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형수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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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실적은 HBM 등 주문형 메모리 중심이라 내년까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봄. 3분기 영업이익 7조300억 원, HBM 수율 약 70%, D램 이익률 50% 이상이 근거. 엔비디아 블랙웰 1년치 완판과 차세대 루빈 수요로 공급 과잉은 어렵다고 봄. 삼성전자는 HBM3 개발에서 뒤처져 있고 마이크론 HBM 케파도 작아 공급 확대가 제한적. SK 그룹 자금력은 HBM 투자 여력 면에서 약점으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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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년까지는 꺾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견인하는 건 HBM 같은 주문형 메모리인데, 내년 실적은 걱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보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SK그룹 전체로도 근원적인 단계에 와 있다고 봅니다.
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런 실적 추세가 얼마나 갈 것으로 보시냐고요? 역시 내년까지는 꺾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실적을 견인하는 HBM 같은 주문형 메모리의 특징을 보면 이해가 쉬운데, 기존 범용 메모리, 그러니까 PC용 같은 경우는 월 단위로 가격이 바뀝니다. 공급이 많을 때는 엄청나게 이익을 내다가도 수요가 꺾이면 가격이 폭락하죠. 스마트폰용은 분기 단위로 계약을 하니까 3개월마다 가격 변동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HBM은 연 단위 계약입니다. 1년치 물량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없어요. 그리고 여기서 수율이 올라가면 그게 고스란히 이익으로 잡힙니다. 이번 3분기에 SK하이닉스가 7조 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HBM 매출 비중이 D램에서 30% 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도 그 정도 이익이 나왔고, D램 사업부 이익률은 50%를 넘고 전체 이익률은 40%를 넘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HBM이 얼마나 고마진 제품인지 알 수 있죠. HBM 수율은 70% 안팎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마진율이 50%나 나옵니다. 그만큼 고부가 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쟁사, 특히 삼성전자는 다음 버전인 HBM3에서도 잘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HBM3도 SK하이닉스 주도로 갈 수밖에 없어요. 최근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이 만났을 때, 젠슨 황이 HBM3 다음 버전인 HBM4를 6개월 먼저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더군요. 이건 다른 경쟁사가 끼어들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HBM4까지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면 내년 실적도 걱정이 없는 거죠.
HBM 시장 수요 전망은 제가 보기에 공급 과잉을 걱정하는 건 잘못 짚은 것 같습니다. 지금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수요 자체가 공급 과잉이 나올 수 없는 구조예요. 공급 과잉이 나오려면 수요가 꺾여야 하는데, 지금 블랙웰은 1년 치를 이미 완판했습니다. 1년 동안 만들 물량을 미리 다 팔았다는 거죠. 그리고 차세대 루빈은 수요가 많으니까 HBM4를 6개월 빨리 달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가 꺾인다는 건 이상한 얘기죠.
또 블랙웰은 용량이 계속 커집니다. 192GB에서 나중에는 288GB까지 늘어나는데, 칩당 HBM 탑재량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수요 걱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공급이 갑자기 확 늘어나야 하는데, SK하이닉스를 대체할 공급처는 결국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뿐입니다. 마이크론은 HBM 생산능력 자체가 많지 않아요. 전체 시장에서 10%도 안 되는 수준이라, 공격적으로 투자해도 내년에 15% 정도로 늘리는 게 한계입니다. 그러면 삼성전자가 대량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 개발 상황을 보면 쉽지 않습니다. D램 자체에 설계 결함이 있다는 이슈도 있고, 이를 적층했을 때 수율이 잘 나온다는 검증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죠. 수요는 탄탄하고 공급 측면에서 늘어날 여지도 제한적이니, 공급 과잉이 어떻게 온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는 SK그룹 주도로 국내 AI 생태계를 꾸리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소버린 AI 하면 네이버에 관심이 많았죠. 네이버는 한국어 기반의 비영어권 LLM, 즉 파운데이션 AI 모델을 만드는 쪽을 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SK텔레콤이 주도하겠다는 겁니다. 네이버가 가진 H100 가속기가 몇천 장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국내 기업을 다 끌어모아도 H100이 2,000장이 안 된다고 합니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들은 웬만한 기업도 기본 15만 장씩은 갖고 있습니다. 이 격차로는 게임 자체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SK는 엔비디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 스타트업 람다와 협력해 AI 전용 클라우드를 론칭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판교에는 테스트베드와 실증단지를 만들어 다양한 시험을 돌려보려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국내 3대 NPU 회사 중 하나인 리벨리온의 칩을 활용해 SK하이닉스 HBM과 함께 협력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인프라, 플랫폼, 서비스 단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 실적은 역대 최고인데 주가는 그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사실 마이크론도 어제 저녁에 많이 올랐거든요. 사업적으로 보면 SK하이닉스가 지금 펀더멘털이 가장 깔끔한데도, 국내에 상장되어 있다 보니 주가가 잘 올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트럼프 관련 악재들이 시장에서 충분히 녹아내리고 나면, 적어도 대만 TSMC와 국내 SK하이닉스는 다시 상승 랠리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죠.
그 사이 기업 문화가 굉장히 잘 세팅된 것 같습니다. 삼성과 많이 비교하잖아요. 삼성은 당장 돈이 되는 단기 성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SK하이닉스는 HBM처럼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에도 우직하게 계속 밀어줬습니다. 결국 이건 의사결정의 문제예요. 고객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맞춰 주려고 하고, 고객과 접점에 있는 직원이 그 요구를 회사의 개발이나 제조 쪽에 전달하면 잘 수용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삼성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고 봅니다.
이영수 채널 36화에서 HBM에 투자하고 있다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소개해 드렸는데, 그중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HBM3도 중요한 아이템이지만, HBM4부터는 기술적 변곡점이 굉장히 커집니다. 사실상 HBM4부터 메모리 파운드리화가 본격화된다고 볼 수 있어요. 메모리 반도체는 원래 범용 제품이었는데, 주문형으로 바뀌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게 HBM4입니다.
HBM은 베이스 다이 위에 코어 다이를 쌓는 구조인데, HBM4부터 베이스 다이가 굉장히 고도화됩니다. 여기에 커스텀 기능이 들어갈 수 있어요. 메모리 컨트롤러 IC가 올라갈 수도 있고, 캐시 메모리나 네트워크 메모리가 올라갈 수도 있으며, 심지어 프로세서 기능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프로세싱 인 메모리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지금까지는 베이스 다이를 메모리 회사가 직접 만들었는데, HBM4부터는 파운드리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SK하이닉스도 HBM3까지는 자체 생산하다가 HBM4부터는 TSMC의 5나노 핀펫 공정을 쓰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삼성은 원래 자사 파운드리의 5나노 핀펫 공정을 쓰기로 했는데, 고객이 원하면 TSMC 파운드리를 쓰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제 HBM 쪽에 사활을 걸겠다는 거죠. 파운드리보다는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더 많은 힘을 싣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HBM4가 그만큼 중요한 아이템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HBM3는 8단에서 12단으로 바뀌고 있는데, HBM4는 16단까지 가야 합니다. 그런데 단수가 늘어난다고 높이가 높아지면 안 되기 때문에, 같은 높이에서 단수를 늘리려면 웨이퍼를 굉장히 얇게 갈아야 하고, 칩과 칩을 붙이는 마이크로 범프의 간격도 아주 좁혀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죠. 대역폭을 높이려면 입출력 단자를 늘려야 하는데, HBM3까지는 1024개였던 입출력 단자가 HBM4부터는 2048개로 두 배가 됩니다. 공정 기술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제조 마진도 높아지는 거죠. 그래서 HBM4는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자 분기점에 있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경쟁 우위를 1~2년 안에 흔들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마이크론이든 삼성전자든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보는 SK하이닉스의 한계는 SK그룹 전체의 근원적인 자금력입니다. HBM은 계속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HBM 생산능력이 2023년에는 월 3만 장(웨이퍼 기준)이었고 올해는 월 10만 장으로 늘어납니다. 3배 이상 늘어난 거죠. 그런데 내년에는 HBM 생산능력이 월 13만 장 정도밖에 늘지 않습니다. 40%밖에 늘지 않는 거예요. 그만큼 자금이 타이트하다는 뜻입니다. SK그룹은 SK온 같은 계열사에서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어서 더 그렇습니다.
메모리 파운드리화를 하려면 투자도 많이 해야 하고, 좋은 IP를 가진 회사를 인수합병하면 좋고, 설계 역량이 뛰어난 인재도 뽑아야 합니다. 커스텀 메모리는 지금은 서버 칩 쪽에만 들어가고 있지만, 엔비디아 GPU는 물론이고 빅테크들이 자체 설계하는 칩에도 HBM이 많이 들어갈 것입니다. 온디바이스 AI용 LPDDR을 적층하는 제품들도 나올 거고요. 이런 걸 하려면 투자가 상당히 필요한데, 자금력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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