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학균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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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성공예감 방송에서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전무는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의 재정 우려와 금리 상승 구조를 짚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작은 정부 기조가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를 거치며 큰 정부로 바뀌었고, 성장률에 비해 금리가 높아진 프랑스·영국·일본이 부채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명목 성장률이 금리를 웃돌아 버티는 반면 프랑스는 성장률이 1% 미만이라 그리스와 유사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또한 부채가 외국인에게 많이 보유되면 세대 간 불평등이 실질적으로 커진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역할도 언급됐다. 2012년 드라기 총재 발언처럼 극단적 상황에서는 최종 대부자가 나서야 하며, 2008년과 2020년을 거치며 중앙은행의 금도가 깨졌다고 평가했다. 영란은행이 양적 긴축을 중단한 점을 예로 들며 내년께 다시 중앙은행이 개입할 가능성을 봤다. 그는 선진국이 일본화되고 있으며, 지금의 금리 상승은 40년간 이어진 금리 하락의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 연준의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10월 동결 가능성이 높고 12월 한 차례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고 보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료 여부가 금리와 주가의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한국 재정에 대해서는 고령화에 따른 연금 부담을 언급하며, 금리가 오를 때 정부가 국채 발행의 필요성과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주식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2000년대 이후 30% 이상 하락을 12차례 겪었지만 50% 이상 반토막은 한 차례뿐이었다고 분석했다. 고점 대비 약 43% 하락한 현 시점은 부정적 요인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았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저렴할 때 해야 주주 가치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국인 매도를 개인이 받아내던 흐름이 8월 이후 개인 자금 순유출로 바뀌며 증시 수급이 얇아졌다고 짚었다. 레버리지 상품은 시간 제약이 있는 자금으로 투자할 경우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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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일본 재정 우려와 금리 상승 구조
이번 주에는 미국 금리 결정 등 굵직한 이슈가 많습니다. 개미 스쿨 시간에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전무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무님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요즘 프랑스 이야기를 많이 질문 받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프랑스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20%에 육박하고, 복지 때문에 경직된 지출이 많은 나라로 유명합니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프랑스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근간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기본적으로 성장의 둔화입니다. 민간이 성장하지 못하니까 정부가 그걸 메우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크게 보면 1980년대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작은 정부, 규제 완화, 감세가 자본주의의 주류 질서였습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후퇴하니까 정부가 돈을 풀어 파국을 막았습니다. AIG나 GM 같은 기업을 국유화한 것도 그렇습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그 자동차 회사들은 망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돈을 쓰는 것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걷어 쓰기보다 감세를 해서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게 낫다고 보죠. 2008년 이후 늘어난 공공부채가 유로존 재정위기로 폭발했습니다. 그리스, 포르투갈 같은 나라들이 유로 편입 후 저금리로 지출을 늘리다가 금융위기로 부채가 확 늘어났습니다. 이후 10여 년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며 버텼습니다. 결정적인 변화는 코로나였습니다. 시장이 멈췄으니 정부 개입이 불가피했습니다.
프랑스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고 생각해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영국, 일본, 이탈리아도 구조를 보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문제는 성장에 비해 금리가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소득이 늘면 금융비용이 늘어도 감당할 수 있지만, 프랑스, 영국, 일본은 성장에 비해 금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습니다. 기초 체력은 정체됐는데 빚의 이자는 고정비로 계속 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프랑스도 0%대 성장률에 빠져드니 곪았던 게 터지는 겁니다.
미국과의 차이, 그리스와의 유사성
미국도 국가부채 비율이 120% 정도인데, 혁신과 성장으로 버티는 차이가 클까요?
미국은 실질 성장률이 2% 정도입니다. 물가상승률이 3%대이니 명목 성장률로 보면 5% 중반입니다. 금리가 5%라도 소득이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프랑스는 성장률이 1% 미만이라 격차가 큽니다. 아무리 복지가 좋아도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프랑스를 그리스와 비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규모로 보면 프랑스가 훨씬 크지만, 성장으로 금리를 커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한 구조입니다. 또 외국인이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일본은 GDP 대비 국가부채가 200%가 넘는데도 국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유가 부채가 내부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부채가 늘면 세대 간 불평등이 커진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현세대가 편하자고 빚을 늘리면 다음 세대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죠. 그런데 부채가 내부화되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현세대가 갖고 있으니, 다음 세대가 세금을 더 내더라도 부모로부터 채권이라는 자산을 상속받습니다. 자산과 부채가 같이 넘어가니 총량으로 보면 세대 간 불평등이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국채를 많이 들고 있으면 이 논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건 진짜 세대 간 불평등입니다. 프랑스 청년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도, 프랑스 국채의 절반 정도를 외국인이 들고 있어서 상속받을 자산이 없다는 겁니다.
해결책과 중앙은행의 역할
그리스의 경우 채권자들이 헤어컷으로 상당한 손해를 봤습니다. 그럼에도 채권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니 유럽중앙은행이 개입해 문제를 진화했습니다. 2012년 7월 드라기 총재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뭐든지 하겠다"고 하자 시장이 진정됐습니다. 미 연준이 채권을 다 사주겠다고 한 것처럼 말이죠.
지금도 코로나를 지나며 정치권 전반의 재정 기율이 약해졌습니다. 보수 정치인도 진보처럼 돈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미국 국민에게 현금을 주겠다고 한 것도 그렇습니다. 어느 나라든 정부 지출에 따른 불안감은 존재합니다. 결국 공은 중앙은행으로 넘어갈 거라고 봅니다.
영국은 프랑스보다 먼저 금리가 올라갔고, 영란은행은 국채를 시장에 되파는 양적 긴축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불안하게 움직이자 9월 말 양적 긴축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다시 채권을 사주는 양적 완화로 전환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봅니다. 내년 정도까지 보면 중앙은행이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를 겪으며 중앙은행의 금도가 깨졌다고 봅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세상이 버틸 수 없으니까요. 중앙은행 만능주의에 빠지면 안 되지만, 극단적 상황에서 아무도 사줄 사람이 없을 때는 최종 대부자가 나서야 합니다. 시장에서도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 바닥이 형성됐습니다. 이 고리는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일본화되는 선진국, AI 투자와 금리
저는 세계, 특히 선진국이 일본처럼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민간이 둔화되고 경기가 안 좋으니 별의별 정책을 다 써 봤습니다. 2000년대 초에는 국민 상품권도 줘 봤습니다. 정부가 부채를 늘려 민간 성장 둔화를 메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서구 국가들은 2008년 이후에야 양적완화를 했지만, 일본은행은 2000년대 초부터 진지하게 했습니다.
유럽은 일본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일본보다 여건이 조금 안 좋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 초 부채를 늘렸는데도 국채 금리가 계속 떨어졌습니다. 2018, 2019년에는 마이너스까지 갔습니다. 정부가 20년 동안 국채를 찍어내는데 금리가 떨어졌다는 건 민간의 자금 수요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돈을 써서 민간 수요의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지금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AI에서 민간 자금 수요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고성장이 둔화된 뒤 자본주의는 투자할 데가 없었습니다. 전통 제조업은 과잉투자 때문에 힘들었고, 플랫폼 기업들은 투자 없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돌려줬습니다. 지금은 투자가 늘고 있습니다. 민간 자금 수요가 존재하는데 여기서 정부가 돈을 더 쓰면 한정된 자원을 두고 민간과 정부가 경쟁하게 됩니다.
AI 산업이 인류의 삶을 효율적으로 바꿀 거라는 기대는 큽니다. 그런데 그 과실이 누구에게 갈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지면 AI 산업 전체의 자본 효율성은 높아져도 소외되는 사람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정부입니다. 지금은 채권시장과 정부의 불화가 금리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내년 정도까지 생각하는 금리 궤적은, 금리가 많이 올라가는 모습보다는 떨어지지 않고 고원에서 유지되는 정도가 앞으로 직면할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엄청난 부채 때문에 이자 부담을 줄이려면 저금리가 필요하지만, 역설적으로 부채가 너무 많아 금리가 쉽게 내려오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금리 편향과 구조적 금리 상승 요인
주식 투자자들은 시장을 좋게 보는 낙관적 편향이 있습니다. 채권 매니저들은 대체로 금리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비관적 편향이 살짝 있습니다. 경기가 둔화되면 금리가 떨어지니 장기 채권을 사서 기다린다는 식이죠. 이런 해석은 경기 사이클에 초점을 맞추면 가능합니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떨어질 테고, 유럽이나 일본도 경기가 둔화되면 금리가 떨어질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일본 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 금리가 올라가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1980년 금리가 고점이었고, 코로나 때인 2020년까지 40년 동안 글로벌 금리가 떨어졌습니다. 첫째 힘은 세계화였습니다. 중국이 들어오면서 물건을 싸게 만들어 물가가 안 올라갔습니다. 지금은 반세계화이고 전쟁도 벌어지고 있어서 세계화가 물가를 낮추던 힘이 약화됐습니다. 둘째, 미국 기업들이 IT혁명과 플랫폼 기업으로 거의 투자를 안 하다가 지금은 투자를 너무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투자자들도 저렇게 많이 투자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셋째, 정부도 작은 정부 시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를 거치며 큰 정부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는 2020년부터 6년째 올라가는 세상을 이미 살고 있습니다. 40년 금리 하락의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면, 순환적 경기 논리보다 금리를 밀어 올리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이걸 중앙은행이 얼마나 막을 수 있느냐가 2, 3년 동안 중요한 변수가 될 겁니다. 반도체 관련주가 흔들리는 것도 사실 반도체 수요에 대한 걱정이 자금 조달에 대한 걱정이기도 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가장 큰 병목은 자금 조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연준 금리 결정과 전쟁 변수
이번 주 목요일 새벽 3시 무렵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이 나옵니다. 10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많이 낮아졌습니다. 금리 인상 확률이 10%대로 금리 동결 가능성이 압도적입니다. 12월에는 한 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동결하더라도 매파적 동결이라는 헤드라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9월에 올리고 연내 한 번 더 올린 뒤 내년에는 많이 못 올리거나 동결하는 쪽으로 시장이 보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금리 상승은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기준금리는 9월에 3.75%에서 4%가 됐습니다. 2023년 고점은 5.25~5.5%였습니다. 당시 기준금리가 5.5%일 때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 고점은 5.1%였는데, 지금 기준금리는 4%인데 시장금리는 5.4%까지 갔습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먼저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동결하고 설사 12월에 올린다고 해도 시장금리는 이미 높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나느냐 같은 변수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불확실성도 큽니다. 최근 유가가 오른 것도 중간선거 이후 미국이 대대적인 폭격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서입니다. 중동 전쟁이 금리를 밀어올리는 구조적 힘을 자극했다고 봅니다. 전쟁이 끝나면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꽤 떨어지고 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금융시장이 생각한 전망이 계속 어긋나니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입니다.
아까 프랑스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재정 투입과 부채 문제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졌습니다. 팬데믹 때도 미국이 유동성을 여덟아홉 배 풀었고, 그 물가 영향은 유럽 등 제3국이 더 많이 받았습니다. 미국이 위험과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다른 나라가 그 영향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배울 점이 있을 겁니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재정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줄고 연금 부담이 커지면 재정이 굉장히 나빠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얼마나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진보적 입장은 시장의 불안정을 정책이 메워야 한다고 보고, 시장에 맡기자는 견해도 오랜 시간을 두고 다수의 동의를 얻어 경제학의 주된 패러다임도 바뀌었습니다. 다만 금리가 올라갈 때는 정부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돈을 빌려 쓰면 민간과 경쟁하게 되어 구축 효과가 생기고 금리가 올라갑니다. 정부가 민간보다 돈을 잘 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돈을 쓰는 이유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결국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 되니까요. 지금 채권시장이 정부에 경고를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 국채를 발행할 때 꼭 필요한 재정인지, 왜 필요한지, 조달이 지속 가능한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내년 821조 원 규모의 슈퍼 예산도 국회에서 본격 심의되는데, 시장을 설득하고 안심시킬 수 있을지 따져 봐야 합니다.
반도체 중복상장과 실적 전망
이야기를 바꿔 보겠습니다. 오늘 하이닉스가 1.6% 올랐고 삼성전자는 약보합입니다. 최근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미국 상장, LG의 베어로보틱스 미국 상장 준비 등 중복상장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이 안심하는 측면도 있지만 오래 안고 가야 할 이슈입니다.
이건 정답이 없습니다. 상장사는 주주에게 행위를 잘 소명할 책무가 있습니다. 미국 사례를 보면, 알파벳은 구글의 모회사로서 올해 상반기 스페이스X IPO보다 규모가 큰 증자를 했고 회사채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중 좋은 회사가 많은데도, 따로 상장시키지 않고 자본 구조를 단순하게 가져가는 편이 지배구조상 좋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많고 계열사 간 거래도 많아서, 소명이 더 필요합니다. 반도체 산업이 돈을 많이 벌고 있어서 자금 조달도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현금 흐름을 설명하고, 그 돈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주주들에게 소명해야 합니다. 모기업이 자체 조달해서 자회사에 내려보내는 것과 자회사를 개별 중복상장시키는 것의 차이와 이점을 설명하고 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 증시도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다 보니, 모기업 주주들의 찬성을 과반 얻어 자회사를 상장한 코스닥 기업 사례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야 합니다. 이사회는 주총에서 뽑힌 소액주주의 대리인이니까요.
이번 주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있습니다.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확정 실적이 나옵니다. 메타가 지난주에 발표했고, 이번 주에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도 나옵니다. 반도체를 파는 쪽과 사는 쪽 큰 기업들의 실적이 한꺼번에 나오는 셈입니다. 수요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의견은 많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을 받은 것은 올해도 내년에도 많이 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호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년 실적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PER이 두 배대, 삼성전자는 세 배대입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영업이익이 400~500조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시가총액은 900조 원대입니다. 그만큼 벌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있는 겁니다. 콘센서스는 올해 영업이익 360조 원, 내년 500조 원 가까이입니다. 그런데 내년에 감익이 될 거라는 소수 의견도 존재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극심한 순환적 성격이 있어서, 한번 실적이 빠지기 시작하면 이후 실적이 엄청나게 망가집니다. 2021년 애널리스트들은 2023년 반도체 실적이 60조 원 넘게 날 거라고 봤지만, 실제로는 적자가 났습니다. 전망은 우상향으로 갔지만 실제 실적은 빠지기 시작하면 후반까지 하락했습니다.
이제 그런 걱정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래서 저는 이것 또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확정적으로 말해 줄 순 없지만, 지금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굉장히 순환적이고 극심한 업황의 변동성이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 장기 공급 계약이 많이 늘었고, 그동안 투자하기에 바빠서 배당도 잘 못 해 줬는데, 제 생각에는 기업이 어디까지 말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아요. 당장의 숫자보다는요.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반도체 주식에 대해서 너무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삼성전자는 원래 좋은 기업이었고, 하이닉스는 최근 4~5년 동안 좋아진 기업인데, 삼성전자는 2000년대 들어서 글로벌하게 보더라도 아주 우량하고 좋은 회사였지 않습니까?
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의 사이클이 너무 심하다 보니까 그렇죠. 2000년대 들어서 삼성전자 주가가 30% 이상 밀린 게 이번 판까지 12번이나 됩니다. 그러니까 2년에 한 번씩은, 2000년대 들어서 12번이에요. 30% 이상 빠진 거죠. 그러니까 2년에 한 번씩은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나는 이 생에 이거 들고 있어서 참 어려웠다"라는 생각을 하는 건데, 코스닥 개별주가 아니고 삼성전자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반 이상, 50% 이상 밀리는 경우는 딱 한 번밖에 없었어요. 그때 2000년대 초에 닷컴버블이 붕괴될 때 한 60% 정도 밀렸고, 나머지는 50% 이상, 소위 말하는 반토막이 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사이클에서는 벌써 고점 대비 43% 정도 밀린 거잖아요. 지금이 저점에서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면, 투자라는 게 확실한 건 아니지만, 과거에 메모리 이익의 붐이 극심했을 때도 주가가 50% 밀린 적은 별로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 정도면 나쁜 것들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일단 올라가기 위해서는 제 생각에 기업의 주주환원이나 장기 투자 계획, 결국 소통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시가총액이 2,000조 원을 넘었을 당시에는 아주 낙관적인 전망이 다 반영된 가격이었고, 시가총액이 900조 원 언저리에서는 비관적인 상황이 많이 반영된 주가인 거고, 그에 따라 우리는 판단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잠깐 말씀하셨던 주주 환원 노력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잖아요. 예전에는 주주환원을 특히 SK하이닉스 같은 경우는 못 했죠. 돈도 없었고,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글로벌 IT 기업 중에서는 여러 가지로 주주에 신경을 쓴 기업이긴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가 워낙 설비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거니까 환원할 여력이 없었는데요. 지금은 생각지도 못하게 돈을 벌면서, 오늘 저녁에 나왔던 게 우리나라 올해 경상수지가 일본, 독일 합친 것보다 흑자 규모가 더 크다는 거예요.
이게 다 반도체 때문이잖아요. 그렇죠. 반도체 가격이 생각지도 못한 큰 기회를 우리가 잡다 보니까 정부도 세수가 늘고, 기업을 다니는 노동자들도 자기들의 몫을 요구하는 과정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큰돈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 돈을 어떻게 잘 배분할 거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고, 주주들도 당연히 자기 몫이 어떻게 배분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볼 거예요. 본질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기업이잖아요. 저는 당장 주주 환원을 많이 해야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고요.
어떤 결정을 하든지 간에 합당한 소명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은 주주 환원의 방법이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인데, 저는 미국도 그렇지만 우리가 돈을 벌 때마다 단기 순이익의 일정 부분은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는 정책을 펴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비싼 가격의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주들의 돈을 낭비하는 거예요. 그냥 1년에 얼마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기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저렴할 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PER 20배인 기업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PER 20배에 내재된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한 5% 정도 되는데, 금리가 5%를 넘는다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것보다 은행이나 채권에 투자해서 이자를 받는 게 더 좋아요.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싸기 때문에, 지금은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게 장기적으로 그 기업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들에게 좋은 자원 배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버핏도 항상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고 하잖아요. 이 돈으로 외부 투자를 하는 것보다 실익 측면에서 더 나을까? 우리 회사 주식을 들여다봤을 때 이렇게 싸면 남의 회사 주식을 살 게 아니라 내 회사 주식을 사야지라고 판단하는 거죠. 자사주는 절대적으로 저평가될 때 사야 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그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그런 것 같고, 삼성전자는 지분 규제 같은 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걸로 보도가 되고 있는데, 맞습니다. 금융 계열사의 지분율이 10%를 넘어가면 의무적으로 팔아야 되니까, 우선주 소각 같은 것들을 쌀 때 사서 소각을 해 두면…
결국 자사주 매입 자체가 주주들에게 부가 들어오는 건 아니에요. 그렇죠? 나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거죠. 높아지죠. 주당 가치가 높아지고요. 비싼 가격에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나에게 들어올 수 있는 잠재적 배당 수입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아무튼 자원 배분을 현명하게 얼마나 잘하고 주주들과 소통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설명을 하고 기준을 정하고, 자사주가 저렴한 시기에 행동으로 보여 줘야 되는 거고요. 물론 이달 초쯤 삼성전자, 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기간이 빠르게 끝나기는 했습니다만, 한 40조 원 사는 것도 금방 지나가 버리더라고요. 우리가 너무 천문학적인 돈을 벌다 보니까, 40조 원이라는 게 그러게요. 그 이후에도 보여 줘야 하는 주주환원책을 증명해야 되는 거고요. 오늘 시장을 보니까, 코스피가 한 1.4% 밀렸다가 보합권으로 올라왔다가 지금 다시 1.2% 밀리고, 요즘 1~2% 밀리는 게 마치 보합처럼 보일 정도로요. 지난주만 해도 3% 오른 날, 3% 떨어진 날도 있었는데, 이 변동성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봐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시장이 약간 얇아진 느낌을 받는데요.
외국인이 크게 보면 팔고 있는데,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사실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어요. 작년 10월부터 계속 팔았죠. 코스피 4,000 넘어갈 때부터요. 9월, 10월에 유독 더 많이 판 것도 아닙니다. 1월부터 8월까지 한 160조 원을 이미 팔았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외국인이 그렇게 공격적으로 팔았지만 반대편에서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그 매물을 다 받았다는 거예요. 올해 7월까지 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한 130조 원 정도였으니까, 외국인의 매도를 개인 투자자들이 받으면서 지수가 9,000까지 간 거였죠. 외국인이 자석(磁石)처럼 끌어올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8월부터 자금 흐름이 순유출로 반전이 됐어요. 8월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한 13조 원 빠져나갔고, 9월에도 한 10조 원 빠져나갔어요. 물론 올해 들어온 자금 유입 규모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아주 강력한 것이었지만, 한 달에 개인 투자 자금이 10조 원 이상 빠져나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완연하게 순유출로 반전되다 보니까, 외국인이 파는 건 상반기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그 매물을 받아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힘이 약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서 반전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돌아오는 게 필요할 것 같고, 그게 결국 글로벌 금리가 낮아지는 전제 조건이 좀 요구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본진이 먼저 안정이 돼야 해외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건데, 본진이 먼저 흔들리고 있으면 해외 투자도 불안하죠. 특히 미국 국채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때는, 높은 확률로 외국인들이 신흥국 주식이나 미국 외 자산을 팔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수급이 얇아졌다고 표현하면 댓글에 "그냥 수급이 없는 거라고" 달리더라고요. 외국인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은 많이 물려 있고, 기관은 법인이나 개인 자금이 들어와야 되는데 잘 안 들어오고 있고요. 그게 얇아진 증시와 커진 변동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변화된 건 기관이나 외국인이 크게 바뀐 게 아니고, 오직 주식을 열심히 사 주던 개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거니까, 앞으로의 변화는 외국인의 스탠스 변화에서 잡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까, 앞서 저희가 전해 드렸듯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가 또다시 늘어난대요. 이 변동성을 타고 파도타기를 하려는 분들이 있어요.
늘 그렇죠. 그것이 늘 나쁜 선택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 반도체 주식에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계시겠죠. 그런데 지나고 나면 "아, 그때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는, 좋은 시기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레버리지로 하면 그냥 칼라리에서 춤을 추는 거랑 똑같은 것 같아요. 어떻게 버틸 수 있나 싶습니다. 버틸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레버리지 상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간이 나의 적이 되니까요. 본질적으로 만기를 가지고 투자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상당히 짧고, 계산하기 힘든 가격 변동에서 오는 만기를 가지고 투자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요즘 기사도 나오고, 주변에서 보면 전세보증금으로 투자하신 분들, 아니면 결혼 예정 자금으로 투자하셨던 분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데, 시간표가 따로 있는 돈을 가지고 투자한다는 거죠. 옛날부터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하는 거라고 많이 얘기했잖아요. 여유가 있으면 투자를 왜 하느냐고도 하는데, 사실 이 돈의 시간표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고요.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인 김학균 전무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아침 9시 5분에 또 알찬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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