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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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역사(외환위기·닷컴버블·금융위기·코로나)를 통해 위기를 공부하면 공포와 방심이라는 투자 최대의 적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 위기 시그널에 과도하게 놀라는 것과 명확한 신호를 무시하는 것 모두 위험. 2023년 하반기 미국 경제는 고금리 누적 효과로 점진적으로 둔화되며 마일드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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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가장 큰 적은 방심과 극도의 공포입니다. 그래서 과거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저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책을 통해 핵인싸를 모셔서 인사이트를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 모신 분은 오건영 팀장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셨죠? 잘 안 나오시다가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위기의 역사』라는 책을 내셨잖아요. 정말 중요한 책인 것 같아요. 우리가 위기를 경험할 텐데, 그때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니까요. 9월 위기설도 나오고 계속 그러니까,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 있으실까요?
작년에 환율이 1,300원, 1,400원을 넘어가니까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이 "이러다 외환위기 오는 거 아니냐", "금융위기 오는 거 아니냐"였습니다. 이 질문은 정말 많이 받았는데, 짧은 시간에 답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때와 지금의 경제 펀더멘털이 어떻게 달라졌고 무엇이 차이가 나는지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다룬 책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존에 공부했던 자료들을 찾아서, 외환 이야기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시장의 위기를 직관적으로 쉽게 설명해 보려고 했습니다. 막연한 공포나 과도한 쏠림을 경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쓴 책입니다.
이 책은 결국 금융시장 30년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연대기처럼 금융시장의 역사를 나열하면 읽기 힘들잖아요. 1990년에 뭐가 있었고, 91년에 뭐가 있었는지 아마 잘 기억 안 나실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처럼, 중요한 이정표를 세워놓고 연결해 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임진왜란을 공부할 때 한산도대첩 같은 사건을 기준점으로 세우고 흐름을 잇는 것처럼요. 금융시장도 네 개의 포스트를 세웠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입니다.
타이틀은 '위기의 역사'지만, 이 위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위기가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해소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30년의 금융 역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책이니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볼 수 있는 스테디셀러를 노렸습니다.
제가 학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 어땠는지 아나?" 그러면 학생들은 "안 태어나서 모릅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래서 외환위기가 어땠는지 정리된 책이 필요하고, 위기는 반복되니까 그때그때 어떻게 대응할지 시사점을 제안하는 책도 필요합니다. 외환위기를 겪지 않은 젊은 세대가 많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때 태어나 있긴 했지만, 97학번이라 대학교 1학년 때 외환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때는 체감하기 어려웠죠. 기말고사 보러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똑똑한 선배 한 명이 "우리나라 망했다"고 얘기하던 게 기억납니다. 과마다 똑똑한 선배들이 있었으니 그 말을 믿었고, 나라가 망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도 했죠. 그런데 집에 돌아가 보니 별다른 게 없더라고요.
결국 위기는 경제 생활을 하면서 충격을 직접 겪은 사람이 더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희 부모님 세대가 가장 큰 직격탄을 맞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상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힘든 얘기를 잘 하지 않으시죠. 외환위기 당시 기록들을 읽어 보면 "그때를 사셨던 어른들이 참 고생 많으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유행했던 노래 중에 '아빠 힘내세요' 같은 노래들이 있었고, 한스밴드의 '오락실'도 떠오릅니다. 아빠가 실직해서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딸이 와서 보고 힘내라고 말하는 노래죠. 그런 노래들이 그 시대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위기는 모두에게 닥칠 수 있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분명히 달라집니다. 외환위기 때도 그랬습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 어떤 사람은 외환위기가 온다는 걸 알고 달러를 미리 사 두어 큰 이익을 봅니다. 반면 무슨 위기가 오는지도 모르고 공장에서 열심히 일만 한 사람은 당했죠. 오늘 이야기와 『위기의 역사』가 여러분께, 혹시 또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어떻게 대응할지 방향성을 제안하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는 정의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누구는 위기 온다고 하는데, 위기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를 때가 있어서요. 팀장님은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위기에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있고, 경기침체는 위기와는 조금 다른 케이스입니다. 제가 다룬 주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 사태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위기로 보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에 빚을 못 갚는 상황이 금융 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고 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매한 건 2000년 닷컴 버블입니다. 이걸 위기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폭락했지만, 국가가 무너지거나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이 여느 때보다 굉장히 컸던 시기를 위기로 보고, 네 가지 위기를 세팅해서 책을 썼습니다.
위기를 알면 기회도 보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작년 10월에 2023년 전망을 하면서 경기침체가 온다고 얘기했는데, 방송에서 그 얘기를 받아들인 분들은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환위기에 대해 굉장히 큰 트라우마를 갖고 있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죠. 환율이 조금만 오르거나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형성되면, 바로 외환위기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면 투자할 때 너무 쉽게 모든 걸 포기해 버리는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첫 번째로, 위기를 꼼꼼히 알고 있다면 작은 시그널을 보면서도 과도하게 놀라서 모든 걸 포기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모든 위기에 공통된 패턴이 있다는 점입니다. 위기 직전에는 경제나 금융시장에 호시절이 이어집니다. 그러면서 이 호시절이 계속될 거라는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은 필연적으로 방심을 만듭니다. 최근에도 40년간 물가가 안 올랐다고 생각해서 코로나 때 돈을 풀어도 된다고 봤고, 물가가 올라도 일시적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왔죠. 이런 방심은 결국 초동 조치를 못 하게 만들고, 그게 큰 위기로 이어집니다.
정리하면, 위기에 대해 뚜렷하게 공부하면 한쪽으로 쏠려 극단적인 공포를 느끼거나 반대로 방심하는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투자에 가장 큰 적은 방심과 극도의 공포입니다. 이 두 가지를 방어하기 위해 과거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팀장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도한 방심도, 과도한 불안도 위험하죠. 제대로 알면 과하게 불안하지도, 과하게 안심하지도 않을 텐데, 『위기의 역사』가 그런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첫 번째로 2023년 하반기 경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하반기 경제를 전망해 보면, 탄탄하던 미국 경제가 조금씩 식어 가는 시그널이 확인될 것 같습니다. 물가가 많이 올라 있고 금리가 높은데도 미국 경제가 버텨 왔잖아요. 그런데 높은 금리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힘이 조금씩 빠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 같아요. 4분기에 확 꺾이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조금씩 가라앉는 모습을 보일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마일드한 경기침체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탄탄한 모습에서 마일드한 경기침체 쪽으로 가는 시그널이 하반기에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용시장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에도 탄탄하게 버텨서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저도 2023년 하반기 4분기 정도부터 마일드한 경기침체 현상이 나타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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