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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 English

김학균

Accuracy score+0.8
순 place99
Scored calls20 calls
Hit rate / Market-adjusted / Return-weighted49.8% / 54.7% / 59.5%
1-month return / Market / beta excess return / Peer excess+0.3% / +1.4% / -0.6
Bullish / Bearish / Neutral32.8% / 16.4% / 50.8%
Best horizon3m
Performance badgeTwo-way badge
Main channelKBS 1라디오
국적한
Note
Updated2026-10-28 07:00:00

Main stocks: #삼성전자 (10)#코스피 (10)#SK하이닉스 (8)#S&P500 (7)#미국기술주 (7)

How scores are calculated

신년특집 2026 증시대전망! 코스피 어디까지 가나? 신영증권 김학균 리서치센터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데일리TV · 2025-12-31 · 유튜브 시청 2,740 · Board Views 5 ·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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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한화#금리#삼성전자#나스닥#현대차#엔비디아#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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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학균 · 한국인

요약 보기

한국 경제 저성장 속 주식시장 강세는 밸류업·상법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주도. 펀더멘탈보다 유동성·지배구조 요인이 주가를 움직이며, 금리와 주식이 동조화되어 있다. 좀비기업 증가로 인플레는 억제되나 자산가격은 상승. 미중 갈등은 완화 흐름, 달러 약세 전환 시 한국 증시에 우호적이나 내년엔 상승 속도 둔화 전망. 환율은 원/달러 1,500원 위보다 100원 이상 하락 전망.

다듬은 글

※ AI가 다듬은 글(오탈자·군말 정리)

01. 안녕하십니까? 신영증권에서 일하는 김학균입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96년도에 직장을 잡았습니다. 그때가 우리 경제 성장률이 7%일 때였습니다. 7% 성장하던 시절이라 직장 잡는 데는 거의 문제가 없었고, 운 좋게 취업해서 지금까지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한국 경제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2% 성장하는 것도 그렇게 나쁜 성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는 상당히 팍팍한데, 올해 두드러진 현상은 주식시장이 굉장히 좋았다는 점입니다.

02. 종합주가지수를 보시면, 시장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지만 올해 주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코로나 직후 주식이 많이 올랐고, 3,400에서 3,300까지 올라갔습니다. 진정한 강세장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저점에서 고점까지 약 15개월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강세장이라면 3, 4년 꾸준히 올라가야 하는데, 이번 강세장은 아주 짧았습니다. 크게 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주식시장은 짧은 반등과 장기 횡보를 반복해 왔습니다.

03. 제가 직장 생활 말년에 좋은 장을 맞은 셈이라, 축구로 치면 후반전 40분쯤 뛰는 느낌입니다. 1970년대 이후 주식시장을 보면, 90년대 내내 코스피는 사실 횡보했고, 한국 증시가 4, 5년씩 올라간 강세장은 역사적으로 세 번 있었습니다. 첫째는 70년대 중동 건설 붐으로 오일머니가 들어올 때였고, 둘째는 80년대 후반 3저 호황과 서울올림픽 무렵이었습니다. 셋째는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잘 나갈 때 한국이 그 옆에서 덕을 본 시기입니다. 저는 지금 사이클이 이 시기들과 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04. 다만 과거 강세장과 지금의 큰 차이는, 과거에는 한국 경기가 정말 좋았다는 점입니다. 중동 건설 붐 때 우리나라는 2000년대까지 경상수지 적자 국가였는데, 중동 건설 덕분에 최초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3저와 중국 호황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결정적 고민은 경기가 그렇게 나이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05. 제가 생각하는 주가 결정 요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06. 첫째는 펀더멘털입니다. 한국 경제가 가진 본질적 경쟁력과 기업들의 수익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07. 둘째는 밸류에이션입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연결됩니다. 우리 기업들이 버는 만큼 주가가 평가받지 못했고, 가진 자산만큼 평가받지 못하는 낮은 밸류에이션이 오랫동안 지속됐습니다. 지금 주가가 오르는 스토리는 펀더멘털보다 이 요인이 더 큽니다. 두 차례 상법 개정이 있었고, 올해 말 국회에서 자사주와 관련한 3차 상법 개정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논란은 많지만 이 점이 중요합니다.

08. 셋째는 유동성입니다. 글로벌 전체로 보면 제 생각에는 이것이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세상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자산 가격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09. 유동성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화 야구 얘기입니다. 한화에서 뛰는 류현진 선수가 토론토에서 뛸 때 연봉은 2천만 달러, 약 300억 원 가까이였습니다. 한화에서는 연봉이 25억 원입니다. 큰 돈이지만, 미국에서 받던 것의 1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펀더멘털 관점에서 보면 류현진 선수가 대전에서 던질 때보다 캐나다에서 던질 때 공의 스피드가 10배 빨라지고 체인지업이 10배 더 꺾이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비슷한 공을 던지는데 시장 규모가 커서 연봉이 10배 많아진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를 거치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풀렸습니다. 앞으로 주가가 오른다면 핵심 스토리는 이 두 가지, 밸류에이션과 유동성일 것입니다. 펀더멘털은 중요하지만, 지금 미국을 빼면 멀쩡한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한국 경제의 문제에 경각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자학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일 같은 나라도 한국보다 낫지 않습니다. 펀더멘털이 크게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결국 두 요인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봅니다.

10. 지배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주가지수를 가져왔습니다. 지금 한국인들은 미국 주식에 몰입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이 꼭 미국 주식을 사야 할 운명은 아니고, 올라가는 자산으로 돈이 몰리게 마련입니다. 한국인 해외투자의 원조는 2007~2008년 중국 투자 붐이었습니다. 당시 펀드를 통해 많은 사람이 중국 주식을 샀습니다. 중국이 고성장하니 미국과 겨룰 나라로 성장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 성장 시장에 돈을 넣어 벌어 보려는 생각이었습니다.

11. 그런데 2007년 상하이종합지수는 6,10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천을 넘고 4천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미국 주가는 계속 올랐습니다. 중국이 고성장할 거라는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중국 GDP는 미국보다 성장률이 높았고, 한국인이 중국에 몰입했던 약 15년 동안은 중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도 미국보다 좋았습니다. 경제는 성장했는데 주식이 성장을 배반한 것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10여 년간 중국의 모습은 한국의 80~90년대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한국 경제가 가장 활력이 있었던 시기가 외환위기 이전 90년대였는데, 그 시기 주식은 3저 호황 4년을 빼고는 좋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90년대 한국이 걸었던 길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봅니다.

12. 기업이 돈을 잘 벌어도 그 돈이 주주에게 돌아와야 주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경제가 고성장하면 기업도 돈을 벌 확률이 높지만, 그 돈이 특정인에게 새거나 다수 주주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주가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국 80~90년대 지배구조를 상징하는 사례가 1985년 국제그룹 해체입니다. 당시 자산 규모 기준 7대 재벌이었는데, 이 재벌이 그냥 날아갔습니다. 정권의 눈 밖에 났기 때문입니다. 분식회계와 부당거래 얘기도 나왔지만, 당시 그런 것을 안 하는 대기업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중국 알리바바 마윈도 비슷합니다. 2019년 권위주의적 시진핑 정부를 과소평가하며 공산당을 비판한 뒤 사라졌습니다. 5년 뒤 올해 등장한 마윈은 예스맨이었습니다. 정치권력이 기업 위에 있는 곳에서는 주주가치가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1999년에는 한국의 2대 재벌이었던 대우그룹이 분식회계로 파산했습니다.

13. 지배구조의 핵심은 공시입니다. 주주나 투자 예정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공시인데, 가장 기본은 재무제표입니다. 재무제표에 엄청난 분식이 있으면 주주가치가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듭니다. 중국은 회계 투명성이 그리 높지 않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주식에 투자하실 때는 재산권 보호와 신뢰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을 살펴보셔야 합니다.

14.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기업의 재산이 있더라도 지배주주 중심 결정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흐름이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고 봅니다. 왜 갑자기 주식시장에 정치의 관심이 쏠리는지 저는 이유가 하나밖에 없다고 봅니다. 주식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2019년 한국 주식 주주 수는 618만 명이었는데, 작년 말 1,420만 명이 됐습니다. 올해는 1,500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가 2,800만 명인데 절반 가까이 주식 투자자가 된 셈이니, 정책에서 주식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내년에는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같은 것들이 논의될 것 같습니다. 주주 중심 경영에 대한 비판도 있고, 잘될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저는 잘될 거라고 봅니다. 일본도 아베 정부 때 10년 동안 거버넌스 개혁을 했고,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도쿄증권거래소의 것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일본처럼 바뀌기 힘든 나라도 바뀌고 있으니, 한국도 지배구조 개선이 주가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15. 걸리는 것은 펀더멘털입니다. 독일 DAX 지수를 보시면 꾸준히 올랐습니다. 독일 GDP 성장률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였습니다. 한국은 개발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몇 번 있었을까요? 1980년 2차 석유파동, 1998년 외환위기, 코로나 때 한 번씩으로 60여 년 동안 세 번입니다. 연속 역성장은 없었습니다. 독일은 2년 연속 역성장입니다. 성장률은 전년 대비 변화율이라 기저효과가 있습니다. 2025년 독일 경제가 1% 정도 성장할 것이라는 컨센서스였지만, 최근에는 0.2%로 내려갔습니다. 4분기에 잘못되면 3년 연속 역성장도 가능합니다. 독일 닥스 지수 구성 상장사의 이익 합계는 2년째 감소했는데 주가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6. 주요 경제권의 GDP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보면, 미국을 빼고 멀쩡한 나라가 없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성장률이 떨어졌다가 회복했고, 코로나 때 급락했다가 다시 회복했습니다. 중국은 성장률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유로존은 코로나 때 떨어진 것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독일은 역성장입니다. 일본 주식은 좋지만 성장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하고, 일본 3분기 GDP는 역성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나라의 주가가 경제를 반영해 부진한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5만을 넘어 사상 최고치입니다. 독일 주가도 보셨듯이 오르고 있습니다. 중국은 부진하지만 바닥에서 조금 올라왔습니다.

17.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고 했습니다. 주가가 경기의 변화 방향을 먼저 반영한다는 뜻입니다. 경기가 안 좋은데 주가가 오르면 나중에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선행 반영하는 것이고, 경기가 좋아 보이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나중에 경기가 꺾입니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에도 주가지수가 구성 요소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가는 주가, 경기는 경기로 분리된 세상을 사는 것 같습니다. 그 분리를 만드는 힘이 바로 유동성입니다.

18. 돈이 많이 풀렸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돈이 없을까요? 화폐는 실물경제를 보조하는 기능을 합니다. 거래 매개 기능을 하니까, 경제 규모가 커지면 돈의 양도 늘어나야 합니다. 중앙은행 자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전 2000년부터 수십 년간 6~7% 정도를 오갔습니다. 경제 규모가 100이라면 중앙은행은 7~8 정도를 공급하면 경제가 돌아갔습니다. 이후 민간 은행이 신용창출을 통해 나머지 화폐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비율이 계속 높아졌고, 코로나 때 36%까지 갔습니다. 코로나 직전이 19%였습니다. 이후 연준이 출구전략으로 양적긴축(QT)을 했지만, 22%에서 멈췄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세 배가 넘는 돈이 돌고 있는 것입니다. 실물경제 대비 돈이 많이 풀리니 유동성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이것이 지금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19. 금리와 주가의 관계도 달라졌습니다. 2008년 이전에는 금리가 오르면 주가도 올랐고, 금리가 떨어지면 주가도 떨어졌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 금리가 오르며, 주가도 함께 올랐습니다. 이때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은 역상관관계여서 분산투자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간은 이 관계가 깨졌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가 급등할 때마다 미국 주식은 예외 없이 떨어졌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시장이 리셋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채권과 주식의 동조화가 커졌습니다. 채권이 깨질 때 주식도 깨지고, 채권이 좋으면 주식도 좋은 모습입니다. 저는 금도 금리가 오르면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2018년 미국 주식이 조정받을 때 금 가격도 떨어졌습니다. 금리가 모든 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셈입니다. 금리가 중요한데, 정상적으로는 금리가 많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금리가 오르려면 인플레이션이 생겨야 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20. 지난주말까지 종합주가지수는 69% 올랐습니다. 그런데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ETF를 뺀 상장 종목은 약 2,500개인데, 그중 주가가 떨어진 종목이 1,250개입니다. 반반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코스피가 4천을 간다는데 내 주식은 왜 안 오르지?"라고 느끼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오르면 코스피를 못 쫓아가는 경우는 흔합니다. 그런데 코스피가 70% 가까이 오르는 동안 떨어진 종목이 반반인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좀비 기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국 제조업 상장사의 수와 비중이 2008년 이후 계속 높아졌습니다. 상당수 종목이 좀비 기업인 것입니다.

21. 왜 좀비가 늘었을까요? 저는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996년 입사한 뒤 IMF 외환위기가 생겼고, 대리 때 대우그룹이 파산했습니다. 과장 때는 카드 사태로 경제가 휘청했고,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습니다. 3, 4년에 한 번씩 위기가 생기는데, 위기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에서 위기는 구조조정의 기능을 합니다. 경쟁력 없는 경제 주체가 퇴출되면서 생산성 높은 플레이어만 살아남아 경제 활력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를 생각해 보면, 큰 위기가 생각나지 않으실 겁니다. 중앙은행이 위기를 잘 관리했다고 좋게 말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돈을 풀어서 구조조정을 막은 것입니다.

22. 미국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경기침체 국면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컸다고 봅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큰 금융기관이 날아가면 큰일이 난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게 됐고, 위기가 생길 때마다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풀었습니다. 그 결과 세계 자본주의가 좀비 자본주의가 되었다고 봅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올해 미국 나스닥도 떨어진 종목이 더 많습니다. 구조조정이 안 되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영업이 대표적입니다. 자영업 숫자가 이제야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자영업을 살리겠다고 해도 레드오션이고 공급이 너무 많아서 쉽지 않습니다. 버티다 못해 손을 드는 사람이 나오는 과정이 진행 중입니다.

23. 역설적으로 이런 좀비 기업이 많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습니다. GDP 대비 많은 돈이 풀렸는데 왜 물가가 안 오를까요? 좀비 기업이 유동성을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았으니 망하지는 않지만, 그 돈이 증식되지 않고 소진됩니다. 그래서 실물경제 대비 자산시장은 훨씬 좋지만, 자산시장 안에서는 퀄리티에 따른 차별화가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올해 한국 종목 1,000개 이상이 떨어진 것처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오르는데 지방 아파트는 오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은 좋지만, 자산시장 내부에서는 퀄리티 좋은 자산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좀비들이 유동성을 잡아먹어 인플레가 잘 생기지 않고, 3, 4년에 한 번씩 털어내야 할 부실을 생각하면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합니다. 이런 환경이 지난 10년 동안 자산 가격만 끌어올리는 인플레이션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봅니다.

24. 내년 시장은 많이 올랐으니 장기적으로는 오르더라도 올해보다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주식에 엄청난 버블이 있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디스카운트된 시장입니다. 다만 미국 시장은 걱정입니다. 2008년 이후 미국 시장이 많이 올랐습니다. S&P 500이 3년 정도 오르면 시장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주식이 많이 올랐습니다. AI 버블론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 주식이 안 될 때 한국만 유독 잘된 적은 별로 없습니다. 한국 시장이 오래 올랐는데, 내년에 미국 시장이 주춤하면 그 여파가 올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판이 깨지지는 않더라도 이런 점이 걱정됩니다.

25. 펀더멘털은 내년에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추정하는 GDP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계속 떨어지다가 약 1% 수준으로 바닥을 쳤고, 내년에는 1.9% 정도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잠재성장률 수준인 2% 가까이 회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 이익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주식은 이미 많이 올랐습니다. 한국 경제가 안 좋았던 1980년, 1998년, 2008년에도 주가지수는 꽤 올랐습니다. 경기가 나쁘면 주식에 호재라는 뜻이 아니라, 주가는 경기 저점 이전에 떨어지고 이후에 오릅니다. 올해 한국 성장률 1%는 역대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인데, 작년에 주식이 이미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주가는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습니다. 해외 시장의 부담도 있습니다. 한국 시장이 4, 5년 올랐던 사례를 보면, 주식시장은 쉼 없이 오르지 않고 쉬어 가며 오릅니다. 장기적으로는 좋지만, 제 생각에는 내년 시장은 큰 강세장 안에서 상승 속도가 둔화되는 그림이 아닐까 합니다.

26. 이제 경제 현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펀더멘털이 자산 시장의 핵심 동인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이대로 주저앉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특히 세계화가 후퇴하면서 미국이 공급망을 재편하고 공장을 미국에 짓도록 하는 상황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자본주의가 맺은 일종의 분업 구조를 보면,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이노베이션은 미국이 담당해 왔습니다. 표준을 만들고 발명하는 역할은 일론 머스크나 빌 게이츠 같은 천재들이 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맡았습니다. 실패해도 한 번만 성공하면 대박입니다. 반면 한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제조업 강국은 미국이 만든 표준을 잘 구현해 만 개를 만들면 불량품이 100개 이하로 나와야 하는 정밀 제조를 담당해 왔습니다. 이 분업 구조가 흔들리는 것이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지점이며, 이 부분은 다음 강의에서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7. 한국이 나름대로 특화해서 잘 살아왔는데, 이제는 미국도 "이것도 내가 하겠다"며 공급망 재편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것이죠. 그런데 저는 미국이 이걸 해내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우선 사람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TSMC가 피닉스에 파운드리 공장을 세웠는데, 운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하죠.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겁니다.

28. 작년 9월에 조지아주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들이 대거 체포됐던 일 기억하시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에서 불법 취업을 하려고 그런 위험을 감수했겠습니까? 그냥 현지에 사람이 없으니까 간 겁니다.

29.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배우자는 얘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입장에서 "우리 교육을 왜 배워?" 싶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 교육은 아주 창의적이지는 않아도, 성실하고 나름 교양 있는 인재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데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럼 미국이 이걸 해낼 수 있을까요? 저는 굉장히 도전적일 거라고 봅니다.

30. 넷플릭스에도 나온 『힐빌리의 노래』를 보면, 트럼프 정부의 부통령 JD 밴스의 자전적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의 공교육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잘 드러납니다. 중학생들이 마약을 하는 상황까지 나오죠. 그러니 고객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하지만, 정말 사람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가 진짜 딜레마입니다. 한국 노동자처럼 성실하고 똑똑한 인력을 1억 원, 10만 달러를 준다고 해서 뽑을 수 있겠느냐? 미국 입장에서도 비용이 엄청나게 들 겁니다.

31. 미국이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을 텐데, 중국 기업들은 화웨이나 CATL 같은 곳들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샤오미입니다. 샤오미는 작년에 전기차를 출시했죠. 애플은 전기차를 만들려다 접었는데, 샤오미는 해냈습니다. 이 차이가 뭘까요? 지난 2월 뉴욕타임스가 결국 공급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공급망이 다 갖춰져 있으니 가능했고, 미국은 공급망이 없으니 못 하는 겁니다. 공급망을 만들려고 리쇼어링을 하지만, 저희 가설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죠.

32. APEC 이후 느껴지지 않으세요? 관세로 중국을 공격하려 하던 미국이 엔비디아 칩의 수출을 허용한다고 하고, 한국에 핵잠수함을 건조하도록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들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어요.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잘 돌파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33. 그렇다고 중국이 엄청나게 효율적이냐?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극대화된 자본 효율성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중화민족이 통신 장비 분야에서 넘버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중국 경제는 엉망인데 기업은 잘 나간다는 게 모순처럼 보이지만, 저는 모순이 아니라고 봅니다.

34. 중국의 물가지수를 보면 사실상 디플레이션입니다. 물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수요가 약하거나 공급이 많다는 뜻인데, 두 가지가 다 작동하는 것 같고 특히 공급이 굉장히 많아 보입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레드테크', 즉 국가가 전략적으로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산업 정책이 그 배경입니다.

35. 시진핑이 2012년 집권한 뒤 중국의 거버넌스는 권위주의적으로 바뀌었고, 시장에 의한 자원 배분 기능은 크게 후퇴했습니다. 예전에는 민영화 흐름이 있어서 지방정부가 가진 기업 지분을 파는 일도 있었는데, 그게 다 멈췄습니다. 국유기업이 중심이 되니, 국유기업에게 마진보다 중요한 건 사회 안전망과 고용입니다. 그 결과가 압도적인 디플레이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36. 지난달부터는 중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과거 저금리의 대명사였던 일본 장기 국채 금리보다 낮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는 것은 밸류체인의 마진을 신경 쓰지 않고 누군가가 몰아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말이죠. 그래서 샤오미 같은 기업이 싸게 만들 수 있는 것이고요. 또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협업하면서 기술을 내재화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37. 애플은 생산 공장이 없지 않습니까? 대만 폭스콘에 아웃소싱을 하는데, 폭스콘이 중국 선전 공장에서 조립하던 아이폰 물량을 이제는 럭스쉐어 같은 중국 로컬 기업들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38. 최근 1년간의 변화를 보면, 미국이 봉쇄하려던 중국은 자기 방식대로 나아가고 있고, 미국 역시 공급망을 바꾸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중 갈등이 금방 해소될 수 있을까요? 저는 양상이 바뀔 것이라고 봅니다.

39.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갈등을 보면, 가장 극단적이었던 때가 쿠바 미사일 위기입니다. 전 세계가 핵전쟁을 우려했지만 전쟁은 나지 않았죠. 그렇다고 미소 갈등이 끝났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30년을 더 갔습니다. 미중 갈등도 다음 세대까지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듯 관세를 100%씩 물리는 방식으로 가기에는, 중국은 잘 빠져나오고 있고 미국도 비용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10월 APEC 전후에 보이는 한결 완화된 트럼프의 태도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0. 스티브 미란이라는 인물을 아실 텐데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입니다. 작년 11월 그가 이른바 '미란 보고서'를 냈는데, 지금 트럼프 정책의 많은 것이 이 보고서에 기반합니다. 일본, 한국, 중국(중국은 동맹국이 아니지만) 같은 나라들이 미국을 등쳐 먹어서 불균형이 생겼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보고서의 4장은 통화(커런시)입니다. 달러가 고평가되어 무역수지 적자가 커졌으니 달러 가치를 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41. 역사적으로 관세로 불균형을 완화하려 한 사례는 드뭅니다. 닉슨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10% 관세를 물린 적이 있지만 단기간에 끝났고, 대공황 때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실패의 대명사가 되었죠. 반면 달러 가치를 약하게 만들어 무역 불균형을 조정한 사례는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985년 플라자 합의입니다. 미국의 대외 적자가 쌓이자 일본과 독일처럼 흑자가 많은 나라를 뉴욕 플라자 호텔에 불러 통화 절상을 합의했고, 엔화와 마르크화가 엄청나게 절상됐죠. 덜 알려졌지만 1989년에는 한국과 대만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가장 많이 번 나라를 플라자 합의로 공격하고, 그다음으로 대미 무역흑자가 많던 한국과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겁니다.

42. 1970년대의 달러 쇼크도 같은 맥락입니다. 60년대까지의 국제통화제도는 고정환율제였습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달러가 금에 연동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국 중앙은행이 35달러를 가져오면 금 1온스를 내줘야 했죠. 그런데 미국의 경상수지가 1971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줄 금이 부족해지자 금과 달러의 연결고리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습니다. 동맹국들은 날벼락을 맞았고, 달러를 준비자산으로 보유했던 나라들의 자산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43. 지금 원·달러 환율이 1,470원까지 오르는 상황은 미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불편할 것 같습니다. 제 가설은 달러 약세를 통해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를 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44. 많은 분들이 환율을 한국 경제 폭망의 반영이라고 말합니다. 성장률도 미국보다 낮아지고, 금리도 미국보다 낮고, 한국 사람들은 희망을 찾지 못해 미국 주식으로 '주식 이민'을 간다는 서사입니다. 이런 지적은 우리가 잘 들어야 하지만, 최근 3개월의 통화 움직임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일본 엔화가 원화보다 더 약합니다. 그런데 대만 달러도 약합니다. 올해 대만의 GDP 성장률은 5.8%로, 놀랍게도 매우 높습니다. 대만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 3분기에 GDP 대비 16%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외환보유액은 6,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한국이 4,300억 달러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많죠. 그런데도 대만 달러는 약합니다. 대만 경제가 폭망이어서 그런 걸까요? 아시아 통화들은 기본적으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속성이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여러 지적도 본질적으로 맞는 면이 있지만, 최근의 환율은 글로벌 보편성이 작동한 결과로 봐야 합니다. 한국만 유독 약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45. 흥미로운 사실은 위안화와 원화가 최근 디커플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안화는 최근 몇 달 동안 강해지고 있고, 원화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원화는 엔화와 연동되고 있고, 대만 달러와 원·달러 환율도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저는 위안화가 강해지는 것이 아시아 통화에서 일종의 선행지표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APEC 이후 미중 갈등이 더 강화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46. 중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미국이 두 자릿수 관세를 물리는 것은 무도한 일이지만, 중국은 미국에서 많이 벌고 미국은 많이 잃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불균형을 줄여야 하고, 가장 쉬운 방법은 중국이 미국 물건을 많이 사 주는 것입니다. 2020년 1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미중 무역합의가 있었는데, 요지는 중국이 미국 제품을 많이 사주고, 미국은 중국에 내수 부양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국 통화가 강하다는 것은 수입을 늘리고 내수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위안화가 강해지는 것은 미중 관계가 덜 파괴적인 관계로 전환되는 신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7. 현재 엔화는 원화와 연동되어 움직이고 있는데, 저는 엔화가 여기서 더 약해지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일본의 새 총리가 아베 전 총리처럼 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지만, 2012년 아베가 집권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2012년 일본은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었고, 엔·달러 환율은 80엔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였습니다. 딥 인플레이션이죠. 엔·달러 환율은 150엔입니다. 통화가 더 약해지면 수입 물가가 올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합니다. 저는 이것이 일본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봅니다.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정권이 유지되기 힘들 겁니다.

48. 일본은 디플레이션이 워낙 깊었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리플레이션 정책을 썼습니다. 물가가 올라가면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니, 임금도 올라야 합니다. 그래서 아베 총리 때와 이시바 총리 때 일본 경제단체 게이단렌이 기업들에 임금을 올리라고 압박했고, 아베 총리는 직접 노동조합을 찾아가서 "바보같이 있지 말고 월급을 올려 달라고 하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렇게 물가와 임금이 함께 올라가는 과정을 거쳤는데, 일본 인구의 상당수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30%입니다. 대부분 연금 생활자죠. 도요타 자동차 직원처럼 연금이 15% 오르는 게 아닙니다. 연금 생활자는 예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고정된 돈의 구매력이 떨어집니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이죠.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 인플레이션 이후 정권이 수시로 바뀌는 것 아닙니까? 저는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엔화가 여기서 더 올라가면 원화도 같이 오를 수 있는데, 이것은 일본 경제와 정치 모두 선택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환율이 좀 떨어질 것 같습니다.

49. 구조적으로 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GDP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았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이것이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나빠졌다는 서사의 근거인데, 이 지적은 맞습니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은 격차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미국이 금리를 한 번 더 내릴 것이고, 한국은 총재가 금리를 못 낮출 것 같다고 말씀하셨으니 금리차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50. 한국 주식이 부진하니 국내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국장 탈출'이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 한국 시장 성과가 미국보다 오히려 좋았습니다. 조정을 받는다면 미국이 더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미국은 더 많이 올랐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부분도 완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어 큰 위기가 온다면 환율이 여기서 더 오르는 쪽에 베팅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1,500원을 넘어가는 그림보다는 여기서 100원 이상 더 떨어지는 것이 내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1. 역사적으로 달러는 세 번 정도 약했습니다. 1970년대, 198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입니다. 그리고 지금 달러가 약 10년간 강세를 보이다가 꺾이는 국면에 있습니다. 이 세 시기를 기억하시면서 마지막 자료를 보겠습니다. 우리 증시에 나타났던 세 번의 강세장은 모두 약달러 시기와 겹칩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달러가 약해진다는 것은 미국 밖의 금융 환경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먹고살려면 기축통화인 달러가 필요하죠. 달러가 약해지면 달러를 구하는 비용이 낮아지고, 그 과정에서 경제가 활기를 띠고 주식도 좋았던 사례들이 나타납니다.

52. 마지막 그림은 한국 시장 대비 미국 증시의 상대 강도입니다. 이 그래프가 떨어진다는 것은 미국이 잘 오르고 한국은 재미없다는 뜻인데, 지난 10년이 '국장 탈출'의 시대였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계속 좋았느냐? 그 전 10년은 한국이 좋았습니다. 90년대는 미국이 좋았고, 80년대는 한국이 좋았죠. 돌고 도는 것입니다. 대체로 달러 가치가 약할 때는 한국 시장 성과가 미국보다 좋았고, 달러가 강할 때는 나빴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이 무너지면 한국 주식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오를 때 한국이 못 따라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53. 달러가 강했다가 약해지고, 약해졌다가 강해지는데, 달러가 약할 때는 미국 밖 나라들의 경기가 매우 좋습니다. 반대로 달러가 강해지면 달러가 약했을 때 좋았던 나라 순서대로 곡소리가 납니다. 1970년대 달러 강세 때 타격을 받은 곳은 라틴아메리카입니다. 미국이 달러를 약하게 유지하며 많은 대출을 해줬거든요. 한국도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때 외채를 많이 받아들였습니다. 1980년대 초 달러가 강해지자 라틴아메리카가 외환위기를 겪었고, 한국도 1980년대 후반 달러가 3원대에서 많이 들어오다가 이후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경제와 주식이 좋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1,600원까지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 10년간은 달러가 강세였습니다.

54.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이 크게 무너지지 않는 한 괜찮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축이 있고, 달러가 10년간 강세였다가 올해 약간 약해졌다가 다시 강해졌는데, 이것이 반전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도 주가가 이렇게 올라가도 되겠다고 느낄 만한 정도의 유동성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은 조심스럽게 보지만, 그것이 꺾이는 장은 아닐 것 같습니다. 긴 호흡에서 보면 우리에게 아직 기회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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