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곽상준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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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은 미국 국채 평가손실과 기업 뱅크런이 결합한 사건으로, 미국 자본주의 신뢰와 국채·달러 체제에 의문을 던진 상징적 사건이다. 2000~2020년 미국 주도 '박스 아메리카나' 질서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블록화로 흔들리는 흐름으로 본다. 국내 은행 우려는 대출 중심 구조상 현실성이 낮지만 외국인 선·현물 매도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출연자는 투자와 사업 병행, 기업문화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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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건입니다. 잘 마무리하지 못하면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고, 미국 국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달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최근 가장 큰 이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을 선언했는데, 시장 충격이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우리나라 은행들도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막지 못하면 미 재무당국도, 연준도 너무 힘들어지고 모든 것이 더 커집니다. 은행의 뱅크런은 연쇄적으로 번지기 때문에 중간에 끊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분명히 끊을 것이고,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사건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이 미국의 기축통화, 그리고 미국 국채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씨앗을 뿌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는 일종의 '박스 아메리카나'의 시대였습니다. 쉽게 말해 후진국이던 중국이 미국의 질서 안으로 들어오면서 세계 질서가 짜였고, 미국을 정점으로 한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충실한 하청업체이자 전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이 구조에 금이 간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그때부터 미국은 훨씬 강력하고 본격적으로 중국을 우산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컸던 나라였기 때문에 세계는 블록화되고 있습니다. 소외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블록으로 나뉘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보호가 필요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말을 충실히 따랐고, 그 과정에서 경기가 꺾였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그럴 입장이 아닙니다.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넘어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그 20년 동안 미국은 무소불위의 세계 최강 권력이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다른 나라의 물건을 자기들이 찍어낸 돈으로 사준 것입니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종이를 받고 물건을 건네는 구조가 20년 동안 이어졌고, 모두가 평안했습니다.
이 구조가 분극화되면서, 미국이 얼마나 많은 부채를 쌓아왔는지 인식하게 만든 사건이 이번 SVB 사건이라고 봅니다. SVB는 굉장히 건전한 회사였고, 거의 탑티어급 자산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지 시기적인 미스매칭을 했을 뿐입니다.
2021년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왔는데, 그걸 대출로 내줄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국채를 매입했습니다. 이자도 지급하고 예금 만기도 맞췄다면 좋았겠지만, 금리가 높은 장기물 10년물 국채를 집중 매입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예금을 맡겼던 벤처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예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현금이 아니라 국채로 들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내줄 수 없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집니다. 그래서 떨어진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고, 210억 달러를 파는 과정에서 약 18억 달러, 약 8.5%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발표하자 전광석화 같은 뱅크런이 일어났습니다. 기업 자금은 손실이 나면 담당자가 잘리기 때문에 매우 민감합니다.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먼저 빠져나갑니다. 단 하루 만에 50조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어떤 은행도 이를 견디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 은행이 부실 대출을 해준 것도, 부실 자산을 많이 가진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우량하다는 미국 국채를 들고 있었는데도 무너진 것입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자산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다고 한 것이 너무 깊이 들어갔고, 시기를 보고 배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부주의해서 망한 것입니다. 과거 리먼 사태는 부도덕함의 문제였지만, 이번 건은 부도덕하지 않았고 부주의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망했습니다. 이를 보며 채권이 너무 흔했고 모두가 그것을 믿었는데, 사실 그 믿음을 배신한 것은 채권을 발행한 발행자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 국채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 것이며, 국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달러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 사건은 20년의 박스 아메리카나를 경제적 측면에서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 얘기를 했다고 당장 내일부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씨앗을 뿌렸다는 것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의문이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미국의 다른 은행이나 한국의 지방은행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냐고 걱정하십니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전혀 다릅니다. 자산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채권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이 깨지려면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서 차주들이 부실해지는 상황까지 가야 합니다.
최근 시장은 화요일에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런 일은 자주 있는데, 사건이 이미 터졌고 언론 기사로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인이나 해외 투자자들은 일단 돈을 빼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선물 매도와 현물 매도가 함께 나왔고, 외국인의 선현물 매도가 폭발하면서 지수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한국 시장은 매수 체력과 수급이 약한 편이라서, 쏟아내는 주체가 있으면 견디기 힘듭니다.
오늘 게스트인 돈깡님은 저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진 투자자입니다. 짧은 기간에 이 정도의 커리어를 쌓고, 이런 능력치를 가진 사람은 제가 본 적이 없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투자 경험이 적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있습니다. 저는 선물옵션을 하다 바로 망해서 일찍 접었는데, 돈깡님은 모든 자산을 운용해 본 사람이라 실전 투자에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감각과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사업을 하시느라 포트폴리오를 따로 관리할 틈이 없다고 합니다. 투자로 번 돈과 사업 소득을 병행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본인도 예전에는 같이 생각했지만 하나의 일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 투자로 돈을 버는 과정을 미디어로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올바른 투자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합니다.
돈깡님은 한 가지를 깊이 파는 성향이라서 투자에서 좋은 경력과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그 깊이가 우리보다 몇 배 깊습니다. 20년 넘게 투자하며 얘기를 나눠보면 대화가 통할 뿐 아니라 내공이 훨씬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저는 저보다 내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딱 붙는 편인데, 그래서 가까워졌습니다.
사업을 직접 해보니 투자에서 정성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재무 지표나 경제 지표는 전형적인 부분이 있지만, 투자할 때는 정상적인 부분을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비즈니스를 직접 해보면 기업문화와 팀이 주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훨씬 많이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투자를 쉬었지만 오히려 더 많이 배웠다고 합니다.
기업을 분석할 때 우리는 숫자를 보지만, 숫자 뒤에는 기업의 DNA와 문화가 있습니다. 직접 기업 활동을 해봤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를 다시 시작하면 더 깊이 있게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투자로 돈을 버는 능력이 구축되면 다시 돌아와도 워밍업 기간만 있을 뿐, 언제든 다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투자의 본질은 같기 때문에 지금은 사업에 집중하지만, 언제든 돌아갈 홈 그라운드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 의류 관련 회사를 방문했는데, 정말 대단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가 구축한 사업 구조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중국도 인건비가 올라 더 싼 곳으로 이동하는 분위기인데, 이 회사가 진출한 나라보다 더 싼 곳은 지구상에 거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 곳에서 확고한 사업 구조를 완성해 두었습니다.
코로나 때 주문이 줄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니, 오히려 주문이 더 늘었다고 합니다. 맡기는 쪽 입장에서 이 회사에 맡길 때 더 안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랜 업력을 통해 회사의 체질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마치 TSMC와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다른 회사로부터 오히려 더 많은 물량을 받는 것을 보며, 기업을 분석할 때 숫자로 표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서 회사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유튜브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돌아갈 곳이 없다는 농담도 나왔습니다. 돈깡님이 TSMC를 매도한 이유도 궁금했는데, 투자 자체가 신기했다고 합니다. 이분은 절대 IT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과거 IBM 투자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유일하게 애플을 샀습니다. 애플을 산 것도 IT 기업이라서가 아니라 소비재 기업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TSMC와 파운드리 사업은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 '손맛'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있고, 이를 어떻게 분석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독특한 투자였다고 하며, 워런 버핏이 직접 한 투자라기보다 그의 후계자들이 빠르게 차익을 얻고 끝낸 투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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