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상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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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이 EUV 없이 10나노급 4세대·5세대 D램(LPDDR5X)을 개발·샘플 전달했다고 발표했으며, 내년 초 5세대 양산 계획이다. EUV 미사용은 생산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는 마이크론 주장이 있으나, 멀티패턴 공정으로 원가가 오를 수 있어 효과는 미지수. 삼성·하이닉스는 이미 EUV 기반 양산 중이고 마이크론은 2024년부터 EUV 적용 예정. 다른 D램사 감산 결정 속에서 마이크론 가격경쟁력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 미국 정부 지원과 투자 확대로 마이크론 도약 가능성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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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세상 읽어주는 남자 이상훈입니다. 오늘은 마이크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이크론이 최근 EUV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D램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마이크론은 자신들이 삼성보다 더 일찍 10나노급 4세대 D램인 '알파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10나노급 4세대는 10나노대에 진입해서 내놓은 네 번째 D램이라는 뜻입니다. 당시 삼성은 10나노대에 진입해 세 번째 제품인 3세대 D램을 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4세대 D램을 마이크론이 먼저 내놓은 셈입니다. 눈길을 끌었던 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EUV 장비를 쓰지 않았다는 것, 즉 ArF(아르곤 플루오라이드) 광원을 활용한 제품이라는 점을 마이크론은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론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 또다시 10나노급 5세대 D램인 LPDDR5X를 내놓고 샘플을 수요 업체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마이크론이 직접 밝힌 공식 입장입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부터 5세대 D램을 양산한다고 합니다. 4세대와 5세대 D램이 모두 EUV 장비 없이 구현된 제품입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천천히 짚어 드리겠습니다. 사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EUV 장비 없는 차세대 D램 구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먼저 EUV 공정 도입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최신 공정은 파운드리부터 받아들이고, 이후에 메모리로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이미 파운드리는 3나노를 적용하는 단계지만, 메모리는 아직도 10나노대 제품입니다. 파운드리는 메모리처럼 표준 칩이 아니라 팹리스의 특화된 칩을 만들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싼 노드를 적용하더라도 성능이 최적화된 고부가가치 칩을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첨단 노드 적용이 빠른 것입니다. 반면 메모리는 원가 경쟁을 통한 대량 생산이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파운드리는 고부가가치 칩을 생산하기 위해 적게 만들지만, 생산량은 작아도 높은 수주 가격으로 만회하는 구조입니다.
EUV 장비는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장비입니다. EUV는 파장 길이가 13.5나노미터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에서 미세 공정의 한계로 여겨졌던 7나노를 뛰어넘어 6나노, 5나노, 4나노, 3나노, 2나노에 이르는 초미세 공정이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의 크기가 줄고 에너지 소모도 줄어듭니다. 성능은 높아지고, 웨이퍼 한 장으로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어서 생산성도 높아집니다. 삼성은 파운드리에서 이미 7나노부터 EUV 공정을 적용했고, 메모리에도 지금 적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TSMC는 6나노부터 EUV 공정을 적용했습니다. 메모리도 10나노대로 접어들면서 EUV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삼성은 지난해부터 D램 생산용 EUV를 도입해 DDR5와 LPDDR5 D램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하이닉스도 EUV 기반으로 대량 생산에 나선 상태입니다.
그런데 마이크론은 이미 메로트라 CEO가 2024년부터, 즉 내후년부터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때까지는 EUV 장비 없이도 차세대 D램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에 맞춰 10나노급 4세대와 5세대 제품을 내놓았다고 발표한 셈입니다. 마이크론의 이른바 '탈 EUV 전략'은 몇 가지 갈래로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마이크론은 생산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EUV 장비는 한 대에 2,500억 원이 넘는 장비입니다. 장비 확보 경쟁이 붙었을 때는 4,000억 원을 호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장비 없이 D램을 만들 수 있다면 장비 확보와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고, 그만큼 저렴한 생산 원가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마이크론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EUV 방식을 공정에 적용하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멀티 패터닝 방식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멀티 패터닝 방식을 적용하면 노광 공정을 몇 번은 더 거쳐야 합니다. 여러 번 공정을 왔다 갔다 해야 하니 공정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이 늘어난다는 것은 생산 원가 증가로 귀결된다는 뜻입니다. 과연 마이크론의 말대로 얼마만큼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투자할 자금이 부족하거나, 투자금을 다른 곳에 투입하기 위해 EUV 공정 도입이 늦어지는 측면을 만회하려는 자구적 성격을 이런 식으로 포장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관측입니다. 다만 EUV 장비 없이 나오는 D램의 가격 경쟁력이 경쟁업체인 삼성, 하이닉스의 같은 사양 제품보다 확실히 뛰어난 점이 있다면 마이크론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홍보성 요소가 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불가피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파운드리에 이어 메모리까지 EUV 장비가 도입돼 활용되고 있고, 특히 인텔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인텔은 EUV 장비를 처음으로 공정에 적용한 '인텔 4' 공정의 '메테오 레이크'를 내년에 내놓게 됩니다. 2024년 EUV 공정 도입을 위해 EUV 장비를 사서 시범 공정에 적용해야 하는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봐야 할 것은 신공정 적용을 늦추는 의미입니다. 메모리에서 마이크론이 EUV 장비 도입을 늦추는 것과, 파운드리에서 TSMC가 EUV 장비 도입을 늦추고 트랜지스터 구조를 바꾼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도입을 늦추는 것을 같은 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TSMC는 삼성보다 EUV 장비 도입을 늦췄는데, 이 경우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서로 윈윈하는 측면이 아주 강했습니다. 팹리스는 노광 장비의 교체가 없다 보니 기존 설계도에서 큰 변화 없이 설계를 할 수 있었고, 저렴한 가격에 7나노를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TSMC도 EUV 장비 투자가 없으니 큰 투자비를 쓰지 않고도 첨단 공정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물론 마이크론도 EUV 장비를 사는 데 돈이 안 들다 보니 투자비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줄인 투자비가 저렴한 차세대 D램 가격으로 연결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D램 업황은 불황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삼성을 빼고 다른 D램 업체들이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하이닉스, 마이크론도 모두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마이크론의 5세대 D램이 삼성보다 얼마만큼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보여줄지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마이크론은 분명 도약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을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상태입니다. 중국에 메모리 공장이 있는 삼성, 하이닉스의 경우는 사실상 중국 펩(반도체 공장)을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인데요, 중장기적으로 중국 팹의 장비 업그레이드가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마이크론이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차세대 D램의 가격 경쟁력이 확인된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한 얘기입니다. 마이크론이 밝힌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마이크론은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미국 뉴욕 북부 클레이에 20년간 최대 1,000억 달러를 들여 팹을 짓는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앞서 미국 아이다호에는 150억 달러를 들여 신규 D램 공장 건설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키옥시아 인수에 대한 변수도 있습니다. 마이크론이 됐든 웨스턴디지털이 됐든 M&A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미국은 특히 반도체 육성 의지가 강하고, 마이크론이 어떤 식으로든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 파운드리에서 인텔이 카드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마이크론이 돈을 들여야 할 각종 투자처가 지금 산재해 있다는 뜻입니다. 마이크론의 EUV 장비 도입 없는 D램 개발도 이런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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