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시동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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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며 회사채 조항 삭제로 시간만 번 상태이고, 내년 약 1조2천억 원의 만기 회사채를 PRS 등 파생·주식담보 방식으로 돌려막는 한계가 있다. 석유화학 범용 제품은 중국·중동의 추격으로 경쟁력이 약화됐고, 고부가 전환은 늦었다. 2차전지 자회사 인수(일진머티리얼즈)는 과도한 가격에 투자금 약 60%가 손상된 것으로 언급됐다. 자산매각(롯데타워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나 근본 해결책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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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현재 위기와 유동성 문제
네, 첫 번째 주제에서 굉장히 고생했던 그룹 이야기가 있었는데, 롯데입니다. 지금 우리가 한번 얘기를 나눈 적도 있는데요. 그 이후로 사실 더 안 좋아진 것 같습니다. 좋아졌다는 기사를 찾아보기가 힘든 상태인 것 같고, 어쨌든 롯데타워를 내놓기도 하고 구조조정으로 자산을 내놓기도 하면서 지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대응은 어땠습니까, 소장님?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현재 특별히 나오고 있지 않는 거죠.
결국 유동성 확보라는 것은 매출을 늘려 기업 이익을 내는 게 가장 좋은 것인데, 그게 답보 상태에 있으면서 지금 롯데 상태가 이렇게 된 거죠. 구조적으로 보면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불거진 상태라고 본다면, 이게 평론가님 말씀하신 것이죠.
패가 이미 다 보인 상황
롯데는 패가 완전히 올 초부터 다 보이는 상태입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산 매각인데,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것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만약 글로벌 경기가 살아 있고 롯데가 가진 자산 중 똘똘한 것들이 있다면 쉽게 풀리겠죠. 빨리 계약이 성사되고 계약금이 들어오면 시장에서는 "얘네가 뭔가를 하고 있구나" 하며 안정세를 보일 텐데, 지금은 그럴 만한 기업을 눈을 씻고 찾아보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롯데가 하고 있는 것은 소극적인 자산 매각이라서, 시간이 갈수록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가장 강력한 자산인 롯데타워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빌미로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건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고, 저는 골마(골든 마리너?) 가고 있다, 즉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조 단위 유동성 리스크 해소 같은 얘기가 쉽게 나오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회사채 규모를 보면 약 2조 3천억 원 정도인데, 그중 약 2조 원 정도에 해당하는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나온 상태였습니다.
회사채 조항 삭제와 만기 문제
지난주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그 조항을 없애기로 동의를 받았습니다. 시간은 좀 번 거죠. 그 조항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의 5배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것이었는데, 평소에 돈을 많이 벌고 있어야 한다는 감시 조항이 없어진 겁니다. 그런데 그 조항만 없어졌을 뿐, 만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내년에 돌아올 회사채가 약 1조 2천억 원이고, 월별로 보면 1월 2천억 원, 2월 3,100억 원, 7월 2천억 원, 8월 2천억 원, 9월 1,700억 원 등으로 1년에 갚아야 할 금액이 거의 1조 원대에 달합니다.
결국 본질적인 문제는 갚을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채권자 집회 후 롯데 측에 어떻게 갚을 것이냐고 물었더니, PRS(주가수익스왑)를 통해 갚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주식 담보 대출과 실질적으로 같은 구조로, 자회사 주식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나중에 수익을 정산해 돈을 메우는 방식입니다. 결국 자체 사업으로 선순환되는 구조를 통해 갚을 길은 아직 없다는 것을 실토한 셈입니다. 빚으로 빚을 갚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장부를 예쁘게 만들려고 파생상품으로 돌려 갚겠다는 것이니, 본질적인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명쾌한 답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고도의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당장 돈이 없으니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채권 조항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부도였을 텐데, 일단 목숨 줄은 살려놓고 앞으로 갚을 채권은 주식으로 돌려막으며 시간을 버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 번 시간 동안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는데, 롯데 하면 유통과 롯데케미칼의 NCC(나프타분해설비) 쪽인데, 이 두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는 건가요? 그게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유통과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약화
유통은 상당히 사양 산업이 되었고, 롯데가 해온 것은 결국 유통과 부동산 부분입니다. 화학, 특히 NCC는 상당히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수출품 부동의 1위는 반도체가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이었습니다. 한국이 중동산 원유를 들여오는 이유 중 하나가, 중동산 원유가 화학 제품을 만들기에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미국산 원유는 가솔린을 만드는 데는 좋지만 화학 제품을 만드는 데는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과잉 생산을 하며 들어왔고, 산유국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석유화학 공장을 직접 짓고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 등이 그 공장을 지어주고 있는데, 몇 년 후에는 그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하게 되면 경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 됩니다.
기초 소재 산업인 이 부분의 경쟁력이 상당히 모호해졌습니다. 새로운 방향을 터야 하는데 이 얘기는 꽤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롯데의 대응은 상당히 늦었습니다. 큰 배가 방향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뭘 했냐고 물으면, 롯데는 형제끼리 싸웠던 시기였죠. 롯데가 방향을 바꿔야 할 때 내부 싸움이 있었던 것이 결정적인 위기의 원인이 된 셈입니다.
정리하면, 롯데는 채권자 입장에서도 돈이 없으니 지금 당장 돈을 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상징적인 자산이 있으니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빚은 계속 쌓여 갑니다. 채권자들은 금리를 올리는 조건으로 시간을 주고 있는데, 롯데는 부채만 계속 쌓이는 입장입니다. 백화점 매각, 자산 유동화, 최악의 경우 롯데타워 매각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본질적으로 돈을 벌 방법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신사업 전환 실패와 구조적 문제
석유화학에 대한 믿음이 컸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범용 제품 시장을 중국과 중동이 장악한 뒤에야 고부가 스페셜티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 전환이 너무 늦었습니다. 2차전지 산업 진출을 위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지만, 시장에서는 너무 비싸게 샀다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인수 가격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시중에서는 "승계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비싸게 산 자산의 투자금 중 약 60%는 지금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실상 날아간 상황입니다. 게다가 2차전지 산업 자체가 침체되면서 전환 카드도 좌초된 상태입니다.
구조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구조 변화는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습니다. 빚을 계속 쌓을 수는 없으니, 빠른 자산 매각을 통해 부지를 털어내야 합니다. 롯데라는 기업과 화학이라는 산업 자체가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 화학은 쉽게 확 바뀔 수 있는 혁신적 산업이 아니라서,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롯데 껌을 예로 들면, 롯데가 처음 껌을 만들 때 일본에는 이미 껌 회사가 400개 넘게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할 만큼 좋은 산업이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뛰어들었죠. 롯데 껌이 살아남은 이유는 복권처럼 당첨 기회를 준 마케팅이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껌이라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롯데 껌을 산 것입니다. 즉, 포장과 마케팅을 잘했던 것입니다. NCC 사업도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따라 할 수 있는 사업이라, 중국과 중동이 따라오면서 위험해진 것입니다.
중동과 중국의 추격, 기술 격차 논쟁
2011년 무렵 중동에서도 "우리가 원유를 팔아서 돈을 버는데, 정제를 해서 팔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때 국내 정유 시장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면 그 공장들이 다 놀고 있습니다. 정제 제조 공정은 중동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은 땅에서 원유만 파서 팔았기 때문에 이런 기술을 잘 못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그 공장을 우리가 짓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롯데가 만든 석유화학 제품은 기초적인 것이고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이 개발되더라도 이것은 수요가 늘어났다는 의미였습니다. 지금 SOL 같은 기업은 분기배당 대표 기업이었는데, 빈 살만 왕세자가 다녀간 이후 분기배당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6억 달러를 들여와 울산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는 직접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기술 격차라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바이오든 무엇이든 몇 년 사이에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페토(Pitoski? 원문 표현) 등이 말하는 경제적 해자 개념을 보면, 특허나 장치 산업이 반드시 경제적 해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기술만 따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인적 네트워크와 산업적 분위기도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제조업 강국이 말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중동에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국가 산업 전체의 위기
석유화학은 우리나라 5대 수출품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롯데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산업 전체의 위기인지가 중요합니다. 제 생각에는 국가적으로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 전체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징적인 상황입니다. 한동안 우리 수출에서 효자 노릇을 했던 품목들을 이제는 냉정하게 다시 판단하고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산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할 시기가 온 것입니다. 정유와 화학은 지금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철강과 화학은 이미 상당 부분을 중국에 뺏겼다고 봐야 합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정유, 석유화학, 철강의 수출 데이터가 중국의 수출 데이터를 따라갔지만, 지금은 중국으로 철강이나 석유화학 제품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습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선도 20년 전에는 일본이 강국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2차전지 분야도 처음에는 중국이 못 따라올 것이라고 했지만 1년 만에 따라잡혔습니다. 반도체도 중국과 격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칩스법 이후 웬만한 분야에서는 대등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업계 일부 평론가들이 중국은 못 따라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낙관하는데, 중국 기업들은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긴장감이 약합니다. 포항제철도 처음 지을 때 고로 벽돌 하나조차 만들 수 없어서 전부 수입해 와야 했습니다. 결국 그 기술을 익혔고, 중국이든 인도든 따라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혁신은 미국에서, 추격은 중국에서 오는 구조에서 무역 적자 등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쪽으로 더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부작용도 있으니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창업가 정신이 많이 퇴색된 것 같습니다. 기업을 우대하고, 창업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그것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젠슨 황 같은 창업자와, 물려받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 중 누가 이기겠느냐는 질문도 있는데, 오히려 물려받은 사람은 긴장감이 없다는 지적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집토끼와 산토끼라는 말처럼, 우리가 잘하던 분야에서 중국과 인도에 계속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데 이에 너무 둔감합니다.
과거 DJ 정부 때 정보 인프라를 깔았던 것처럼, 지금 시대에 맞는 국가 핵심 산업을 발굴하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전략이 별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방산과 원전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국가 인력과 자본을 총동원해 다음 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전략이 나오지 않은 채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AI 등으로 세계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발이 늦고 있다는 점이 답답합니다.
롯데라는 기업을 통해 우리 산업의 구조적 과제를 두 분께 들어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두 분, 차영주 소장님과 박시동 경제평론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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