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요약 보기
일본이 5~6월 미국 국채를 930억 달러 순매도했고, 이는 엔화 방어 개입(15조엔)의 재원 마련과 일본 국내 금리 상승·본국 회귀 흐름이 겹친 결과로 해석. 미국 국가부채 40조 달러 돌파, 이자비용 증가, 30년물 금리 19년 만에 최고(5.34%). 일본 금리 인상 시 엔캐리 청산 등으로 글로벌 자산 변동성 우려. 한국 30년 국고채 금리도 역대 최고(4.751%). 원화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강세 전환. 발언 중 투자 권유 없음을 명시.
다듬은 글
일본이 미국 국채를 팔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금 미국 국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2위가 영국, 3위가 중국이고요. 그런데 그 1위 국가가 두 달 연속으로 팔았습니다. 5월에 667억 달러, 6월에 264억 달러, 두 달 만에 930억 달러치가 빠져나갔습니다. 이게 왜 위험한 신호냐면, 일본이 이만한 규모로 미국 국채를 줄인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냐면 2022년 9월입니다. 일본이 24년 만에 엔화 방어 개입에 들어갔던 바로 그 달이에요. 그러니까 일본이 이 정도로 판다는 건 일본 쪽에 비상이 걸렸다는 뜻입니다. 그 신호가 3년 8개월 만에 다시 켜진 거예요.
그런데 하필 지금 미국 사정도 이렇습니다. 미국 나라 빚이 40조 달러를 넘었어요. 법정 한도가 41조 1천억 달러니까 거의 다 찼습니다. 이걸 굴리려면 국채를 더 찍어서 팔아야 하는데, 제일 큰 손님이 창구에서 나가고 있는 겁니다. 3위인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이미 팔아왔고요. 1위와 3위가 동시에 파는 거예요. 결과는 벌써 숫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3%를 넘었어요. 19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이 국채를 팔면 달러가 생기잖아요. 그 달러로 일본은 엔화를 사들였습니다.
한 달 동안 15조 엔. 일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개입이었어요. 두 달 전에 다들 뭐라고 하셨죠? 엔화 싸졌을 때 일본 여행 가야 할까? 그렇게 15조 엔을 쏟아붓고 난 지금 엔화는 다시 달러당 160엔입니다. 세계 1위 채권국이 국채를 팔았는데 엔화는 그대로고 미국 금리만 올라갔어요. 오늘은 이 얘기를 하겠습니다. 일본이 지금처럼 계속 팔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게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쉽고 재밌게 알아보겠습니다. 그 전에 구독과 좋아요 한 번씩만 눌러 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보죠.
먼저 팔린 물건이 뭐였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얘기예요. 5월에 일본이 줄인 667억 달러를 만기별로 쪼개 보면, 장기 국채가 69억 달러였고 단기 국채가 597억 달러였습니다. 전체 감소분의 90%가 단기물이었어요. 단기 국채는 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를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이걸 트레저리 빌이라고 부르고요. 이자를 따로 주는 게 아니라 할인해서 팔고 만기에 액면가로 돌려주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정기예금이라기보다는 현금에 아주 가까운 물건입니다.
왜 이게 중요하냐면요, 30년 만기 국채를 급하게 팔면 손해가 큽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30년물 가격이 뚝뚝 떨어져 있거든요. 100원에 산 걸 70원, 80원에 팔아야 해요. 그런데 단기물은 만기가 코앞이라 가격이 액면가 근처에서 거의 안 움직입니다. 손해를 거의 안 보고 팔 수 있어요. 그래서 급하게 달러가 필요한 나라는 장기물이 아니라 단기물부터 건드립니다. 일본이 딱 그 행동을 했어요. 손해가 큰 물건은 그대로 두고, 현금에 가장 가까운 물건만 골라서 뽑아냈어요. 이건 투자 판단으로 파는 게 아닙니다. "미국 국채가 별로다, 그러니 정리하자"가 아니라, 지금 당장 달러가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투자자가 아니라 응급 환자의 행동입니다.
그러면 일본은 왜 그렇게 달러가 급했을까요? 7월 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4엔까지 밀렸습니다.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어요. 1985년 플라자 합의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때 미국이 주요국을 모아 놓고 엔화를 강제로 끌어올렸던 사건이거든요. 그 이후로 엔화가 이렇게까지 약해진 적이 없었습니다. 40년 만이라는 게 그런 의미예요. 그러면 엔화가 싸지면 일본은 좋은 거 아니냐, 수출기업 실적 좋아지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지금 일본은 그 반대 상황입니다.
일본은 에너지를 거의 전부 수입해요. 식량 자급률도 낮고요. 엔화가 싸지면 기름값이 오르고, 밀가루값이 오르고, 전기요금이 오릅니다. 수출 대기업 몇 곳이 웃는 사이에 1억 2천만 명의 생활비가 같이 오르는 구조예요. 실제로 일본 2분기 성장률은 시장 예상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개인 소비는 2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고요. 설비투자와 주택투자도 나란히 줄었습니다. 경기 자체가 이미 힘이 빠져 있는 상태예요. 그런 상황에서 엔화가 164엔까지 갔으니,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7월 말에 개입에 들어갔어요.
이번 개입은 좀 특이했습니다. 일본 혼자 한 게 아니라 미국과 공동으로 했거든요. 미국 재무부가 같이 들어왔다는 건 엔화 약세를 미국도 부담스러워한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개입이 뭔지 짚고 가겠습니다. 외환 시장 개입은 말은 어려워도 원리는 단순해요. 엔화 가치를 올리고 싶으면 시장에서 엔화를 사면 됩니다.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값이 오르니까요. 그런데 엔화를 사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달러가 필요해요. 달러를 주고 엔화를 받아 와야 하니까요. 그럼 그 달러는 어디서 나올까요? 일본 정부 금고에 달러 현금이 쌓여 있는 게 아닙니다.
외환보유고라는 이름으로 갖고 있긴 한데, 그게 대부분 미국 국채로 들어가 있어요. 현금으로 그냥 두면 이자가 안 붙으니까, 미국 국채를 사서 이자를 받으면서 보관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엔화를 사려면 미국 국채를 먼저 팔아서 달러로 바꿔야 해요. 아까 본 597억 달러의 단기 국채가 바로 이것입니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판 게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지갑을 열었던 거예요. 그 규모가 얼마였냐면, 일본 정부가 한 달 동안 시장에 넣은 돈이 15조 3,993억 엔입니다. 한 달 기준으로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예요. 2022년에도 개입을 했었는데, 그때보다도 큽니다.
여기서 아까 말씀드린 2022년 9월을 다시 꺼내 보겠습니다. 그때도 같은 일이 있었어요. 엔화가 무너지니까 일본 정부가 개입에 들어갔고, 개입 자금을 만들려고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팔았어요. 그게 24년 만의 개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상황이 지금과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던 시기였고,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두 나라 금리 차이가 벌어지니까 엔화가 밀렸던 겁니다. 원인이 바깥에 있었어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면 자연히 풀릴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인상을 멈추면서 엔화도 한숨을 돌렸고요.
그런데 지금은 원인이 일본 안에도 있어요. 정부는 돈을 풀겠다고 하고, 국채는 더 나올 예정이고,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할지 말지 결정을 못 하고 있어요. 바깥이 정리된다고 해서 저절로 풀리는 구조가 아닌 겁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땠냐면요, 8월 30일 기준으로 엔화는 다시 160엔이 됐습니다. 7월 말에 164엔이었으니까 잠깐 올랐다가 거의 원위치로 돌아온 거예요. 역대 최대 규모의 개입을 했는데 한 달 만에 되돌려졌습니다. 이게 지금 상황의 핵심입니다. 돈을 안 써서 못 막은 게 아니에요. 쓸 수 있는 최대치를 썼는데도 안 막혔습니다. 그러면 왜 안 막혔을까요? 이유는 일본 안에 있어요.
3장은 일본 국채시장 얘기입니다. 조금 낯설게 들리실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알아야 뒤가 다 풀립니다. 8월 18일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중 1.45%까지 올랐습니다.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숫자예요. 30년 만기 국채는 4.16%까지 갔습니다. 이건 사상 최고예요. 기록이 남아 있는 이래로 가장 높다는 뜻이에요. 5년 만기도 2.15%로 사상 최고를 다시 썼고요. 2년 만기도 1.68%까지 올랐습니다. 짧은 것부터 긴 것까지 전부 위로 뛰었어요.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게 무슨 뜻인지 한 번만 짚고 가겠습니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여요. 사려는 사람이 줄면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이 올라가요. 그러니까 금리가 올랐다는 말은 일본 국채를 사려는 사람이 줄었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왜 줄었을까요? 두 가지가 겹쳤습니다. 첫 번째는 일본 정부의 돈 풀기예요. 다카이치 총리가 적극 재정을 내걸고 있어요. 내년 봄부터 식료품 소비세율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현행 8%를 2년간 0%로 낮추겠다는 내용이에요. 고물가와 소비 부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세금을 덜 거두면 돈이 부족해지죠. 부족한 돈은 국채를 더 찍어서 메워야 합니다. 시장 입장에서는 앞으로 일본 국채가 쏟아진다는 얘기예요. 물건이 많아지면 값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금리가 뛴 겁니다. 두 번째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이에요. 지금 일본 기준금리가 0.5%인데요, 9월에 올릴 거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금융시장 조사 기관 나 리서치 집계로는 8월 21일 오후 기준 9월 인상 확률이 80%를 넘었고요. 로이터가 8월 25일 공개한 경제 전문가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57%가 9월 인상을 예상했어요. 12월에 한 번 더 올려서 1.5%까지 간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됩니다.
기준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지금 국채를 사는 사람은 손해를 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국채가 나올 테니까요. 그래서 다들 사는 걸 미룹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나와 있는 국채가 안 팔리고 금리가 더 올라갑니다. 여기까지가 일본 국내 사정이에요. 문제는 이게 국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 국채는 이자가 거의 없었어요. 2016년부터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갔었고요. 돈을 맡기면서 오히려 보관료를 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연기금이나 보험사, 은행들이 자기 나라 국채를 살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돈을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미국 국채를 사고, 유럽 국채를 사고, 호주 국채까지 사들였어요. 일본이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된 게 사실 이런 배경입니다. 집에 둘 곳이 없어서 밖에 맡겨 둔 거예요.
그런데 지금 그 전제가 깨지고 있습니다. 일본 10년물이 1.5%에 가까워졌잖아요. 자기 나라 국채로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것도 환율 위험 없이요. 미국 국채를 사면 5%를 준다고 해도, 달러를 엔화로 바꿔 올 때 환율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환헤지 비용까지 빼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건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그럴 바에는 그냥 일본 국채를 사자. 이런 계산이 성립하기 시작한 겁니다. 시장에서는 이걸 본국 회귀라고 부릅니다. 밖에 나가 있던 일본 돈이 집으로 돌아오는 현상이에요.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일본이 미국 국채를 파는 이유가 정부의 환율 개입 하나만 남는 게 아니라, 민간까지 같이 파는 쪽으로 늘어나요. 지금까지 우리가 본 667억, 264억은 주로 정부 쪽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숫자였어요. 여기에 민간이 붙으면 규모가 달라집니다.
이제 받아 주는 쪽, 미국 얘기입니다. 8월 19일 기준으로 미국 총 국가부채가 40조 470억 달러를 기록했어요.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를 넘긴 거예요. 30조 달러를 넘어선 게 2022년 1월이었어요. 4년 7개월 만에 10조 달러가 더 붙었습니다. 법정 부채한도는 41조 1천억 달러인데요, 남은 여유가 1조 달러 정도밖에 없어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원금이 아니라 이자예요. 2026 회계연도가 두 달쯤 남은 시점에 미국 정부의 누적 이자 비용이 1조 1700억 달러였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난 숫자예요. 이게 지금 미국 연방 예산에서 세 번째로 큰 지출 항목입니다. 국방비보다 많이 나가고 있어요.
여기서 악순환이 만들어져요.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자 비용이 늘어납니다. 이자를 갚으려면 국채를 더 찍어야 해요. 국채가 더 나오면 물건이 흔해지니까 금리가 또 오릅니다. 그러면 이자가 또 늘어나요. 겨울 산에서 눈덩이가 굴러 내려오는 것과 같은 구조예요. 내려올수록 커지고, 커질수록 빨라집니다. 그래서 미국은 국채를 사 줄 사람이 절실해요. 미국 안에서만 팔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수 있는데, 그러면 문제가 생깁니다. 미국 국내 자금이 국채로 빨려 들어가면 그만큼 주식 시장에서 돈이 빠져요. 주가가 내려가요. 그래서 미국은 오래전부터 밖에다 팔아 왔습니다.
그 자리를 20년 넘게 지킨 나라가 중국이었어요. 중국이 무역으로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로 돌려 놓는 구조였어요. 미국은 적자를 내고, 중국은 흑자를 내고, 그 흑자가 미국 국채로 다시 들어가고. 이 순환이 20년 넘게 세계 경제를 굴렸습니다. 그런데 무역 갈등이 시작되면서 이 고리가 끊어졌어요. 중국은 몇 년째 미국 국채를 줄여 왔습니다. 2013년 11월에 1조 3,200억 달러까지 갔던 보유액이 지금은 절반 아래로 내려와 있어요. 그 자리를 메워 준 게 일본이었습니다. 중국이 빠지는 만큼 일본이 받아 줬어요. 그래서 2019년부터 일본이 1위 자리를 지켜 왔고요. 그런데 지금 그 일본이 팔고 있는 거예요.
전체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해외 투자자가 갖고 있는 미국 국채가 지금 9조 3천억 달러 수준입니다. 6월에만 721억 달러가 줄었어요. 최근 넉 달 중 석 달이 감소였습니다. 2026년 2월에 찍은 사상 최고치에서 계속 내려오고 있는 상태예요. 그 결과가 금리입니다. 8월 18일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중 5.34%까지 올랐습니다.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숫자예요. 7월 초만 해도 5%를 밑돌던 수준이었는데, 한 달 반 만에 이렇게 올라온 겁니다. 그런데 이건 미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같은 날 영국 30년물이 5.86%까지 올랐어요. 1998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프랑스 30년물은 4.9%로 18년 만에 최고였고요. 독일 30년물도 장중 3.78%로 2011년 유로존 채무 위기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일본 30년물은 4.16%로 사상 최고였고요. 주요국 장기 금리가 같은 날 일제히 뛴 겁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 빈센트 모티어는 이날 채권 시장이 점점 초조해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여러 나라의 재정 전망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라고 지적했고요. 성장은 기대를 밑돌고 물가는 잘 안 떨어지는데, 재정을 개선할 수단은 뚜렷하지 않다는 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세계가 동시에 빚을 늘리고 있고, 그 빚을 받아 줄 사람이 동시에 줄고 있어요. 일본은 그중에서 가장 큰 구매자였어요. 그 구매자가 지금 판매자로 돌아섰습니다.
5장부터가 오늘의 본론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시장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갈려 있어요. 먼저 시나리오 A입니다. 일본이 지금처럼 계속 파는 경우예요. 이 경우 미국 장기 금리는 위로 더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사는 사람이 줄었으니까요. 그러면 미국 경제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 첫 번째로 주택 시장이 먼저 반응해요.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0년 만기 국채 금리를 따라갑니다. 30년물이 5.3%가 되면 주담대 금리는 7% 안팎으로 붙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고, 이미 낮은 금리로 집을 산 사람들은 이사를 안 가요. 지금 팔면 다음 집은 7%로 사야 하니까요. 매물이 안 나오고 거래가 얼어붙습니다. 건설이 줄면 일자리도 같이 줄어요.
두 번째는 기업 쪽이에요. 회사가 돈을 빌릴 때 기준이 되는 게 국채 금리예요. 국채가 5%를 주는데 회사가 5%를 주면 아무도 안 사요. 망할 위험이 있는 쪽에는 더 줘야죠. 그래서 국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는 그 위로 따라 올라갑니다. 빚으로 굴러가던 기업부터 숨이 막힙니다. 세 번째는 주식 시장이에요. 국채가 원금 손실 없이 5%를 준다면, 주식으로 5%를 벌려고 할 이유가 줄어들어요. 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갑니다. 그래서 국채 금리가 튀는 날에는 미국 증시가 같이 흔들려요. 네 번째는 미국 정부 자신이에요. 금리가 오른 만큼 이자 부담이 늘고, 그만큼 국채를 더 찍어야 하고, 그래서 금리가 또 오릅니다. 아까 말씀드린 눈덩이가 여기서 다시 굴러가요.
그럼 시나리오 B는 뭐냐? 일본이 더는 못 파는 경우예요. 좋은 소식처럼 들리실 텐데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본이 파는 걸 멈추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엔화를 개입으로 막는 게 아니라, 금리를 올려서 엔화를 끌어올리는 겁니다. 금리를 올리면 엔화를 갖고 있을 이유가 생기니까, 개입을 안 해도 엔화가 올라요. 그러면 미국 국채를 팔 이유가 없어지죠. 실제로 미국이 이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7월 말 공동 개입의 조건으로 미국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8월 31일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로 이어질 조치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고요.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어요.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일본 국채 금리가 더 올라갑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밖에 나가 있던 일본 돈이 더 빨리 돌아와요. 아까 말씀드린 본국 회귀가 가속되는 거예요. 정부가 파는 걸 멈추는 대신 민간이 더 크게 파는 상황이 됩니다. 일본 민간이 가진 해외 채권 규모는 정부 외환보유고보다 훨씬 커요. 연기금, 생명보험사, 지방은행까지 다 합치면 움직이는 돈의 단위가 달라집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게 있어요. 말은 어려운데 원리는 간단해요. 일본에서 이자가 거의 없는 엔화를 빌려서, 그 돈을 이자가 높은 나라의 자산에 넣는 겁니다. 미국 주식을 사기도 하고, 신흥국 채권을 사기도 하고요. 30년 동안 일본 금리가 0에 가까웠으니까 이 거래가 세계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금리가 오르면 빌린 돈의 이자가 올라가요. 동시에 엔화 가치가 오르면 갚아야 할 돈도 늘어납니다. 양쪽에서 조여 오니까 이 거래를 접게 돼요. 접으려면 사 둔 자산을 팔아야 하고요. 2024년 8월에 이걸 한 번 겪었어요.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린 직후 전 세계 증시가 하루 만에 무너졌던 날이 있었죠. 우리나라 코스피도 그날 크게 흔들렸습니다. 일본의 금리 결정은 일본 국내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계좌까지 연결된 문제예요.
그러니까 두 시나리오는 겉보기에 정반대인데 도착지가 비슷할 수 있어요. 일본이 팔아도 미국 금리가 오르고, 일본이 금리를 올려도 미국 금리가 오릅니다. 시장에서는 이걸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어느 쪽 문을 열어도 같은 방이 나오는 상황이에요.
그럼 일본이 아무것도 안 하면 되지 않느냐? 그것도 어려워요. 엔저를 그대로 두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가계의 실질 소득이 더 깎입니다. 2분기에 이미 소비가 꺾였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국내 경기가 무너집니다. 도쿄의 8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8% 올랐습니다. 3개월 연속으로 상승폭이 커졌고요.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뺀 물가는 2.0% 올랐습니다. 일본은행 목표치인 2%에 닿은 거예요. 물가만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경기만 보면 못 올립니다. 여기가 지금 일본이 서 있는 자리예요.
SBI증권의 독카이지 수석 채권 전략가는 연내 일본 장기 국채금리 상한선을 3.2%에서 3.3%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9월 인상은 확정적이고 12월 인상 기대가 높아지면 그것만으로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장의 전망이에요. 9월 인상 확률이 80%를 넘었다고 해도 남은 20%가 현실이 되는 경우가 시장에선 드물지 않아요.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가 8월 31일과 9월 1일에 미국 애빌에서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서 베선트 장관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만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여기서 어떤 합의가 나오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국면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나온 어떤 전망도 확정된 미래로 받아들이시면 안 돼요.
이제 마지막 장입니다. 이게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 여기가 오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먼저 이미 도착한 것부터 보겠습니다. 8월 18일 우리나라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4.751%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예요. 미국 30년물이 5.34%, 영국이 5.86%, 일본이 4.16%로 뛴 바로 그날이에요. 같은 날,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장기 금리는 국경을 잘 안 가린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하든 30년짜리 돈값은 세계 시장에서 같이 정해져요.
그럼 이게 우리 생활에 어떻게 닿느냐? 세 갈래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빌리는 돈의 값이에요. 같은 날 우리나라 3년 만기 국고채는 3.847%였고요.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은 4.542%였습니다. 둘의 차이가 0.695%포인트예요.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들일 때 드는 비용이 올라가요. 그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이나 고용 계획에 반영됩니다. 그리고 장기 국고채 금리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기도 해요. 장기물이 오르면 고정금리 대출도 따라 오르는 구조예요. 지금 대출을 알아보고 계신 분이라면 이 부분은 뉴스가 아니라 본인 얘기입니다.
두 번째는 환율이에요.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강해지고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해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오고 있어요. 원·달러 환율은 8월 중순 기준으로 달러당 1380원 안팎에서 거래됐습니다. 2025년 9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이에요. 6월에는 17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었는데, 거기서 상당히 되돌린 겁니다. 왜 그랬느냐? 한국은행이 8월 27일에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고요. 반도체 수출이 워낙 좋았어요. 8월 첫 20일 동안 수출이 1년 전보다 크게 늘었고, 반도체 수출만 260억 달러였습니다. 무역 흑자가 140억 달러 났어요. 수출 기업들이 그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원화를 밀어 올린 겁니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올렸습니다. 5월 전망보다 0.7%포인트 높인 숫자예요. 반도체 경기 회복과 그 파급 효과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바깥에서 오는 금리 압력과, 안에서 밀어 올리는 반도체 호황이 맞부딪히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금의 방향이에요. 이게 조금 의외인데요. 미국과 일본 금리가 뛴 날 외국인은 우리 국고채를 오히려 사들였습니다. 장기 금리가 세계적으로 오르는 국면에서도 한국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있다고 본 겁니다. 다만 이게 계속 간다는 보장은 없어요. 미국 국채가 5%대를 계속 주고 일본 국채가 3%에 가까워지면, 굳이 신흥국 채권을 들고 있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자금이 어느 쪽으로 갈지는 금리 차이만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달라져요.
그리고 우리나라 자체 사정도 하나 짚고 가겠습니다. 한국이 갖고 있는 미국 국채는 2025년 12월 기준으로 1406억 달러입니다. 일본의 1/8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 게임에서 공을 던지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입니다. 일본이 팔고 미국이 찍어내는 흐름 자체를 우리가 바꿀 수는 없어요. 할 수 있는 건 그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미리 보는 것뿐입니다.
오늘 내용을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두 달 만에 930억 달러 줄였어요. 그것도 팔기 쉬운 단기물 위주였어요. 투자 판단이 아니라 급전이 필요했다는 신호입니다. 급했던 이유는 엔저였어요. 40년 만에 최저치를 막으려고 한 달 동안 15조 3,993억 엔을 넣었는데,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도 되돌려졌습니다. 근본 원인은 일본 안에 있었어요. 정부의 재정 확대와 금리 인상 전망이 겹치면서 일본 국채 금리가 30년 만에 최고로 올랐고, 밖에 나가 있던 일본 돈이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미국은 부채 40조 달러를 넘겼고, 이자 비용만 1조 1700억 달러가 됐어요. 사 줄 사람은 줄고 팔 물건은 늘어난 거예요. 그래서 30년물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로 올랐고, 그날 우리나라 국고채 30년물도 역대 최고를 찍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은 두 갈래인데요, 일본이 계속 팔아도 미국 금리는 위로 밀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려 파는 걸 멈춰도 민간 자금이 돌아가면서 결과가 비슷해질 수 있어요. 어느 쪽이든 장기 금리가 쉽게 내려오기는 어려운 국면이라는 게 지금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한 전망은 전부 시장과 기관의 견해예요. SBI증권의 금리 상한 전망도, 9월 인상 확률 80%라는 숫자도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값이에요. 금리와 환율은 예측이 자주 빗나가는 영역입니다. 2022년에도 대부분의 기관이 연말 전망을 크게 틀렸어요. 그러니 오늘 내용은 방향을 이해하는 재료로만 써 주시고, 투자 판단은 본인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특정 상품이나 종목을 권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자산은 여러분이 지키셔야 해요.
다음 주 일본은행 결정과 미국의 다음 국채 입찰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정리해서 들고 오겠습니다. 오늘 영상 재밌게 보셨으면 구독과 좋아요 한 번씩만 눌러 주시고요. 궁금한 점은 댓글에 남겨 주세요. 내일 봐요.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