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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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리스크를 분기별로 짚음. 1Q 트럼프 상호관세 대법원 판결(세수 감소·재정적자 우려), 2Q 4월 미중 정상회담과 5월 연준의장 교체 징크스, 3Q 연준 금리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과 채권 변동성, 4Q 11월 중간선거와 APEC. 지정학 리스크(베네수엘라·이란·러우·대만) 상존. 물가·구매력(affordability) 대응으로 관세 면제·MBS 매입 등 정책 전개 예상. 환율은 미국 예외주의 전환 등 변동성 확대, 한은은 가계부채·환율·물가로 금리인하에 신중. 환율 상승은 경제위기 탓만은 아니며 구조적 요인(대중 무역흑자 축소, 해외투자 확대) 영향. 개인투자자에는 분산투자·장기 호흡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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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올라서 경제 위기가 온 것인지, 경제 위기가 와서 환율이 오른 것인지 묻는다면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경제 위기가 오면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빠져나갑니다. 너도나도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나가니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그 결과 환율이 급등합니다. 1997년에 환율이 2,000원까지 뛴 것도 IMF가 와서 그런 것이지, 2,000원이 IMF를 불러온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환율이 오르는 이유가 경제 위기뿐일까요? 아닙니다. 다양한 이유로 환율이 뜁니다. 과거에는 보통 환율이 오르면 코스피가 빠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율이 뛰는데 코스피도 함께 뛰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와 성격이 달라진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과거의 패턴만 보고 미래에 그대로 적용하면 2026년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한은행의 오건영 단장입니다.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함께 만든 자산관리 브랜드 '신한 프리미어'에 소속되어 있고, 그 안의 '패스파인더' 서비스에서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약 100명의 전문가가 맞춤형 재산관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1분기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만약 대법원이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은 감세와 관세 두 축인데, 관세가 흔들리면 감세 재원이 흔들립니다. 작년에 관세로 2,000억~3,000억 달러의 세수를 거뒀는데, 판결로 이를 환급해 줘야 하고 향후 관세 세수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감세로 경기를 부양하려는데 재원이 줄어드니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면 트럼프 행정부는 플랜 B를 준비할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에도 4월에 상호관세 얘기가 나온 뒤 우리나라와 관세율 협의가 최종 마무리된 것은 11월이었습니다. 7개월이 걸렸습니다. 플랜 B를 두고 또 협의가 이어지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2분기에는 4월 미중 정상회담에 주목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 APEC 정상회담 당시 부산에서 미중 정상이 만난 뒤 일주일 만에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년간 유예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은 한국 시장에도 중요한 이슈를 만들어 냅니다.
5월 중순에는 파월 연준 의장이 교체됩니다. 새 연준 의장이 들어서면 시장이 한 번씩 출렁였던 역사가 있습니다. 1987년 그린스펀 취임 후 이틀 만에 블랙먼데이가 왔고, 2006년 버냉키 취임 한 달 만에 '버냉키 쇼크'가 있었습니다. 2018년 파월 의장 취임 때도 홍역을 치렀습니다. 징크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새 의장의 스탠스를 시험하고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 연준 의장은 파월보다 친트럼프 성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은 금리를 많이 내리고 돈을 많이 풀 것이라는 기대를 키울 것입니다.
3분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끝날 수 있습니다. 연준은 연내 한 번 인하를 예고했고, 시장에서는 두 번 인하를 보고 있습니다. CME 선물 지수는 6월과 9월 인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6월과 9월에 두 번 인하하면 기준금리 상단이 3.5%에서 3%까지 내려오며, 2024년 9월부터 시작된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나게 됩니다.
시장은 5월에 새 의장이 들어와 금리를 많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3분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7~9월 사이에 사이클이 끝나면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생깁니다. 특히 채권 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4분기에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연초부터 중간선거 대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APEC 정상회담이 상하이에서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이 G2로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지가 중요합니다. 중간선거에서 트럼프가 힘을 얻을지, 하원을 민주당에 빼앗겨 레임덕 우려가 커질지가 4분기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클 것으로 봅니다. 연초부터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분쟁이 있었습니다. 이란에서는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있고, 이란과 이스라엘,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듯 끝나지 않으며 폭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 해협을 포위했다는 뉴스도 심상치 않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갈등이 화두가 될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니 염두에 둬야 합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멍청하다"는 등 많은 조롱을 받았습니다. 8년간 연준 의장을 하며 압박을 받았지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 2분짜리 동영상으로 강하게 대응했습니다. 이 사안을 자신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연준 독립성에 대한 훼손으로 규정했습니다.
이 프레임이 중요한 이유는,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받는 것도 문제지만 연준을 부패한 조직처럼 몰고 가는 것 자체도 경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돈을 찍고 통화정책을 주관하는 기관입니다. 이 기관이 부패했다고 여겨지면 그 타격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연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장기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만큼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재정 문제,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함께 연준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반영되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시장금리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파월 의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번 일을 두고 "일을 망쳐 놓았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행정부 내부에서도 분열의 기조가 나타나는 셈입니다. 독립성 훼손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 흐름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뉴욕 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가 당선되었고, 그 전후로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공화당 텃밭인 인디애나, 마이애미에서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승리하려면 지금의 정책에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핵심 문제는 어포더빌리티, 즉 구매 능력입니다. 소득이 늘었는지, 물가가 올랐는지 두 가지로 봐야 합니다. 소득이 조금 올라도 물가가 더 오르면 구매력은 약해집니다. 어포더빌리티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렌트비입니다. 미국의 월세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둘째는 생필품 가격입니다. 미국의 생필품 가격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셋째는 이자 부담입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이자 부담이 큰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정책을 보면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첫째, 관세 면제 품목이 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중남미 4개국에서 수입하는 커피, 코코아, 바나나의 관세를 0으로 낮췄습니다. 이탈리아산 파스타 등 생필품 관세도 낮추거나 거의 0으로 만들었고, 가구 관세도 낮췄습니다. 중국산 반도체 관세는 1년간 유예했습니다. 생필품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에너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수출이 막혀 묶여 있던 베네수엘라산 원유 약 5,000만 배럴을 시장에 풀겠다고 합니다. 유가가 내려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생필품 가격 리스크도 줄어들 것입니다.
셋째, 렌트비 문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이 단독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을 막겠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기업이 주택을 많이 소유하고 있어 독점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기업이 임대를 독점하면 렌트비가 오를 수 있고, 개인이 주택을 살 틈이 없어져 다시 렌트로 몰리게 됩니다. 또 MBS(주택저당증권) 2,000억 달러어치를 사들여 모기지 금리를 낮추겠다고 합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주택 구입자의 이자 부담이 줄어 내 집 마련이 쉬워지고, 렌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넷째, 이자 부담 완화입니다. 신용카드 금리 상한을 10%로 두겠다는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결국 트럼프는 어포더빌리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그 이유는 중간선거입니다. 중간선거에서는 성장과 물가가 중요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2023~2024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나쁘지 않았지만, 물가를 잡지 못해 쫓겨났습니다. 트럼프 역시 물가를 걱정할 수밖에 없고, 11월이 다가올수록 어포더빌리티 중심의 정책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작년 환율 흐름을 보면 이 변동성이 잘 드러납니다. 작년 1월 원·달러 환율은 1,480원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예외주의'가 나왔습니다. 미국만 예외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로 전 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몰렸고, 달러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6~7월에는 환율이 1,347원까지 빠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원한다며 '플라자 합의 2.0'이라는 말이 나왔고, 관세 부과 이후 '셀 아메리카'로 미국 자산을 떠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환율은 다시 1,470~1,480원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1,480원에서 1,347원으로, 다시 1,480원으로 V자를 그린 셈입니다.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어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에 각국의 각자도생이 더해집니다.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려 하고, 일본은 금리를 인상하려 합니다. 한국, 캐나다, 호주, 유럽은 인하를 멈추고 동결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이 움직이면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따라갔습니다. 지금은 미국이 움직여도 다른 나라들은 각자 다르게 움직입니다. 이 경우 채권 시장 금리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또 두 나라의 금리차는 환율에 큰 영향을 주는데, 각국의 금리차가 제각각이면 환율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트럼프 정책이 만들어 내는 변화무쌍함이고, 다른 하나는 각자도생 통화정책이 만들어 내는 금리의 높은 변동성입니다. 이 둘이 환율과 금리의 높은 변동성을 만들고, 투자자가 느끼는 불확실성을 키웁니다.
단기적으로는 원화가 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환율 상방 쏠림을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5년 후 집을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는데, 5년 후에는 집값이 많이 올라 있을 것 같다고 합시다. 그러면 지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합니다. 이렇게 미래 수요를 현재로 당겨오는 것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해 빚을 내서 지금 사면, 집값은 펀더멘털보다 훨씬 많이 뜁니다. 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율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달러 쟁여 놓기 수요를 키워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구조적 변화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20년 넘게 대중 무역 흑자를 통해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중 무역 흑자가 적자로 바뀌었습니다. 또 서학개미의 해외투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도 2,000억 달러 규모의 해외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무역 흑자로 들어오는 달러는 줄었는데 해외로 나가는 달러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고, 과거 대비 구조적으로 환율이 한 단계(약 100원 안팎) 올라와 있다는 관점, 즉 '환율의 뉴노멀'이라는 해석도 일리가 있습니다.
환율 변동성은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원화와 위안화가 달러 대비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안화가 강하면 원화도 강하고, 위안화가 약하면 원화도 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러 대비 위안화가 강하지만 원화는 약합니다. 달러를 빼고 보면 위안화가 원화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현상입니다. 각국 통화정책의 '대분기'가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도 작년처럼 환율 변동성이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한 방향으로 뚜렷하게 움직이기보다는 양방향으로 떨리면서 넓은 밴드 안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처음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환율이 올랐으니 경제 위기가 온 것일까요? 전후 관계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환율이 오르는 이유가 경제 위기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CDS 프리미엄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금융시장은 한국이 망할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무역수지 흑자도 많습니다. 양국 간 금리차도 많이 줄었습니다. 올해 한국 성장률은 작년 0.8%에서 1.8% 정도로 예상됩니다. 미국 성장률은 작년과 올해 모두 2.0%로 보는데, 성장률 격차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무너질 것 같아서 환율이 뛴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원인은 앞서 말한 구조적 변화와 수급 요인이 더 크다고 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중요합니다. 반도체로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면 달러 공급이 늘어 환율이 안정될 수 있습니다. 긍정적 요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번 달러가 해외 현지 투자로 빠져나가면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는 상쇄됩니다. 반도체만으로 환율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미국은 한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한국은 많아야 한 차례 내릴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할 요인이 많습니다. 성장과 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와 환율도 함께 봐야 합니다. 미국과 다른 점입니다.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6·15 대책 등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늘리며 주택 수요를 억제했지만, 아직 수도권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이는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듭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금리 인하 여지는 제한적입니다.
금리 인하 부담과 한국은행의 입장
여전히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어서, 아직 가계 부채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금리를 마구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환율도 지금 1,480원 수준인데, 환율이 높은 상태에서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하는 것 역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가도 2%대를 넘어서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올라가니, 물가 안정은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2.0%보다 아직 높습니다. 그러면 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성장률이 부진하니 금리를 한 번 더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기대가 강합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상당히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환율의 안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이것이 한국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고용 시장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굉장히 많이 압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많이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금리 인하나 소폭의 인하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화와 위안화, 엔화의 연동
원화가 달러와 동조화되는 때가 있고, 원화와 위안화가 함께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시기별로 다릅니다. 지금은 적어도 중국보다는 일본 경제와 더 많이 연동되어 움직이는 면이 강해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수출 경합이 되는 부분도 있고, 상호 관세에서도 부딪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 업종에서도 부딪히는 부분이 있고, 대미 투자에 대한 이슈도 있다 보니 두 나라의 환율 관계가 민감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이런 관계는 어떤 때는 위안화와의 연동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 상반기에 물가 부담 때문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본과 우리나라의 금리 방향성이 달라지는 면이 생길 수 있고, 이것이 환율에 또 다른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기 국채 매입 정책의 의미
작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 시장이 한번 주춤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를 두 번 낮춘 뒤 12월에는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뉘앙스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돈 풀기가 중요한데, 돈 풀기에 스톱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12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했고, 단기 국채를 매입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양적 완화와는 다릅니다. 양적 완화는 장기 국채를 매입하고, 보통 일정 금액이나 한도를 정해 놓습니다. 예를 들어 6,000억 달러, 1조 달러를 매입하겠다거나,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매입하겠다는 식입니다. 지금은 단기 국채를 매입하고 있고,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멈추겠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간이나 매입하는 국채의 성격이 양적 완화와 다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장기든 단기든 중앙은행이 시장을 걱정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풀어 주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기대는 가질 만하다고 봅니다. 알라딘의 요술 램프에서 램프의 거인이 나타나기 전에 반지의 거인이 나오는데, 반지의 거인은 램프의 거인처럼 힘이 세거나 전지전능하지는 않지만 쓸 만합니다. 전면적인 양적 완화가 램프의 거인이라면, 단기 국채 매입은 반지의 거인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가와 중간선거, 트럼프 행정부의 과제
바이든 행정부는 성장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대선에서 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였습니다. 물가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어퍼더빌리티(affordability, 감당 가능성)와 물가를 억제하지 않으면 중간선거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이든 때의 교훈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도 물가를 잡으려고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처음에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것이 바이든 때문이고, 바이든 때 망가진 것을 지금 수습하고 있는 것이지 물가가 지금 올라간 것이 아니라며, 어퍼더빌리티 문제는 그때부터 있던 문제라고 얘기하면서 책임을 떠넘기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먹히겠습니까? 잘 먹히지 않으니 여러 정책을 들고 나와 집중적으로 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11월 3일 중간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어퍼더빌리티 문제와 인플레이션이 만나게 될 것이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편함은 많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트럼프 인사가 연준 의장으로 가면 돈을 많이 풀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풀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무조건 돈을 풀 거라고 보기보다는, 물가를 보면서 신중하게 봐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넓게 펼치는 전략과 초보 투자자의 실수
작년에 넓게 펼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통화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하고, 달러 같은 통화를 보유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대체 투자로 금을 보유하는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또 "국장 탈출은 지는 것"이라는 징크스도 깨졌습니다. 작년에는 오히려 신흥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성과가 좋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해도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했거나 간과했던 시장에서 굉장히 좋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자산을 넓게 펼쳐 두는 것이 "빈집털이"를 당하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걱정되는 것은 채권 투자입니다. 금리를 예측해서 금리가 내려갈 것 같으면 장기채를 사서 단기간에 수익을 내려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주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금리를 예측해서 움직이는 것인데, 작년에도 기준금리는 내려왔지만 시장금리는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채권을 단타로 타이밍을 잡아서 들어가는 것은 부담입니다. 오히려 금리가 많이 높아졌을 때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전략은 실제로 전문가들도 많이 쓰는 방법입니다.
채권을 산다는 것은 10년짜리, 30년짜리를 사는 것입니다. 10년을 보고 사는 것이고, 중간에 금리가 확 내려오면 내가 산 채권의 매력이 높아져서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도 있습니다. 이자를 받으려고 들어갔다가 금리가 내려와 채권이 빛이 나면 팔고 나오면 되는 것입니다. 3개월 안에 나오려고 했는데 2~3년을 기다리게 되면 초조해지고 "괜히 했다" 싶을 것입니다. 채권 투자는 긴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타이밍을 잡기보다는, 금리가 많이 높아졌을 때 분할 매수 정도를 고민해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길게 보고 장기 투자하면서 분산 투자하면, 대박은 못 벌어도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분산 투자는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얘기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것을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몸에 좋다는 것과 같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말인데도 아무도 지키지 못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따라가기 어려운 공자님 말씀 같은 것입니다. 특히 초보 투자자일수록 심리적으로 쏠리는 면이 강합니다. 수익이 나는 자산이 막 오르면 나도 같이 따라가고 싶습니다. 넓게 펼쳐 둔 자산 중 어떤 것은 안 오르고 어떤 것은 오르면, "이게 뭐 하는 거야" 하면서 안 오르는 것을 줄이고 오르는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시장에서 순환매가 많이 일어났는데, 순환매는 업종이 바뀌면서 오르는 것입니다. 따라갔는데 나만 바보가 되고, 따라갔는데 고점을 잡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따라가는 포트폴리오는 일부 정도만 해 보시고, 나머지는 큰 비중으로 롱텀으로 여러 자산을 나눠서 가는 전략이 좋습니다. 롱텀으로 여러 자산을 따라가 봐야 자산들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고, 그 자산들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는 돈이 모였을 때 중급 이상 투자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 운전자가 포르쉐를 바로 몰 수는 없습니다. 중고차로 연습하면서 실력이 올라오면, 그때 포르쉐를 타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초보 투자자가 몰려가는 실수를 조심해야 합니다.
유동성 기대와 과거 패턴의 변화
유동성이 많이 풀려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만, 현실에서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돈이 풀리느냐 안 풀리느냐를 떠나서, 사탕을 100개 준다는 것과 실제로 주는 것은 다릅니다. 100개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10개만 주면 크게 실망스럽습니다. 따라서 유동성이 풀리느냐보다는, 시장이 유동성이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그 기대에 유동성이 부응해 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2025년에는 시장이 과거 패턴에서 많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거에는 보통 환율이 내려가야 코스피가 올랐는데, 이례적으로 환율이 오르는데도 코스피가 오르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와 성격이 바뀐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단기 금리를 인하했는데 장기 금리가 뛰는 것도 기이한 현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원화 환율이 위안화 환율에 연동되는 비중이 컸는데, 지금은 위안화와 따로 놀고 있습니다. 환율도 금리도 과거와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인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패턴만 보면서 미래에 그대로 적용하면, 2026년에는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치밀하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해져 있는 미래는 없고, 변동성이 매우 높을 것입니다.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언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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