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시동 · 한국인
요약 보기
스페이스X 상장 후 수급 쏠림과 보호예수 물량 출회가 하반기 시장 부담 요인이며, 오픈AI·앤트로픽 IPO도 수급 부담을 키운다고 진단. 반도체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 ADR 상장 초읽기와 주주환원 기대(약 100조 규모 언급)가 상승 모멘텀으로 제시됨. 다만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건부 논리.
다듬은 글
스페이스X가 옵션 거래까지 시작되면서 변동성이 크게 달라진 상황입니다. 내일까지 예정된 이벤트로 조금이라도 수급이 꼬이면 시장 전반에 노이즈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글쎄요. 스페이스X는 지금 지수 종목이 아닙니다. 지수 안에서 지수를 움직이는 상황이 아니라, 거꾸로 말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개별 종목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저는 요즘 이렇게 부릅니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 최대의 밈 주식이다. 펀더멘털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 수급으로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풀려 있는 물량은 전체 지분의 3% 내외인데, 이 물량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으니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분은 카지노판이 열렸다고까지 말하는데, 일정 부분은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일차적으로는 나머지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보다, 스페이스X 자체의 수급 움직임일 확률이 당장은 높다고 봅니다. 다만 시차를 두고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첫 번째 실적 발표 무렵부터 보호예수 물량이 의미 있게 풀리기 시작하고, 이후 70일, 90일 단위로 180일까지 물량이 단계적으로 풀려 나갑니다. 나스닥 100 편입 시점인 7월 초중순쯤에는 물량의 상당 부분이 나올 수 있고, 6개월이 지나면 40% 이상이 유동 물량이 됩니다. 2조 달러가 넘는 규모의 40%가 6개월 안에 풀리는 셈이니, 뒤로 갈수록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며칠 사이의 상관관계보다는 뒤로 갈수록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분명히 강해질 것입니다. 실제로 초기에는 헤지펀드들이 먹고 빠지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보호예수 물량은 기존 종목과 풀리는 방식이 달라서, 초기 강세 이후에는 수급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질문을 드린 이유는 간밤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종목들이 대부분 빠지는 와중에 스페이스X는 장중 15% 넘게 오르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4% 넘게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펀더멘털을 뛰어넘는 수급 노이즈가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평론가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걱정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봅니다. 실적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머스크가 계속 얘기하는 것은 꿈 같은, 공상과학 영화 같은 비전이라고 할 수 있죠. 연말에 매출이 얼마 나올 것이고, 내년에는 얼마를 올릴 것이라는 얘기인데 아직 정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숫자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총이 5위권까지 갈 정도로 수급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이제 시장이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한편, 이왕 발을 담갔으니 관성으로 더 가야 한다는 치열한 공방전이 앞으로 벌어질 것입니다.
구조적으로는 상장 당시부터 수급이 쓸데없이 미리 풀리지 않도록 치밀하게 설계해 놨습니다. 적당히 풀리는 시점에 지수에 편입되고, 다시 풀리는 시점에 또 편입되는 식으로 패시브 자금이 받아 앉는 구조를 잘 만들어 놨기 때문에 폭락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선에서 이 정도 레벨의 주가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지금 수준을 합리적 가격으로 시장이 인정한다면 시간 차는 있겠지만 실적은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기관은 초기 이니셔티브를 잡으려 하고, 일부 개인도 마찬가지로 신기술 초기에 잡으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경험을 따라 수급을 확실하게 잡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른 주식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은 팩트로 봐야 합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스페이스X 상장에 몰린 자금입니다. 공모가 끝난 후 최소 4대 1 수준의 경쟁률이었는데, 패시브 자금과 대기 자금까지 합치면 절반 정도는 갈 곳을 잃고 풀렸어야 합니다. 적게 잡아도 300조 원인데, 그 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시장이 점점 주목해야 하고, 수급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가 여기서 파생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오픈AI와 앤트로픽 상장도 예정되어 있는데,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반기 내내 수급에 시달리게 되지 않겠습니까?
부담이 됩니다. 올해 당장 풀릴 물량이 스페이스X에 더해 오픈AI, 앤트로픽까지 합치면 규모가 3조 달러 이상, 3조에서 3.5조 달러 정도가 됩니다. 닷컴버블 시절인 19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닷컴 기업 IPO 전체를 합치고 물가로 재조정해도 3조 달러가 채 안 됩니다. 이번 상장 규모가 그 당시보다도 큰 것이니 수급 부담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빅테크들의 경쟁으로 구글이 850억 달러, 메타가 7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자금을 끌어가는 상황까지 더하면, 1년 안에 시장에서 가져갈 자금이 1.5조 달러 정도가 되어 상당히 큽니다. 과거에 빅테크는 자사주 소각으로 공급을 줄여 주가를 떠받쳤는데, 지금은 오히려 공급을 늘리는 전환점에 와 있습니다. 결국 수급이 재료에 우선합니다.
그래서 하반기로 갈수록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는 데 대한 부담을 시장이 느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더욱 워시 의장의 입이 중요해졌습니다. 공급을 줄여 주는 쪽이어야 하는데, 워시는 대차대조표 축소론자이기 때문에 방향이 반대입니다. 시장이 긴장하며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IPO가 대기 중인 것도 그냥 간판만 걸어 놓은 것은 아닙니다. 스페이스X 상장 때 자금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 것을 보면 IPO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자금을 대비해 매물이 쌓였고, 아시아에서도 차익 실현 매물까지 포함해서 자금이 그쪽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앤트로픽은 연내 상장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입니다. 오픈AI는 연내 상장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최근 얘기를 보면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앤트로픽 이후로 미루는 방안이 다수설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앤트로픽 하나인데, 그 뒤에도 유사한 AI 기업들이 있지만 연내에는 앤트로픽 하나만 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번 자금의 블랙홀 현상은 쉽지 않을 것이므로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이제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SK하이닉스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지수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걱정거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새로운 기록을 열었는데, 어떤 원동력이 있는 겁니까?
제가 이해하기로는 결국 ADR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만 나면 한두 달 안에 상장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는데, 그래서 주주 환원 대책을 크게 함께 발표해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오늘은 국내 개인투자자 위주로 수급이 쏠렸고, 그 사이 못 산 투자자들도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 빠졌음에도 국내 증시가 이를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밍도 절묘했고, 삼성전자가 장중 마이너스였다가 플러스로 마감한 것도 다행입니다. 다만 미국 흐름이 계속 변동성을 보인다면 우리만 따로 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오늘은 버티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여파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평론가님은 어떻게 분석하셨습니까?
어제 장을 출렁이게 만든 것은 SK하이닉스 주주환원 대책 관련 보도였습니다.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얘기가 나왔는데, 이것도 ADR과 맥을 같이 합니다. 미국에서 ADR로 상장하는 것은 제가 볼 때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어떤 물량을 예탁해서 상장할지입니다. 기존 보유 물량, 자사주 등을 쓸지, 아니면 신주를 발행해서 예탁할지인데, 현재로서는 신주 발행이 다수설입니다.
SK가 SK스퀘어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재 지배력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만 신주 발행이 가능합니다. 지배 비중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요. 지금 20% 대 중반의 지배 비중을 유지한다고 보면 추가 신주 발행 여력은 약 2.5% 정도로 봅니다. 그 2.5% 물량을 미국에 예탁했을 때 의미 있게 활용되어야 합니다. 너무 적은 물량이면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 손이 잘 안 가고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 가격 뒷받침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결국 ADR 상장의 명분은 미국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국내 본주를 끌어올리는 견인 효과를 얻는 것인데, 최소한의 유동성 물량은 맞춰야 합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편입이 가능한 정도의 물량이 되면 패시브 자금이 붙어 적정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주가 2%대로 새로 발행되면 바로 나올 비판이 주주 희석입니다. 그대로 두고 미국에서 히트를 치면 본주가 오를 테니 기다리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 프로세스를 밟는다면 주주환원 대책이 반드시 함께 나와야 합니다. 2026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현재 컨센서스로 보면 200조에서 250조 원 수준으로 무난해 보이고, 2027년에는 400조 원 이상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여기서 희석 효과를 만회하고도 시장에 명분을 줄 수 있는 주주환원 규모는 최소 100조 원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회사가 구체적인 검토를 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규모가 미정이라는 것이지,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재작년부터 최태원 회장이 말해 온 미래 비전, 즉 영업이익 40조, 50조, 현금 100조 등의 목표가 있었고, 이것은 무조건 달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ADR까지 추진하면서 주주환원이 오히려 뒤로 간다면 말이 안 됩니다. 정리하면 찬반 논의는 넘어섰고, ADR을 통한 본주 견인 효과가 있다고 보면, 패시브 자금까지 흡수할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려면 신주 3자 배정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주주환원 대책으로 시장이 원하는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로직은 살아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SK하이닉스의 매력은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 본연의 가치는 기본으로 두고, 첫째로 ADR에 따른 본주 견인 효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이 생깁니다. 둘째로 역대급 주주환원 대책이 나올 수 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던 추가 보너스입니다. 이 부분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도 ADR 상장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먼저 사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 조정 이후 발이 다소 느렸던 외국인이 최근 3, 4일 동안 빠르게 매수하는 이유가 여기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말씀을 들으니 손이 절로 나갈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이 예정되어 있다는 기사가 나왔고, 회사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확신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SK하이닉스로 투자자들의 손이 많이 몰렸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항상 나오는 의문이 있습니다. ADR 상장을 하면 정말 마이크론 같은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