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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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잠재성장률 하락(선진국·신흥국 모두)과 SVB 등 은행 위기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 연준은 물가와 금융안정 사이에서 금리 인상을 제한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으며, 7월 인하 기대는 여전히 엇갈림. 미국 대형은행은 유동성이 풍부해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봄. 한미 기준금리차(1.5%p)는 원화 약세와 자금유출 압력을 만들며 4월 금통위가 관전 포인트. 과거 패턴(위기 시 유동성 공급→증시 상승)은 인플레가 높은 지금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 수 있어 성장·가치주, 금·달러 등 자산 분산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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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기에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금 어느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세계은행의 전망을 말씀드리면, 당장 올해가 어떻다기보다 잠재성장률을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사람으로 치면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만큼 성장할 여력이 있느냐를 보는 건데, 2000년대 초반에는 3.5% 정도였고 2010년대에는 2.6%였습니다. 이것도 저성장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10년은 2.2%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신흥국도 2000년대 초반 6%, 2010년대 5%에서 앞으로는 4% 정도로 떨어진다고 하니, 전체적으로 성장판이 많이 닫힐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은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지만, 노동시장에 준 충격이 굉장히 컸습니다. 무역도 크게 위축됐죠. 이번에 인플레이션과 은행 시스템의 위기가 더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판을 더 닫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담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계은행이 말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이어진다면 '잃어버린 10년'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는 경고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루비니 교수(건들락으로 잘못 들렸을 수 있는 이름)만이 아니라, 연준 지역 총재 중 한 명인 카시칼도 최근 은행 시스템 문제가 미국의 경기침체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는 코멘트를 시작했습니다. 은행 시스템 위기가 전체 은행의 부도나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지역은행의 대출을 위축시켜 실물경제를 점진적으로 약하게 만드는 약한 형태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분명히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연준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1년에 475bp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 여파로 SVB 사태를 포함해 문제가 위로 올라온 것이죠. 시장은 연준이 금리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5월 FOMC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3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이 낸 코멘트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추가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입니다. 몇 차례일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제한적으로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수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줄었죠. 둘째, 연내 금리 인하는 없고, 만약 연내 인하를 한다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장은 이를 '연내 금리 인상은 더 이상 없고, 7월부터 금리를 인하한다'로 해석하며 두 가지 해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 둘이 다르게 보는 이유는 금융 시스템 안정 문제 때문입니다. 연준에게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성장 둔화도 함께 봐야 합니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리고, 성장을 잡으려면 금리를 낮춰야 하니, 사실상 성장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물가를 내려놓더라도 금융 시스템을 잡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은 금융 시스템 문제가 크게 번질 것이므로 연준이 어쩔 수 없이 뛰어나올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반면 연준은 금리 인하로 대응하기보다 금융기관이 가진 문제를 정밀 타격하듯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 안정을 가져가고, 그 사이 물가와의 전쟁, 추가 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금융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연준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금리를 조금 더 올리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출 수 있겠죠. 현재 시장은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연준은 약하게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계속 깨져 왔습니다. 그래서 5월에는 이 둘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어떻게 깨져 나가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 연준의 신뢰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후행적이라는 비판도 있죠. 만약 이 정밀 타격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그 불안이 결국 대형 은행으로 옮겨붙을 수 있습니다. 연준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대형 은행들은 자금이 풍부하니 괜찮지만, 중소형 은행에서 줄도산이 일어나 다른 은행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소형 은행이 필요할 때 긴급 대출을 언제든 해주겠다, 보증도 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든든한 보증이 존재한다고 하면, 직접 돈을 주지 않더라도 불안이 사전에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연준을 믿지 못한다면 이런 사태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더 강한 경기침체를 부를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서운 부분이지만, 확률적으로는 이것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봅니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유동성이 풍부합니다. 최근 미국 은행에서 자금이 많이 빠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로는 중소형 은행에서 빠진 자금이 대형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같은 미국 대형 은행들로 번졌습니다. 현재로서는 대형 은행 쪽으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가져오면, 한미 기준금리차가 사상 최대인 1.5%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외국인 자금 유출 이슈와 원화 가치 하락이 제기되고 있는데, 4월 11일 예정된 금통위와 이창용 총재의 결정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미국 금리가 높고 한국 금리가 낮으면 자금이 유출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외국인이 주식과 자산을 팔고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죠.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 압력이 높아지고, 한국은행도 결국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리차가 벌어졌음에도 환율이 작년보다는 조금 안정적인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1300원 라인에서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수입물가 부담이 약화되어 한 차례 정도는 금리 동결로 쉬어가는 선택지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소비 경기, 부동산 시장, 수출 등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부분들도 감안하게 될 것 같습니다.
투자자로서 주식 시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가 가장 현실적인 고민일 텐데요. 글로벌과 국내 주식을 어떻게 생각하는 게 좋을까요. 저는 주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매크로 관점에서 자산시장을 볼 때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시각이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 온 패턴이 있는데,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저앉을 것 같을 때마다 중앙은행들이 언제든 유동성을 주입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은행 시스템이 무너질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면, 역설적으로 긴축이 멈추고 유동성 공급이 들어가니 주식 시장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SVB 사태가 터지고 2, 3주가 지난 지금, 나스닥은 오히려 더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과거와 분명히 다른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지난 10여 년은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잠잠했습니다. 그래서 성장이나 금융 시스템 안정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정책 지원을 할 수 있었죠. 코로나 때도 강하게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과거처럼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과거 패턴대로 될 거라고 보기보다는, 매크로 환경이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여러 자산에 넓게 펼쳐 놓는 분산투자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정리해 드릴 수 있겠습니다.
매크로 상황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분산투자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언가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주식이나 위험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주식 시장 중에서도 지난 2, 3년간 강했던 성장주 쪽으로 흘러가는데, 주식 투자를 할 때에도 결국 성장주와 가치주의 분산이 중요합니다.
또 안전자산이라고 하면 채권만 떠올리기 쉬운데, 채권 외에도 눈여겨볼 자산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이나 달러 같은 자산이죠. 이 자산들은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보고 담기보다는, 실물경제가 주저앉을 때 달러가, 미국 성장이 둔화되며 침체가 나타날 때 금이 힘을 발휘하는 자산입니다. 미국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로 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런 자산을 포트폴리오 일부에 담아두면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열렸을 때 전체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넓은 자산에 펼쳐 두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넓은 자산에 펼치는 분산투자를 권해 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주식에서는 성장주와 가치주를 고루 갖추고, 금·달러·채권까지 다양하게 펼쳐 보자는 말씀이네요. 오건영 팀장님,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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