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철진 · 한국인
요약 보기
연준 0.5%p 빅컷은 경기침체 우려 대응 성격이 강하며, 파월은 경기 강세를 강조해 시장을 설득하려 했으나 시장 반응은 의심적이었다. 점도표상 연내 추가 인하가 예상되며 시장금리는 먼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는 AI 반도체 거품론과 모건스탠리의 SK하이닉스 목표가 하향(26만→12만원)이 핵심 악재이며, 외국인 매도로 삼성전자·하이닉스 주도주 지위가 흔들려 새로운 주도주 교체를 대비해야 한다고 봤다. 주담대는 9월 초 2조원대로 급감했으나 추석 이후 재증가 가능성이 있어 긴장을 풀 때가 아니라고 했다. 집값은 서울 강남발 상승이 강북·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기존 사이클과 달리 제한된 지역 중심 양극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듬은 글
미국 금리부터 얘기해 볼까요. 연준이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0.5%포인트, 이른바 빅컷입니다. 0.25%포인트냐 0.5%포인트냐 말이 많았는데, 0.5%포인트로 간 이유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두려워했다고 저는 읽었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계속 말씀드렸지만, 저는 금리 인하를 한다면 7월에 0.25%포인트를 내리고, 잭슨홀 미팅을 거쳐 9월에 0.25%포인트를 내리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보험성 금리, 보장성 금리에 딱 들어맞는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얘기를 했었는데, 7월에 내리지 않으면서 7월까지만 해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였던 것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나온 실업률과 고용 지표가 나빠지면서 파월 의장에게 "왜 7월에 내리지 않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파월 의장에게는 개인적인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물가가 오른다,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많은 사람이 얘기했는데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은 없다, 연말까지 금리는 안 올린다고 하다가 갑자기 무자비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때 판단에 대한 비판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이 된 셈입니다. 만약 0.25%포인트만 내렸는데 다음 달 경기 지표가 또 나쁘게 나오면 "왜 미리 더 안 내렸느냐"는 비판이 나왔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0.5%포인트 빅컷으로 맞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내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파월 의장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질문이 많았을 때 "지속적으로 둔화하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노동시장의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했다"고 답했습니다. 경기 침체는 없다는 뜻입니까?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경기 침체는 없고 미국 경제는 강하다, 자신 있다, 확신한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시청자분들도 아시겠지만, 0.5%포인트 빅컷을 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경제가 얼마나 나쁘기에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를 내리나" 하는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나빠질까 봐 선제적으로 내리는 것이라는 보험성 금리를 시장에 계속 설득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장은 지금 믿지 않고 있어서 오늘 그런 말을 굉장히 많이 한 것이고, "미국 경제는 괜찮고 그냥 내리는 것이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가와 고용에 대한 발언은 조금 달랐습니다. 물가는 2.5%까지 잡힐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솔직히 2%를 떨어진 것도 아니고 2.2%도 안 됐습니다. 2.5% 물가는 잘 잡히고 있다고 한 것입니다. 반면 고용은 그동안 탄탄하다고 했는데 조금 물러서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회적으로 고용 둔화를 시인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간밤의 발언을 종합하면 "시장 걱정하지 마, 미국 경제는 괜찮고 우리는 그냥 0.5%포인트 내린 것이다"라는 뉘앙스를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보입니다.
향후 금리를 얼마나 더 내릴지 알 수 있는 점도표도 공개됐습니다. 연준 위원 19명 전원이 점을 찍는데, 올해 말, 내년 말, 후년 레벨을 찍습니다. 가장 많이 찍힌 점들을 보면, 올해 말은 4.4% 수준입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4.75~5% 구간이니 남은 FOMC 회의 두 번에서 0.25%포인트씩 내리면 4.4% 정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년 말은 3.6~3.7%에 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러면 이후 1%포인트 가까이 추가 인하가 나온다는 것인데, 시장 금리는 이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점도표가 그렇게 나오니 시장이 미리 움직일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뉴욕 증시는 연준 발표를 앞두고 회복하는 듯했지만 하락 마감했습니다.
제가 간밤에 뚫어져라 봤는데, 빅컷을 하자마자 증시가 쑥 올랐다가 결과적으로 약보합으로 마감했습니다. 채권 금리는 더 드라마틱했습니다. 단기부터 장기까지 금리가 한때 떨어졌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정반대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낮췄음에도 상승했습니다. 달러 인덱스도 제가 늘 100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는데, 100이 깨져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갈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98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마감했습니다. 큰 흐름에서 달러 강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이 파월과 연준의 말을 무시한다기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빅컷을 해준 건 다행인데, 이거 경기 침체 때문 아니야? 아니라고 하는데 믿을까 말까" 하는 것이죠. 파월 의장이 늘 "데이터 디펜던트, 지표를 보고 판단한다"고 하는데, 저는 과거 앨런 그린스펀 시절의 연준이 더 앞서 나갔다고 봅니다. 당시에는 겁쟁이, 무능하다는 비판까지 받았지만 연준이 스스로 금리를 결정하고 경기를 살렸다 죽였다 했습니다. 제롬 파월 시대에는 연준이 앞서가지 못하고 지표가 나오는 것을 보고 따라가는 모습입니다. 우리랑 똑같죠. 그래서 앞으로 고용, 물가, 소매판매 등 수많은 지표가 나오면 같이 확인해 보자는 태도여서 시장도 약보합으로 마감한 것입니다. 완전히 무시하지도, 설득당하지도 않은 반응이었습니다.
우리 시장은 맥락이 다릅니다. 금리 인하보다는 AI 반도체,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매 물량이 훨씬 더 큰 이슈입니다. 2주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AI 거품론이 나오면서 AI 반도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AI 산업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AI 시대를 살고 있지만, AI 관련주, 특히 AI 반도체 주가에 거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5일 일요일에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나왔는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목표주가가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반토막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이 보고서가 오늘 증시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습니다.
길게 보면 7월 이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약 7~8조 원 가까이 팔았고, 기관도 2조 원 이상 팔았습니다. 합치면 약 10조 원 규모입니다. 이를 개인이 다 받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금리나 수급 같은 다른 문법이 지금은 잘 먹히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라는 두 기둥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왜 목표주가를 낮췄을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거시 반도체, 즉 범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PC에 들어가는 D램입니다. 경기 둔화로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PC를 바꾸지 않으니 수요가 떨어지고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중국이 DDR4 같은 하단 제품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철강, 화학, 디스플레이에서 그랬듯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망가뜨립니다. 자신들이 공급자로 나서 시장을 흔들고, 자국 경기 부진으로 소비도 줄어드니 이중으로 타격을 주는 셈입니다.
두 번째는 HBM입니다.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국내 전문가 중에는 HBM이 계속 잘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모건스탠리는 HBM도 꺾일 타이밍이 왔고 공급 과잉 단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이 공급을 늘리는데 수요 투자는 많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범용 반도체와 달리 HBM은 주문자 생산 방식이라 2년 치 물량을 미리 맞추는 구조여서, 공급 과잉이 곧바로 나오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HBM 공급자들이 수요보다 훨씬 많이 공급하게 되고, 지금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HBM으로 큰 프리미엄을 받았던 SK하이닉스는 더 크게 낮췄고, HBM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덜 낮췄습니다. 이것이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반도체가 고점을 지났다는 쪽과, 너무 과장됐다는 쪽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반도체 전문가이자 투자 자문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들이 "AI가 끝났다"는 차원에서 파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AI 반도체를 당분간 주도주로 더 끌고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장 시작하자마자 외국계 물량이 10분도 안 돼서 500만 주씩 쏟아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판 돈을 어디로 옮기려는 것 같은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더 파는 것보다 다른 곳에서 새로운 주도주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HBM 가격이 떨어지느냐 마느냐와 별개로, 다음 턴에 시장이 출발할 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주도주 레벨을 지키더라도, 예전처럼 9만~10만 원까지 가면서 시장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선, 2차전지, 기타 새로운 업종이 시가총액 상위권에 다시 오르면서 주도주가 교체되는 흐름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9월 들어 추석 연휴 전까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2조 1천억 원 나왔습니다. 8월에는 8조 9천억 원이었는데, 이제 안정되는 것입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추석이 있는 달은 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다음 달에는 급증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그리고 DSR 2단계가 시행됐고, 9월 시작과 함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하게 하겠다고 했으니 은행도 굉장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몰아치기 대출을 막아서 2조 원대로 묶어놓은 것입니다. 이것도 9월 전체가 아니라 12일까지의 수치입니다. 아마 4조 원 밑으로 끊을 것 같긴 합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나 시중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또 영끌족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아직 긴장의 끈을 풀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집값도 같은 맥락이겠죠?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집값 상승 공식이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이 오르면 강북이 따라 오르고, 서울을 빠져나와 경기도와 수도권이 오르고, 그다음 지방까지 온기가 퍼지면서 큰 사이클이 끝났습니다. 이번에는 그 패턴이 다르다고 봅니다. 지방까지 가지 않을 것 같고, 서울 강남에서 촉발된 상황입니다. 강을 건너는 것도 상승 폭에 차이가 있고, 수도권 전체가 다 오르기보다 일부 지역이 오르다 멈추는 식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얘기하는 양극화입니다. 상승세가 한쪽에서만 계속 이어지던 것이 처음으로 바뀌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강남은 이미 전고점을 다 넘긴 상황인데, 대구나 부산에 계신 분들이 "강남이 오르니까 곧 지방도 오르겠지"라고 기대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돈을 많이 버신 분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속속 이동하는 흐름이 연출되는 것 같습니다. 즉 집값 상승은 제한된 지역에서 양극화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알겠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추이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하고,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말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