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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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국가부채는 세금 증가와 명목GDP 확대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나,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금리 급등 위험이 있다. 인플레 기대 급등기 1년 주가 연평균 수익률은 약 -1.8%로 주식이 가장 불리, 부동산 평균 수익률은 약 2.8%로 절반 수준으로 둔화, 채권은 인플레 정점 이후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1970년대 금값 급등은 닉슨쇼크와 실질금리 마이너스 때문이며, 현재 실질금리 마이너스 구간에서는 금이 유리하나 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면 금은 불리하고 채권·예금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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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을 발행하는 순간 금리 걱정 없이 쉽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나라는 인플레이션이 날 때 오히려 좋습니다. 반대로 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들의 눈치를 살살 살펴야 하는 나라는 인플레이션이 날 때 금리가 더 급등해서 경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신뢰의 게임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국가 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먼저 그림을 보시면, 1994년 이후 이탈리아와 독일의 금리가 나와 있는데 이탈리아 금리가 한때 독일 금리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999년 유로화가 출범하면서 이탈리아의 리라화와 독일의 마르크화가 사라지고 각국 화폐가 유로화로 통합되었습니다. 화폐가 같은데 금리가 높은 나라 채권을 다들 사들이면서 유럽 채권 금리가 같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2006~2007년쯤에는 독일 국채와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거의 같아졌습니다.
그러다 위기가 터졌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여러 나라가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리면서 "이 나라 채권은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가 커졌습니다. 이탈리아 금리는 훨씬 높아졌고, 더 높은 금리를 줘야만 채권을 사겠다는 상황이 되면서 채권 발행이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국가 부채 문제가 부각되었고, 재정 위기가 터져 구제금융을 받고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최근 독일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동반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는 GDP의 150%에 달합니다. 금리 수준이 4%대로 계속 유지되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4% 금리 채권으로 계속 차환해야 합니다. 이 경우 이탈리아가 매년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은 GDP 대비 약 6%가 됩니다. 저성장 국가인 이탈리아가 이 정도의 이자를 감당하면서 국가 부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나올 만한 금리 수준입니다.
다만 이 주장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가 부채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세금은 명목 소득에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강의료나 유튜브 광고 수입이 인플레이션으로 늘어나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나의 실질 소득은 그대로여도 명목 소득이 늘면 세금은 더 많이 걷힙니다.
그래서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때마다 재정 수입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물론 감세를 하면 예외가 생깁니다. 2000년대 초반과 2010년 경제 위기 이후에 감세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아주 강하게 발생하는 시기에는 세금이 엄청나게 많이 걷힙니다. 그림에 나와 있듯이 미국의 세금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0% 정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가 부채는 줄어듭니다. 미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는 한때 130%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줄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시기마다 국가 부채 비율이 낮아졌습니다. 국가 부채는 GDP 대비 비율이므로, 인플레이션으로 명목 GDP가 커지면 상대적인 부채 비율은 낮아지는 것입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부가 가장 이득을 봅니다. 두 번째로 이득을 보는 쪽은 빚을 진 사람입니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사람들, 특히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유리해집니다. 미국과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럽은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독일 금리가 오를 때 이탈리아 금리가 함께 오르는 정도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금리가 독일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2012년처럼 금리를 엄청나게 많이 줘야만 채권 발행이 가능해지는 상황이 다시 온다면, 금리가 4%를 넘어 6%, 10%까지 간다면 이탈리아가 버틸 수 있을지, 새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합니다.
그림의 녹색 부분이 확대될 때마다 이탈리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부각된 시점입니다. 2010년 그리스 위기, 2012년 유럽 재정 위기, 2015~2016년 그리스 국민투표 사건, 2018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 때 이탈리아 금리가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드라기 총리가 물러나면서 9월에 총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친러시아 성향의 정치인들이 집권하고 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이 깊어져 이탈리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인플레이션으로 국가 부채가 줄기는커녕 금리 부담이 더 커지고 채권 발행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기축통화국인 일본, 또는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처럼 글로벌 주요 통화 국가들은 금리를 조금만 높여도 채권이 잘 소화됩니다. 반면 금리를 엄청나게 높여야 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국가 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계 주요 통화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가 부채 문제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아주 강력하게 발생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강력한 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 기대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시기일 것입니다. 그림의 파란선은 인플레이션 기대, 빨간선은 국제 유가입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온 것은 유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셰일오일 혁명과 대체에너지 개발이 활발한 점을 생각하면 유가가 더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도 진정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2007년 말처럼 인플레이션 기대가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가 다시 온다면 자산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요? 인플레이션 기대가 폭발적으로 높아진 다음 1년 동안의 수익률을 조사해 봤습니다. 결과는 처참합니다.
**주식**: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가만있지 않습니다. 금리를 올리고, 기업들은 미래 예측이 어려워져 사업 환경이 불투명해집니다. 과거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격히 올랐던 다섯 번의 시기 중 네 번에 주가 급락이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뒤 주가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1.8%였습니다. 돈을 복사한다는 말이 들리면 주식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동산**: 다섯 번 중 두 번은 하락했고 세 번은 올랐습니다. 상승한 세 번 중 한 번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시기였는데, 그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평균이 다소 왜곡되었습니다. 어쨌든 다섯 번 중 두 번 빠졌으니 좋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값이 싸지면 집값이 오른다고 설명하는 분들은 데이터를 보지 않은 분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평균 수익률은 2.8%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약 5%에 비하면 상승률이 반토막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채권**: 그림에서 보듯 오히려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이 과정에서 당장은 기존 저금리 채권 가격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노력으로 뒤이어 불황이 찾아와 주가가 빠지면, 채권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역발상 투자와 리밸런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많이 빠진 자산을 편입하는 방향이 좋은 성과를 기록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 밖으로 높아지면 주식이 가장 불리하고, 그다음은 부동산입니다. 채권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가 뒤이어 퇴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투자에 적합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기사에서 가져온 그림을 보면, 1970년대 중동 전쟁부터 이란-이라크 전쟁까지 이어진 격동의 1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이긴 자산은 원유, 은, 금이었습니다. 반면 S&P500, 국채, 구리, 주택은 실질 수익률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보면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집니다. 지금 금 ETF에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70년대와 같은 흐름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을 보면, 1900년대 1차 대전, 2차 대전, 그리고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 중 금값이 크게 오른 것은 1970년대뿐이었습니다. 왜일까요?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이 금과 달러의 교환을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금값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달러의 속박에서 벗어나 금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생겼던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당시 실질 금리가 매우 낮았다는 점입니다. 금이나 원유는 이자를 주지 않습니다. 반면 예금은 이자를 줍니다. 실질 금리가 플러스 방향으로 움직이면 금값은 조정을 받고,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방향으로 움직이면 금값은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1년 이후에도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쪽으로 움직이면서 금값이 올랐습니다. 금값은 실질 금리의 함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미국 물가 상승률이 8%를 넘는 반면 단기 금리는 2.5% 정도까지만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5~6%가 되어 금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고 실질 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면 금은 오히려 불리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이자를 주는 채권이 유리하고, 한국 채권과 미국 채권 모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달러 예금도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금값이 오른다"는 말은 70년대에는 맞았지만, 그것은 닉슨 쇼크와 실질 금리 마이너스라는 특수한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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