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익희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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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닉슨쇼크 이후 달러는 금 태환 없는 신용화폐가 됐고, 통화·국채 발행 폭증으로 자산가격(부동산·주식)이 급등했다. 미국 국채 신뢰 하락과 달러 신인도 하락으로 달러 수명이 단축되는 국면에 들어갔다고 본다. 이 가치 희석 흐름의 수혜로 금과 비트코인을 중장기 가격 상승 동력으로 꼽았다. 미국·유럽은 팬데믹 후 인플레, 중국은 디플레 우려라는 대비도 제시했다.
다듬은 글
달러의 신인도 하락과 미국 국채의 신뢰 문제
안녕하세요, 홍익희입니다. 오늘은 금과 달러의 연결이 끊어진 날, 즉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현재까지 달러가 어떻게 걸어왔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기축 통화라고 얘기하지만, 근대적인 의미의 기축 통화는 네덜란드의 길더화가 최초입니다. 유럽에 통용되던 200여 개의 주화를 길더라는 통화로 일원화시키면서 길더가 세계적인 기축 통화 노릇을 했습니다. 이후 기축 통화의 패권은 영국의 파운드화로 넘어갔고, 파운드화는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서 오랫동안 기축 통화 시대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기축 통화의 패권은 미국의 달러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달러 시절에도 달러는 금에 연동되어 있었습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는 1온스당 35달러에 연동된 달러 시스템이 세계를 30여 년 넘게 이끌었습니다.
닉슨 쇼크와 신용화폐 시대의 시작
그러다 1971년 닉슨 쇼크로 인해 금과 달러의 끈은 끊어집니다. 그리고 1971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전적으로 미국의 신용에 의존하는 신용화폐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신용화폐 시대는 앞으로도 영속될까요? 달러 시스템이 미국의 신용으로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 같습니까? 지금의 미국 행태나 달러의 신인도, 그리고 미국 정부의 재정 정책으로 인한 달러 표시 자산, 즉 국채의 신인도는 점점 하락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달러 시대도 종말을 고하면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 우리 앞에 등장하게 될 겁니다.
원래 온스당 35달러였던 달러의 가치는 1971년 8월 15일 닉슨 쇼크로 교환의 약속이 깨져 버립니다. 그전에는 35달러를 가져가면 금 1온스를 내줬는데, 닉슨 대통령이 투기 세력의 침투로 인해 달러의 태환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달러와 금의 고리는 끊어졌습니다. 이 고리가 깨진 이면에는 당시의 냉전 시대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냉전 시대에 민주 진영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재정 팽창과 중액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 태환을 방어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미국은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태로 빠졌으며, 1971년 이후 신용화폐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한 3, 4년간 국제 외환 시장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1971년에 금 가격을 온스당 35달러에서 38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1974년에는 다시 42.2달러로 올리겠다고 연속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럼에도 암시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금이 거래되었습니다. 결국 1976년에 미국은 완전히 손을 들었습니다. 자메이카 협정에서 앞으로는 변동환율제로 직행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달러와 금의 공식 관계는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그 이전에도 미국은 1934년에 금 가격을 온스당 20.67달러에서 35달러로 올리면서 금 가치를 약 70% 인상했는데, 이때 달러의 금 가치는 약 41% 하락했습니다. 이는 금본위 시대에도 미국이 일종의 달러 평가절하를 통해 최초의 환율 전쟁을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달러 가치를 41% 절하시킴으로써 경쟁 수출국들에게는 고통을 안기고, 달러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엄청나게 상승했는데,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달러 가치를 이렇게 크게 평가절하시킨 덕분입니다. 그리고 이후 미국은 통화 남발을 통해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킵니다. 1974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로 올라 연 11%대를 기록했고, 1980년대 초에는 인플레이션이 무려 14%까지 치솟았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이때 연준 의장으로 임명된 사람이 폴 볼커인데, 볼커는 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거의 연 20%까지 올렸습니다. 결국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고서야 인플레이션을 잡았습니다. 세계 각국이 지금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극도로 긴장하며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근래에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그리고 1980년대 미국의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겪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경제의 최우선 순위입니다.
또 물가가 오르면서 동시에 실업이 늘어나고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는 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경기가 부양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부양되지 못하고 오히려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경기 침체가 겹치는 현상이 스태그플레이션인데, 이런 경우에는 헤쳐 나가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그래서 세계가 또 하나의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입니다.
금본위 시대와 통화 팽창
과거에는 금이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주었습니다. 즉 금본위 시대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세계가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금과의 고리가 끊어지고, 중앙은행이나 국가가 통화나 국채 발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서 욕심이 앞서 과도하게 남발했을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통화 발행량이나 M2 증가율, 달러 표시 국채의 증가율이 상상 이상으로 굉장히 높습니다. 미국의 통화 발행 현황을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연준의 통화 발행량이 약 8,000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팬데믹 사태 이후에는 자그마치 9조 달러 이상을 발행하게 됩니다. 12년 사이에 10배 이상의 통화를 발행한 것입니다.
이렇게 통화가 열 배 이상 늘어나면, 광의의 통화인 M2는 그보다 몇 배 이상 증폭됩니다. 게다가 통화 발행량보다 더 많은 것이 달러 표시 자산인 국채입니다. 지금 연준의 통화 발행량은 7조 달러가 채 안 되는데, 미국 국채 발행 규모는 40조 달러가 넘습니다. 국채도 담보로 맡기면 그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의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연준이 발행하는 통화와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달러 표시 자산의 합계가 세계 유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돈이 이렇게 많이 시중에 풀리면, 가장 먼저 뛰어오르는 자산군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알다시피 부동산입니다. 부동산은 지난 10여 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거의 10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통화 발행량과 국채 발행량에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가는 것이 바로 부동산입니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 가치의 훼손과 금·비트코인
모든 자산이나 상품이 같은 비율로 올라야 하는데, 그 비율로 오를 수 있는 금이나 비트코인은 그만큼 오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금 가격이 그만큼 오르지 못한 이유는 미국이 달러 관리 차원에서 금 가격을 계속 억눌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안전 자산으로 믿는 달러의 가치를 보면, 과거 온스당 35달러였던 금 가격이 지금은 4,300달러입니다. 달러 가치의 99% 이상이 훼손된 것입니다. 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1971년 CPI가 40 정도였는데 지금은 313 정도이니, 소비 구매력은 약 87% 감소한 셈입니다.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양이 그만큼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화폐 발행량이 이렇게 늘고 금융 자산이 이렇게 많이 늘면, 실물 상품에 비해 너무 많은 통화가 발행되고 결국 모든 자산의 값이 오르게 됩니다. 지금의 통화 발행량과 국채 발행량만큼 부동산에도 거품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금본위 시대에 비해 지금 신용화폐 시대에 얼마나 많은 돈이 발행되었을까요? 이를 세계 GDP와 견주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즉 금본위 시대까지만 해도 통화 발행량 대비 금융 자산의 비중은 50%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는 금융 자산의 비중이 109%로 두 배 이상 폭증합니다. 10년 만에 두 배가 늘었다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듯 1993년에는 215%가 되었습니다. 1980년 대비 또 두 배 이상 오른 것입니다. 이후 1999년 314%, 2004년 334%로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선진국의 경우 400%를 넘었습니다. 몇십 년 사이에 GDP 대비 시중 통화나 금융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해 거의 네 배 가까이 늘어났고, 결국 세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게 됩니다.
부익부 빈익빈과 주주 자본주의
과거에는 생산성의 과실 대부분을 근로자들이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1971년 신용화폐 시대로 들어서면서, 특히 주주 자본주의가 주요 목표로 떠오르자 생산성의 과실은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소득의 대부분이 상위 10%에 집중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 체계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있는데, 2017년 미국 연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위 1%의 소득 증가율이 당시 약 23% 정도였습니다. 즉 소득 점유율이 오른 계층은 상위 1%뿐이었고, 차상위층은 현상 유지를 했으며, 나머지 국민 90%의 소득 점유율은 계속 떨어져 50% 미만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 이상을 가져가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돈을 잘 버는 한 사람이 나머지 아홉 사람보다 더 많이 버는 셈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돈이 상위 10%에게 몰리게 된 것입니다.
결국 통화와 국채의 급증은 상위 10%에게 자산을 몰아주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 10%의 계층만이 부를 늘릴 수 있는 시스템에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1980년대 미국은 워싱턴 컨센서스를 통해, 제조업으로는 더 이상 세계의 부를 가져올 방법이 없다면 미국의 자본력을 활용해 세계의 자본 소득을 얻겠다는 구상을 갖고, 각국의 외환 시장과 금융 시장의 빗장을 강제로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IMF 사태를 틈타, 그 나라의 금융 위기나 외환 위기를 이용해 IMF가 지원하면서 IMF 주도 아래 외환 시장과 금융 시장의 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세계 금융 시장은 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고, 결국 미국 자본이 자본 소득을 올리는 시장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와 교훈
1997년 IMF 사태에 대해 여러분은 우리가 왜 IMF를 겪었는지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일종의 선진 조국 창조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당시는 군부 독재 시대였습니다.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다 보니, 경제만큼은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 발전에 힘을 쏟았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선진국을 만들어 보여 줘야겠다는 집착에 빠지면서, 거의 10년 넘게 우리나라 환율을 1달러당 800원대로 묶어 두었습니다. 1만 달러 시대의 선진 조국을 빨리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외환 시장을 인위적으로 관리한 것입니다. 그 결과 어떤 일이 터졌을까요? 원화 가치를 고평가된 상태로 계속 고집하자, 수출 경쟁력을 잃어버려 수출은 점차 줄고 수입은 늘면서 무역 적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결국 무역 적자로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 나라 곳간이 거덜 난 것입니다. 당시의 환율 정책은 군사 정권의 직권 시대를 그대로 반영한, 정말 무식한 정책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 차이
최근 상황을 보면, 팬데믹 이후 나라마다 인플레이션 양상이 다릅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높아 시달렸던 반면, 중국은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만큼 물가가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원인을 통화 공급량에서 찾아보면, 그래프가 각 통화의 발행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빨간색 그래프가 달러인데,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약 8,000억 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9조 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7조 달러 정도로 내려와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 달러보다 더 많은 통화를 발행한 것이 유로입니다. 유로화의 폭증세는 2020년 팬데믹 사태 때 엄청나게 뛰어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미국보다 더 높았습니다. 특별한 그래프가 하나 있는데, 바로 황색 그래프입니다. 이것은 중국의 위안화입니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위안화 발행량은 다른 통화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팬데믹 사태 때 중국은 봉쇄 정책을 쓰면서 돈을 더 이상 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다른 나라들의 통화량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중국의 위안화는 통화 발행이 늘지 않아 중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중국은 통화 정책에서 여러 가지 자유로운 운신의 폭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 지금은 통화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동시에 금리를 낮출 수도 있는, 건전한 통화 정책의 시대에 중국은 들어섰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다른 통화들은 팬데믹 때 너무 많은 통화를 발행한 탓에 지금 상당히 곤란을 겪고 있으며, 고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 붕괴와 전망
이제 신용화폐 시대에 들어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연 기축 통화를 발행하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같은 나라들이 통화 관리를 제대로 해 줄 것인지, 그들을 신뢰해도 괜찮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이러한 의구심이 깨져 나가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 포기와 자국 우선주의, 트럼프 이후의 변덕스러운 정책, 그로 인한 달러의 신인도 하락, 그리고 미국 국채에 대한 끝없는 발행으로 인해 이제는 미국 국채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달러의 수명을 단축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통화의 가치 희석에 따른 수혜 종목으로서 금과 비트코인을 주목해 볼 만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동력을 기대하셔도 좋겠다는 결론으로 오늘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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