 1a, 1b, 1c 공정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1c 이후에는 결국 3D D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꾸준히 하고, 새로운 소재와 부품을 발굴해야 합니다.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은 고객 지향에 있었지만, 기술적으로는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라는 공법을 독자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은 이를 쉽게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이 공법에는 EMC 소재와 언더필 소재가 하나로 합쳐진 소재가 필요한데, 이 소재를 일본 나믹스가 독점하고 있어 SK하이닉스는 이 회사와 5년 독점 계약을 맺어 두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운도 좋았지만 실력도 갖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철저하게 시장 중심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예전처럼 잘 만들면 잘 팔린다는 생각은 깨지고 있습니다. B2B 범용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지만, 지금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최적화해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더 많이 소통하고, 개발 단계부터 협력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취약합니다. 관련 생태계도 커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벤처 시장부터 유통 시장까지 붐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자본시장은 매우 취약합니다. 미국처럼 자금이 신성장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잘 조절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런 부분이 굉장히 미흡합니다. 특히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권에서도 이런 부분이 취약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반도체에 둘러싸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AI를 구현하려면 결국 반도체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큰 반도체 시장이 생겨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장이 기존 반도체와는 다른 형태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지금 잘하는 것을 더 잘해야 하고, 새로 뜨는 시장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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