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영익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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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단기 반등 후 하락 추세로, 달러는 과대평가되어 2~3년간 추가로 10~20% 하락 가능하다고 봄. 미국 대부채·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근거로 제시. 달러 붕괴는 5년 내 가능성 낮음.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연 200억달러 안팎) 덕에 환율 안정에 도움. 미국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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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는 환율이 반등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1,300원을 다시 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큰 추세를 보면 환율이 1,440원까지 올랐다가 지금 1,230원 안팎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추세는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 원화 환율이 미국 달러로 표시된다는 점입니다. 달러 지수가 114에서 100 수준까지 떨어졌고, 조금 반등하더라도 미국의 대(大)불균형이 너무 심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대불균형이란 대부채가 너무 많다는 뜻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국가부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평가해 보면 달러 가치는 과대평가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2~3년의 큰 흐름을 보면, 달러가 10% 떨어졌고 앞으로도 20% 정도는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원화 환율도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장기 평균 수준으로 접근해 보고 있는데, 2000년부터 작년 말까지 원·달러 환율의 평균이 1,130원 정도였습니다. 결국 그 수준으로 가는 과정이 아닌가 봅니다.
다른 나라도 많이 돈을 풀었습니다. 유럽, 일본 등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마어마하게 풀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가장 많이 푼 나라가 미국이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같은 곳의 실질실효환율을 보면 달러 가치만 과대평가되어 있고, 유로도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결국 과대평가된 달러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대불균형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화되었습니다. 2011년 8월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불균형이 더 심각합니다. 머지않아 피치나 무디스도 미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제 개인 전망이라기보다 컨센서스의 흐름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월가 전망도 내년에는 달러만 약세이고 다른 통화는 강세로 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IMF의 세계경제전망에서도 세계경제에서 미국 비중이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는 달러 하락을 의미합니다.
장기 추세를 보면, 1985년 플라자합의 전후로 달러 가치가 약 51% 떨어졌고,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미국 GDP 비중이 32%에서 24%로 줄면서 달러가 4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세 번째 달러 하락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봅니다.
레이 달리오나 피터 시프처럼 달러가 몰락하거나 붕괴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는 아주 장기적인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5년 안에 달러가 몰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이 줄고,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도 줄고 있습니다. 2000년 71%였던 달러 비중이 작년 3분기에는 60%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서서히 하락하는 국면이지 단기에 붕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미국의 힘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사우디가 미국 말을 잘 들었습니다. 석유를 수출하고 달러로 결제받았습니다. 1985년 무렵에는 미국이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해 유가가 배럴당 27달러에서 8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사우디가 미국 말을 예전처럼 잘 듣지 않습니다. 미국이 여전히 슈퍼파워이긴 하지만, 모든 나라가 미국 말을 따르던 시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레이 달리오는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데, 그가 제시한 9개 지표로 역사적 제국의 흥망을 평가하면 8개 지표는 다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달러만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거 영국이나 네덜란드도 마지막까지 통화 가치가 버티다가 하락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석이 맞을 수는 있지만, 그 시점이 빨리 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달러 몰락론자들은 단기적으로 달러가 약해지면 유가가 오르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미국이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봅니다. 유가는 원래 달러와 반비례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을 볼 때 코스피를 봅니다. 코스피는 국제유가에 선행하고, 심지어 구리 가격보다도 한 달 정도 앞섭니다.
최근 우리 주가가 오른 것은 앞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세계 경제가 좋아진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유 수요와 원자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달러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면 미국의 물가를 잡기가 다른 나라보다 더 힘들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일부는 유럽으로, 일부는 아시아 이머징 마켓으로 많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돈의 흐름은 참 똑똑해서 미래를 미리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또 미중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강달러를 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으로 실현될지는 의문입니다. 저는 시장의 힘이 정책보다 더 크다고 봅니다.
현재 시장과 연준 위원들의 기대는 확연히 다릅니다. 달러인덱스가 114에서 102까지 떨어진 것은 시장이 미국 경제가 현재 4.5% 금리를 견디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금리가 곧 낮아지고, 돈이 미국으로 덜 들어가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4.2%에서 3.5%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연준 위원들은 물가가 높아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시장이 이길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에서 만난 공산당 고위 인사들도 "우리는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결국 시장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국채는 사실상 무위험자산으로 여겨졌습니다. 위기가 오면 달러를 사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지위가 흔들리면 미국 국채의 매력도 장기적으로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약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은 몇 년 전 32%까지 갔다가 작년 3분기에는 26%로 줄었습니다. 연준도 양적 축소 중이라 국채를 팔고 있습니다. 외국인과 연준이 팔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융회사들이 사 주고 있습니다. 일본도 엔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팔았고, 중국은 가장 많이 줄이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중국이 약 1조 2,700억 달러를 보유했는데, 최근에는 9,000억 달러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이렇게 외국인 매입이 줄면 미국 국채는 미국 내에서 소화해야 하고, 미국 금리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됩니다. 미국 금리가 높으면 미국 채권을 살 수는 있겠지만 예전만큼 많이 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전 세계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까요, 아니면 미국만 따로 가는 역할을 할까요.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 금리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미국 금리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될 것입니다. 미국 물가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입니다. 다만 미국 실질금리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이너스인데, 앞으로 크게 플러스로 전환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달러를 살펴봤으니 이제 원화만 보겠습니다. 환율이 1,200원대에서 1,230원 안팎을 오가는 것은 우리의 기초 체력에 비하면 아직 낮은 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평균에 비해서는 낮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라는 점입니다. 외환위기 때를 방불케 할 만큼 적자 폭이 큽니다.
작년 무역수지는 472억 달러 적자였습니다. 올해도 적자 폭은 줄겠지만 상당한 적자를 유지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역수지보다 경상수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상수지에는 상품수지뿐 아니라 소득수지, 여행수지 등이 들어갑니다. 작년 경상수지는 12월 통계를 제외하고도 약 220억 달러 흑자였습니다. 올해도 20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은 많은데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소득수지에서 200억 달러 정도 흑자가 나리라 봅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투자율이 낮아지면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1998년부터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었고, 작년까지 누적 흑자는 약 1조 5,000억 달러입니다. 그 돈으로 해외 직접투자도 하고 증권투자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 주식과 채권을 많이 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자와 배당 소득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우리가 보유한 해외 주식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보다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배당 소득 흑자가 되었습니다. 매년 이자·배당 소득이 들어오면서 200억 달러 정도의 흑자가 예상됩니다. 이런 점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국처럼 금융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제조업 기반이 흔들린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도 제조업으로 먹고 살았는데, 금융으로 가면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우려는 계속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일부 산업에서 우리는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반도체라고 봅니다. 또 2차전지도 있습니다. 앞으로 전 세계가 전기차로 가면서 2차전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이 분야는 우리가 더 잘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따라오고 미국도 자체 생산을 늘리겠지만, 당분간은 경쟁력이 유지될 것입니다. 상품수지도 적자는 있지만 큰 폭으로 적자가 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작년 통관 기준 무역수지는 472억 달러 적자였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지는 110억 달러 넘게 흑자였습니다. 그래서 상품수지 흑자 기조는 아직 유지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제조업 기반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지금은 충분히 견딜 만한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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