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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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 급등에 대해 정부·한국은행이 청년 해외투자를 원인으로 보는 것은 오판이며, 해외투자는 원화 신뢰 저하의 증상이라고 주장. 한은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과 한미 금리차가 부동산 양극화와 원화 자산 이탈을 낳았다고 봄. 근본 대책으로 원화 선호 회복, 금리차 축소, 재정·통화정책 재검토를 제시하고, 국민연금 동원이나 수출기업 환전 강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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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이 계속 급등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 당국이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환율을 잡을 수 있을지 굉장히 걱정이 됩니다. 왜냐하면 정책 당국자들의 환율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증상과 원인을 구별하지 못하면 환율이 나중에 더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환율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1월 26일 세종 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서학 개미들에게 세금을 더 물릴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구현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외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는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열려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해외 주식 양도 세율을 22%에서 40%로 올린다는 찌라시가 돌았는데, 정부는 이를 허위 담문이라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찌라시가 허위라 하더라도, 부총리의 발언에서 경제 수장의 인식이 어떤지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경제부총리뿐 아니라 한국은행 총재의 현실 인식도 우리 국민들과 크게 달랐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1,500원까지 가는 것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즉 한국은행 책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을 청년들의 해외 투자에 돌렸습니다. 청년들이 해외 투자를 너무 많이 해서 환율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왜 해외 투자를 하냐고 물었더니 청년들이 "쿨하잖아요"라고 답해 총재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총재는 청년들의 해외 투자가 유행처럼 커지는 것이 굉장히 걱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청년 해외 투자 때문에 환율이 올랐다는 것, 한국은행은 잘못이 없다는 것,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 청년들이 멋있어 보여서 해외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소신으로 보입니다. 2024년 4월에도 이창용 총재는 워싱턴 DC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 한국 젊은 세대에게 해외 투자는 힙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청년들이 트렌드를 쫓아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한다는 인식이 반복된 것입니다.
그런데 청년들의 해외 투자가 환율 급등의 원인이라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자산이 적습니다. 자산 대비 비중은 높을지 몰라도 절대 금액은 기성세대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기성세대의 해외 투자는 문제 삼지 않고 청년들만 콕 집어 말한 이유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또 "달러를 쓰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보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 고가의 해외 유학을 보내는 사람도 모두 범인이 됩니다. 결국 모든 국민을 범인으로 모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책당국이 환율 급등과 무관하고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고 본다면, 한국은행은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환율 급등을 막을 수 있을까요? 저는 한국은행의 인식이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총재가 병의 원인과 증상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뇌종양에 걸리면 심한 두통이 옵니다. 그런데 두통이라는 증상만 보고 진통제만 먹이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칩니다. 한국 경제와 금융, 외환을 책임지는 두 수장이 증상인 해외 투자를 원인으로 오판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환율 급등의 원인을 치료할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청년들의 해외 투자 때문에 환율이 오른 것이 아니라, 한국 금융시장에 이미 이상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에 국민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해외 투자는 원인이 아니라 이미 나타난 증상입니다.
경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정책 당국이 아니라 시장입니다. 시장은 가장 똑똑하고, 돈의 흐름은 항상 정확합니다. 경제 수장이 시장이 틀렸고 자신이 옳다고 하면서 방향을 지시하는 방식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도 일찍이 "통화 위기를 가장 먼저 겪는 것은 그 나라의 내국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이 자국 돈을 버리면 그 통화는 끝난 것입니다. 이는 경제학에서 매우 당연한 원리이며, 기예르모 칼보 등 수많은 학자와 기관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자국 통화의 위기는 언제나 자국민이 먼저 움직입니다.
게다가 청년들은 쿨해 보여서 해외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절박해서 하는 것입니다. 청년뿐 아니라 중산층도 매우 절박해졌습니다.
이창용 총재 재임 4년 동안 한국의 통화량 M2 증가율은 무려 20%였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돈을 이렇게 마구 찍어내면 부의 집중이 일어나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집니다.
한국은행이 푼 돈은 결국 시중은행으로 갑니다. 시중은행은 신용도에 따라 돈을 배분합니다. 자산가가 100억 원을 빌리면 금리 2%를 받고, 자산이 1천만 원쯤인 사람이 100만 원을 빌리면 금리 15%를 받습니다. 이것은 은행의 잘못이라기보다 원래 신용도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돈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면 은행은 신용도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이, 더 싸게 빌려줍니다. 그래서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고, 청년과 중산층은 높은 금리 때문에 계속 가난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위 1%는 막대한 돈을 빌려 집을 샀습니다. 그것도 서울 강남에 집중적으로 샀습니다. 강남 집값만 폭등하자 지방의 부자들까지 강남 집을 사는 것이 부자들 사이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투자하면 상승률이 강남의 10분의 1도 안 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남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상위 1%나 0.5%뿐입니다. 강남 집값 평균은 무려 27억 원이고, 인기 아파트의 국평은 72억 원까지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계속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이는 돈을 너무 많이 찍어 상위 1%에게 싸게 많이 빌려준 결과입니다. 청년이나 중산층이 27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는 없습니다. 중소형 아파트는 보합세이거나 하락세인 곳도 많아 투자 가치도 대부분 없습니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은 원화를 들고 있을 수밖에 없고, 원화는 순식간에 가치를 잃습니다.
이창용 총재 취임 전인 2022년 1월 달러 환율은 1,100원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자 환율은 1,460원까지 올랐습니다. 천만 원 현금을 가진 사람은 달러로 환산하면 750만 원 가치로 떨어진 셈입니다. 환율이 계속 들썩이니, 원화만 가지고 있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달러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행도 아니고 "불라방"에 휩쓸린 것도 아닙니다. 돈은 현명하고 똑똑합니다. 청년과 중산층은 기성세대 기득권이 강남 집값만 올려놓는 것을 보고 현명하게 판단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환율을 다시 끌어내리려면 해외 투자 유행을 비웃을 것이 아니라, 해외 투자가 유행하게 된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남 부동산 등 부의 편중을 막는 재정·통화 정책이 중요합니다. 원화 투자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하고, 중산층도 원화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경제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지 않겠다고 부인했습니다. 구현철 부총리는 국민연금의 "뉴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겠다고 말했지만,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방법은 결국 세 가지뿐입니다. 해외 자산을 매각하거나 더 이상 사지 않는 것, 손해를 감수하고 강제로 환헤지를 하게 하는 것,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를 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민연금에 큰 손실을 끼칠 수 있고, 한시적 역할에 그칩니다.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언론에는 정부가 수출 업체에 원화 환전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공식 발표가 아니니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이라면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수출 기업이 원화로 환전하면 금리가 떨어집니다. 미국 기준금리는 4%인데 한국은 2.5%입니다. 원화로 바꾸는 순간 금리가 낮아지고, 환율 상승 기대감도 여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손해를 보고 환전하라고 하면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낮아지고 수출 경쟁력이 약화됩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증권사의 환전 시기를 분산하라는 대책도 너무 미시적입니다. 환율 안정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하나입니다. 원화를 보유하고 원화로 계속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것입니다. 강남 부동산을 가진 1%만 원화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원화 투자를 안심하고 할 수 있도록 원화를 선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환율을 안정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를 위한 방안은 여러 가지입니다. 통화정책에서는 한미 금리차를 줄여 원화 이자가 최소한 달러 이자만큼 나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은행이 4년째 이어 온 무차별 돈 풀기를 자제하면 원화가 휴지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줄어들 것입니다. 재정 정책에서는 2026년 예산이 과도한 적자인지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이번 정부가 처음 편성하는 재정 정책이라 제동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거시 경제 상황이 바뀌었으니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가 그 기회입니다.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으로 알려진 가계 부채를 줄이면 대외 신뢰도가 높아져 환율 안정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또 정부가 신기술에 집중 투자해 우리 기업이 초격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원화 안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 협의체를 구성했으니 잠시 환율을 끌어내릴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미봉책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시장의 힘만으로 환율은 계속 오릅니다. 당국이 개입하면 환율이 내려갔다가 다시 시장의 힘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개입 여력이 점점 소진됩니다. 개입 여력이 바닥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써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박종훈의 지식한방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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