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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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6월 8일 장중 1561원 고점 이후 석 달 만에 약 208원 하락해 1353원까지 내렸다. 하락 요인으로 반도체 중심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 밀렸던 수출기업 환전 물량 출회,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150조원 이상의 주주환원(SK하이닉스 40조, 삼성전자 90~110조)에 따른 환전 기대를 제시했다. 개인은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샀으며 외국인은 6월 역대 최대 순매도 후 7월 순매수로 전환했다. 증권사 전망으로 NH투자증권은 추가 하락 40~50원, 상상인증권은 12개월 범위 1325~1400원을 제시했다. 향후 환율 방향은 불확실하며 되돌림 요인(외국인 배당 역송금, 고령화에 따른 장기 원화 약세 요인)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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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오늘도 떨어졌습니다. 1,353원인데요. 어제도 5원 넘게 빠졌습니다. 이 속도면 1,2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하나 싶은데요. 여러분, 그런데 떨어진 게 달러만이 아니에요. 엔화도 유로화도 같이 내려왔습니다. 세 개가 동시에 내렸다는 건 달러가 약해진 게 아니라 우리 원화가 세졌다는 뜻이거든요. 석 달 전에 다들 뭐라고 하셨죠? 1,600원 가는 거 아니냐? 외환위기가 오는 거 아니냐? 그럴 만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6월 8일에 환율이 장중 1,561원을 찍었습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값이었어요. 그날 코스피는 8% 넘게 빠지면서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고요.
그게 석 달 만에 208원이 빠진 겁니다. 올라갈 때도 무서웠는데 내려오는 속도도 만만치 않아요. 이쯤 되면 궁금해지시죠? 대체 무엇이 방향을 이렇게 틀어 놓은 건지, 그리고 이렇게 빠질 때 사람들의 돈은 어디로 움직였는지, 여러분은 무엇을 보셔야 하는지 쉽고 재미있게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석 달 전 그날부터 보겠습니다. 6월 8일이었어요. 그날 아침 환율은 1,548원에 출발했는데, 장이 열리자마자 1,555원을 넘겼고요. 결국 장중에 1,561.5원까지 올랐습니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120원이 뛴 거예요. 하루에요. 이 숫자가 어느 정도냐면,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값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597원을 찍은 적이 있는데, 그다음으로 높은 자리였어요. 1997년 외환위기 때는 1,900원 선까지 간 적이 있지만, 그때는 변동폭 제한이 풀리면서 시장이 통제를 벗어난 상황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나온 숫자로 보면 6월 8일이 사실상 최고 수준에 가까웠던 거죠.
그날 주식시장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코스피가 8% 넘게 빠지면서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동시에 걸렸어요. 왜 그랬을까요?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물가가 잡히지 않아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고요.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부딪히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고, 기름값이 튀었죠. 여기에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계속 팔았습니다. 그 상반기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18조 원 넘게 팔았어요. 달러를 사서 나가는 흐름이니 환율은 더 올라갔고요. 그러니 당시에 1,600원 얘기가 나온 게 과장이 아니었던 겁니다. 실제로 공항 환전소에서는 이미 1,600원을 넘겼거든요. 6월 6일 기준으로 하나은행 공항 영업점 고시 환율이 1,624원이었어요.
당국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구윤철 부총리가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거든요. 그런데도 환율은 계속 올랐습니다. 6월 중순부터는 종가 기준으로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했어요. 이건 2009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10거래일 연속이었던 기록을 넘어선 거예요. 시장에서는 1,500원이 새로운 기준이 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고요.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올해 평균 환율이 1,477원이었는데, 역대 최고였던 작년 연평균 1,420원을 크게 넘어선 수치였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석 달 만에 208원이 빠졌습니다. 그럼 무엇이 방향을 틀어 놓았을까요? 크게 네 가지가 겹쳤어요. 하나씩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반도체입니다. 그것도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에요. 6월 상품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겼어요. 정확히는 123억 7,000만 달러인데요. 1년 전 같은 달보다 84.5% 늘어난 겁니다. 그중에서 반도체 수출은 196.9% 늘었어요. 거의 세 배가 된 거죠. 반도체만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컴퓨터 주변기기, 그러니까 저장장치 수출이 282.7% 늘면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요. 무선통신기기도 60.6% 늘었어요. IT 품목 전체로 보면 160.4% 늘어난 겁니다. 여기에 석유제품, 화공품, 철강 같은 기타 품목도 18.6% 증가했어요.
그래서 6월 경상수지가 497억 3,000만 달러 흑자였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70조 원이에요. 역대 최대였어요. 그리고 오늘 9월 4일에 한국은행이 7월 수치를 발표했는데요. 7월 경상수지가 420억 8,000만 달러 흑자였습니다. 6월보다는 줄었지만, 월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7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입니다. 이걸로 경상수지는 2023년 5월부터 39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어요. 2000년대 들어서 2019년 3월 이후 가장 긴 연속 흑자 기록입니다. 7월에도 상품 수출은 두 달 연속 1,000억 달러를 넘겼고요.
이게 왜 환율을 끌어내리느냐? 수출에서 달러를 벌어오면 그 달러가 국내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국내에서 직원 월급을 주고 세금을 내려면 원화가 필요하잖아요. 그러니까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야 합니다. 시장에 달러가 계속 쏟아지는 구조인 거죠.
두 번째는 밀어뒀던 환전입니다. 이게 좀 재미있는 대목인데요. 수출 기업들은 달러를 벌어도 바로 원화로 바꾸지 않아요. 환율이 더 오를 것 같으면 들고 있다가 나중에 바꾸는 게 이득이니까요. 이걸 시장에서는 네고 물량이라고 부릅니다. 올해 상반기 내내 환율이 오르니까 기업들이 환전을 계속 미뤘어요. 더 오를 거라고 봤으니까요.
그런데 방향이 갑자기 뒤집혔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미뤄뒀던 물량이 한꺼번에 나옵니다. 더 떨어지기 전에 바꿔야 하니까요. 그동안 쌓아둔 달러가 한 번에 시장에 풀리면서 환율을 더 밀어내린 거예요. 기다리다가 몰린 겁니다.
왜 이렇게 컸느냐? 상반기 내내 미뤄둔 물량이 그만큼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반년 넘게 오르기만 했으니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하루만 더 기다리면 더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지금 바꿀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렇게 쌓인 물량이 방향이 뒤집히는 순간 한꺼번에 나온 겁니다. 여기에 정부도 거들었어요. 기업들에게 가지고 있는 달러를 좀 풀어 달라고 요청했거든요. 당국이 직접 시장에 들어가 달러를 파는 것 말고도, 이렇게 기업 물량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쌓여 있던 물량에 정부 요청까지 겹치니 속도가 더 붙은 거죠.
세 번째는 세계국채지수, WGBI입니다. 이름이 좀 어렵죠. 쉽게 말하면 전 세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가 채권을 살 때 기준으로 삼는 목록이에요. 여기에 우리나라 국채가 들어갔습니다. 올해 4월 1일부터요. 이게 하루아침에 된 일은 아닙니다. 편입이 확정된 게 2024년 10월이었고요. 원래는 작년 11월부터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4월로 밀렸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려고 제도와 시장 인프라를 계속 손봤어요. 그 결과가 이제야 자금 유입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죠.
한 번에 다 들어가는 게 아니라 11월까지 여덟 달에 걸쳐 나눠서 편입되는데요. 비중은 1.89%입니다. 이 지수를 따라가는 전 세계 자금이 약 2조 5,000억 달러예요. 그중 우리나라로 들어올 걸로 추산되는 게 472억 5,000만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68조 원이고요. 여덟 달로 나누면 매달 8조 5,000억 원씩 들어온 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돈의 성격이에요. 누가 좋다고 판단해서 사는 게 아니라, 지수에 들어갔으니까 기계적으로 사야 하는 돈입니다. 이걸 패시브 자금이라고 하는데요. 외국인이 우리 국채를 사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잖아요. 그러니 매달 정해진 만큼 원화 수요가 생기는 겁니다. 다만 짚고 갈 게 있어요. 당국 관계자는 이 자금만 정확히 발라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물량으로 지수를 맞추는 경우도 많아서요. 그러니 이건 확실한 한 방이라기보다 바닥에 깔린 꾸준한 힘 정도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네 번째가 지금 가장 세게 작동하고 있는 건데요. 주주환원입니다. 지난 8월 19일에 SK하이닉스가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서 전량 소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틀 뒤인 8월 21일에는 삼성전자가 90조에서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을 의결했고요. 확정된 규모만 합쳐도 150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환율과 상관이 있을까요? 두 회사가 돈을 어디서 버는지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반도체를 팔아서 달러로 법니다. 그런데 배당을 주고 자사주를 사려면 그건 원화로 해야 하잖아요. 국내 주주에게 달러로 배당을 줄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 갖고 있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합니다. 150조 원치를 마련하려면 얼마나 많은 달러를 팔아야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아직 실제로 환전이 다 일어난 게 아닙니다. 발표만 나온 단계인데도 환율이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시장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가격에 넣거든요. 그래서 기대만으로도 달러 매도 심리가 커지고,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까지 앞당겨 나오게 됩니다.
NH투자증권 권함민 연구원은 8월 26일 보고서에서 이렇게 봤습니다. 주주환원 재원이 전액 환전된다고 가정하면, 지난달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 환전 물량과 비슷한 수준의 영향이 있을 거라고요. 다만 실제 효과는 발표 기대만큼 크진 않을 거라고 봤습니다. 두 회사가 국내에서 번 원화도 쓸 수 있어서, 실제 환전 비중은 40~50%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이유였고요.
여기에 반대 방향의 힘도 있습니다. 외국인 주주가 배당금을 받으면 그걸 다시 달러로 바꿔서 해외로 보내거든요. 이건 환율을 올리는 요인입니다. 상상인증권 최재민 연구원은 8월 21일 보고서에서 이 부분을 숫자로 따져봤는데요. 현금성 주주환원을 약 297조 원으로 보고, 그중 해외로 다시 나가는 역송금을 약 134조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니까 환전 비율이 45%를 넘느냐가 분기점이라는 거예요.
자, 여기까지가 무엇이 방향을 틀어 놓았느냐였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가 보겠습니다. 사람들의 돈은 어디로 움직였을까요?
개인 달러 예금을 보면 답이 나와요.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보겠습니다. 올해 1월 말에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이 135억 8,000만 달러였어요. 그런데 7월 8일에는 121억 7,000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14억 1,000만 달러가 빠진 거예요. 왜 줄었을까요? 그 기간이 바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 치솟던 때거든요. 비쌀 때 팔자, 차익 실현으로 달러를 내놓은 겁니다.
그런데 7월 들어 환율이 뚝 떨어지기 시작하니까 방향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8월 5일 기준으로 개인 달러 예금이 127억 8,000만 달러까지 다시 올라왔어요. 한 달 만에 6.24% 늘어난 겁니다. 싸졌으니 사자, 이렇게 돌아선 거죠. 사실 이건 사람 마음이 그렇게 움직여서 그렇습니다. 비쌀 때는 더 오를 것 같아 붙잡고 있다가 어느 순간 겁이 나서 팔고, 싸지면 이제 바닥인가 싶어 다시 담습니다. 그런데 그 판단이 맞았는지는 한참 지나야 알 수 있는 거죠.
기업 쪽은 좀 달랐습니다. 같은 기간 법인 달러 예금은 계속 늘었어요. 529억 1,700만 달러에서 566억 4,200만 달러로 7.03% 증가했습니다. 개인은 환율을 보고 사고팔았지만, 기업은 결제 자금이나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 방향이 달랐던 거죠. 전체 달러 예금으로 보면, 6월 말 641억 4,700만 달러에서 7월 말 671억 8,300만 달러로 늘었고요. 8월 5일에는 694억 2,100만 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한 달 만에 44억 7,600만 달러가 늘어난 거예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개인은 환율이 오를 때 팔았고 떨어지자 다시 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게 있어요. 외국인도 거의 같은 시점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6월에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316억 1,000만 달러어치 팔았거든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순매도였습니다. 그런데 7월에는 59억 8,000만 달러 순매수로 돌아섰어요. 파는 쪽에서 사는 쪽으로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코스피가 크게 오르면 외국인은 자산 비중을 맞추려고 일부를 팝니다. 이걸 리밸런싱이라고 하는데요. 주가가 오르면 그 나라 비중이 자동으로 커지니까, 원래 정해둔 비율로 되돌리려고 일부를 파는 겁니다. 6월에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그 매도가 한꺼번에 나온 거예요. 그러다 조정을 받으니 다시 사들이는 흐름이 나타난 거고요. 그러니 외국인이 한국을 떠났다가 돌아왔다기보다는, 비중을 맞추는 과정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그러니까 6월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꺾인 지점이었던 셈이죠.
그럼 원화가 세지면 우리한테는 무엇이 달라질까요? 좋은 쪽부터 보겠습니다. 수입 물가가 내려갑니다. 기름이든 곡물이든 원자재는 전부 달러로 사 오잖아요. 같은 물건을 사는데 원화가 덜 드는 겁니다. 해외여행 가시는 분들도 부담이 줄고요.
반대쪽도 있습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물건을 팔아도 받는 원화가 줄어요. 100달러짜리를 팔았을 때 1,500원 시절에는 15만 원이 들어왔는데, 1,350원이면 13만 5,000원이거든요. 같은 매출인데 1만 5,000원이 사라지는 셈이죠. 그래서 환율이 내려가는 게 무조건 좋은 일도, 무조건 나쁜 일도 아닙니다. 어느 자리에 서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는 거예요.
자, 이제 마지막입니다. 환율이 이렇게 움직일 때 무엇을 보셔야 할까요? 네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첫째, 지금 하락이 일회성인지 구조적인지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앞에서 본 네 가지를 다시 떠올려 보시면요. 반도체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 이어지는 힘입니다. 반면 주식예탁증서 관련 환전이나 주주환원 자금은 언젠가 끝나는 돈이에요. 지금 내려온 폭 안에는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도 이 구분을 하고 있어요. 상상인증권 최재민 연구원은 주식예탁증서 환전 기대가 반영된 7월 3일부터 14일 사이에 환율이 약 57원 내렸고, 실제 환전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7월 15일부터 8월 11일 사이에 약 74원이 더 내렸다고 분석했습니다. 합치면 약 129원이고요. 주목할 건 그 효과가 가라앉은 뒤에도 원화 강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음 동력으로 주식 원화 투자 자금을 지목한 거고요.
둘째, 되돌리는 힘도 같이 보셔야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죠? 외국인 주주가 배당을 받으면 그 돈은 다시 달러로 바뀌어 나갑니다. 자사주 매각 대금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은 환전 기대가 먼저 반영되는 국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대 방향 물량이 쌓입니다.
셋째, 더 긴 시간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있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소비가 줄어드니 내수는 힘이 빠지고요. 정부가 거둔 세금은 생산적인 곳보다 복지와 의료 쪽으로 더 나갈 수밖에 없어요. 아주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원화가 약해질 수 있는 요인입니다. 물론 반대 힘도 있어요. 인공지능 투자가 계속 늘어나는 국면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그 흐름의 중심에 있잖아요. 지금의 경상수지 흑자를 만들어 낸 것도 결국 그 힘입니다. 이게 얼마나 오래 가느냐에 따라 긴 시간표의 결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넷째, 화면에 뜨는 환율과 내가 실제로 마주하는 환율은 다릅니다. 이건 의외로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뉴스나 포털에서 보는 1,353원은 기준환율이에요. 그런데 은행 창구나 앱에서 실제로 바꿀 때는 여기에 스프레드가 붙습니다. 사는 값과 파는 값의 차이인데요. 그래서 앞서 본 공항 환전소의 1,624원 같은 숫자가 나오는 겁니다. 같은 날 기준환율이 1,500원대였는데도요. 게다가 현찰 환율과 앱에서 숫자로만 오가는 전신환율도 다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현찰을 옮기고 보관하는 비용이 드니까 현찰 쪽 차이가 더 커요. 현찰은 보통 1.75% 정도 됩니다. 1,350원짜리로 계산하면 한쪽에만 23원이 넘게 붙는 셈이고, 사고팔면 46원이 넘어요. 반면 앱에서 거래하는 전신환은 그보다 낮습니다. 뉴스에 나온 숫자만 보고 계산하면 실제와 어긋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숫자를 볼 때는 이게 어떤 환율인지부터 확인하시는 게 먼저입니다.
오늘 내용을 한번 정리해 볼게요. 석 달 전 6월 8일에 환율은 장중 1,561원까지 갔습니다. 2009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였고, 그날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어요. 그게 지금은 1,353원입니다.
방향을 틀어 놓은 건 네 가지였습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 미뤄뒀다 한꺼번에 쏟아진 수출기업의 환전, 4월부터 들어오는 세계국채지수 편입 자금, 그리고 150조 원이 넘는 주주환원 기대였고요. 그 사이 개인은 오를 때 팔았다가 떨어지자 다시 샀고, 외국인도 6월 역대 최대 순매도에서 7월 순매수로 돌아섰습니다.
앞으로 어디로 갈지는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증권가에서 나온 전망도 참고만 하셔야 해요. NH투자증권은 8월 26일 기준으로 추가 하락 여력을 40~50원 정도로 봤고요. 상상인증권은 8월 21일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 범위를 1,325원에서 1,4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건 그 시점의 견해일 뿐이고, 지표 하나의 방향이 통째로 바뀔 수 있는 영역이라 예측은 얼마든지 빗나갈 수 있습니다. 석 달 전에 1,600원을 걱정하던 시장이 지금은 1,200원대를 말하고 있잖아요. 불과 석 달 만에 시장의 이야기가 정반대로 바뀐 겁니다. 그러니 지금 나오는 전망도 석 달 뒤에는 또 달라져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숫자를 맞히려고 하기보다, 지금 움직임 안에 어떤 힘이 섞여 있는지를 보시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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