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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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채(TLT)가 금리 상승으로 2002년 이후 최저가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개미들은 5%대 이자와 금리 하락 시 시세차익을 노려 장기채를 순매수 중이다. 발표자는 금리-채권가격 역관계와 듀레이션 원리를 설명하며, 높은 이자만 보고 접근하면 쿠션(1년 이자 대비 금리 상승 허용폭)이 얇고, 주식-채권 상관관계가 양(+)으로 바뀌어 보험 효과가 약하며, 만기 없는 ETF 구조와 환율 변동이 추가 리스크라고 경고한다. 과거 고금리기 장기채 투자 결과는 금리 방향과 물가 흐름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렸다고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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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5%인데 개미들은 왜 미국 장기채를 살까
미국 국채 ETF TLT가 지난 금요일 77달러 48센트로 마감했습니다. 2002년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종가입니다. 6년 전 고점과 비교하면 가격이 절반도 안 됩니다. 그런데 그 주에 JP모건 집계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이 ETF를 하루 순매수 기준으로 1년 새 가장 많이 샀습니다. 국채가 왜 반토막이 났을까요? 그리고 개미들은 왜 하필 지금 장기채를 살까요? 미국 10년물 금리는 5.28%입니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이자만 5%가 넘는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채권값의 원리부터 사는 사람들의 논리와 함정, 한국 투자자의 성적표까지 차근차근 따라가 보겠습니다.
채권값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은 이자가 종이에 박혀 있는 차용증입니다. 예를 들어 2020년에 이자율 1.25%로 나온 30년 만기 미국 국채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지금 새로 나오는 30년 국채는 이자를 5%대 중반으로 줍니다. 그러면 누가 1.25%짜리 차용증을 제값에 사 줄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팔려면 값을 깎아야 합니다. 계산해 보면 100달러였던 이 채권은 지금 43달러 안팎에 거래됩니다. 부도가 난 것이 아니라 금리가 오른 만큼 값이 내려간 것입니다.
금리와 채권값은 시소처럼 반대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만기가 길수록 시소의 팔이 깁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2년 만기 국채는 2% 정도 빠지지만, 30년 만기는 13% 가까이 빠집니다. 반대로 1%포인트 내리면 16% 넘게 오릅니다. 이 민감도의 길이를 듀레이션이라고 합니다. TLT의 듀레이션은 14.7년으로, 30년 국채와 거의 같습니다.
왜 이렇게 금리가 올랐나
2020년 8월 미국 10년물 금리는 종가 기준 0.5%대로 역사상 가장 낮았습니다. 거기서 5%대까지 올라왔으니 듀레이션 14.7짜리 장기채가 반토막 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지난 3분기 미국 10년물 금리는 분기 동안 0.87%포인트 뛰었습니다. 로이터 집계로 1994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입니다. 연준은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로 만들었습니다. 2023년 이후 첫 인상이고, 위원들 전망으로는 연말까지 한 번 더 올릴 수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9월 고용이 2만 9천 개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보통이면 장기 금리가 내려가야 하는데, 10년물은 장 마감에 오히려 5.24%에서 5.28%로 올랐습니다. 왜 그럴까요? 장기 금리는 앞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의 평균에 돈을 오래 묶어 두는 대가인 덤을 얹은 값입니다. 이 덤을 기간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뉴욕 연준 모형으로 3분기 상승을 나눠 보면, 기준금리 예상이 오른 몫과 덤이 커진 몫이 거의 반반입니다. 재정적자가 40조 달러를 넘고 물가가 다시 튈 위험이 커지면서 덤을 키웠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흔히 인플레이션 공포 때문이라고 하지만, 시장이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은 이번 분기에 0.12%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도 생깁니다. 2024년 9월부터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내렸는데, 첫 인하 직전 3.6%였던 10년물 금리는 거꾸로 올라 이듬해 1월 중순에는 4.8% 가까이 갔습니다. 연준이 내려도 장기 금리는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돈은 장기채로 들어온다
그런데도 돈은 장기채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TLT에는 올해 36억 달러 넘게 순유입됐고, 최근 6개월만 보면 86억 달러입니다. 연초에는 돈이 빠졌다가 금리가 오를수록 더 많이 들어온 것입니다. 블룸버그의 에릭 발추나스는 떨어질수록 더 끌린다면서도, 역사를 보면 그냥 지나치는 편이 낫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가장 많이 산 그 사흘에도 개인 몫은 새로 들어온 돈의 일할 남짓이었습니다. 나머지는 큰손 쪽 돈으로 보입니다.
사는 사람들의 세 가지 논리
첫째, 이자가 높습니다. 지금 TLT의 이자 수익률은 5.5% 정도입니다. 2020년에는 30년 국채 금리가 1%도 안 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둘째, 금리가 내리면 크게 법니다. 1년 뒤 금리가 1%포인트 내리면 이자까지 합쳐 21% 안팎, 2%포인트 내리면 40% 안팎을 벌 수 있습니다. 반대로 1%포인트 오르면 7% 남짓 잃습니다. 같은 1%포인트라도 버는 폭이 잃는 폭보다 크다는 계산입니다. 물론 금리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셋째, 주식이 무너질 때 보험이 됩니다. 2008년 한 해 동안 S&P 500은 배당까지 합쳐 37% 가까이 빠졌는데, TLT는 이자 포함 34% 올랐습니다. 경기가 꺾이면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장기 금리도 따라 내려갈 거라는 계산입니다.
세 논리 모두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조건: 쿠션의 두께
1년 치 이자 5.54%를 듀레이션 14.7로 나누면 0.38이 나옵니다. 1년 안에 장기 금리가 0.38%포인트만 더 올라도 1년 치 이자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난 9월 한 달 동안 30년물 금리는 0.39%포인트 올랐습니다. 한 달 만에 1년 치 쿠션을 다 써 버린 셈입니다.
두 번째 조건: 보험이 작동하는 날씨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주식과 장기채의 월간 상관계수는 -0.3이었습니다. 하나가 빠지면 다른 하나가 버텼습니다. 그런데 2022년 이후에는 +0.57입니다. 2022년에 S&P 500이 18% 빠질 때 TLT는 31% 빠졌습니다. 경기 침체로 오는 위기에서는 우산이 펴지지만, 물가가 문제인 위기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같이 젖습니다.
세 번째 조건: 시간
국채를 직접 사서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중간에 값이 어떻든 마지막에는 100달러를 돌려받습니다. 종착점이 있는 기차입니다. 그런데 TLT는 만기가 20년 넘게 남은 채권만 담으려고 계속 갈아탑니다. 종착역이 없는 러닝머신입니다. 버티면 원금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실제로 2020년 고점에 산 사람은 이자를 다 받고도 아직 45% 손실입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은 국채와 정부보증 주택채권의 평가손이 자기자본을 넘었습니다. 손해를 보고 채권을 팔았다는 발표에 하루 만에 예금 420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결국 무너졌습니다. 만기까지 들고 가는 것도 버틸 수 있을 때 얘기입니다.
금리가 높을 때 산 사람들의 결말
결말은 두 갈래였습니다. 1981년 9월 미국 10년물 금리는 15.84%로 역대 최고였습니다. 그때 산 사람은 이듬해 한 해에만 30~40%대 수익을 냈습니다. 물가가 잡히면서 금리가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반대 결말도 있습니다. 1970년대 초에는 6%대 금리도 높다며 샀지만, 금리는 오르내리면서 10년 뒤에는 15%를 넘었습니다. 1972년부터 10년 동안 10년 국채에 계속 투자했다면 물가를 빼고도 40% 가까이 손해였습니다.
2023년 10월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5%에 닿자 "이번이 꼭대기"라며 장기채를 산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그때가 고점이었고, 두 달 만에 TLT는 20% 넘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뒤 3년을 들고 있었다면 이자까지 합쳐 6.4%입니다. 같은 기간 초단기 국채 ETF는 14%였습니다.
두 결말을 가른 것은 금리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1981년에는 물가가 정점을 지나 내려가고 있었고, 쿠션도 두꺼웠습니다. 지금은 쿠션이 얇습니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고, 승부는 산 다음에 금리가 어디로 가느냐에서 났습니다.
한국 투자자의 성적표
국내 투자자도 크게 걸었습니다. 2023년 서학개미가 해외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도 엔비디아도 아닌, 미국 장기채를 세 배로 따라가는 TMF였습니다. 11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TMF는 2020년 고점에서 가격이 95% 빠졌습니다. 매일 세 배를 다시 맞추는 구조라 오르락내리락만 해도 깎입니다. 2023년에 TLT가 3% 가까이 올랐는데 TMF는 13% 잃었습니다. 예탁결제원 자료로 거칠게 추정하면, 2023년부터 지금까지 서학개미가 TMF에서 본 손실은 이미 판 것까지 합쳐 1조 원 가까이 됩니다.
해외 상장 장기채 ETF 세 종목의 보유액도 2024년 8월 4조 원에서 지금 1조 5천억 원 정도로, 2분의 1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3분기에 서학개미의 돈이 몰린 곳은 장기채 ETF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채권을 직접 40억 달러, 우리 돈 5조 원 넘게 사들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분기 최대입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환율이라는 시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2024년 TLT는 달러로 8% 올랐지만 원화가 약해져서 원화로는 5% 가까이 벌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대입니다. 3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12% 가까이 떨어지면서, TLT는 달러로 9% 빠졌는데 원화로는 20% 가까이 빠졌습니다. 금리와 환율의 두 시소에 동시에 맞은 것입니다. 국내 상장 미국 30년 국채 ETF도 최근 석 달 수익률이 환헤지형 -8%, 환노출형 -2%였습니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결과도 세금도 달라집니다.
정리
국채가 반토막 난 것은 채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0%대였던 금리가 5%대로 오른 탓입니다. 5%대 이자는 분명 반가운 숫자입니다. 하지만 장기채를 산다는 것은 이자 상품을 산다기보다 금리가 내려간다는 쪽에 거는 일에 가깝습니다. 쿠션은 얇고, 보험은 날씨를 가립니다.
앞으로 볼 숫자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번 주 미국 국채 입찰입니다. 미국 시간 7일에는 10년물, 8일에는 30년물이 팔리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몰리는지를 보면 덤이 더 커질지 줄어들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둘째, 14일 발표되는 미국 9월 소비자물가입니다. 물가가 다시 높게 나오면 연준의 추가 인상 쪽으로 무게가 실립니다. 남은 연준 회의는 10월 27~28일과 12월 8~9일입니다. 셋째, 기간 프리미엄입니다. 2020년에는 -1.4%포인트였던 덤이 지금은 0.9%포인트입니다. 이 덤이 더 커지는지 줄어드는지가 장기 금리의 방향을 가를 큰 변수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5%대 미국 장기채를 이자 상품으로 보시나요, 아니면 금리 배팅으로 보시나요? 그렇게 보는 이유를 댓글로 들려주세요. 돈의 흐름, 머니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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