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지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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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후 TSMC 불확실성이 삼성전자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미국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은 쉽게 뒤집히지 않을 것으로 봄. 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4분기부터 급락 예상, 반도체 사이클은 2025년에 어려울 수 있음. 삼성 파운드리는 TSMC 대비 점유율 격차(19%→11%, TSMC 51%→62%)로 열세지만 테슬라 등 레퍼런스 확보 시 기회 가능. 엔비디아 공급망 다변화 시 삼성 수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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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이후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과거 트럼프 1기 때도 무역 분쟁 이슈로 상당히 힘들었지만, 그 뒤로는 주가가 모두 회복됐습니다. 트럼프 관련해서 시장이 부담을 갖는 것은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와 자국 보호 무역주의 때문입니다. 멕시코, 한국, 그리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만 같은 나라들에 엄청난 관세를 때리겠다고 하니, 한국도 반도체나 2차전지 등 미국에 공장을 짓고 투자한 기업들이 혜택을 제대로 못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큽니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회사 손실로 이어지니 부담이 되는 거죠. 우리나라 주요 수출주들은 중국 비중이 줄고 미국 비중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미국 관세나 세제 정책으로 미국 수출 이익이 깎일 거라는 우려가 크게 확대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 관련 이슈가 전부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트럼프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수록 한국이 반사 수혜를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바이든 정부보다 훨씬 강하게 중국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산업마다 차이도 큽니다. 트럼프는 굉장히 친기업적입니다. 기업인 출신이라 각종 규제를 걷어내고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빅파마 밑단의 미국 바이오텍이나 신약 개발을 하며 미국 진출을 노리는 한국 회사들은, 약가 인하와 신약 개발 확대 과정에서 오히려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조선주가 좋았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이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일 중에 한국이 잘하는 분야가 분명히 있고, 그런 기업들에게는 트럼프 당선이 기회입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반도체 이슈로 크게 부각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에 최대 64억 달러,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 5천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주기로 했고, 정부 대출 최대 5억 달러와 최대 25% 세액공제도 약속했습니다. 트럼프는 이것을 무효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1월 20일 트럼프 취임 전에 바이든 정부가 최대한 조기 집행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170억 달러를 투자했고,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 어드밴스트 패키징 공장을 짓기 위해 38억 7천만 달러 투자를 계획했습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자국 AI 기업들이 성장하고 최첨단 기술 패권을 장악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인텔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인텔은 한때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최강이었지만 뒤처지면서 파운드리 주도권을 TSMC에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미국 빅테크가 AI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면 TSMC나 삼성전자 같은 위탁 생산 업체, 그리고 HBM을 만드는 SK하이닉스 같은 회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대체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지원법인 칩스법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전면 폐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 행정권한으로 국내 업체나 대만 TSMC에 대한 보조금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거나, 미국 반도체 기업에 더 많이 지원하며 격차를 둘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칩스법과 IRA를 뒤집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미국이 AI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면 그것을 지원할 업체가 있어야 하는데, 법을 뒤집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트럼프는 보조금 없이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더 짓도록 높은 관세를 예고하며 칩스법을 비판했지만, 이미 상무부와 마일스톤에 연계된 지출을 약속한 상태라 실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엔비디아처럼 AI를 주도하는 혁신 기업은 운영비를 절감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데 이 지원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엔비디아의 가장 가까운 동맹은 지금 TSMC이고, 하이닉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틀에서 트럼프는 AI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의 핵심으로 보고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엔비디아 AI 칩 수요 증가와 시장 확대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다만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인 TSMC는 대만 회사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대만 방위비 지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이 엔비디아 공급망에 약간의 불확실성을 줄 수 있습니다. 역발상으로 보면 TSMC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은 칩스법 관련해서 큰 타격은 없어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 비중이 커졌지만, HBM을 제외한 일반 DRAM 메모리가 여전히 매출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삼성전자는 일반 DRAM과 낸드 등 범용 반도체가 85% 이상입니다. 따라서 범용 레거시 반도체 흐름이 좋아져야 합니다. 우려되는 점은 레거시 메모리 재고가 엄청나게 쌓이면서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내년 2분기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 4분기부터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핵심 축은 AI 서버, 스마트폰, PC, 그리고 자동차 등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예전처럼 자주 바꾸지 않고, 큰 혁신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애플이 AI 폰을 내놓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가 얼마나 혁신적으로 팔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삼성 폴더블폰도 초기에는 잘 팔렸지만 판매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PC도 2~3년 만에 교체하지 않습니다. 윈도우 10 지원 종료로 일부 교체 수요가 있지만, 드라마틱한 수요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AI 서버는 연평균 40%씩 성장하며 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모든 DRAM 수요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에서 AI 서버 비중은 20~30%이고, 나머지는 스마트폰, PC, 가전, 자동차입니다.
HBM 수요 폭증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려면 빠르면 2025년, 늦으면 2026년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AI로 실제 돈을 버는 기업과 빅테크가 점점 늘어나야 하고, 그 효과가 기업을 넘어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확산되어야 합니다. 현재 대중이 쓰는 AI는 챗GPT 정도인데, 실제로 주변에서 쓰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AI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당연히 쓰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확산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결국 반도체 사이클은 수요와 공급입니다. HBM이 사이클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HBM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레거시 메모리 재고가 다시 줄고 가격이 오르는 시기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렵고,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작년에는 메모리 가격이 계속 올랐지만 이제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사이클 회복은 생각보다 2025년에 조금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AI 소프트웨어에서 획기적인 제품이 나와 사람들이 크게 쓰고, 기업들이 AI를 실제로 도입하는 얘기가 나오면 그때 반도체 업황도 다시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4년 전만 해도 TSMC 점유율은 51%, 삼성전자는 19%였습니다. 지금 삼성전자는 11%로 떨어졌고, TSMC는 62%로 올라갔습니다. 기술력, 특히 패키징 기술력에서 밀리고 공정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입니다. 다만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TSMC가 10년 이상 쌓아온 고객 자산이라고 봅니다. TSMC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을 통해 파트너사들과 협력하는 데 엄청나게 공을 들였습니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으며, 고객이 요청하지 않는 한 먼저 개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최첨단 패키지 개발을 요청하면 그때부터 TSMC가 개발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TSMC를 찬양하려는 얘기가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TSMC와 정반대에 있는 사례가 인텔입니다. 인텔은 자체 공정을 설계하며 높은 파운드리 기술과 설계 IP 자산을 쌓았지만, 그것을 자사 제품에만 쓰고 외부에 개방하지 않았습니다. 인텔이 도태된 이유입니다. 인텔이 2021년에야 파운드리를 외부에 개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삼성전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TSMC의 설계 자산에 익숙해진 외부 고객사, 특히 미국 빅테크의 고객 밭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파운드리는 공정을 바꾸는 전환 비용이 매우 높아, 고객에 대한 락인 효과가 큽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TSMC의 고객을 빼앗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엔비디아가 TSMC와 SK하이닉스의 독점 공급에만 의존하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TSMC와 협력해 HBM 시장을 잡았습니다. 이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가 TSMC의 공정 수율을 벤치마킹하고, 기술적으로 보완되어 수율이 회복된다면 삼성전자에도 기대가 있을 것입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구조적 문제는 기술력이 재배치되지 않고, 재무 출신 인력이 파운드리까지 장악하면서 의사결정이 늦고 비효율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급이 올라간 분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TSMC에 뒤처진 점유율 차이가 시장에 충분히 알려져 있어, 더 떨어진다 해도 충격이 덜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헬스케어나 차량용 반도체 등 다른 응용처에서 레퍼런스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테슬라가 워낙 강력한 고객이기 때문에, 테슬라 차세대 칩을 삼성이 성공적으로 납품한다면 파운드리 업그레이드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파운드리와 하이닉스에만 독점적으로 물량을 맡기기는 어렵고, 구매처를 다양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삼성전자가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합니다. 트럼프 이슈로 만약 TSMC 때리기가 시작된다면, 삼성전자는 반사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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