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신사임당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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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직후 금값이 11% 급락(26% 조정)했지만, 중앙은행이 연 1,000톤 이상 금을 사들이고 있어 금리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금 가격의 반등은 중앙은행 매수 지속 여부에 달렸다고 주장. 미국 부채 부담으로 폴 볼커식 고금리 대응이 불가능하고 연준 긴축 중단이 금 상승 요인이라고 봄. 원화 기준 금은 20년간 11.7배 올랐고 한국은행은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았으며 한국은 실물 금 구매 시 부가세 10%가 부담이라고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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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사임당 양피디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습니다. 전면전이에요. 중동 전체가 불바다가 되기 직전까지 갔죠. 이럴 때 우리가 떠올리는 건 바로 금입니다. 전쟁이 나면 금을 사라. 수십 년 동안 우리 머릿속에 있던 공식이었죠. 그런데 그 주에 금값이 무려 11%나 빠졌습니다. 1983년 이후 최악의 한 주였어요.
전쟁이니 안전 자산을 사야지 하고 고점에서 금을 산 사람들은, 온스당 5,000달러 선이 무너지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바이 공항에서 운송이 막히자, 거래 업자들은 국제 시세보다 온스당 30달러씩 싸게 내던지듯 팔았고요. 그러니 하락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었죠.
사상 최고치 대비 무려 26%가 빠졌습니다. 1월에 5,414달러였던 금값이 4,000달러 초반까지 미끄러지듯 내려왔죠. 그런데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전쟁이 터지고 금리가 올라도, 이제 금은 우리가 알던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이 시장 신호를 전부 무시하면서 금을 사고 있는 걸까요?
고점에 물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드는 상황이에요. 안전 자산이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공식이 깨진 게 아니라, 금을 사는 주체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지난 20년 동안 금값은 달러 기준으로 약 9.8배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지수 S&P 500은 5.4배 올랐고요. 보통은 주식이 상승 속도에서 금을 이기는데, 지난 20년은 정반대였습니다. 금이 주식을 거의 두 배 차이로 이겨 버린 거죠. 이건 반짝 오른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여기저기서 폭락이다, 아니다, 조정이다, 지금 사야 한다, 지금 팔아라, 말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런 소음 속에서 우리가 진짜 봐야 할 건 가격이 아닙니다. 누가 그 금을 사고 있느냐, 그게 진짜 질문입니다. 오늘은 이 질문을 세 가지 반등 조건으로 나눠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2010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금을 팔던 손에서 사는 손으로 돌아섰고, 최근 몇 년간은 매년 1,000톤 넘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1,000톤이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시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진 금이 약 8,100톤입니다. 지금 속도로 계속 사들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이 8년만 사도 미국의 보유량을 통째로 넘어서게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양보다 방향입니다. 여러분이나 저 같은 개인 투자자, 그리고 펀드는 금을 왜 살까요? 오르면 사고, 떨어질 것 같으면 팔죠. 금리가 오르면 예금이 더 낫다며 금을 팝니다. 손익을 계산하는 거죠. 그런데 중앙은행은 그런 공식으로 사지 않습니다. 이익을 보려고 사는 게 아니라, 나라의 곳간을 무엇으로 채울까를 고민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그 곳간을 미국 국채로 채웠는데, 이제 그 자리를 금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뜻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금값이 오르든 내리든, 금리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 둔감한 매수자가 시장에 등장한 겁니다. 처음에 얘기했던 그 이상한 장면, 전쟁이 터졌는데 금값이 떨어진 사건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개인과 펀드는 금리 부담에 던졌지만, 진짜 큰손인 중앙은행은 그런 뉴스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들이고 있습니다. 파는 손과 사는 손이 완전히 다른 논리로 움직이고 있는 거죠.
과거에는 정반대였습니다. 중앙은행이 금을 사기는커녕 계속 팔아치웠어요. 특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중앙은행들이 협정을 맺고 금을 대거 쏟아냈습니다. 가격이 버틸 수 없었겠죠. 그래서 금값은 1980년 고점부터 2000년 무렵까지 20년 동안 70% 넘게 빠지는 긴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한 세대가 금은 안전 자산이 아니라고 생각할 법한 시간이었죠.
지금은 어떨까요? 팔기는커녕 사는 것도 모자라, 이제 되찾아오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자기 금을 영국 런던 금고에 맡겨 뒀어요. 세계 금융 중심지니까 거기 두는 게 안전하다고 여겼죠. 그런데 인도가 몇 년 사이 상당량을 자기 나라로 다시 가져왔고, 세르비아는 자국 금을 전량 서방 금고에서 빼 국내로 옮겼습니다. 폴란드, 터키, 나이지리아도 조용히 같은 흐름을 타고 있고요.
핵심은 얼마나 사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두느냐입니다. 왜 굳이 안전하다던 런던에서 힘들게 자기 나라로 옮길까요? 서방 금융 시스템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해외 자산을 묶이는 걸 보고, 다른 나라 금고에 있는 내 금이 과연 내 금이 맞는지 생각하게 된 거죠. 과거 금값 대세 하락의 결정적 이유가 중앙은행의 금 매도였다면, 지금은 그 조건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팔던 손이 사는 손으로, 그리고 되찾아오는 손으로 바뀐 겁니다.
질문을 하나 던져 볼게요. 원래 금은 금리가 오르면 떨어지는 자산입니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으니까요. 예금이나 국채는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주니, 이자 한 푼 없는 금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죠. 달러가 강해져도 금은 떨어지고요. 수십 년간 시장을 가리키던 나침반이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9월 이후 금값은 무려 233%나 올랐습니다. 이 기간이 어떤 때였죠? 미국이 금리를 미친 듯이 올리던 때입니다. 지금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8% 수준이고요. 상식대로라면 금리가 이렇게 오르는데 금은 줄어들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두 배 넘게 뛰었어요. 나침반이 완전히 반대를 가리키고 있는 거죠.
나침반이 고장 난 게 아닙니다. 나침반을 보지 않는 손이 시장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은 금리표를 보고 금을 사는 게 아니에요. 달러만 믿기엔 위험하니까 사는 겁니다. 금리가 6%든 3%든 이들의 결정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그러니 금리로 금값을 예측하던 옛 공식이 더 이상 통할 리 없죠. 금값이 언제 반등하느냐가 궁금하다면, 금리표를 들여다보며 맞추려는 시도 자체가 이제 틀린 생각입니다.
조정을 다 받고도 금값은 20년 전보다 7.3배 높은 자리에 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은 5.9배고요. 26% 빠졌다고 요즘 떠들썩하지만, 여전히 주식보다 높은 위치입니다. 반등의 조건은 이제 금리가 아니라, 이 새로운 큰손들이 계속 사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는 거죠.
1980년, 폴 볼커라는 사람이 금리를 20%까지 올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물가가 15%까지 치솟았는데, 이를 초고금리로 눌러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미국이 같은 방법으로 금값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볼커는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국가 부채는 GDP 대비 31%에 불과했어요. 곳간에 여유가 있었으니 금리를 올려도 정부가 견딜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 부채가 GDP 대비 124%입니다. 볼커 시절보다 거의 네 배 가까이 되는 상황이에요.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됩니다.
미국 정부는 1년에 세금으로 약 5조 달러를 걷는데, 그중 1조 달러가 국채 이자로 나갑니다. 버는 돈의 5분의 1이 이자로 증발하는 셈이죠. 참고로 2026년 전 세계가 열광하는 AI 투자 총액은 약 6,500억 달러입니다. 어마어마한 AI 투자보다 미국이 내는 이자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만약 금리를 6% 수준으로 올린다면 이자 비용은 1.5조 달러로 불어나고, 나라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거덜 날 수 있어요. 폴 볼커식 초고금리는 애초에 지금의 선택지에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준은 그동안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긴축을 해 왔는데, 이게 멈췄어요. 단기 자금 시장이 삐걱거리자 결국 손을 든 겁니다. 돈을 거둬 놓았다가 다시 풀어낼 준비를 하고 있죠. 긴축하는 척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유동성이 풀리는 순간, 그것이 금값을 끌어올리는 방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게 금값의 세 번째 반등 조건입니다.
금값이 달러로 7.3배 올랐다고 했죠. 그런데 우리는 원화로 금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금값은 20년간 무려 11.7배 올랐습니다. 조정 전 고점 기준으로는 16배고요. 달러보다 차이가 이렇게 큰 이유는 환율 때문입니다. 20년 전 970원 하던 환율이 지금 1,550원 근처에서 자리 잡고 있어요.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겁니다.
한국 사람에게 금은 이중으로 오른 셈입니다. 금 자체도 올랐고, 원화도 약해졌으니까요. 같은 20년 동안 원화 기준 S&P 500은 9.4배, 코스피는 6배, 코스닥은 1.4배였습니다. 국채 1년물은 1.6배에 그쳤고요. 금이 이 모든 것을 압도했습니다. "나라가 망하면 화폐가 휴지 조각이 된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 꼭 나라가 망해야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원화가 20년 동안 서서히 약해지는 사이, 그 일은 이미 우리 눈앞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씁쓸한 이야기를 하나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을 쓸어 담는 동안, 한국은행은 11년 동안 금을 한 톤도 추가로 사지 않았습니다. 제자리걸음이에요. 우리 금 대부분이 영국 런던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자기 금을 찾아오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남의 금고에 맡겨 둔 채 흐름 밖에 서 있는 구조죠.
그러다 보니 개인이 스스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실물 금을 사려면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이런 조건을 가진 나라가 많지 않아요. 보험 하나 드는데 세금부터 떼는 셈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은으로도 시선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은 시세는 7월 1일 기준 온스당 58달러 후반으로, 금보다 훨씬 부담이 덜하니까요. 나라가 금을 사 주지 않으니 결국 각자도생으로 보험을 드는 겁니다.
처음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전쟁이 터지고 금리가 올라도 시장 신호를 몽땅 무시하며 금을 사 모으는 건 누구일까요? 바로 중앙은행입니다. 이익을 보려고 사는 게 아니라, 나라의 곳간을 국채에서 금으로 바꾸고, 달러가 불안하니 사는 주체예요. 가격이 얼마든 상관하지 않는 힘을 가진 손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알던 금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겁니다.
과거와 지금의 진짜 차이는 이겁니다. 그때는 중앙은행이 금을 팔았고, 지금은 각자 나라로 되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때는 정부가 부채 여유가 있어서 초고금리로 금값을 누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자만 1조 달러라 그럴 수 없습니다. 결국 금값이 다시 오르느냐 마느냐는 금리표에 있는 게 아니라, 큰손들이 계속 금을 사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정을 다 받고도 금은 20년 전보다 7.3배 높은 자리에 있고, 주식은 5.9배 높은 자리에 있습니다. 26% 빠진 게 큰 폭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판이 바뀌는 한복판에 서 있는 겁니다. 금은 이제 그저 안전 자산이 아니라, 국채가 차지하던 곳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금이 26% 폭락했다"는 헤드라인만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그 헤드라인 뒤에서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매년 1,000톤씩 꾸준히 금을 사 모으며 금고에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격만 보면 일시적인 소음에 휘둘리겠지만, 누가 사는지를 보면 흐름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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