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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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제를 '엔드게임'으로 규정하고, 정부·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이 소진되어 통화 팽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 2008년 이후 양적완화가 주가를 밀어올렸고, 미국 기축통화 지위 유지 때문에 달러 강세·환율 만성 상승 압력이 있다고 봄. 국민연금의 해외(달러) 투자 확대, 대기업 달러 보유, 미·한 금리차를 환율 상승 근거로 제시. 금은 통화량 대비 적정가격이라며 장기 보유 입장, 경기침체 시 금값 급락 가능성은 인정. 강남 집값 등 자산 쏠림 현상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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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급격히 오를 때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처럼 2,000원을 넘기도 했지만, 이런 급등은 대개 금방 내려옵니다. 그런데 지금의 환율은 급등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그래프만 봐도 확연히 보이시죠. 그래서 저는 2019년에 이런 흐름을 보고 책에서 전재산의 50%를 달러로 바꾸고, 10%는 금으로 바꾸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엔드게임이라고 하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뜻으로 오해하시기 쉬운데, 경제학에서 이 표현은 다른 의미로 씁니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을 거의 다 써서, 더 이상 쓸 수 있는 정책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금리를 낮출 만큼 낮추고, 돈도 뿌릴 만큼 뿌렸는데 더는 꺼낼 카드가 없는 상황이죠. 저는 지금 경제가 바로 이 엔드게임 국면에 들어와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정책 수단이 많았습니다. 1980년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때 20%까지 올랐습니다. 이자가 20%를 넘으면 고리대금으로 처벌받는 요즘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그만큼 금리를 낮출 여지가 컸고, 경기 침체가 오면 기준금리를 낮추기만 해도 경제가 금방 회복되고 주가도 두세 배씩 오르곤 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계속 반복되면서 생겼습니다. 경기 침체가 올 때마다 금리를 낮췄지만, 한 번 내린 금리는 예전 수준으로 다시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패턴이 30년 가까이 이어지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결국 제로금리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고, 연준은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연준이 꺼낸 카드가 양적완화입니다. 사실 이 정책은 일본이 먼저 실험했습니다. 일본은 2001년부터 조금씩 양적완화를 시작했고, 약 7년 동안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그 뒤 당시 연준의장이던 버냉키가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12월 미국에 본격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와 S&P500 지수의 움직임을 비교해 보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했을 때입니다. 미국은 돈을 더 늘리지 않았지만, 같은 시기 유럽은 양적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주가는 올랐고 유럽 주가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유럽 경제는 2010년부터 이미 어려웠기 때문에, 유럽에서 풀린 돈이 달러로 바뀌어 미국 주식으로 흘러 들어간 것입니다. 성장할 곳이 미국밖에 없었던 셈이죠.
2008년 이후 증시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은 결국 하나라고 봅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돈을 뿌린 만큼 자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입니다. 연준이나 미국 정부가 계속 돈을 풀면서 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가 2008년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돈으로 펌프질을 하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연준과 미국 정부는 돈을 무한정 풀 수 있을까요? 아무리 기축통화인 달러라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돈을 풀지 못하게 막는 저승사자가 있는데, 바로 물가입니다.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미국은 물가가 3%를 넘으면 긴장하고 4%를 넘으면 긴축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CPI(소비자물가지수)나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발표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겁니다. 달러가 물가 대비 휴지조각이 되면 기축통화의 지위가 약해지고, 결국 달러의 힘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의 물가지표는 정권과 관계없이 통계청이 오래전부터 잘못 만들어 와서 실제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물가 때문에 긴장하는 정도는 미국과 다릅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돈 풀기를 막는 것은 환율입니다. 물가지표는 정부가 발표하는 만큼 조작하거나 왜곡할 여지가 있지만,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 등 스마트머니가 달러를 살지 원화를 살지 결정하는 시장에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환율에는 중요한 마지노선들이 있습니다. 최근 2~3년 동안을 보면 1,400원이 첫 번째 마지노선이었고, 그때부터 긴장하는 분위기가 나타났습니다. 1,450원을 넘으면 돈을 더 풀기 어렵고, 1,500원을 넘으면 긴축까지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환율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돈 풀기의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돈을 풀면 자산 가격이 오르는데, 재미있는 점은 미국은 주가가 오르고 한국은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애플처럼 돈을 벌면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애플의 주식 총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주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돈이 풀리니 사람들은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주식으로 몰려갔습니다.
한국은 코스피가 지난 15년 동안 2.7배 올랐는데, 시가총액은 5.4배로 늘었습니다. 주식 총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죠. 그래서 돈이 풀려도 주가가 그만큼 오르기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그 돈은 강남 아파트처럼 공급이 제한된 자산으로 흘러갑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빈부격차입니다. 미국에서 상위 1%가 가진 자산 비중을 보면, 경기 침체가 올 때마다 상위 1%의 자산 비중이 점점 커졌습니다.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돈을 나눠 줄 때는 보통 저소득층에 더 많이 주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완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찍어 내는 돈, 즉 통화정책으로 풀린 돈은 100% 시중은행으로 갑니다. 은행은 1,000억 원대 자산가에게는 2%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지만, 신용이 낮은 서민에게는 높은 금리를 받고 소액을 빌려줍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은행들이 서민 대출을 아예 줄이기도 합니다.
결국 부자들은 경기 침체기에 대출을 받아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싸게 사들일 수 있습니다. 돈이 풀릴수록 자산을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해지는 구조인 것이죠.
환율이 만성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트럼프 1기 때부터 미국은 "공장을 미국에 지으라"고 압박했습니다. 그전에는 한국 대기업이 수출로 번 달러를 대부분 원화로 바꿔 국내에 투자했는데, 이때부터는 월급만큼만 환전하고 나머지는 달러로 보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시장에 풀리는 달러 공급이 막힌 것이죠.
둘째,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입니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 자산에 투자하고 있고, 그 비중을 더 늘리려는 방향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채권이나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충격은 한 번에 올 수 있습니다.
셋째, 금리 차이입니다. 앞으로 3~7년은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미국 1년물 국채 금리는 4%대 초반, 한국은 2%대 초반으로 약 2%p 차이가 납니다. 같은 1년물 국채라도 미국 국채가 더 유리하고, 한국의 정기예금보다도 미국 국채 금리가 높습니다. 그래서 자금이 달러로 옮겨 갈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2019년 환율이 1,060원일 때 전재산의 50%를 달러로 바꾸라고 말했습니다. 이 판단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저는 달러 전환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3년 평균 환율보다 아래로 떨어지면 달러로 조금씩 바꾸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3년 평균이 많이 올라와 약 1,355원 수준인데, 가끔 그 아래로 내려갈 때 나눠서 바꾸는 것이죠.
금은 기준을 세우기가 조금 다릅니다. 금은 안전자산이라기보다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서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달러처럼 기준을 정해 두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적립식으로 매수하거나, 폭락을 노려 저점에서 사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금을 추천한 근거는 이렇습니다. 2019년 당시 금 가격은 1트로이온스에 1,200달러 정도였는데, 금 생산 단가는 1,4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금을 사면 손해 보기 어렵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금액 자체는 틀렸을 수도 있지만, 금값은 지금까지 전 세계 통화량(M2)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지금의 금값은 전 세계 M2에 비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더 찍으면 금값은 더 오를 것이고, 긴축을 하면 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돈을 더 찍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2019년의 금 보유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다만 금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하나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이 금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것을 팔기 때문에 금값이 20% 이상 폭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침체기에는 금값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인류는 이제 다시 건너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와 전 세계가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는데, 이 빚을 녹여내는 방법은 인류 역사에서 인플레이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부채가 약 37조 달러라고 할 때, 물가가 두 배로 오르면 실질 가치는 약 19조 달러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는 긴축보다 각국 정부가 M2를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확률로 말하면 6대 4 이상으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경기 침체가 오면 금값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함께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이 흐름에서 승자가 되시길 바라며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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