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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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60~1,500원대 진입을 위기 신호로 보고, 고환율이 외환보유액·국민연금 개입과 정부의 금리 인하 기조와 충돌해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고 주장. 기업의 달러부채(약 4,300억 달러)와 미국 생산설비 투자비용 증가를 부담 요인으로 지적. 한국 주식은 단기 투자만 권하고 나스닥은 적립식 권유. 달러는 3~5년 적립식 매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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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60원, 이전과 무엇이 다른가
원달 환율이 오늘 기준으로 1,460원을 넘어섰습니다. 제가 한국은행에 있을 때를 돌아보면, 이전에 이런 환율이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IMF 때는 1,900원을 넘었습니다.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력을 보여 주는 지표입니다. IMF 때 1,900원을 넘었다는 건 그만큼 경제가 나빴다는 뜻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000원을 넘었습니다. 이번 1,460원은 제가 보기에 세 번째로 봐야 할 수준입니다. 환율이 1,000원을 돌파하면 정부가 환율조차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거든요. 그때부터는 부동산을 조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환율이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
지금 정부가 코스피 하락의 여러 변수를 관리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환율이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입니다. 그래서 환율이 1,500원을 넘었을 때는 굉장히 경각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150원을 넘는 순간부터 경계 경보이고, 1,500원을 넘는 건 완전한 비상 경보입니다. 그건 통제를 못 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해외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 그리고 우리 국민이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이 환율에 그대로 투영되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IMF 때 1,900원까지 간 것은 외환보유액이 거의 바닥나서 외환 방어를 전혀 못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재경부 장관이던 강만수 장관은 아예 환율을 올리겠다고 선언하고 환율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니 1,600원대에는 우리 정부의 실책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입니다.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환율 시장 개입을 통해 1,400원대 초반을 간신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1,460원이 실제 환율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금융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예전만큼 갖고 있지 않았고 국민연금까지 적극적으로 환율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환율은 1,500원을 훨씬 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적어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걸 일종의 환율 착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그 착각을 유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처방이 늦어집니다. 환부는 지금도 계속 썩어 가고 있는데 환율을 덮어 두고 처방을 자꾸 미루니, 경제 주체들이 지금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고 봅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고환율이 정말 심각한 문제인지, 장기적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잘 됐고, 그게 경제에 도움이 됐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우리 경제는 정말 어려웠지만, 환율이 1,600원까지 오르니 수출 기업들이 돈을 크게 벌었고 그것이 경제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주력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대부분 미국으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국내 내수 기업들은 환율이 1,400원대로 뛰면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이게 발전 단가에 영향을 주고, 한전이 어려워지면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하는 압박이 생깁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고환율은 더 이상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외화부채와 미국 투자의 문제
고환율이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예가 기업과 금융회사의 외화부채입니다. 우리 기업과 금융회사가 가진 대외 부채는 약 4,300억 달러, 원화로 610조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1~2년 전 정부가 갑자기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습니다. 약 20년 만의 발행이었습니다. 일본 돈은 원래 위기 때 빌리는 것이라 보통은 발행하지 않는데, 작년에 정부가 외화를 많이 빌리라는 신호를 준 셈이 됐습니다. 그 결과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외화부채가 크게 늘었습니다.
610조 원이라는 규모는 우리나라 1년 예산 700조 원에 가깝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그 부담이 곧바로 기업에 돌아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미국 투자입니다. 2022년 해외 순방 때 대통령이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짓기로 했다는 성과가 언론에 크게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공장 건설 비용이 크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의 미국 공장은 처음 140억 달러로 계획됐지만 지금은 3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미국 물가가 크게 올랐고, 미국은 오후 4시면 퇴근하는 문화라 공사 기간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길어졌습니다.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니 달러가 더 필요해집니다. 우리 주요 생산 설비 중 최소 20개가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이런 기업들이 모두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결국 환율이 오를 때마다 기업의 달러 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내수시장이 위축된다는 점입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줄어들고 경기가 더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금리와 환율, 엉킨 정책
정책 문제도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2~2023년 미국이 금리를 5.5%까지 올릴 때, 우리는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습니다. 미국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경기 부진을 이유로 금리를 확 낮추는 것이 쉽지 않게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또 환율 측면에서 가장 나쁜 것은 완화적 금융정책을 쓰는 것입니다. 원화가 100장 있을 때와 200장 있을 때, 어느 쪽 가치가 높을까요? 당연히 100장일 때입니다.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리가 2%인 나라와 5%인 나라 중 어느 쪽 통화가 강할까요? 5%일 때입니다.
문제는 돈을 계속 풀고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상황에서 이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원래는 돈이 산업으로 흘러 들어가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그것이 다시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값을 아무리 낮춰도 소용이 없습니다. 미국과 금리 차이가 크게 나니, 국내 투자자는 어쩔 수 없이 한국에 투자하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돈값은 왜 이렇게 싸지?" 하면서 원화 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을 삽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서 금리를 잘못 낮추면,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통화정책이 무력화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됩니다. 이미 그런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저도 금리가 낮아져 경제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미국이라면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오르는 대신 문제는 해결됩니다. 아무리 다른 나라가 잘 나가도 사람들은 미국 달러를 팔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이 아닙니다. 지금은 해외 자금이 유출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고, 기준금리뿐 아니라 10년물, 5년물 국채 같은 시장금리도 인위적으로 낮추지 말고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수준에서 유지해야 합니다. 이미 외화가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강제로 낮추는 정책은 오히려 나라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정책을 쓸까요? 자기 임기 동안만 경제를 좋게 보이게 하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임기가 6개월 남은 사람은 "6개월만 좋다고 포장하면 된다. 다음 사람이 뒤집든 말든 6개월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니 버틸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이 나오는 겁니다. 내년이 더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정책 당국의 모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돈을 덜 풀어야 합니다. 돈을 덜 풀면 환율은 안정되지만, 대신 경기 불황은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한마음으로 돈을 더 풀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은행은 크리스마스 무렵 기준금리를 내년에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기재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를 모두 끌어내리려 합니다. 그렇다면 환율은 포기해야 합니다. 돈을 계속 찍어내면 원화가치는 당연히 떨어집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한국은행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환율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억지로 끌어내리면서, 국채금리를 강제로 낮추고 기준금리도 계속 낮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니 환율이 계속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환율이 1,400원을 넘은 이유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축통화국이나 패권통화국이 아닙니다. 돈을 찍으면 환율이 오르고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으로 환율을 억지로 끌어내리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 방식입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인데 정책은 튀르키예와 똑같습니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낮추면 리라 가치도 오르고 물가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특파원으로 있을 때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며, 리라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물가도 다시 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년 뒤 튀르키예는 집값만 올랐을 뿐 나머지 경제 지표는 모두 무너졌고, 금리도 크게 올라갔습니다. 우리도 강도만 다를 뿐 정책은 튀르키예와 같습니다. 금리를 억지로 끌어내리고 돈을 계속 풀면, 원화가치 하락과 함께 불균형이 언젠가는 폭발하게 됩니다. 자기 임기가 6개월 남았는지 2년 남았는지에 따라 정책을 고르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솔로몬의 지혜 이야기처럼, 진짜 엄마라면 아이를 반으로 가르기보다 아이를 살리는 쪽을 택합니다. 정책 당국자가 진짜 엄마라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을 쓸 텐데, 지금은 자기 인기를 유지하려는 정책이 계속 나오니 속이 쓰립니다. 우리 경제는 이미 만성 질환에 걸렸는데, 정책 당국이 마지막 남은 여력을 자기 임기 중에 다 써 버리면 급성으로 문제가 터질 수 있습니다.
개인은 어떻게 재산을 지킬 것인가
이렇게 변동하는 환율 앞에서 개인은 어떻게 재산을 지켜야 할까요? 많은 분이 예적금이나 한국 주식에 회의를 느끼고, 달러나 미국 주식으로 옮기고 계십니다. 저는 총 11권의 책을 썼는데, 세 권의 책에서 똑같이 반복한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코스피, 코스닥에는 장기 투자하지 마세요. 단기 투자만 하세요. 2년 이상 투자하지 마세요." 5년 전부터 계속 강조해 온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1999년 고점에 유럽 증시를 샀다면, 지금까지 약 25%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일본 증시도 1989년에 투자했다면 이제야 본전입니다. 1989년 투자자들은 외롭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코스피가 3,300포인트까지 올랐을 때, 그것이 아주 오랫동안의 고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장기 투자는 하지 말고, 크게 떨어졌을 때 1~2년 정도만 보유하는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잘못이 아니라, 미국이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미국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미국 투자가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나스닥은 2000년 고점을 찍은 뒤 78% 폭락했습니다. 5,000에서 1,000 이하로 떨어졌다는 뜻이고, 22만 남았다는 뜻입니다.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나스닥 최고점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15년 동안 속이 탔을 겁니다. 미국 투자는 언제나 정답이었고, 앞으로 10년 뒤에도 미국이 잘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이 2012~2013년까지 괜찮았기 때문에, 그 인구가 성인이 되는 2030년 전후까지는 미국 경제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국도 10년마다 위기와 침체를 겪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4~15년째 큰 위기나 침체가 없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전 재산을 나스닥에 한꺼번에 넣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새로 들어가시는 분들은 적립식이 맞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환율입니다. 나스닥이 폭락할 때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까요?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면 통화가치도 떨어지지만, 미국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 경기가 침체하거나 불황에 들어가면 달러 가치가 오른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사 달러 가치가 오르지 않더라도 한국은 '채찍의 끝'에 있습니다. 채찍 효과라고 하죠. 미국은 채찍의 손잡이라서 조금만 움직이지만, 채찍 끝에 있는 한국은 훨씬 크게 움직입니다. 미국이 불황에 들어가면 한국은 위기로 움직이고, 원화가치는 훨씬 더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달러를 미리 조금씩 확보해 두었다가, 원화가 떨어졌을 때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그때 환전한다는 생각보다는, 달러 자산을 조금씩 확보해 두었다가 미국 주식으로 들어가는 타이밍을 잡으시는 겁니다. 옛날부터 투자하신 분은 몰라도, 지금부터 새로 들어가는 분은 적립식으로 조금 더 기다리셔도 됩니다. 미래는 지금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1,060원 이후로 환율이 내려오지 않았으니 이제 내려오겠지 하고 생각하는 분도 많지만, 이번 환율은 급등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천천히 올라간 것입니다. 환율 방향성에 대해서도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3년 평균 매입법이 여전히 유효한지, 3년을 기다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듭니다. 지금은 여러분의 재정 상황에 맞게 3년이든 5년이든 달러를 적립식으로 사 두는 방법도 권해 드립니다.
위기를 기회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25년, 2026년에는 여러 나라가 다양한 문제를 겪을 것입니다. 트럼프라는 변수가 유럽뿐 아니라 중국, 한국, 대만까지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의 순위가 바뀌는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정부든 기업이든, 가게를 하는 분이든 월급쟁이든, 모두 이것을 기회로 보고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한다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 싶은 대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방향이 아니라 흘러가는 진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힘을 갖춘다면, 여러분이 추격과 역전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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