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영익 · 한국인
요약 보기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 담보 기반으로 교환·저장 기능을 갖추며 국제결제에 유리해 도입이 세계적 추세다. 다만 담보 신뢰성 문제(USDC의 0.86달러 이탈 사례)와 통화정책·금융안정·불법자금 우려가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부채(GDP 대비 121%) 부담 완화 목적으로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찬성하나 원화 단위 과다(디노미네이션)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다듬은 글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안정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입니다. 이렇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안정'이라는 단어가 중요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려면 미국 달러를 사든지 미국채를 사든지, 그만큼의 법정 담보를 보유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가격이 안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화폐의 기능을 해야 합니다. 화폐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 교환의 매개입니다. 우리가 어떤 상품을 살 때 돈을 주고 사잖아요. 비트코인도 사용될 것이라 했지만 별로 사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스테이블 코인은 상품을 살 때 사용하게 만들겠다는 의미가 되는 거고요. 두 번째 화폐의 본질적인 기능은 가치 저장 기능입니다. 그러려면 가격이 안정돼야 합니다. 최근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등 가격이 굉장히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안정될 것이고, 어느 정도 화폐의 기능도 갖출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담보가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려면 미국 달러를 사든지, 같은 비율로 기초 자산이 있어야 합니다. 1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려면 1달러를 사든지, 아니면 미국채를 1달러어치 사든지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코인들은 그런 기초 자산이 없는 것이죠. 예전 금본위제에서 금을 쌓아 놓고 화폐를 발행했던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테더(Tether)가 발행하는 USDT가 있고,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USDC가 있습니다. 이 둘이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행 주체가 정부가 아니고 일반 기업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중요합니다. 원래 1달러당 1스테이블 코인으로 페깅(고정)시켜 놓지만, 문제는 그 가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서클의 경우 몇 년 전 담보를 실리콘밸리은행에 묶어 두었는데, 이 은행이 파산하면서 1대 1 페깅이 0.86달러까지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담보 공개도 이루어지지만 완전히 믿기는 어렵습니다. 그만큼 아직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은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사용 범위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등을 살 때 예전에는 달러로 샀지만, 최근에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삽니다. 국제 거래에서도 무역 거래와 금융 거래에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유리한 점은, 보통 미국과 수출입 결제를 할 때 1일에서 3일 정도 걸리는데, 스테이블 코인은 한 시간 이내에 즉시 결제가 됩니다. 결제 비용도 굉장히 낮습니다. 또 기업이 수출할 때 환혜지를 해야 하는데, 스테이블 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면 환헤지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제 거래에서 서서히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사용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무역업자들도 일부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많이 이야기되면서 코인 시장 전반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13만 달러를 넘어섰고, 이후 다시 떨어지고 있지만 스테이블 코인 때문에 시장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에서는 '지니어스법'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는 부결되었습니다. 법안의 핵심 쟁점은 누구에게 스테이블 코인 발행권을 줄 것인가, 담보는 얼마로 어떤 자산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자금 세탁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하는 것들입니다. 하원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소비자 보호의 미흡을 이유로 반대했고, 지금 다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제 생각에는 조만간 하원에서도 통과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가장 앞장서서 강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입니다. 연방정부 부채는 약 36조 2천억 달러로, 올해 1분기 말 기준 GDP 대비 121%입니다. 금리가 높다 보니 작년 미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은 GDP 대비 3%, 약 8,800억 달러 정도입니다. 최근 외국인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채를 팔고 있어서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납니다. 스테이블 코인 회사는 담보로 미국채를 사야 하므로, 미국채 수요가 늘어나 금리가 떨어질 수 있고 그러면 정부의 이자 부담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고,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저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가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1년 전에는 스테이블 코인이 60여 개였는데, 올해 5월 통계에서는 170여 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국제 거래에서도 도움이 되므로, 앞으로 수출입 기업들이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우리는 블록체인 등 상당히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성공할 수 있을지 잘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누구에게 발행권을 줄 것인지,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논의가 많이 있고,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국채나 달러를 기준으로 발행할 것인지, 원화를 기준으로 발행할 것인지입니다. 저는 원화 기준으로 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우리 돈의 단위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환율도 한 엔이 너무 높다는 것이죠. 오징어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세계가 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한국이 이렇게 우수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한국의 돈 단위가 이렇게 큰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금이 465억 원이었는데,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38만 달러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 돈은 왜 이렇게 액수가 큰가 싶었던 것이죠. 우리 전체 금융자산은 올해 3월 말 현재 1경 2,500조 원이 넘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졌으니, 이번 기회에 화폐 단위 변경, 즉 디노미네이션도 고려하면서 원화 기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려도 있습니다. 우선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집니다.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을 줄여야 하는데,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면 그런 통화정책 수단이 줄어듭니다. 또 금융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은행 예금으로 가야 할 돈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법 자금이 유출입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스테이블 코인을 논할 때 감독 당국이 불법 자금 유출입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BDC도 있습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통제하고,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이 발행합니다. 사람들은 익명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더 좋아할 것입니다. 국가별로도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은 CBDC를 거의 다 만들어 지금 실험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선호합니다. 중국은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이고, 미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중앙 디지털 화폐를 선호할지, 스테이블 코인을 선호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아마 스테이블 코인을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우리도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누구에게 발행권을 줄 것인지, 결제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원화로 발행할지, 달러로 발행할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원화로 발행하는 것이 우리 국격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전에 말씀드렸듯이, 우리 화폐 단위에 0이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화폐 단위 변경도 고려하면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