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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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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경제가 시작된 아주 근본적인 원인 - 박종훈 박사 (지식한방)

손에잡히는경제 · 2025-07-17 · 유튜브 시청 1,502,568 · 게시판 조회 3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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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종훈 · 한국인

요약 보기

세계 경제성장률이 1950년대 5%에서 2010년대 2.9%, 향후 2.4%로 하락. 원인은 자본·노동·생산성 증가 동력 약화(금리 상승, 인구 감소, 생산성 둔화). 중국 GDP대비 총부채 80%→320%, 미국 관세는 자폭적이며 셰일오일 생산에도 불리. 중국은 2035년 이후 노동인구 부양비 악화로 성장 한계, 지역 패권 전쟁 증가 전망. 한국은 제조 파트너로서 기회가 있다고 봄.

다듬은 글

※ AI가 다듬은 글(오탈자·군말 정리)

01. 안녕하세요.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장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박사님은 그간 궁금한 게 너무 많았는데, 한동안 스튜디오에 안 오셔서 무엇을 하시나 했더니 그사이 또 책을 쓰셨더군요. 책을 쓰는 동안은 집중해야 하니까요. 이번 신간 제목이 『세계 경제 지각 변동』인데, 큰 틀을 담으신 것 같아요. 어떤 내용인가요?

02. 많은 분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뒤로 세계 경제가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두려워하고 계시죠. 세계 경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현재 모습을 관찰하면 미래가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 가장 공들인 건, 현재 세계 경제를 흔드는 지각 변동의 근본 원인을 짚어서 미래를 조망하는 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진핑 주석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힘들어지고 복잡해졌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 두 사람을 흔드는 경제 변수는 따로 있습니다.

03.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날이면 날마다 낮아졌거든요. 스마트폰이 나오고 IT에서 AI 시대로 넘어가니 성장률이 계속 높아졌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가장 충격적인 건 세계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때가 1950년대라는 점입니다. 당시 연평균 성장률이 5%였어요. 2010년대에는 2.9%로 떨어졌고, 세계은행은 앞으로의 연평균 성장률을 고작 2.4%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반토막 난 셈이죠. 그 과정에서 각국 대통령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전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으니까요.

04. 그래서 정치가 극단으로 갈라지고 싸우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유럽도 그렇고, 미국도 극단주의가 득세하고 있죠. 가장 큰 이유는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 파이를 일부 부유층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격적이게도 새로 늘어난 부의 약 95%는 상위 10%가 가져가고, 5%만 하위 90%가 가져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만 많은 국민들이 늘어나고, 그들을 달래거나 선동해 뭔가를 얻으려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이것이 지금 세계 경제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05. 요즘 보면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유튜브 콘텐츠도 많아졌어요.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왜 자꾸 낮아지는 겁니까? 이게 앞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일 텐데요.

06. 성장률이 다시 높아지기만 하면 전 세계가 관세 같은 걸 없애고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렇죠. 화해도 하고요. 그런데 세계 경제 성장률은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낮아져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원인 때문에 앞으로도 전망이 굉장히 어둡습니다. 경제학 원리를 배우신 분들, 또 사회 과목을 배우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 나라 경제가 성장하려면 세 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자본의 추가 투입, 즉 돈을 넣으면 성장합니다. 둘째는 노동의 추가 투입, 노동력을 넣으면 당연히 성장하죠. 셋째는 생산성 향상입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없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07. 먼저 자본 투입부터 보겠습니다. 2010년대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평균 1.5%였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세계 시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이니, 다른 금리도 대부분 낮았다는 뜻이죠. 그런데 오늘 이 방송을 하는 시점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4%입니다. 금리가 세 배나 오른 거예요. 돈이 귀한 몸이 된 겁니다. 예전에는 돈이 너무 흔해서, 일론 머스크가 "나 화성 갈 거니까 투자할 사람 줄 서라" 했더니 줄이 쭉 늘어섰어요. 머스크가 기분 나쁘다며 돈을 안 받겠다고 할 정도였죠. 요즘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돈값이 비싸졌고, 구하기도 어려워졌어요.

08. 기업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죠. 월마트의 영업이익률은 보통 2.3% 정도입니다. 아마존은 10% 정도고요. 물론 유통업이라 낮은 편이고, 미국에서 잘나가는 기업 중엔 10%가 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평균 6~7% 수준이에요. 그런데 금리가 4.5%까지 오르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돈을 은행에 맡겨 두면 되니까요. 그러니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09. 인구 문제도 심각합니다. 선진국 중에 지금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는 없어요. 프랑스가 합계출산율 1.8 정도로 높은 편인데, 이는 이민자들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미국도 합계출산율이 1.6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평균을 높여 놓은 것이에요. 그나마 높다는 프랑스와 미국을 빼면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1.3 정도이고, 일본은 1.1, 한국은 0.76입니다. 합계출산율이 떨어진 뒤 20년쯤 지나면 그 나라 경제는 박살이 납니다. 1990년대 일본 경제가 30년 장기 불황에 빠진 이유도, 1970년대부터 아이가 적게 태어나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생산가능인구, 즉 15세부터 64세 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10. 2010년대 유럽 경제가 망가진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걸 두고 자꾸 유럽인의 국민성 탓을 하죠.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1990년대에 일본 경제가 망가졌을 때 유럽 경제학자들은 뭐라고 했을까요? "일본인의 종족적 특성, 종특이다"라고 했어요. 일본 정부의 정책이나 일본인들이 저축만 하고 돈을 안 써서라는 식으로 일본인 탓을 했죠. 요즘도 유럽 성장률이 떨어지니 "유럽인은 원래 게을러서 그렇다"는 유튜브 콘텐츠가 많아요. 그걸 볼 때마다 실소가 나옵니다. 저는 1990년대에 서방 경제학자들이 일본 경제를 두고 쓴 논문들을 보고 웃었어요. 인구가 더 중요한데 민족성을 탓하고 있다고요.

11. 그런데 2010년대 유럽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유럽의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든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분명히 미국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망가진 경제는 유럽 경제였어요. 16년 동안 미국 경제는 88% 성장했는데, 유럽 경제는 8%밖에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생산연령인구 감소입니다.

12. 자본을 추가 투입하거나 노동을 추가 투입하는 방법이 선진국에서는 다 안 된다는 뜻이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남은 건 생산성 향상인데, 안타깝게도 생산성 향상 폭이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과 IT가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시죠. 그런데 이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이 노스웨스턴대학교의 로버트 고든 교수입니다. 미국에서 알아주는 석학이죠. 그가 처음 논문을 발표했을 때, 미국의 생산성 향상 폭은 1940년대와 50년대가 가장 높았고 지금은 그때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어요. 많은 경제학자들이 말도 안 된다, 스마트폰이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고든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어요. 전보를 생각해 보라는 겁니다. 전보, 즉 텔레그램 말이에요. 대서양을 건너 소식을 전하려면, 전보가 발명되기 전에는 증기선을 타고 14일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대서양 해저 케이블이 깔리면서 10분밖에 안 걸리게 됐어요. 14일에서 10분으로 바뀐 거니, 생산성 향상 폭이 엄청났던 거죠.

13.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도 PDA가 있었습니다. PDA 때문에 돈을 많이 썼다는 분도 계실 거예요. PDA는 기능이 사실 다 있었습니다. 다만 사용법이 불편해서 사람들이 잘 안 썼을 뿐이죠. 스마트폰이 가진 기능 대부분을 PDA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든 교수는 PDA가 있는 상태에서 스마트폰이 나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생산성 향상 폭은 전보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한 겁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교수 주장이 헛소리 아니냐"며 따로 연구를 해봤어요. 틀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요, 맞았습니다. 기반 기술이 이미 너무 많이 깔려 있어서, 훌륭한 기술이 나와도 추가 생산성 향상 폭이 높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인구 문제나 금리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 한 30년 정도는 저성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14. 그렇군요. 그리고 요즘 보면 청년들이 낙담해서 아예 내려놓는 경우도 많고, 중장년층 중에서도 10여 년 동안 소상공인으로 가족을 건사하고 나도 부자가 되어 보려 했는데 이제 탈진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득 구조의 양극화도 원인이 될까요?

15. 그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1990년대부터 성장률이 급속히 낮아졌어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대통령이 됐는데 전임 대통령보다 성장률이 낮다면 도저히 참을 수 없겠죠. 그래서 어떻게든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연준 의장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연준 의장을 하는데 전임 의장보다 성장률이 낮다면 견딜 수 없습니다. 한국은행 총재도 똑같고요. 심리가 다 같습니다.

16. 그런데 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어요. 돈을 뿌리는 겁니다. 연준이나 한국은행은 초기에 주로 통화정책, 즉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방식을 썼습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더 많이 찍어내거나, 연준이 양적완화를 하는 식이죠. 재정 지출보다는 통화정책을 주로 썼습니다. 1990년대부터요.

17. 그런데 중앙은행이 돈을 찍으면, 그 돈이 우리에게 직접 올까요? 청취자 여러분에게 갈까요? 안 옵니다. 중앙은행이 찍은 돈은 전부 은행들에게 갑니다. 정부가 돈을 나눠 준다면, 민주적으로 국민 1인당 얼마씩 나눠 주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더 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은행을 통해 뿌리면, 자원 배분 기준이 시중은행의 잣대가 됩니다.

18. 시중은행은 어떤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빌려줄까요? 돈이 많은 사람이겠죠. 신용도가 높으니까요. 100억 원 자산이 있는 사람은 신용도가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왔고 주가가 반토막 났다고 해봅시다. 많은 서민들이 "지금 주식을 사면 때돈 벌겠다"며 은행에 갑니다. 그런데 재산이 2천만 원밖에 없는 사람이 은행에 가서 100억을 빌려 달라고 하면 빌려주겠어요? 안 빌려주죠. 겨우 500만 원 정도 빌려주면서 금리 15%를 받을 겁니다. "경제 위기인데 15%로 해 드린 것도 고맙게 생각하세요"라고 하면서요.

19. 반면 부유층, 예를 들어 100억 원 자산을 가진 사람이 은행에 가서 100억을 빌려 달라고 하면, "감사합니다, 최우대 금리 2.5%로 100억 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경제 위기 때 모든 자산가의 자산이 반토막 났을 때, 이 자산가는 그 반토막 난 자산을 빌린 돈 100억으로 사들일 수 있는 겁니다.

20. 그래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미국의 상위 1%가 가진 자산과 하위 90%가 가진 자산을 비교해 보죠. 하위 90%면 사실상 미국 국민 전체 아닙니까? 1990년에는 상위 1%가 가진 자산이 20%, 하위 90%가 가진 자산이 45%였습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연준이 계속 돈을 찍어 시중은행에 뿌렸고, 시중은행은 그 돈을 돈 많은 사람에게 줬습니다. 결국 위기가 올 때마다 상위 1%의 자산은 늘어났고, 2015년에 미국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상위 1%가 가진 자산이 하위 90%보다 많아진 거예요. 역사상 두 번째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러면 첫 번째는 언제였을까요? 1920년대 후반, 즉 대공황 직전입니다. 대공황이 온 뒤 부자들이 다시 무너졌고, 그 뒤로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해소됐어요. 1920년대 말 상위 1%의 자산이 하위 90%의 자산을 훨씬 능가했고, 그때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봤을 겁니다. 수요가 없어서 물건을 팔지 못해 디플레이션이 왔다고요. 하위 90%의 자산이 반토막 나고 상위 1%의 자산은 두 배가 됐기 때문입니다. 지금 미국 경제가 그런 상황으로 빠지고 있으니, 미국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21. 지금 상황이 어떤 큰 흐름 속에 있고,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바뀌고 있는지 면밀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같은 큰 나라의 지도자들이 자꾸 관세를 만지작거리고, 큰 틀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들먹이는 이유는 뭔가요?

22. 우리나라처럼 성장률이 떨어지는 나라는 할 수 있는 게 한국은행이 돈을 뿌려보고, 재정 지출을 조금 해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미국은 G2라고 불리는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의 성장률을 약탈해 올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게, 트럼프가 전 세계 성장을 약탈하려고 먼저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실은 시진핑이 먼저 시작했어요.

23.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기 전 중국의 성장률은 얼마였을까요? 10.7%였습니다. 시진핑이 주석이 된 뒤 떨어졌죠. 사실 취임 직전에는 14%도 있었는데, 제가 직전 연도만 든 겁니다. 두 자릿수 성장이 많았죠. 그런데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7%로 떨어졌습니다. 이연임 때는 "내가 해야 중국이 살아난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6%로 떨어졌고, 삼연임 때는 드디어 3%까지 찍었습니다. 작년에는 5%라고 발표했지만, 대부분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죠.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여전히 3% 정도라고요. 3%면 우리나라가 올해 0.8%라고 하니까 그보다는 세 네 배 높은 거 아니냐, 문제 없지 않냐고 하실 수 있어요.

24. 문제가 있습니다. 100m 달리기를 10초에 뛰던 사람이 갑자기 멈추면 어떻게 될까요? 넘어지죠. 우리나라가 1998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8% 성장하던 나라가 갑자기 3%로 떨어지면서 넘어진 겁니다. 그런데 중국은 14%까지 성장하다가 갑자기 3%로 떨어졌습니다. 이건 넘어지기 직전이에요. 시진핑 주석이 임기 동안 무슨 짓을 했느냐면, "이러다가 나 정말 날아가겠다"는 상황에 몰린 겁니다. 중국에서 시진핑 권력이 흔들린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흔들리는지는 우리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얘기가 나올 만큼 성장률이 떨어지니 중국 국민들의 불만이 엄청나다는 건 분명합니다.

25. 그래서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쓰는 겁니다. 예를 들어 로봇청소기를 사거나 중국 전기차를 산다고 해봅시다. 그 가격의 한 30%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낮아진 겁니다. 왜 이런 방식을 썼을까요? 다른 나라의 제조업을 붕괴시키고, 그 성장률을 훔쳐서 중국으로 가져오려 한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 반발심리로 결국 트럼프 1기가 탄생했고, 중국의 성장률을 다시 빼앗아 오려는 정책을 쓰는 대통령이 됐습니다. 바이든을 거쳐 트럼프가 다시 집권한 지금은 한 술 더 뜬 거예요. 중국의 성장률만 훔칠 필요가 있나, 우방의 성장률까지 다 가져오겠다는 겁니다. 관세 정책이나 보호무역을 통해서요. 남의 나라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그걸로 자기 나라의 성장률을 가져오려는 정책을 중국이 먼저 시작했고, 미국이 여기에 응전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참 불쾌한 일이죠. 자기들끼리 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우방의 성장까지 뺏어 오겠다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26. 이제야 지금 흐름이 명쾌하게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모든 게 흘러가면, 미국이 다시 전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이 될 수 있을까요?

27. 저는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큰 착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게 있어요. 관세를 부과하면 그 비용은 상대 나라 기업이 낸다는 굳은 믿음입니다. 그런데 이 믿음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경험에 근거한 겁니다. 2018년 트럼프 1기 때, 중국에 25%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다만 전 품목이 아니라 절반에만 부과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2.5% 관세를 매긴 셈이죠. 그랬더니 중국은 수출 기업에 보조금을 더 많이 주고, 위안화 가치를 10% 가까이 떨어뜨렸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2018년 미국 물가는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국의 수출은 더 늘었습니다. 그때 많은 경제 채널에서 "중국은 관세를 때려도 소용없다, 워낙 제조 강국이라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비밀은 환율을 약세로 만들고 보조금을 뿌렸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수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28.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해석을 바탕으로 오판을 했습니다. 2019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거든요. 10% 관세를 다시 부과했더니, 시진핑 주석은 가만히 있지 않고 역시 보조금을 주고 위안화 가치를 낮췄습니다. 두 번이나 같은 경험을 한 거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이 틀릴 거라고 봅니다. 중국이 지금 처한 상황이 있습니다.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 것 중 하나가 보조금을 엄청나게 주다 보니 부채가 급증했다는 겁니다. 후진타오 때부터 시작된 거긴 하지만요.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즉 국가부채, 가계부채, 기업부채를 모두 합친 비율을 보면, 2008년에는 80%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얼마일까요? 320% 정도입니다. 공식 통계는 300% 정도라고 나오는데, 320% 이상으로 보는 사람도 많아요.

29. 그러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트럼프가 관세를 때렸을 때 예전처럼 보조금을 뿌려서 수출 단가를 낮추고 싶어도, 이제 중국에는 그럴 돈이 없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관세를 때렸을 때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고 수출 보조금을 주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한국이나 일본도 수출이 막히면 먹고살 수 없으니, 보조금을 주거나 중국처럼 할 거야. 25% 관세를 때려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일단 관세를 때려 보고, 그다음에 "관세보다 더 좋은 선물을 한국이나 일본이 준비했나? 그럼 받아 주겠다"는 식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집착과 이런 확신은 사실 중국이 심어 준 겁니다.

30. 문제는 나머지 나라들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0년이 모든 걸 갈랐어요. 코로나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많은 나라의 국가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에 보조금을 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코로나 위기 때 가장 돈을 적게 푼 선진국이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보다 세 배, 네 배씩 풀었죠. 그래서 지금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100%를 넘거나 100% 가까운 나라가 아주 많습니다. 라인하트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은 국가부채가 GDP 대비 80%를 넘으면 위험 신호라고 여러 번 경고해 왔습니다. 라인하트의 논문이 아주 유명한데, 여기에 오류도 약간 있지만 80%는 제가 봐도 중요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지금 80% 이하인 나라는 거의 한국밖에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누가 보조금을 줄 수 있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큰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처럼 상대 나라가 비용을 흡수할 거라고 믿고 있지만, 지금은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둘째로,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것도 옛날에는 가능했습니다. 그때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있어요. 일본도 물가가 3.5% 오르는 나라로 바뀌었습니다. 통화 가치를 낮추면 물가가 더 오를 텐데, 그럴 수 없는 거죠.

31.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와 똑같다고 믿고 관세에 집착하고 있는데, 2기에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측근들이 알려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안 알려 주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일론 머스크처럼 잘려서 집에 가야 하니까 쉽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관세에 집착하고 있다고 봅니다.

32. 그렇다면 트럼프의 오판 때문에, 그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 중 하나인 미국의 제조업 부흥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33. 절대 못 할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셰일오일을 예로 들어 보죠. 트럼프의 주된 공약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서 유가를 반토막 내고, 셰일오일 업체들은 돈을 벌게 하면서 물가도 낮추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 셰일오일 생산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했죠. 미국이 다른 건 몰라도 셰일오일만큼은 확실한 강점을 가진 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셰일오일 업계가 지금 큰 위험에 빠졌습니다. 트럼프가 철강 관세를 25%에서 50%까지 올렸기 때문입니다.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자재는 무엇일까요? 철강입니다. 두꺼운 암반을 뚫고 들어가야 하니 일반 오일보다 훨씬 많은 강철이 들어가고, 원가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습니다.

34. 셰일오일의 생산 단가는 기적적으로 낮아져 왔습니다. 2000년에는 배럴당 80달러였는데, 2010년대에는 60달러, 2020년에는 드디어 48달러가 됐습니다. 그러자 빈살만 왕세자가 거의 미칠 지경이었죠. "큰일 났다, 48달러라니, 우리는 어떡하지?" 하고 고민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다시 70달러로 올라갔습니다. 철강에 50% 관세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트럼프만의 잘못은 아니에요. 바이든 때 미국의 인건비가 엄청나게 올랐는데, 그것까지 연결되면서 지금 셰일오일 단가가 70달러가 된 겁니다. 빈살만 왕세자에게 미국의 약점이 드디어 드러난 셈이죠.

35. 빈살만 왕세자는 유가가 배럴당 95달러 미만으로 내려가면 큰일 납니다. 사우디는 원유 생산 단가가 90달러밖에 안 되는데, 복지 정책으로 퍼 주다 보니 국가 재정수지를 맞추려면 유가가 95달러는 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에 이상하게 행동하지 않습니까? 유가가 70달러대로만 올라가면 갑자기 증산을 합니다. 빈살만이 트럼프에게 충성을 다하고 받친다는 식으로 우리나라 언론에 나올 때마다 저는 웃음이 납니다. 국제 사회에서 자국 이익을 완전히 손해 보면서까지 남의 나라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국가 지도자는 거의 없습니다. 몇몇 있을지 모르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자기 사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라 그럴 수가 없어요.

36. 그렇다면 빈살만 왕세자는 왜 유가가 70달러만 되면 증산을 할까요? 유가를 70달러 정도로 계속 유지하고 몇 달만 더 가면, 더 이상 원유를 생산할 수 없는 셰일오일 유전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원유 생산을 석 달만 멈추면 콜드스택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파이프로 원유를 다시 캐낼 수 없어서 새 파이프를 뚫어야 하는데, 그런 콜드스택 파이프만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셰일오일 생산량은 트럼프 집권기에 늘어난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37. 제가 지금 셰일오일을 예로 들었지만, 나머지 산업도 똑같습니다.

미국 관세의 양날의 검

38. 미국에 투자하려고 하면 갑자기 원재료 가격이 관세 때문에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구리 가격이 50% 올랐다고 해 봅시다. 구리에 관세 50%가 붙으면 거기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전력 산업 같은 걸 하는 데 전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관세 정책은 사실 양날의 검입니다. 보호무역 정책을 썼다고 하지만, 미국에 설비 투자를 할 때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가기 때문에 여러 나라 기업들이 "차라리 관세를 맞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39. 바이든 때보다 해외 직접투자, 즉 FDI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트럼프가 관세라는 채찍을 쓰는 동시에, 바이든이 당근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을 유혹해서 더 많은 FDI를 유치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내년쯤 지표가 나오면 알 수 있겠죠. 말씀을 듣고 보니 트럼프가 관세로 달성하려는 목표들이 어떤 딜레마에 놓여 있는지 현장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입장을 여쭤보겠습니다.

중국의 강점과 약점

40.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중국에게도 치명적이지만 미국에게도 자폭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게는 유리한 일일까요? 경제 콘텐츠에서는 2030년대가 되면 중국이 제조업 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세계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분명히 나쁜 영향을 미쳐 패권을 약화시키는 측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다음 패권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41. 먼저 중국의 강점부터 말하면, 제조업 생산 45%는 맞습니다. 2030년대가 되면 전 세계 생산의 절반을 중국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바보가 아닙니다. 로봇청소기에 중국 보조금이 30%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다들 고민하죠. 이걸 과연 써도 될까? 중국 자율주행차가 데이터를 수집해서 가져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합니다. 정말 가능성이 있는 얘기냐고요? 007 시리즈처럼 MI6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자료를 빼 간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42. 제가 보기에 중국의 AI는 앞으로 분명히 약진할 것입니다. 특히 AI는 제조 데이터를 얻는 것도 훨씬 빠르기 때문에 중국이 앞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방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중국에 고율 관세를 때리고 표준을 달리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옛날 미국과 소련이 패권 전쟁을 할 때 소련에서 산 TV를 한국에서는 못 봤습니다. 소련만 TV 방식이 달랐던 게 아니라 유럽과 한국도 방식이 달랐어요. 한국과 미국은 NTSC, 유럽은 PAL, 소련은 SECAM을 썼죠. 패권 전쟁을 할 때는 원래 이렇게 하는 겁니다. 중국이 제조업이나 AI에서 미국을 압도하는 날이 온다면, 미국은 표준을 달리하거나 중국 제품을 못 쓰게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3. 그럼 중국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제조업에만 의존하면서 디플레이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전 세계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생산 연령 인구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44. 노동인구 100명당 몇 명을 부양하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미국은 지금 노동인구 100명당 약 60명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약 40명, 중국도 약 40명입니다. 50년 뒤를 보면, 미국은 여전히 70명 정도로 거의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노동인구 100명당 140명을 부양하게 됩니다. 고령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합계출산율도 미국은 아직 1.6인데, 중국은 자기들 주장으로는 1.04, 미국에서 역산해 보니 0.99가 나옵니다. 그러니 난리가 난 겁니다. 우리나라는 160을 넘습니다. 한국은 정말 큰일입니다.

45. 노동인구 100명이 160명을 부양하면 경제 성장은 둘째 치고 사회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100명당 140명을 부양하는 나라가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중국과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인구 구조가 가장 나쁜 나라입니다. 일본도 이렇지는 않아요. 중국은 2035년이 되면 100명당 50명을 부양하게 되면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나라로 바뀝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을 역전할 수 있는 시간은 딱 10년 남았습니다.

46. 2035년이 되면 무조건 중국이 이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때까지 AI나 로보틱스를 엄청나게 발전시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만한 혁신에 성공한다면 희망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패권이 약해진 세계

47. 미국의 패권이 약해지고 중국이 패권을 잡을 가능성도 낮다면 세계는 어떻게 될까요? 패권국이 확실했던 시기는 오히려 드물었습니다. 영국이 완벽한 패권국이었던 시대도 있지만 프랑스와 패권 전쟁을 치르던 시기도 많았습니다. 로마 제국처럼 확실한 패권국이 있던 때도 있지만, 로마가 무너진 뒤에는 춘추전국 시대처럼 여러 나라가 경쟁했습니다. 유럽도 그랬죠.

48. 미국이 여전히 원탑인 상태에서 지역 패권국이 늘어날 것입니다. 인도도 "나는 지역 패권국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고, 중동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니까 중동에서 각국이 패권을 잡겠다고 나설 것입니다. 튀르키예, 이스라엘, 사우디, 이란 같은 나라들이 모두 지역 패권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 패권국들 때문에 곳곳에서 잦은 전쟁이 일어나는 상태가 앞으로 30년 정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특별한 평화의 시기였던 것은, 미국이 원탑 패권국이자 경찰국가 역할을 해 줬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그런 상태는 굉장히 드물었습니다. 1등 국가가 있으면서도 지역 패권국들이 힘을 갖는 상태가 오히려 더 흔했습니다. 앞으로 30년 정도 그런 상태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중국의 AI, 그리고 내부 문제

49. 중국이 미국을 확실히 능가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입니다. AI 기반의 미래 신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중국에도 답이 있다고 하셨는데, 중국이 이 분야에서 미국 못지않은 국가가 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50. 저는 AI나 로봇은 중국이 무조건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코딩을 했는데, 옛날에는 언어 자체가 나빠서 기계어를 직접 다뤄야 했습니다. 기계어는 외울 것도 많고 정말 머리가 아픕니다. 중국에서 딥시크 R1 모델을 만들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귀한 몸이라 단순 작업을 하지 않고, 쿠다나 파이썬 같은 도구로 쉽게 프로그래밍합니다. 그러면 컴퓨팅 자원을 다섯 배, 열 배 더 쓰게 되고 속도도 느립니다. 반면 중국인들은 인해전술로 기계어 단위까지 내려가서 만들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에서도 중국은 프라이버시 제약이 없고 지적재산 개념도 약해서 유리합니다. 지금까지 막고 있던 것은 컴퓨팅 파워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H20 같은 칩을 허용하면 큰일입니다.

51. 문제는 중국의 자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80%에서 320%까지 올라갔습니다. 국가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미국을 이길 방법은 AI와 로봇뿐이라고 보고 자원을 거기에 몽땅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 내수산업은 박살 났고 부동산도 무너졌습니다. 내수 부양책이 나와도 AI나 로봇에 쓰는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반 인민들은 "중국 다 망했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 테고,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도 머리끝까지 차올라 있습니다. 시진핑 실각설이 나오는 것도 그런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저도 실각설을 아직 믿지는 않지만요.

52. 결국 AI와 로보틱스에 올인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핵심입니다. 5년, 10년 동안 중국의 모든 자원을 계속 쏟아부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중국 국민들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실각설과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기회와 과제

53.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큰손이고 관계가 깊은 나라들입니다. AI와 로봇 같은 신산업에서 두 나라가 치고 나가면 우리의 여건이 더 열악해질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슈퍼파워가 사라지면 국지전이 잦아질 텐데, 동북아시아도 불안해서 여기서 대리전이라도 벌어지면 큰일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큰 틀에서 한국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요?

54. 저는 우리나라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로보틱스를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 같은 것은 할 수 있지만, 1인당 GDP가 8만 8,000달러인 나라에서 제조업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제조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이고, 미국은 계속 우리를 파트너로 삼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글래스 하나를 만들더라도 구글 혼자는 못 만들어서 삼성과 손을 잡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우리 제조업의 역할은 더 커질 것입니다.

55. 중국 제조업을 키운 것은 사실상 애플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애플이 중국에서 2,800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해 제조 전사로 키웠는데, 미국 전체 제조업 근로자는 약 1,300만 명입니다. 애플이 미국 전체 제조 인력보다 많은 사람을 중국에서 육성한 셈입니다. 미국이 이런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면 결국 파트너로 한국을 찾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시기에는 동맹의 가치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3년 정도는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30년을 내다보면 미국이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과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면서 미국과 핵심 파트너가 될지는 정치의 영역이니 잘해 주기를 바랍니다.

유럽의 정치 불안

56. 우리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요소는 구조적으로도 많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국내의 양극화와 극단주의 문제도 풀 수 있을지 모릅니다. 트럼프 기사가 워낙 많아서 국제면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유럽 상황은 잘 나오지 않는데, 유럽 정치가 지금 엉망입니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프랑스가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프랑스는 작년 연말 62년 만에 국무총리가 탄핵되었습니다. 프랑스는 이원집정부제라 국무총리의 역할이 우리보다 훨씬 커서 내정을 전부 책임집니다. 독일도 작년 연말 연정이 붕괴되어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5개월을 버텼습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도 비슷합니다.

57. 정치가 양극화되고 극단주의로 흐르는 이유는, G2 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성장을 빼앗아 자기 성장으로 바꿀 수 있지만 유럽은 성장률을 중국과 미국에 빼앗기고 점점 가난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은 유럽보다는 아직 극단주의가 덜 특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은 2010년부터 가난해지기 시작해서 더 빨리 극단화되었습니다. 우리도 이대로 가면 극단주의가 심해질 테니, 지금부터 극단주의가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58. 지금까지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장이었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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