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유제철 · 한국인
요약 보기
삼성전자는 2019년 HBM팀 해체 후 SK하이닉스에 뒤처졌으나, 엔비디아 그록 인퍼런스 칩 파운드리 수주를 모멘텀으로 파운드리 점유율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봄. 파운드리 점유율은 15% 안팎에서 작년 5.7%로 떨어졌고 연말 10% 이상 가능성 언급. 파운드리 품질(공정) 격차가 TSMC 대비 핵심 과제. AI 버블론에는 피지컬 AI는 초기이며 버블 단정은 섣부르다는 입장. 장기적으로 AI 투자 성장성 유지 견해.
다듬은 글
국내 기업 안에서 엔비디아 생태계에 들어가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요. 대표님. HBM 공급망에서는 지금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이에 도전하는 양상이잖아요. 앞으로 삼성전자가 이 상황을 바꿔낼 묘수를 가지고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투자 판단 입장에서도 저는 다른 것보다 이 부분에 집중해서 보는 편이거든요.
삼성은 아시겠지만 2019년 말 HBM팀을 해체했다가 2년 만에 다시 만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하이닉스에 비해 약간 뒤처져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삼성은 삼성이지 않습니까? 연속해서 집중하면 회장님께서 집중하시겠다고 했으니, 그 기술력은 분명히 믿고 있어요.
삼성의 또 다른 장점은 작년 12월 말 엔비디아가 그록을 인수했는데, 그 그록 칩의 인퍼런스 칩을 지금 삼성 파운드리가 만들고 있다는 점이에요. 저는 이게 포인트라고 봅니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이었는데 작년에는 5.7%까지 떨어졌어요. TSMC에 반토막이 난 셈이죠. 그 부분을 어떤 식으로든 만회해야 하는데, 그록 칩을 잘 만들고 이런 모멘텀이 유지된다면 금년 말에는 점유율이 10%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봅니다.
삼성이 더 큰 회사이고 시장을 먼저 선점했던 회사인데, 젠슨 황 CEO와의 관계를 보면 최태원 회장과 더 끈끈해 보이기도 했어요. 최태원 회장이 삼겹살을 더 잘 구웠던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그런 측면보다는 2019년 말 삼성이 HBM팀을 해체한 것이 아쉬웠죠. 반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본사와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왔어요. 그 부분이 원인이었고, 파운드리 쪽에서도 엔비디아가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한 여러 요인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회복됐고, 이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더 발전시키느냐가 포인트입니다. 그러려면 회장님께서 파운드리 부분과 그록에 대한 모멘텀을 잊지 말고 계속 늘려갔으면 좋겠어요. HBM은 어차피 양자 간 경쟁이니 모멘텀이 식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젠슨 황 CEO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성의를 보이고 얼마나 적극적이냐, 그 열정을 더 높게 쳐줬을 수도 있겠네요. 최근 한국 방문이 잦아졌고, 방문할 때마다 "K 젠슨", "원더풀"이라는 얘기를 하죠. 지난 10년 동안 한국을 드문드문 찾다가 최근 다시 한국 사랑이 넘쳐나는 모습인데, 단순히 말하기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의 기술을 실제로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아요.
작년 서밋 행사에서 젠슨 황은 한국이 세 가지를 잘한다고 말했어요. 첫째 소프트웨어 기술력, 둘째 하드웨어 기술, 셋째 피지컬 AI를 구현할 수 있는 제조 역량입니다. 그리고 몇 달 전 방한해서 LG, 두산 등을 만났는데, 피지컬 AI를 위한 좋은 회사들이라고 본 거죠.
또 하나, 팬데믹 시절인 2020년 네이버가 세계 최초로 DGX 슈퍼팟이라는 생성 AI 구현용 슈퍼컴퓨터를 도입했어요. 본사가 깜짝 놀랐죠.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가능하냐며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국의 기민성이 빠르다는 것을 본사도 잘 알고 있고, 이를 잘 맞춰주면 앞으로 한국에 더 자주 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관계 외에 LG, 두산 로보틱스까지 젠슨 황이 눈독 들이는 산업 기업들이 앞으로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만한 종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다만 걸리는 것은 황 CEO의 고민 속에는 TSMC가 있을 텐데, TSMC와 경쟁하면 TSMC가 먼저라는 생각이 있지 않을까요?
그 부분은 조금 배부른 얘기라고 봅니다. TSMC의 공정 품질을 삼성이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결국 그 차이입니다. 삼성 공정의 품질이 높아지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몰릴 텐데, 같은 급으로 올라왔을 때 떡 하나 더 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다음 고민입니다. 지금은 공정 퍼포먼스를 높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격차에 대해 조금 더 여쭤보면, 냉정하게 봤을 때 파운드리 쪽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마켓 쉐어 차이가 나는 것이고, TSMC가 제조하는 파운드리의 핵심은 품질이에요. 그래서 그 품질을 빨리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록이 좋은 모멘텀이 됐으니 그 크레딧을 유지해서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 중 하나가 AI 버블론입니다. 말씀을 들으면 반도체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생기는데, 주식시장에는 자꾸 AI 버블 아니냐, 투자를 거두는 기업도 있지 않느냐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어요. 대표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젠슨 황처럼 지금은 AI 초기이고, 피지컬 AI만 봐도 아주 초기라서 버블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 있고, 반대로 마이클 버리처럼 비관적으로 보는 분도 있죠. 저는 2000년 닷컴 버블 때 시스코 장비가 다 깔렸을 때 풍선이 터졌던 것을 떠올립니다. 그걸 지금 AI 시대에 연결하면, AI 인프라는 지금 초기입니다. 처음에는 인식형 AI, 생성형 AI, 에이전트 AI를 거쳐 궁극적으로 피지컬 AI로 가는데, 지금은 모든 영역이 활성화된 단계라서 버블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입니다. 다만 빅테크들이 수십조 원을 투자했는데 왜 아직 ROI가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은 타당하고, AI는 ROI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서 봐야 합니다.
모건스탠리나 JP모건 같은 곳이 왜 비관론을 꺼내들까요? 미국 재무부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누가 보더라도 닷컴 버블 때처럼 아직 인프라가 다 차지 않았는데도 수익성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수익성이 없다 보니 메타 같은 곳은 시설 투자를 한다고 하죠.
이런 보고서들이 낙관론이나 신중론보다 비관론에 자꾸 무게를 싣는 배경은 단기간 내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길게 보면 빅테크들이 지금 투자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니, 시간은 걸리겠지만 쉬어가면서 이런 오해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긴 호흡으로 본다면 AI 관련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앞으로의 성장성은 변함이 없다고 보시는 것이겠죠.
대표님께서는 AI 컨설팅도 하고 계시죠. AI라는 도구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이 부와 기회를 가져갈 것이라고 진단하셨는데, AI 시대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AI를 하는 사람은 컴퓨터공학자나 엔지니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철학을 전공했든 미술을 했든 음악을 했든 누구나 부딪치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거죠. 코딩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업무를 더 깊이 잘하는 것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AI를 친구처럼, 툴처럼 활용한다면 그 사람이 활용하지 않는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겁니다.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짓고 있는데, 네이버 외에 우리나라도 손에 잡힐 만한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되고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파워입니다. 단순히 전력이 오가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전력이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물이에요. 좋은 물, 충분한 물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공장에서도 전력과 물이 많이 얘기되는데, 반도체 공장을 기반으로 장비를 설치하고 가동하면 그 자체가 AI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환경이 됩니다.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이 돼야 문제가 생겼을 때 쿨링 같은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죠. 우리나라에서 어느 지역이든 그것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점검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안 돼 있다면 분명히 점검해야 하고, 언제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 없다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되겠죠.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