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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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화폐 성격의 약속이며, 달러 기축체제의 수명이 다해가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미국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법원 명령과 월가 작업(골드만삭스·JP모건·블랙록), 재무회계기준 위원회의 법인 비트코인 현가 기록 결정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미국이 자금세탁 불관용 입장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금지하기 어려워 결국 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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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늘 경제 오도독에서는 국立대학교 블록체인학과 오태민 겸임교수 겸 작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그리고 비트코인에 관심은 많지만 한 번도 투자해 본 적이 없어서 오늘 교수님께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교수님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계십니까?
저는 10년 전에 사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 부럽습니다. 10년 전쯤 정보통신 쪽의 유능한 변호사인 친구와 비트코인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채굴 이야기도 나왔고, 그때가 1,000달러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때 친구와 "몇백 달러로 떨어지면 나도 한번 사 볼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납니다. 100만 원 정도였던 때였죠.
그럼 지금은 돈을 많이 보셨겠네요?
장부상으로는 많지만 팔아야 이익이 되는데, 파는 시점은 늘 잘못 선택하고 있죠. 파는 시점은 저희 아내가 정하는데, 아내가 인간 지표입니다. 아내가 왕창 팔 때가 바닥이었습니다.
(웃음) 주변 사람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아내가 하나도 모르면서 권위를 갖고 대답을 하는데, 그 다음 날이나 그 주에 폭락하더라고요.
제가 한번 맞혀 볼게요. 교수님 아내분이라는 이유로 권위를 갖고 대답하는데, 하나도 안 맞더라. 이게 비트코인이 지금 투자 대상인 이유죠.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약 1,000조 원입니다. 코스피가 2,000조 원 정도니까 상당히 큰 규모죠.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1,000조 원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비트코인을 자산이라고 해도 될까요? 교수님은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화폐 현상이라고 봅니다.
화폐 현상이라고 보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식인들과 10년간 비트코인 얘기를 하면 가장 막히는 지점이 "비트코인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효용도 없지 않냐"는 겁니다. 효용이 딱 부러지게 있는 것도 아니고, 원자재처럼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비트코인은 화폐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화폐는 상품과 다르게 접근해야 하니까요.
화폐는 결국 약속이죠. 옛날 조개껍데기처럼요. 다만 그 약속을 국가가 주도하느냐,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느냐의 차이가 있는데, 우리는 국가가 화폐를 주도하는 경제만 살아왔죠. 원래 인류 보편의 현상은 아닙니다.
그렇죠. 시장은 수천 년 전부터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달러 기축 체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산물입니다. 브레턴우즈 체제를 설계한 케인스와 미국 대표 화이트의 목표 중 하나가 금을 화폐에서 제거하는 것이었어요. 세계 화폐를 없애는 프로젝트였던 셈이죠. 지금 우리는 세계 화폐가 없는 시대를 처음으로 살고 있는 겁니다.
달러는 세계 화폐가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리나라 수출업자가 달러를 벌어도 원화로 바꿔서 써야 하니까요. 굉장히 인위적인 시스템이죠. 불편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랫동안 지속됐고, 수수료도 많이 떨어졌고, 인류 최대의 번영을 가져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경고를 하고 있죠. 효용이 다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 증상이 미국의 트럼피즘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달러만 운영되는 게 아니죠. 당장 미국에 항공모함이 없으면 중동 정세 같은 게 생기면 우리의 물류 기반이 흔들립니다. 시시비비는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다 비용이죠. 지금의 국제 금융 통화 시스템은 엄청난 고비용 구조입니다. 세계 화폐를 인위적으로 없애고 만든 짜임새인데, 그게 수명을 다해 가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나온 거죠. 비트코인이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2008년에 나온 건 맞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포기하고 비트코인을 금본위제 이전의 금처럼 세계 화폐로 인정할 리가 없다, 비트코인은 절대 화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한국 지식층의 일반적인 생각 아닌가요?
정치에서는 달러 기축통화를 '특권'이라고 표현합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안 쓰죠. 달러 기축 시스템은 미국에게 이익이기도 하고 부담이기도 합니다. 달러는 찍어서 원유를 사 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무역 적자를 통해 해외로 뻗어 나가 배분되는 구조거든요.
트럼피즘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민주당원이었던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이 2016년에 트럼프를 찍었죠. 힐러리가 거기서 졌습니다. 그들이 왜 트럼프를 지지했을까요? 그게 바로 고립주의, "아메리카 퍼스트"입니다. 왜 우리가 무역 적자를 통해 남들을 더 잘살게 해 줘야 하냐, 공장을 다시 가져오자는 것이었죠. 트럼프가 원색적으로 말했고, 바이든 정부는 법률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게 성공하느냐는 별개 문제지만, 배터리나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을 다 가져오자는 것이고, 여기에 공화당의 안보주의자들과 민주당의 노조 지지자들이 결합된 겁니다. 양당이 이 부분에서는 합이 잘 맞았죠.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될 것 같습니까?
사법 리스크만 없다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미국 달러가 계속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인데, 미국이 무역 적자를 계속 누적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공장과 제조업을 가져오면 무역 적자가 줄어들 테니, 그건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오해하는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저물다는 것과 달러 약세는 다릅니다. 달러가 공급되지 않으면 오히려 달러는 강세가 됩니다. 구하기 어려워지니까요. 2차 대전 이후 주류 경제학의 이론은 '달러 부족론'이었습니다. 달러는 영구적으로 부족할 거라고 봤어요. 당시 미국이 세계 산업시설의 40%를 차지하고 있었고, 유럽과 일본은 폐허가 됐으니까요. 그런데 16년 만에 미국이 무역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기축통화 시스템 자체가 달러가 넘쳐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예일대 트리핀 교수가 이를 통찰해서 "트리핀 딜레마"라고 불렀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거죠.
그 딜레마 속에서도 달러는 계속 발행되고, 그걸로 세계 무역과 금융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순간에 그만둘 수는 없으니 단계적으로 달러가 물러나야 할 텐데, 미국은 달러가 나가면서도 권력은 유지하고 싶을 겁니다. 그 안에서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같은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지금 관심사죠.
그런 맥락에서 지난 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10년 동안 관련 책을 여러 권 썼는데, 지인들한테 비트코인을 사라고 하고 공부하라고 하면 머리가 좋으니까 이해는 해요. 그런데 질문이 늘 "미국이 가만두겠어?"였습니다. 저도 그 질문 때문에 10년 동안 투자를 안 했어요.
그게 바로 지난 1월 10일에 일어난 일입니다. 미국이 가만두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는 거죠. 이유가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SEC가 10년 동안 현물 ETF를 30번이나 거절했는데, 법원이 "선물 ETF와 현물 ETF를 차별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명령한 겁니다. 겐슬러 SEC 위원장의 성명에도 이 얘기가 나와요. 비트코인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법원 명령에 따라 승인했다는 거죠.
미국은 법원의 나라니까요. 그래서 이것이 표면적인 스토리입니다. 실제로는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SEC가 승인할 수밖에 없도록 월가가 움직였어요. 골드만삭스, JP모건, 블랙록이 수년 전부터 작업을 해 왔고, 지난해 9월에는 놀라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미국 회계기준을 정하는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법인의 비트코인 보유를 시가로 장부에 기록하라고 결정한 겁니다.
그 전까지는 법인이 비트코인을 사더라도 무형자산으로 취급해서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어요. 손실이 나면 각주를 달고, 이익이 나면 각주도 달지 않았죠. 이건 사실상 배임 행위에 가깝습니다. 이사회가 겁나서 안 했던 건데, 시가 반영을 하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사전 작업이 2~3년 진행된 겁니다. 단순히 법원 명령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 가설을 말씀드리면, 저는 10년 전 비트코인을 공부할 때 블록체인보다 자금세탁을 먼저 공부했습니다.
재밌네요. 왜 자금세탁을 먼저 보셨습니까?
비트코인은 분명히 자금세탁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애국자법(Patriot Act) 같은 법 때문에,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로 자금세탁에 대해 불관용 원칙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과 비트코인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제 결론은 "미국은 결국 비트코인을 품는다"였습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강하거든요.
사람들이 이걸 잘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없애려고 했겠죠. 하지만 물리적으로 금지할 수 없잖아요. 법리적으로도 금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겁니다. 제 첫 책이 2014년에 나왔는데, 그 책의 핵심이 바로 "비트코인은 강하다"였습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자금세탁에 쓰일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자금세탁에 불관용이니까 비트코인을 품어야 한다"는 시나리오였죠. 예상보다는 늦어졌지만 그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번 SEC 성명의 마지막 단락을 보면, 비트코인이 규제 회피, 랜섬웨어, 테러 자금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인한 것이 아니라, 제 가설에 따르면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승인한 거죠.
그렇다면 SEC가 비트코인 자체를 승인한 것은 아니고,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거군요. ETF는 쉽게 말해 유가증권이니까요.
맞습니다. 실제 비트코인의 가치를 기반으로 증권을 만들어서, 주식처럼 금융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게 한 것이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래할 수 있고요.
그렇다면 이것이 비트코인 자체 승인으로 이어질까요, 아니면 ETF에서 딱 멈출까요?
겐슬러 위원장의 짧은 문장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는데,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온갖 현물 금융상품을 허가하거나 승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 "SEC 의장이 금 ETF를 승인했으니 금도 내가 승인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면 웃기지 않겠습니까?
금은 이미 채굴되고 있었고,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고 있었죠. 유독 비트코인에 대해 그 말을 넣은 것은 겐슬러 위원장이 비난에 직면할 것을 예상해 정치적으로 넣은 말일 겁니다.
그렇다면 대마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대마가 담배보다 중독성이 낮다는 과학적 판별이 있는데도 여러 나라에서 상품으로 공식 승인하지 않잖아요. 담배는 이미 승인했고요.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가 승인하지 않지만,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승인한 것처럼, 비트코인도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비트코인과 달러 체제, 그리고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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