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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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으로 반도체 매출이 1조 달러를 넘어섰고 메모리 가격이 2025년 가을 이후 크게 급등(약 600%)했다. 키옥시아 실적 전망 상향 등 실적 개선과 설비투자 선순환이 나타나는 중이다. 다만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와 중국 CXMT의 상장·증설 자금 확보로 2026년 이후 공급이 늘면 치킨게임 재발 가능성이 있어, 공급 확대 시기에는 강세 진정이나 가격 후퇴를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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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올해에만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빠른 곳은 내년 기준으로 내년 봄에 추가적인 생산 물량이 나온다고 장담하고 있는 상황인데, 중국마저 이런 대규모 공급에 가세하게 된다면 다시 치킨 게임에 빠져들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까 잠깐 방송 중에 보니까 5,500, 5,600을 차례로 넘어서는 초강세장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런 강세장 속에서 주도주인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명피디님.
네, 안녕하세요, 박사님. 최근 키옥시아가 시장 예상치를 두 배나 뛰어넘는 실적 전망을 내놓았고, 2026년 물량은 이미 완판이며 장비를 들여놓을 클린룸조차 없다는 비명이 들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 반도체 초호황, 정말 걱정 없이 즐겨도 되는 수준일까요?
아, 이거 참 어마어마한 호황인데요.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1987년부터 2026년까지 10억 달러 단위로 본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을 보면, 드디어 한 해 동안 반도체 관련 산업에서 발생하는 돈이 1조 달러를 넘어서는 시절이 왔습니다.
이만큼 어마어마한 매출 증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돈도 많이 벌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관심도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매출만 크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림에서 보듯 모든 유형의 메모리 가격이 2025년 가을 이후 급등했습니다. 상승률을 설명드리기 참 어려운데, 600% 정도 올랐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란 선은 DDR5 D램이고, 검정 선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512GB입니다. 연초에 잠깐 꺾이기도 했는데 다시 낸드플래시 가격이 더 올라가는 걸 보니, 세계 3대 낸드플래시 회사 중 하나인 키옥시아의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이런 엄청난 실적 개선이나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결국 AI 붐입니다. AI 붐 속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HBM, 즉 고대역폭 메모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가인 DDR D램이나 방금 말씀드린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설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거나, 이쪽 설비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HBM뿐 아니라 각종 연산·추론과 관련된 반도체 수요까지 늘면서 반도체 시장에 병목이 생겼습니다. 가격이 급등하니 기업 실적 전망도 개선되고, 실적 전망이 좋아지니 강력한 설비 투자가 촉발되는, 연쇄적인 선순환을 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사님 블로그에서도 강력한 경고를 주셨었는데요. 당시 키몬다도 세계 3위 점유율에 유럽의 자존심이라고 불릴 정도였는데, 왜 단 3년 만에 파산이라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 건가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역사를 보면, 초기에는 미국 인텔이 차지하다가 그다음에는 히타치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장악했고, 그다음은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여기서 연한 보라색으로 표시된 것이 엘피다인데요, 2013년에 사라지는 게 보이시죠? 일본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마지막 숨이 끊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직전인 2011년에는 독일 반도체 회사 키몬다도 숨이 끊겼습니다.
이런 수많은 회사의 파산이나 경쟁력 상실 과정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요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소비자 시장이 열렸을 때 얼마나 적극적으로 잘 대응하느냐입니다. 옛날에는 서버용 D램을 많이 생산했는데, 일본 기업들은 서버용 D램에 맞춰 설비를 갖추고 아주 높은 품질의 제품만 생산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PC와 노트북 시장이 출현하면서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시장 주도권을 뺏겼습니다. 그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에도 많이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잘 적응해 왔고, 드디어 인공지능 관련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때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치고 나가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끝부분에서 크게 위축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소비자 시장이 출현할 때 어떻게 잘 대응하느냐가 첫 번째로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불황이 왔을 때 투자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점인데, 이게 정말 어렵습니다. 사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거대 그룹에 속해 있어서 살아남은 면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같은 경우 이전에는 현대전자였습니다.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합병하고 외환위기에도 버텨 나가다가, 2000년대 초반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습니다. 정부가 매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가 결국 SK그룹이 인수하면서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듯 어마어마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이 투자를 특히 불황기에도 가속화해 놔야 지금 같은 호황이 왔을 때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황기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면 참혹한 대가를 받게 됩니다. 앞서 가는 기업들은 호황이라고 놀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잠시 불황이 와서 공급과잉이 되는 순간 버티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당시 키몬다의 파산은 독일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망설인 결과, 추가 투자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쓰러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과 SK가 HBM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의 CXMT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과거 키몬다나 엘피다처럼 무너질지, 아니면 새로운 치킨 게임의 공포를 안겨 줄지 어떻게 보시나요?
이거 사실 좀 무서운 거죠. CXMT, 즉 창신메모리라는 곳인데요. 이 회사가 아직도 안 망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험난한 행군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아니면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할 만큼 경쟁력도 딸리고, 생산능력도 굉장히 보잘것없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회사에 운이 왔습니다. 두 가지 운이 겹쳤는데요.
첫 번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에 주력하는 사이에 메모리 현물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폭등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제품이라도 쓰려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이 회사가 작년 2025년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년 흑자 전환의 기세를 몰아 올해 중국 증시에 상장하는데, 그 상장 규모가 우리 돈으로 60조 원 이상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파다합니다. 그만큼 대규모로 상장하면 최소 10~15% 이상의 증자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자금 조달 규모가 6조에서 10조 원 또는 그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요? 네, 설비를 늘릴 겁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올해에만 200억 달러, 약 300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단행하며 빠른 곳은 내년 봄에 추가 생산 물량이 나온다고 장담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중국마저 이런 대규모 공급에 가세하게 된다면, 다시 치킨 게임에 빠져들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이 치킨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는 승자 쪽에 있을 거라고 기대는 됩니다만, CXMT의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는 시장의 가파른 강세가 진정되거나 가격이 후퇴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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