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곽상준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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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의 23조원 파운드리 수주는 파운드리 밸류에이션이 없던 삼성전자에 빅테크 거래 시작이라는 상상력을 제공. 퀄컴 이탈 등으로 파운드리 신뢰가 낮았으나 테슬라 칩이 쓸만하면 다른 빅테크 유입 기대. 단기 이익 개선은 어려우나 미래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 회복 가능. 머스크의 직접 관여는 긍정이지만 그의 비약적 업무 방식에 따른 내부 갈등 리스크 존재. 주가 측면에서 5만원 붕괴 후 부활 가능성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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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수주가 던진 파운드리 상상력
오늘 모신 분은 증시 각도기 TV를 운영하고 계신 곽상준 부장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증시가 진짜 강세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에 1% 이상 쫙 밀리다가 다시 끌어올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악재로는 대주주 양도세 10억이 있고, 호재로는 삼성전자가 있는 것 같은데, 어제부터 어떻습니까? 삼성전자의 테슬라 23조 수주, 이 의미를 분석해 주시죠.
이건 아주 재미있는 사건이 터진 겁니다.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할 때 파운드리가 있었느냐를 감안해 보면, 저는 파운드리 가치는 없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기존에 5만 원이 깨졌다고 보고요. 이번 수주로 삼성전자가 갑자기 이익이 급증할 거냐 하면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연간 1조 원 정도 들어올 거라고 얘기합니다. 이 1조 원은 원발주 물량의 5~6%입니다. 그동안 파운드리에서 적자가 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1조 원을 번다고 해서 플러스가 되는 게 아니라고 얘기하죠. 하지만 세상일은 숫자로만 계산되지 않습니다. 특히 주식시장은 인간의 상상이 발휘되는 영역입니다. 이 일로 사람들이 상상을 하게 되겠죠. 그 상상이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주가의 촉매로 강력하게 작동한 것은 빅테크와의 거래가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테슬라는 엔비디아나 구글 같은 AI 핵심 빅테크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빅테크라고 볼 수 있고 AI 분야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를 일군 일론 머스크는 입지적인 인물이고, 주식으로는 세계 최고의 부자입니다. 그의 전기를 읽어 보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일합니다. 일 중독자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똑똑한 사람들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인정해야 할 것은, 테슬라가 지금까지 이뤄낸 가장 놀라운 점이 신생 자동차 회사가 레거시 자동차 회사들이 하지 못했던 생산성 혁명을 이뤘다는 겁니다. 엄청난 생산성을 만들어 냈고, 그 핵심은 단순화입니다. 부품 수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되는 시간을 굉장히 단축했습니다. 산업의 로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누구보다 잘 간파한 사람이 일론 머스크라고 볼 수 있고, 그가 이번 파운드리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습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빅테크와의 거래가 시작됐다는 것은 너무나 고대하던 일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나락으로 갔을 때 마지막 끈이 퀄컴과의 계약이었습니다. 퀄컴이 떠나자 TSMC로 물량을 옮겨 버렸죠. 그러자 팹리스 업체들은 '얘네들은 못 하는 애들이구나, 안 되겠구나' 하고 판단했습니다. 퀄컴의 고객사가 삼성이었는데, 그런 퀄컴이 떠났으니까요. 미세공정 5나노 미만부터는 굉장히 어렵고, 3나노 미만은 진짜 안 된다고 포기한 겁니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것이 큽니다. 성공한다면 다른 빅테크들도 들어오겠죠. 이것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TSMC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대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TSMC의 점유율이 워낙 높아서 독과점 얘기가 나올 정도이고, 가격도 자꾸 올리고 있죠. 글로벌파운드리스 같은 여타 파운드리들은 이미 5나노 미만의 설비 증설을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설비 증설을 잘못하면 망하기 때문입니다. 수율에 대한 자신도 없고, 장비 비용은 너무 많이 들죠. 삼성전자가 5나노 이하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 쪽에서 돈을 많이 벌어줬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휴대폰에서도 돈을 벌어줬죠. 일부에서는 파운드리를 분사하라고 하는데, 분사하는 순간 파운드리는 망합니다. 돈을 어디서 받을 건데요? 결국 메모리의 현금 창출 능력과 휴대폰의 현금 창출 능력으로 지금까지 버틴 겁니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고 열심히 하면 개선됩니다. 인류 문명사가 보여주듯이 개선은 됩니다. 삼성전자가 드디어 일부 개선이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반신반의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들어가지 않다가, 만약 이번에 테슬라 칩이 2026년에 나왔을 때 쓸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여기서 쓸 만하다는 것은 TSMC보다 좋다는 뜻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성능은 TSMC보다 떨어지지만 가성비는 괜찮고, 전성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럭저럭 쓸 만하다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AI에 쓰는 것도 약간 불만족스럽지만 돌아가잖아요. 그 정도면 써 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이게 상당히 폭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삼성전자는 다른 곳으로부터 수주를 받아 기술을 더 업그레이드하면 됩니다.
삼성전자와 TSMC가 각각 이렇게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애플입니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키워준 주포이고, TSMC를 키워준 주포이기도 합니다. TSMC가 지금 애플과의 거래 규모가 가장 크긴 하지만, 원래 애플이 아이팟을 만들 때 인텔과 거래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인텔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MP3 칩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거절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절실했기 때문에 받았고, 아이팟의 핵심 칩을 만들었습니다. 아이팟이 미친 듯이 팔리면서 아이폰으로 이어졌고, 지금의 삼성전자 기틀이 마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애플을 바짝 추격하면서 특허 분쟁이 생겼고, 애플은 손절하고 싶은 생각에 TSMC를 컨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TSMC가 따라오자 바로 바꾼 겁니다. 이해 충돌이 있었다고 볼 수 있죠. 그렇게 물량을 받아낸 TSMC가 지금 여기까지 올라왔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런 과정을 통해 기술 기업은 성장한다는 겁니다. 빈대떡도 자꾸 뒤집어 보면 처음에는 뒤집기 힘들지만 나중에는 프라이팬 하나로 뒤집잖아요. 기술이라는 것은 계속 전진하면 진보가 나오고 개선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수주는 투자자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굉장히 큰 대목입니다.
이걸 밸류에이션으로 넘겨 보면 무슨 말이 될까요? 삼성전자에는 파운드리 밸류에이션이 없었습니다. 3~4년 전, 삼성전자가 TSMC를 잡겠다는 30년 비전을 세울 때 다들 기대했던 것은 파운드리에서 TSMC처럼 고정적인 매출이 나오면서 주가가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삼성전자가 9만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는데, 바로 파운드리 기대감 때문에 올라간 겁니다. 그러다 그것이 완전히 빠지면서 5만 원이 깨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밸류에이션이 부활하는 겁니다. 물론 이익 단에서 숫자는 당장 만들어 주지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주식은 현재 숫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미래에 다가올 숫자입니다. 파운드리 쪽은 미래의 숫자를 기대하게 해 주는 것이죠. 그래서 이게 숫자로 확인되면 오히려 주가가 빠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게 얼마를 벌지 정확하지 않으니까 꿈을 꿀 수 있는 거죠.
테슬라를 보세요. 실적은 엉망이지만 미래를 꿈꾸게 하니까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로봇도 할 수 있고, AI도 할 수 있고, 이것들을 연결해서 우주까지 가고, 우주선도 띄우고 하는 그림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지금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상상을 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와의 계약도 그런 상상력을 자극했다는 게 하나의 포인트입니다.
두 번째는 실무적으로 가장 관심 가는 부분인데, 일론 머스크가 직접 공장을 찾아가 보겠다고 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이거 대박인데, 하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순식간에 밸류 체인의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파운드리를 잘 이해하려면 공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거든요. 만약 TSMC에 가서 "공정을 자세히 보여주고 설명해 주고, 내가 직접 다 보면 안 되나요?"라고 하면 TSMC가 오케이할까요? 그건 자기들의 노하우를 다 보여주는 거니까 영업비밀이라며 불가하다고 할 겁니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가 절실했고, 그걸 열어주겠다고 한 것은 이게 잘 풀리면 테슬라도 파운드리에서 아주 우수한 업체로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을 먼저 밟았던 게 애플입니다. 애플이 사실상 파운드리 최고 업체였다가, 지금은 엔비디아가 최고 업체가 되었죠. 파운드리 업체가 된다는 것은 프리미엄이 있다는 것이고, 테슬라도 그걸 노리고 있는 겁니다. 일론 머스크의 머리 쓰는 방식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읽어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밑의 사람을 너무 괴롭히고, 숨 막히게 합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엄청나게 시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서구 애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우리 동양 친구들은 그게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골방에 앉아 공부하고, 하루에 다섯 시간만 자고 20시간 가까이 공부하는 시스템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업무의 밀도나 압박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론 머스크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비즈니스 과정의 핵심을 잘 찌르긴 하는데, 갑자기 엉뚱한 얘기를 하거나 너무 비약적인 얘기를 합니다.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단계를 건너뛰고 쭉쭉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기술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하죠. 과연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가장 좋은 미래는, 일론 머스크가 미꾸라지 역할을 해서 삼성전자의 조용하고 시키는 것만 하는 문화가 뒤집히는 것입니다. 메기가 들어와서 미꾸라지들이 도망 다니며 활성화되는 것처럼 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서로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파장이 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외부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진짜 안 되는구나, 일론 머스크가 등장해서 진두지휘했는데도 안 되네"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걱정까지 하려면 1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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