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신사임당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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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캐나다 밴쿠버·토론토와 호주 시드니·멜버른의 집값이 꺾이고 있는 원인을 분석한다. 먼저 UBS 주택 버블 지수에서 시드니(11위), 토론토(13위), 밴쿠버(14위)가 제시된 반면 서울은 5위로 더 강한 거품 경고를 받았다는 점을 짚는다. 캐나다는 2020~2022년 사이 집값이 약 60% 급등했고, RBC 기준 주택 보유 비용 비율이 밴쿠버 84.1%, 토론토 65.2%에 달해 소득 대비 부담이 과도했다고 설명한다. 집값 상승이 멈추자 버티던 매물이 쏟아졌고, 밴쿠버 집값은 2022년 고점 대비 명목 약 14%, 물가를 반영한 실질 기준 약 24% 하락했다고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높은 레버리지로 집을 산 사람은 원금 손실이 훨씬 커진다는 계산도 함께 소개한다. 금리 측면에서는 캐나다 기준 금리가 2023년 7월 5%까지 올랐고, 대출의 약 40%가 5년마다 금리가 갱신되는 구조라 저금리 시기 대출의 충격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외국인 매수 제한과 이민 축소도 수요를 줄였다. 또한 저금리 시기 지어진 소형 콘도가 수요가 사라진 시점에 완공되면서 공급 과잉과 수급 불일치가 생겼다고 분석한다. 호주는 네거티브 기어링 세제 변화, 주택담보대출의 약 95%가 변동 금리라는 구조, 5% 계약금 지원 정책의 위험이 하락을 키웠다고 설명한다. 반면 서울은 명목 GDP 증가율 약 22%, M2 통화량 증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득 증가가 뒷받침하면서 집값이 약 10~12% 상승했다고 정리한다. 다만 소득이 반도체 가격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지역별 자산 격차가 커지는 점을 우려 요인으로 꼽는다. 영상은 캐나다의 외국인 매수 제한 종료, 금리 갱신 매물, 호주의 기준 금리 결정, 한국의 반도체 가격과 성과급 흐름을 향후 주시할 신호로 제시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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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이슈 임당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전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치솟았던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캐나다의 벤쿠버와 토론토, 그리고 호주의 시드니와 멜버른입니다. 지금 이 도시들에서 주택 가격이 아주 빠르게 꺾이고 있습니다. 특히 밴쿠버 같은 경우는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 가격 기준으로 봤을 때 고점 대비 무려 1/4 가까이가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참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UBS가 세계 23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발표한 주택 버블 지수를 보면요. 시드니가 11위, 토론토가 13위, 밴쿠버가 14위였거든요.
반면 우리 서울은 무려 5위로, 거품 경고가 이 도시들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1년 사이 서울 집값은 오히려 11% 안팎으로 올랐단 말이죠. 도대체 해외 주요 도시의 집값을 끌어내린 핵심 원인은 무엇이고, 왜 더 강한 경고를 받은 서울은 정반대로 움직였는지 오늘 그 내막을 하나하나 자세히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캐나다의 집값 하락을 이해하려면,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그 상승폭부터 봐야 합니다. 캐나다 주택 가격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불과 2년 만에 60% 정도 급등했습니다. 1985년 이후 물가를 반영한 주요 7개국, 즉 G7 국가들의 실질 집값 흐름을 비교해 봐도 캐나다의 상승곡선이 가장 가팔랐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훌쩍 뛰어오른 집값을 집주인들의 소득이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캐나다 로열은행, 즉 RBC가 집계하는 주택 보유 비용 비율입니다. 이 지표는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에다 보유세, 관리비, 보험료까지 모두 합쳐서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 겁니다. 과거 부담이 적었던 시기에는 이 비율이 33% 수준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가구에서 100만 원을 벌면 33만 원 정도를 주거비로 썼다는 뜻이죠. 하지만 2021년부터 집값이 폭등하면서 이 비율이 61%에서 62%까지 치솟았습니다. RBC는 바로 이 감당하기 힘든 보유 부담을 현재 집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도시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토론토는 이 비율이 65.2%에 달했고, 밴쿠버는 무려 84.1%까지 치솟았습니다. 여러분, 번 소득의 84%가 집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면 남은 돈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꾸리기 어렵겠죠. 그나마 비교적 사정이 낫다는 몬트리올조차 52%로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인데, 밴쿠버와 토론토의 부담이 워낙 압도적이었던 겁니다.
매달 나가는 돈이 이렇게 많아도, 집값이 계속 오를 때는 집주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떻게든 버팁니다. 당장 현금 흐름이 막막하더라도 나중에 집을 팔아 불어난 시세 차익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격 상승세가 딱 멈추자 시장 참여자들의 계산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기세가 꺾이자마자 그동안 억지로 버티던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하락의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죠. 당연히 보유 부담이 가장 컸던 밴쿠버와 토론토의 타격이 집중됐습니다.
현재 캐나다 전체 집값은 2019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 사이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자산 가치는 2019년보다 오히려 낮아진 셈입니다. 밴쿠버 역시 2019년 수준까지 내려와서 여전히 하락 중이고, 토론토는 아예 2019년 4분기보다 더 낮은 가격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유 비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몬트리올은 여전히 2019년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아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 그럼 밴쿠버의 하락폭을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해 볼까요? 고점이었던 2022년 당시 밴쿠버의 기준 주택 가격은 서울의 중위 주택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9월 기준 가격은 미국 달러로 약 76만 달러를 기록해서, 고점보다 12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6천만 원 가량 떨어졌습니다. 명목 가격 기준으로 약 14%나 하락한 수치입니다. 여기에 같은 기간 밴쿠버의 소비자 물가가 13.4% 올랐다는 점을 반영하면, 실제 구매력을 뜻하는 실질 가격 기준으로는 고점 대비 무려 24.2%나 폭락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은 고점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겠죠. 보통 주택을 구매할 때 집값의 20%를 자기 자본으로 내고 나머지 80%를 대출로 채웁니다. 만약 10억 원짜리 집을 내 돈 2억 원과 대출 8억 원으로 샀는데, 명목 집값이 14% 떨어지면 집값에서 1억 4천만 원이 증발합니다.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 원금 8억 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고스란히 내 돈 2억 원에서 손실이 발생해서 수중에 6천만 원만 남게 되는 거죠. 집값 하락률은 14%지만 내가 넣은 원금 기준으로는 무려 70%가 날아간 셈입니다. 현재 교민들 사이에서 체감상 20%에서 30%는 폭락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집값이 오르기 전에 집을 산 사람들은 과연 안전할까요? 호주 중앙은행의 가계부채 자료를 보면, 이분들도 결코 편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호주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20년 전 134%에서 최근 186%까지 치솟았습니다.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에 비해서 갚아야 할 빚의 규모가 훨씬 무거워졌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오히려 내려갔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대출금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두 배 늘어나는 동안 집값이 150% 올랐다면, 전체 재산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어서 장부상으로는 건전해 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불어난 대출 원리금을 30년에 걸쳐 차근차근 갚아야 하고, 그 돈은 불어난 집값이 아니라 매달 통장에 찍히는 소득에서 빠져나간다는 점이죠. 집주인 입장에서는 장부상 재산은 크게 불어났지만, 정작 이번 달 생활비는 갈수록 빠듯해지는 현금 흐름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장기 보유자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탈출구는 결국 집을 파는 겁니다. 예전에 싸게 샀으니까 지금 시세보다 조금 낮춰서 팔아도 여전히 손에 쥐는 차액이 남기 때문이죠. 이렇게 현금 흐름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기존 집주인들의 매물까지 시장에 더해지면서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이처럼 소득 대비 과도한 주거비 부담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이 상황에서, 집주인들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밀어붙인 결정적 방아쇠는 가파른 금리 인상과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 그리고 때마침 쏟아진 공급 물량이었습니다.
캐나다의 기준 금리는 코로나 시기에는 0.25% 수준에 머물렀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2023년 7월 5%까지 치솟았고, 이 높은 금리가 2024년 5월까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흔히들 캐나다 주택담보대출은 80% 정도가 고정 금리여서 금리 인상의 충격이 덜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고정 금리 대출 가운데 약 40%는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되는 게 아니라, 5년마다 그 시점의 시장 금리를 반영해서 이자율을 새로 정하는 구조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2021년과 2022년에 2%에서 3%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렸던 사람들이, 5년이 지난 지금 차례대로 금리 갱신 시점을 맞고 있는 겁니다. 고정 금리라는 방패 덕분에 미뤄졌던 금리 인상의 청구서가 5년 만에 한꺼번에 날아들면서, 기존 대출자들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된 겁니다.
여기에 집값을 떠받치던 이민자와 외국인 매수 수요를 정부가 직접 틀어막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또 다른 충격을 맞았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코로나 직후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이민 문호를 대폭 열었거든요. 그 결과 2023년 3분기에는 불과 한 분기 만에 인구가 41만 명, 비율로는 1% 가량 급증했는데, 이는 1957년 2분기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였습니다. 단기간에 사람이 이렇게 쏟아져 들어오자 임대료와 집값이 동시에 치솟았고, 심지어 유학생 자녀를 위해 해외에 있는 부모가 아예 집을 사 주는 일까지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집을 구하지 못한 현지인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정부는 서둘러 정책 방향을 바꿨습니다. 2023년부터 외국인의 신규 주택 구입을 사실상 금지했고, 연간 50만 명 수준이던 이민자 수용 규모도 40만 명, 30만 명대로 빠르게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 매수 규제는 2023년부터 시행됐고 본격적인 집값 하락은 올해부터 나타났기 때문에, 수요 규제만으로는 지금의 급락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결정적인 치명타는, 과거 저금리 시기에 기획됐던 주택 공급 물량이 하필 수요가 사라진 지금 한꺼번에 완공되면서 벌어졌습니다. 금리가 낮았던 2021년과 2022년 당시 캐나다의 부동산 개발사들은 앞다투어 콘도 분양에 나섰는데요. 현재 은행들은 보통 분양률이 70%를 넘어야 개발사에 건설 자금을 빌려줍니다. 그러다 보니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 기준을 빨리 채우기 위해 소액 투자자나 유학생, 단기 체류자들이 쉽게 살 수 있는 작고 저렴한 소형 콘도를 집중적으로 지었습니다. 그렇게 착공에 들어간 소형 콘도들이 2024년부터 지금까지 줄줄이 완공되면서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건물이 다 지어진 시점에는 이민자 유입이 줄고 금리는 크게 올라서, 이 작은 집들을 사거나 빌릴 수요 자체가 증발해 버렸습니다. 그 여파로 밴쿠버에서는 신축 콘도 미분양 물량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쌓였고, 토론토 광역권의 콘도 가격은 2022년 고점과 비교해 평균 30% 가량 폭락했습니다. 심지어 가격이 반토막 난 곳들도 등장했습니다.
정작 시장에 남아 있는 실수요자들은 방이 두 개 이상이고 주차 공간까지 갖춘, 가족 단위로 살 만한 넉넉한 집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토론토와 밴쿠버는 단독 주택 부지에 다세대 주택을 짓는 것을 2023년에야 허용했을 만큼 그동안 건축 규제가 까다로웠습니다. 그래서 정작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크기의 집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안 팔리는 소형집은 넘쳐나는데 살 만한 집은 없는, 극심한 수급 불일치가 발생한 거죠.
보통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이 건설 공사비보다 낮아지면 개발사들이 신규 착공을 멈추고, 그렇게 공급이 끊긴 사이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가격이 반등하는 자정 작용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지금 캐나다에서는 이 마지막 회복 단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민 축소로 인구 유입이 줄어든 데다, 경제 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실업률은 7%에 육박할 만큼 기초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집값 하락세가 길어지자 지금 집을 사면 더 떨어진다는 인식이 시장에 굳어졌고, 구매 여력이 있는 사람들마저 관망세로 돌아섰습니다.
같은 하락세를 겪고 있는 호주는 캐나다와 경제 조건이 사뭇 다릅니다. 호주는 여전히 이민자가 꾸준히 늘어나서 주택이 부족한 나라이고, 올해 경제 성장률도 1.5%에서 1.7% 수준으로 캐나다보다 탄탄합니다. 그럼에도 시드니 집값은 올해 2월 고점 대비 약 8%, 멜버른은 약 7% 하락했습니다.
호주 시장의 분위기를 바꾼 첫 번째 신호탄은 세금 제도의 변화였습니다. 호주에는 집을 사서 세를 놓았을 때 대출이자와 유지 비용이 임대 수입보다 많으면, 그 손실분을 근로소득과 같은 다른 소득에서 공제해서 세금을 깎아 주는 '네거티브 기어링'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원래는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였지만, 집값이 오르자 자산가들이 기존 주택을 사들여 세금을 줄이는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됐죠. 이에 호주 정부가 세금 혜택을 신축 주택에만 적용하도록 제도를 고치자, 시장은 이를 정부의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 전환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에 호주 특유의 대출 구조가 금리 인상의 충격을 고스란히 가계로 전달했습니다. 호주의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95% 정도가 변동 금리인데, 호주 중앙은행은 최근 금리를 네 차례나 인상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는 즉시 거의 모든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곧바로 불어나는 구조인 거죠. 30년 만기 고정 금리가 일반적인 미국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기존 집주인들은 과거의 낮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신규 거래만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캐나다는 5년 주기로 갱신 시점이 돌아올 때 시차를 두고 충격이 오지만, 호주는 기준 금리가 움직일 때마다 실시간으로 가계 살림을 타격합니다. 똑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각 나라의 대출 구조에 따라 시장이 충격을 흡수하는 속도와 강도가 완전히 다른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위험을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호주는 한국처럼 가계 자산의 60% 이상이 부동산에 쏠려 있을 만큼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이 아주 강합니다. 정책당국은 표심을 의식해서 무주택 계층이 빚을 더 쉽게 내서 집을 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줬는데요. 청년이나 저소득층,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는 집값의 5%만 자기 돈으로 내면, 정부의 이자 지원을 받아서 집을 살 수 있게 한 겁니다. 문제는 초기에 넣는 자기 자본이 적을수록, 집값이 조금만 내려가도 원금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전 재산 1억 원을 털어 5% 계약금으로 집을 샀는데 집값이 1억 원 떨어지면, 매도해도 한 푼도 남지 않는 깡통 주택이 되죠. 실제로 정부 지원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산 가구 상당수가 이자 부담과 가격 하락을 버티지 못해 압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캐나다와 호주의 집값 하락은 같은 경로를 밟았습니다. 소득으로 감당하기 벅찬 수준까지 치솟은 집값에 고금리 부담이 얹히고, 정부의 정책 변화가 수요를 줄이거나 규제 신호를 보내면, 한계에 다다른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냅니다.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까 봐 지갑을 닫고, 하락폭은 더욱 깊어지죠.
다만 두 나라의 하락폭을 가른 것은, 시장을 받쳐 줄 실수요가 남아 있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캐나다는 이민 축소와 소형 콘도 공급 과잉이 겹치며 낙폭이 커졌고, 호주는 꾸준한 인구 증가와 만성적인 주택 부족이 그나마 바닥을 받쳐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에 자산이 쏠려 있고 대출을 늘려 내 집 마련을 돕는 정부 정책까지, 한국과 많이 닮은 호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데, 서울은 지금 어떨까요? 세계 주요 도시 버블 지수에서 서울은 지금 집값이 꺾이고 있는 이 도시들보다 훨씬 높은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서울이야말로 캐나다나 호주보다 더 큰 폭락을 앞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릅니다.
캐나다와 호주 집값이 꺾인 출발점은 결국 가계 소득이 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바로 이 소득의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지금 한국과 서울이 처한 사정은 두 나라와 뚜렷하게 다릅니다. 한국은행과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 즉 명목 GDP 증가율을 22%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 성장률은 3.3% 수준인데, 명목 수치가 이토록 가파르게 뛰는 이유는 물건을 단순히 많이 팔아서가 아니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예전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출 대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은 기업의 설비 투자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임직원의 성과급을 거쳐 시차를 두고 가계 소득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1.6%였고,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의 대규모 성과급은 아직 시중에 다 풀리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우리가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하는 집값은 물가 상승분을 빼지 않은 명목 가격입니다. 따라서 집값의 흐름을 읽을 때는 명목 소득과 함께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나란히 놓고 봐야 합니다. 시중 통화량을 보여주는 지표인 M2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7% 정도씩 꾸준히 늘어났고, 올해 역시 6% 안팎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15일 대책이 나온 이후 지난 1년 동안 서울 집값은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라 10%에서 12% 정도 올랐습니다. 수도권 전체는 7% 수준 상승했으며, 지방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국가 전체 명목 소득과 시중 통화량이 이만큼 불어난 환경에서 서울 집값이 10%대 가까이 오른 것은 결코 기형적인 숫자가 아닙니다. 수도권 집값 상승률 7%는 정확히 시중에 풀린 돈만큼 오른 수준에 불과하고, 오히려 물가가 오르고 경제 규모가 커지는 동안 명목 가격이 그대로 멈춰 있었던 지방 부동산은 실질 가치 기준으로 뒷걸음질 친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거시 지표가 서울 집값이 앞으로도 무조건 안전하다는 보증이 되진 않습니다. 캐나다와 호주의 사례가 분명하게 보여준 교훈은, 소득보다 빠르게 앞서 나간 집값은 언젠가 상승세가 멈추는 순간, 그동안 버티던 집주인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급격히 꺾인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주요 도시 버블 지수에서 서울이 밴쿠버나 시드니보다 훨씬 높은 5위라는 경고등 역시 여전히 켜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서울의 구매력을 뒷받침하는 소득 증가는 상당 부분 반도체 수출 가격의 급등에 기대고 있습니다. 만약 글로벌 경기 변화로 반도체 가격이 꺾이게 된다면, 가계 소득이 서울의 높은 집값을 받쳐 주는 힘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한국 시장에서 진짜 우려스러운 대목을 꼽자면, 서울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자산 가격이 오르는 폭이 지역마다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는 계층이 어느 지역에 모여 사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온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돈이 특정 산업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집중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 사이의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의 성과급이 본격적으로 더 풀리게 되면 이런 양극화 흐름은 한층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똑같은 나라 안에서도 자산 가치가 이렇게 차별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야말로 지금 우리 시장이 안고 있는 가장 무거운 과제이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핵심 지점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이득과 부담은 이 뚜렷한 경계선을 따라 나뉘고 있습니다. 지금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고점에서 적은 자기 자본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 임대 수익을 노리고 소형 콘도를 분양받은 투자자들, 그리고 다 지어 놓고도 팔리지 않는 미분양 물량을 떠안은 건설사들이 무거운 부담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싸게 집을 산 장기 보유자들조차 시세 차익은 남아 있을지언정,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원리금 상환 압박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수출 호황으로 소득이 늘어난 산업의 종사자들과, 그 소득이 모이는 지역에 집을 가진 사람들이 자산 가치 상승의 이득을 누리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호주와 마찬가지로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입니다. 평생 모은 재산이 집 한 채뿐이라면, 지금 그 집이 어느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느냐가 노후 재산의 실질 가치를 결정짓게 됩니다. 시중에 돈이 늘어나고 물가가 오르는 동안 내 집 시세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그대로일지 몰라도 실제 내 재산의 가치는 소리 없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앞으로 각 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먼저 알려 줄 신호도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오게 됩니다. 캐나다에서는 2023년부터 시행된 외국인 주택 구입 제한 조치가 내년 1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 정부가 이 규제를 풀고 외국인 매수세를 다시 받아들일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와 함께 2021년과 2022년 저금리 시기에 나갔던 대출들이 줄줄이 금리 갱신 시점을 맞으면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매물이 시장에 얼마나 더 쏟아져 나올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호주는 전체 주택 대출의 95%가 변동 금리인 만큼, 호주 중앙은행이 다음번에 내릴 기준 금리 결정이 시차 없이 곧바로 가계의 주거비 부담과 집값 향방으로 이어질 겁니다.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 가격의 흐름, 기업 성과급이 실제 가계 소득으로 얼마나 탄탄하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지가 앞으로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겁니다.
지금 캐나다 밴쿠버의 집주인들은 매달 벌어들이는 소득의 84%를 집을 유지하는 데 쏟아붓고 있고, 그렇게 버틴 집값은 물가를 감안하면 고점보다 1/4 가까이가 사라졌습니다. 소득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집값이 높은 금리와 정부의 정책 변화를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 보여주는 아주 냉정한 숫자입니다. 반대로 서울은 지금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소득과 통화량이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지만,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 운명이 날카롭게 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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