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규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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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 강세 지속 전망. 화폐가치 하락·미국 부채 우려와 지정학 리스크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고 있으며, 실질금리 하락과 연준 금리인하 사이클이 금 상승 동력이라고 주장. 트럼프 중간선거 변수로 단기 조정 위험은 인정하나 긴 호흡에서 금 사이클은 굳건하다고 봄. CME 증거금 인상은 선물 시장의 영향이 제한적이며 하락 시 매수 기회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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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구리가 연이어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금거래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현장의 열기가 어떤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확실히 작년부터 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라갔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전에는 주얼리 위주로 수요가 일어났다면, 요즘은 골드바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골드바 가격이 옛날 2, 30만 원 정도 하던 때보다 지금은 90만 원 정도 하는데도, 한 돈 살 것을 다섯 돈 사고 다섯 돈 살 것을 열 돈 사는 식으로 중량이 큰 단위의 거래가 많이 늘었습니다. 단순히 금 자체를 넘어 금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체감됩니다.
가격만 보면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작년 초만 해도 금 가격이 50만 원대였는데, 지금은 90만 원을 돌파했으니 많이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금 가격을 단순히 비싸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4, 5년 뒤 우리가 가진 화폐와 달러의 가치가 지금보다 얼마나 떨어질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높고 낮음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많이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현금을 그대로 갖고 있기보다 금 같은 실물 자산을 갖고 있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그래서 단순한 가격 이상으로,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금 가격이 오르면 은도 함께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는데, 흔히 말하는 화폐 불신, 즉 디베이스먼트가 이런 상승의 원동력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달러를 중심으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 가격은 오르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금 가격은 떨어지는 경향이 아주 강합니다.
달러는 금과 함께 전 세계 안전 자산의 두 축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금보다 우위에 있던 자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달러가 가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부채만 봐도 그렇습니다. 미국 국가부채는 약 38조 4천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5,500조 원 규모입니다. 이자만으로도 1년에 국방비보다 많은 약 1,400조 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은 가만히 있어도 1년에 2조 달러 이상의 빚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자 각국 중앙은행들도 생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5년, 10년 뒤 달러 가치가 얼마나 떨어질지 감이 잘 오지 않으니, 미국 국채나 달러를 보유하는 것보다 금 같은 실물 자산을 보유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런 달러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잔재해 있습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지정학입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국제법 위반 논란이 나온 것처럼, 미국이 직접 지정학 문제에 뛰어드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자산인 금에 대한 안전 자산 수요가 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폐가치 하락과 국제 정세의 긴장이 새로운 상수가 되면서 금 수요를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리 기대감도 금 가격의 원동력입니다. 금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실질금리입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으로, 금리가 낮아지고 물가가 오를수록 금에 유리합니다. 최근 물가 지표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 보였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불씨를 남기고 있습니다. 작년 9월과 12월에 금리가 인하됐고, 올해도 금리 인하 사이클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얼마나 빠르고 깊게 갈지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연준 의사록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가 한두 번에 그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 시장의 기대를 누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준 의장이 교체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선거도 있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에서 유동성 공급이 많이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금리를 떨어뜨리며, 시장에 돈이 쭉쭉 풀려나가는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에는 뜨거운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이것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가상자산 가격도 함께 떨어진다는 해석이 있듯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측이 힘을 잃는다면 유동성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금값도 크게 변동할 수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중간선거와 연준 의장 교체로 더 완화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점을 이미 가격에 반영해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반대로 움직이며 긴축 방향으로 가는 신호가 나온다면 금 가격에도 큰 조정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조정 위험은 있지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보면 금의 사이클은 여전히 굳건하고 상승 모멘텀도 강합니다. 단기 변동을 고려하되 긴 호흡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최근 가장 큰 변동성의 원인 중 하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증거금 인상 이슈였습니다. 보통 금 가격을 말할 때 온스당 4,200달러, 4,500달러라고 하는 것은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선물 시장에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트레이더가 많은데, 증거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레버리지 트레이더에게 추가로 현금을 입금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트레이더는 현금을 더 넣고 기존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트레이더는 강제 청산을 당하게 됩니다.
과거에도 금과 은 가격이 급등할 때 거래소가 증거금을 올려 가격을 누르려 한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는 1년에 15번 이상 증거금을 인상한 적도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금과 은 가격이 많이 출렁이는 과정에서 CME가 증거금 인상으로 가격을 누르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CME에서 증거금 인상으로 금과 은 가격이 하락했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인 상하이 금거래소는 실물 기반입니다. 이곳과 CME 은 가격의 차이가 8달러, 즉 10% 가까이 벌어지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선물이라는 종이 계약의 시장이 실물 가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증거금 인상이 금과 은 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미미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CME의 증거금 인상 이슈가 금과 은의 상승세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증거금 인상으로 인해 가격 하락이 나타난다면, 이를 두려워할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분할 매수의 기회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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